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깊게] 농어업 계절 근로 제도 개선(이라 쓰고 몸부림이라 읽는다) [더 깊게] 농어업 계절 근로 제도 개선
(이라 쓰고 몸부림이라 읽는다)
Wit.ness Weaver 소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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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업 계절근로 E-8 비자를 아시는가요?
농어업은 제조업과 노동의 형태가 필연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농한기(휴어기)가 있고, 집약적으로 인력이 필요한 시기(파종, 수분, 수확기)가 짧고 예측하기 어려우며,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제조업을 기준으로 연중 상시 노동력 제공이 필요하고 가능한 제조업을 기준으로 설계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고용허가제 비전문취업비자 E-9 제도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노동자들에게도 사용자인 농민들에게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런 배경 아래 2015년 무렵 농어업 계절근로 E-8 제도가 시범적으로 도입되었고, 코로나 사태가 확대되던 2020년부터 전국 지자체에서 본격적으로 시행이 되었으며, 2023년부터는 농업뿐만 아니라 어업에서도 계절근로 이주노동자의 유입이 급증하였습니다(농어업이기에 전남에서 더 그렇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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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사람이 오는 일인데, 법적으로 어떤 기본적인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고용허가제로 일하는 이주노동자를 위해서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국가법령정보센터 참조)이 있습니다. 계절근로 E-8 비자로 입국하여 일하는 농어업이주노동자의 경우는 어떨까요? 놀랍게도 법률에 아무런 내용이 없습니다. 그저 법무부가 내부적으로 작성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 기본계획' 지침과 각 지자체에서 중구난방으로 만들어낸 조례들이 전부입니다. 별도 법률은 없고, 겨우 관련이 있는 법조문은 단 하나 '농어업고용인력지원특별법 제10조' 뿐입니다.
또한 조례의 명칭을 보면, 농어업 계절근로자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시각을 알 수 있는데요.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농촌인력난 해소를 위한 지원조례, 농촌 인력지원에 관한 조례, 계절근로자 지원에 관한 조례, 농어업 일자리 지원 및 활성화 지원 조례' 전부 인력난 해소의 도구이거나 지원할 대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지자체 조례 내용은 그 내용 자체가 조문 10여개 안팎의 빈약한 내용입니다.
이런 시각은 국무총리실이 2024. 6. 20. 발표한 '산업 수요 맞춤형 외국인력 관리체계 마련'과도 같은 맥락이지요. 지역 소멸을 '해결'하고, 노동력을 '해결'할 도구로서, 똑똑하고 안전한 이주노동자만을 싼값으로 쉽게 데려오고, 쉽게 쫓아내도 문제 안 되게 하겠다는.... 정부의 속셈. 그리고 그 속셈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저조차도 아주 자유롭다고 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제 안에도 편견이 도사리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법률에 아무런 근거 없이 지침에 의거하여, 오로지 '이탈률'을 낮추는 데에만 급급한 방식으로 계절근로제도가 도입되고 시행되다 보니, 사람장사하는 브로커를 통한 이탈보증금, 송출비용 증가, 여권과 통장 관리, 수수료를 가장한 불법적 임금공제 문제가 반복되고 있고 사실상 대한민국 정부가 이를 묵인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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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시나요?
이탈보증금, 수수료, 여권과 통장 관리 이런 것들은 모두 인신매매방지의정서(대한민국 비준동의함), 인신매매피해자보호법, 인신매매등피해자 식별 및 보호에 대한 지표 고시(여성가족부고시 제2023-13호)에 따라 인신매매의 한 범주라는 것. 그리고 인신매매는 범죄피해자가 동의하였다 하더라도 범죄가 성립한다는 점(인신매매방지법 제4조 제1항).
동행은 올해 초 2024. 1. 18. 전라남도 H군에서 농업 계절 이주노동자로 일하면서 착취 피해를 입은 당사자를 구출하여 형사고소 하면서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와 함께 전라남도 및 지자체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관련 기사 클릭), 이후 W군, B군, J군에서 비슷한 문제를 가진 피해자들을 지원해 왔습니다.
대부분의 당사자들은 결국 문제 제기를 포기하고 본국으로 돌아갔고, 현재 4명의 당사자만이 여러 가지 위험 (본국에서 받게 될 불이익)과 비용을 감수하면서 한국에 남아 문제제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부조리한 상황이 언젠가 바뀌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당사자 인터뷰 클릭).
동행은 당사자들에 대한 개별적 법률지원을 넘어 관련 법제도를 개선하고자, 대한변협 이주난민TF의 계절근로자 대응팀과 결합하여 관련 '농어업고용인력지원법' 개정안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정도에 이를 수는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보장하기 위한 내용 및 농어업 이주노동자들이 인권침해를 당하였을 때 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망도 담아보려고 하였습니다.
개정안 초안을 가지고 지난 2024. 12. 3. 임미애 의원실과 면담을 하였는데요(사진은 당일 낮 국회 전경). 계엄 때문에 허사가 될까 마음 졸였으나 국회가 다시 정상화되어 1월 중하순 정도에 관련 토론회도 개최될 듯합니다.
모든 이들이 탄핵과 정치에 눈을 향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일이지요. 그러나 지역의 농어업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묻히거나 더디 전해지게 될까 염려도 되는 요즘입니다. 동행은 지역에서 탄핵 너머의 농어업 노동 인권 현장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관련한 작업을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예정입니다. 탄핵 너머, 지역 너머, 농업 그리고 그 너머의 목소리도 귀를 열고 들어 주세요. 토론회 이후 다시 소식 전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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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법적인 조력자를 넘어 세상을 향한 첫걸음에 함께하는 ‘동행’이 되고 싶습니다. |
E-mail: companion.lfp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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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된 일러스트는 Lazypink Whale(신주욱)의 작품이며, 일러스트와 로고 저작권은 '동행'에게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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