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칼럼을 시작합니다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 동물보호법 제1조에서 말하는 이 법의 목적입니다. 동물 대신 길고양이를 넣으면 캣맘들이 활동하는 이유와 다를 바 없습니다. 법이 권장하는 일을 하면서도 왜 많은 캣맘들은 죄를 짓는 것처럼 눈치를 본다고 말하는 걸까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은 불법이라는 호통에 사료그릇을 치우면서 안절부절했던 경험, 아파트 곳곳에 설치된 불법통덫을 보고 덜컥했던 기억, 몇 달을 돌보던 냥이가 쥐약을 먹고 죽었을 때의 충격, 그리고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길고양이를 둘러싼 반복되는 갈등을 개선하기 위해 고보협은 보다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 합니다. 이번 달부터는 <온정칼럼>을 발행합니다. 길고양이와의 평화로운 공존이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문제에 대한 법률적 상담이나 전문가 의견을 실을 예정입니다. <길고양이와 사는 法>을 찾고 알리는 활동에 함께 해 주세요.

'온정'은 고보협 온라인 정책단의 줄임말입니다. 길고양이 돌봄과 관련하여 고보협 고문변호사나 정책팀과 함께 고민하고 싶은 내용이 있으시면 kopc@catcare.or.kr로 이메일을 보내주세요. 이메일 제목 앞에 [온정칼럼]이라고 적어서 보내주시면 됩니다.
길고양이와 사는 法  # 1
Q
저는 캣맘입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 관리사무소가 임의로, 또는 대표자회의를 통해, 또는 아파트 관리규약으로 길고양이 사료급여를 금지하려고 합니다.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A
안녕하세요. 고보협입니다.

먼저,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것은 대한민국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 권리입니다. 배고픔과 추위에 떨고 있는 길고양이에게 연민을 느끼고 돌보고 공생하려는 노력은 윤리적인 행동입니다. 이는 대한민국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 행복추구권, 일반적 행동자유권 그리고 제19조 양심의 자유로 보장되는 기본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캣맘으로서의 권리, 아파트 주민으로서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제한하려는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이 적합해야 하며, 권리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를 법적으로는 법률유보주의, 비례성원칙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다거나, 아파트 주거생활의 안전이나 질서를 해친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는 한, 캣맘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는 없는 것입니다. 

일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길고양이 개체수 증가, 소음, 사료의 부패, 차량 훼손 등을 이유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가 피해를 준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입증이 되지 않았으며 사실과 다릅니다. 오히려 캣맘이 길고양이 TNR을 포함하여 일정한 곳에 급식을 주고 주변을 관리함으로써 길고양이 개체수를 조절할 수 있고 아파트 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측면이 있어 공공의 이익에 기여하는 측면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캣맘의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의 직접적인 법률의 규정은 없습니다. 오히려 동물보호법의 입법 목적과 개정 취지, 규정 내용을 살펴보면, 길고양이는 유실, 유기동물에 해당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호, 관리 대상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길고양이를 학대하거나, 불법포획하는 것은 당연히 금지되며, 길고양이 TNR을 포함하여 돌보는 행위는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행위로써 오히려 권장되어야 합니다.

한편, 아파트의 관리규약으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할 수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아파트 관리규약은 공동주택의 입주자등을 보호하고 주거생활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입주자등이 정하는 자치규약입니다. 이는 「공동주택관리법」으로 의율되고 있는데, 이 법에서는 지자체에서 공동주택의 관리 또는 사용에 관하여 준거가 되는 관리규약의 준칙을 정하도록 하고 있고, 입주자등은 이 준칙을 참조하여 관리규약을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법 제18조). 또한 이 관리규약은 시장 ․ 군수 ․ 구청장에게 신고해야 합니다(법 제19조). 그런데 지자체에서 정하고 있는 관리규약준칙에는 길고양이에 대한 먹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이 없습니다. 다만, 아파트 관리규약은 자치규약이기 때문에 공동 주거생활의 질서유지를 이유로 입주자등에게 일정한 의무를 규정할 수 있는데, 이러한 의무 규정은 합목적적인 정당성, 즉 공동생활의 질서유지라는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가 아파트 주거생활의 질서나 안전을 해친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는 상태에서 캣맘의 권리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상위법령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에서 캣맘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고 길고양이에 대한 사료급여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법적인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캣맘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므로 위법합니다. 이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대표자회의 또는 아파트 관리규약으로도 제한할 수 없는 권리입니다.

다만, 캣맘도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입주자로서 권리를 주장하고 설득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의무가 있습니다. 길고양이 급식소를 일정한 곳에만 두면서 관리를 할 필요가 있고, TNR을 통해 길고양이와 적정하게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글쓴이: 장서연(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한국고양이보호협회 고문변호사) -- 은실이, 복실이, 성실이 세 마리의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 세상이 길고양이와 캣맘들에게도 좀 더 따뜻한 세상이 되길 바라며 동물권 관련 일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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