워맨스 모르시나요
 Season 6  vol 23. 💡2025.10.17. ~ 2025.10.23.

낡아빠진 '여적여' 프레임 
'남성 역차별 대응'이란 지시 대신
있어도 못 쓰는 제도라니 
플랫 입주자님 안녕하세요! 플랫팀 김서영 기자입니다. 긴 연휴 잘 보내셨나요? 전국적으로 날씨는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모처럼 오래 쉰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이제 다음 주에는 가을 기운이 완연해진다고 합니다.

저희 플랫팀에는 김연서 인턴기자가 새로 합류했답니다. [플랫한 문화 생활]을 비롯해 플랫의 코너 곳곳에서 입주자님과 만나게 될 거예요. 김연서 인턴기자에게 많은 응원 보내주세요~👍

그러면 이번 주 플랫 레터 시작합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여자가 여자를 미워하는 것은 이해한다”고 발언했던 것, 기억하시죠.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성차별적 통념을 재생산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됐는데요. 이러한 통념과는 달리 요즘 대중문화의 트렌드는 여성 간 우정과 연대를 그린 ‘워맨스(women+romance)’라고 합니다. 앞서 등장했던 ‘브로맨스(brother+romance)’의 대칭어지요.

최근 공개된 드라마 <은중과 상연>(넷플릭스)과 <백번의 추억>(JTBC)이 워맨스를 대표적으로 보여줍니다. 두 작품은 등장인물의 캐릭터나 인물 간 관계성, 시대 배경 모두 다르지만 ‘두 여성 주인공의 우정’을 중심 서사로 끌고 갑니다.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직간접적으로 ‘특별한 존재’임을 고백하는 장면도 나오고요. 남성 주인공과의 멜로 서사도 나오지만 그것이 메인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워맨스라는 틀에 비춰보면 예전에 나온 드라마나 영화도 달리 보이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도 워맨스 요소를 가진 작품이 없진 않았으니까요. 전문가들은 시간이 지나며 작품 속 워맨스가 다양하게 발전했다고 평가했어요.

“이전에도 두 여성 간, 세 여성 간의 서사를 다룬 작품은 계속 나왔다. 최근 작품이 이전과 다른 점은 욕망이 강한 인물과 그렇지 않은 인물의 선악 구도에 맞추던 것에서 인물 간 아주 미묘한 관계, 자매애, 연대, 심리적인 부분을 강화한 것이 특징”

“여자를 돕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갈망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기존 드라마가 그려내던 남성과의 로맨스는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여겨지며 더 이상 성립될 수 없다”

어떤가요, 공감하시나요? 특정 문화 코드는 흥행했다가 사그라들기도 하면서 대중 속을 순환하는 것 같습니다. 워맨스 코드는 어떻게 돌고 돌면서 성장하게 될지 궁금하네요.


“이처럼 아직도 여성 보호에 미온적이기만 한 대한민국인데, 그곳의 대통령이 성평등 부처에 남성 ‘역차별’ 대응을 지시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나임윤경 연세대 교수의 칼럼을 소개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성평등가족부에 ‘남성 역차별’에 대응하라고 지시한 것에 관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어요. 나임윤경 교수는 “조선시대 이래 지금까지 한반도에 거주했던 여성들이 남성으로 표상된 왕실, 국가, 정부에 의해 한 번도 보호받은 적 없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오히려 한국 남성사는 자국 여성을 상대국 남성의 손에 밀어 넣는 방식으로 가부장제를 유지해왔다고 지적합니다. 

‘소라넷’ 사이트 폐쇄나 n번방 추적 같은 업적은 국가의 업적이 아닌 여성들의 투쟁 결과였고요. 아직도 성별 임금 격차가 심각합니다. 돌봄 부담 또한 여성에게 편중돼 있고요. 그런 와중에 성평등 주무 부처에 대통령이 남성 ‘역차별’ 시정을 지시했다는 것은 우려스럽습니다. 

이에 나임윤경 교수는 “세계 어떤 나라 행정수반도 하지 않을 ‘남성 역차별 대응’이라는 지시 대신, 그저 믿고 지켜봐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했어요. 전체 내용은 🧵칼럼 전문으로 확인해 보세요.

‘있는 제도라도 다 쓰게 해달라’는 한탄이 자주 나오는 분야가 있는데요. 유독 돌봄과 휴가 문제가 그런 것 같습니다.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부모가 쓸 수 있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아동 관련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에서조차 사용률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복지부와 산하기관 총 21곳 중 9곳에서 최근 3년간 사용률은 10% 미만이었고요, 육아기 단축근무 사용자가 1명도 없는 기관도 2곳이었습니다. 사용률이 높은 기관은 대체인력에 여유가 있거나 제도 사용 대상자가 많다는 특성이 있었어요. 

또 매년 약 3만5000명의 직장인(교사·공무원 제외)이 임신 또는 출산 도중 아이를 잃고 있지만, 이들 중 유·사산휴가 급여를 수급하는 사람은 4% 내외에 불과했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출산뿐만 아니라 유산 또는 사산한 경우에도 임신 기간에 따라 10일에서 90일까지의 휴가를 주도록 합니다. 고용보험에서는 휴가기간 동안 일정 급여를 지원하고요. 

이처럼 급여 수급률이 낮은 건 제도 자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출산휴가 급여 수급 비율(77.8%)과 비교해도 차이가 무척 커요. 원인 분석부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주 플랫한 문화생활에선 김연서 인턴기자가 김혜순 시인의 시집과 천경자·나혜석 관련 전시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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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순,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


여러분의 가을 추구미는 무엇인가요? 저의 가을 추구미는 ‘시집 한 권 손에 쥐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입니다. 추구미를 달성하기 위해 부지런히 시집을 읽고 있는데요.


이번 가을, 제가 읽은 김혜순 시인의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 소개해보려 합니다. (이전에도 플랫 레터를 통해 김혜순 시인의 <여자짐승아시아하기>라는 산문집이 소개된 적이 있어요!)


‘죽음의 시인’이라 불리던 김혜순 시인은 🧵이번 신간에서 “고통도 슬픔도 비극도 유쾌한 그릇에 담을 수 있다”고 말하며 기존과 다른 명랑한 시들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내가 암탉을 안고 / 앰뷸런스에 탈 때는 / 대통령을 모시고 달려가는 의전 차량처럼 / 길 좀 비켜주면 좋겠어”


시 ‘배터리 케이지’에서는 여성 고령자의 투병을 유머스럽게 담고 있습니다. 특히 “할머니들이 가득한 병실 505호”를 닭들이 모여 사는 케이지에 비유했는데요. “침대 난간을 잡고 알만 낳지만”, “그렇지만 침대 위 닭들은 다 다르게 아파”와 같은 부분에서는 여성의 삶을 조망하는 시인의 날카롭고도 섬세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시 ‘샴이었어 삶’에서 다룬 자신의 내적 죽음은 영화 <서브스턴스>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었고요. 표제작인 시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에서는 자유와 무경계를 다루며 바다를 유영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김혜순 시인은 “나는 매번 발명해야 한다. 언어를. 나에겐 선생님도, 선배도 없다. 나에게 여성적 모국어의 전범은 없다.”(<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고 말한 바 있는데요. 그의 치열한 고민 끝에 탄생한 작품들은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주체로서 발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가을에는 여성 서사를 다룬 여성 시인의 시집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천경자와 나혜석을 만나다 


전시 <내 슬픈 전설의 101페이지>는 천경자 작가의 작고 10주기를 맞아 서울 종로구 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그의 채색화 80여점을 한데 모았다고 하는데요. 전시 제목은 올해가 천경자가 탄생한 지 101년째가 되는 해임을 상기시키며 그의 작품 세계를 총망라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천경자보다 먼저 화가이자 여행가, 페미니스트로 활동했던 나혜석 작가의 전시도 현재 진행중인데요.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시립미술관 ‘머무르는 순간, 흐르는 마음’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수원시립미술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나혜석을 비롯해 작가 13명의 작품 55점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두 작가 모두 작품 활동을 위해 국내외로 활발히 여행을 다녔다고 해요. 🧵시대를 앞선 여성 여행자라는 공통점이 보입니다. 그림을 향한 열정, 그리고 그들의 자유로움을 전시를 통해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 새 간판을 건 여가부.. 무척 걱정되는 점도 많지만 우선 지켜보아야겠지요. 책 추천 감사합니다, 연휴 동안 읽어봐야겠어요.

👀 From.Flat 

📣 연휴 전 레터에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연휴 동안 인천 아라서해갑문에서 충주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겠다는 계획이 있었는데요... 비가 계속 오는 바람에 원래는 중간 도착지로 삼았던 여주에서 여정을 마무리했답니다😂😂(사실 충주까지 더 갈 수 있지 않았을까...싶은 미련...) 

출발 지점에서부터 솔로 라이더~두세명이 모인 그룹을 참 많이 볼 수 있었고 심지어 개중엔 외국인도 꽤 많았는데요. 저희 셋 다 특이하다고 느꼈던 건 저희처럼 젊은 여성만으로 구성된 자전거 팀을 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걸어서 춘천까지 가는 두 분은 봤지만요.

평소에 라이딩을 하면서도 종종 느끼는 것이지만 제 또래(30대 중반) 이상의 연령대에선 여성 라이더가 혼자든 같은 여성끼리든 종종 보이는데 오히려 그 이하에선 찾기가 쉽지 않네요. 혼성 그룹은 많이 봤고요. 제 친구는 "애초에 자전거를 1시간 이상 타는 여자가 잘 없다"고 그러더라고요. 정말 그런건지... 아웃도어씬에 여성 그룹이 적다는 건 해외에서도 종종 나오는 이야기인데 이번에 장거리 라이딩을 처음 해보며 실감했답니다. 언젠가 이 현상(?)도 다뤄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다시 여주에서 출발할 날이 오겠죠? 입주자님은 연휴를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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