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친배우미, 안녕하신가요?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는 여름입니다. 옆 나라 중국은 홍수로 5,000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해요. 우리나라도 곳곳에 피해가 많아 마음이 무거운데 부디 상황이 나아지기를 빕니다. 오랜만에 마친배우미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SAA와 유명상에 이어 세 번째 ‘마친배우미, 안녕하신가요?’의 주인공은 손아용입니다. 한배곳 1기를 마친 후 스위스 바젤디자인학교에서 학위 연계과정을 마치고 귀국해 작년에는 배곳에서 수업을 가르치기도 했었죠! 개발하는 디자이너의 삶을 살고 있는 아용의 이야기를 들으러 저 멀리 강남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용, 만나서 반가워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요즘은 일만 하는 것 같아요. (웃음) 하하. 보통 어떤 작업을 해요? 이전에는 인쇄 기반의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했지만, 요즘에는 웹 기반의 디자인과 개발을 주로 하고 있어요. 하나의 웹사이트를 제작하는 일에는 기획부터 디자인, 제작까지 여러 분야의 지식이 필요하답니다. 눈으로 보이는 웹사이트의 겉모습을 프론트 엔드라고 하고, 관리자가 관여하는 웹 사이트 뒤의 구조적인 부분을 백 엔드라고 하는데요. 기본적으로 디자이너, 퍼블리셔, 개발자가 존재하고, 실제 업무를 토대로 세분화하면 기획자, 편집자, UI·UX 디자이너, 프론트 엔드 개발자, 백엔드 개발자가 필요해요.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의 다양한 콘텐츠를 다루기 때문에 사진, 영상, 일러스트레이션 등의 작업에 능숙해야 하고, 개발자는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하죠. 그중 아용이 맡고 있는 건 어떤 거죠?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다요. 디자인을 하면서 프론트 엔드와 백 엔드 개발을 함께 병행하고 있어요. 놀랍네요. 말로만 듣던 ‘개발하는 디자이너’인데요? 그것 때문에 지난 1년간 고민이 많았어요. 처음에는 제가 코딩을 할 수 있고, 디자인도 할 수 있으니 제가 원하는 디자인을 직접 개발해 구현하는 편이 더 수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 자신을 갈아 넣어서라도 제한된 시간 안에 혼자 다 끝내야 한다는 의무감이 강했어요. 근데 몇 번 진행하다 보니까 바로 이게 문제더라고요. 저한테 웹사이트를 의뢰하는 분들은 제 디자인이 좋아서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개발자의 몫을 함께 하다 보니 정작 제가 디자인보다 개발에 시간을 더 많이 쓰게 되는 거예요. 뭔가 앞뒤가 바뀐 느낌이 들었죠. 그럼 함께 협업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게 중요하겠네요. 이제는 모든 작업을 제가 다 하지 않고 일을 쪼개서 분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아직은 그 분배의 대상이 개발이 아니라 디자인이에요. 제가 디자인을 배웠고 디자이너를 상대적으로 많이 아니까 적절한 개발자를 찾는 것보단 해당 프로젝트에 어울리는 디자이너가 누구인지 생각해서 함께 협력하는 게 더 효율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현재 개발은 제가 맡으면서 적절한 디자이너와 일을 나눈 후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디렉팅을 하고 있답니다. 스튜디오의 규모가 커지면 여러 개발자와도 협업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개발하는 아트 디렉터가 됐군요. 제가 개발을 하다 보니 디자이너의 특성이 더 명확하게 보이는 것 같아요. 눈에 보이는 영역에 집중하는 프론트 엔드 디자이너와 웹사이트의 뒤까지 생각하며 디자인하는 백 엔드 디자이너와 일했을 때 각각 어떤 어려움이 발생하는지 몸으로 느끼고 있거든요. 그래서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와 더 깊게 소통하면서 이를 자연스럽고 쉽게 끌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에요. 아용은 바로 PaTI 한배곳 1기 출신이죠? PaTI와 어떻게 연을 맺게 됐는지 궁금해요. 계기는 입학설명회였어요. 하자센터에서 했는데 PT 내용을 들어보니 너무 재미있을 것 같은 거예요. 입학하자마자 자기가 쓸 책걸상을 직접 만들고, 학생보다 선생님이 많고, 도제식 교육을 하고... 꿈의 학교처럼 환상적으로 들렸어요. 그래서 2박 3일 입시 워크숍을 신청했어요. 워크숍을 하면서 지원자들과 함께 지냈는데 곧 같이 학교를 다닐 수도 있는 친구들이란 사실이 너무 좋은 거예요. 사람들이 원래 집단으로 있으면 무심결에 서로를 따라 하려고 하는데 그 친구들은 다들 자기 개성이 강해서 남과 다르고 비슷하지 않았어요. 이런 친구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면 굉장히 신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다행히 워크숍에서 떨어지지 않아 입학 허가를 받게 됐고 곧 등록해서 한배곳 1기로 시작하게 됐어요. 배곳을 다녀보니 처음에 느꼈던 환상이 여전하던가요? 스승들의 열정이 정말 놀라웠어요. 에너지가 느껴졌죠. 예를 들어, 아침에 시작해서 오후에 끝나는 수업인데 자연스럽게 밤늦게까지 연장해서 수업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어요. 이게 선생님 고유의 특성이라기보다는 학교 전체에서 에너지가 계속 분출되는 것 같았어요. 특히 스승들은 수업에서 기존에 가지던 고정관념을 깨는 시도를 많이 했는데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배곳에서의 4년은 고정관념을 없애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어떤 고정관념이 사라지게 됐죠?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되었죠. 보통 잘 그린 그림이나 잘 만든 디자인이라고 하면 노력과 시간을 많이 들일수록 그 수준이 높아진다고 생각들 하잖아요.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좋은 창작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사회적으로 만연하고 또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개념인데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예를 들어 그림을 그리면 투시가 맞아야 하고 글자를 그리면 모눈종이를 벗어나지 않는 종류의 고정관념 말이죠. 스스로를 소개할 때 남들보다 잘하는 능력을 내세우고,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만 그래픽 디자인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고정관념, 다수로부터 인정받는 방식이 옳다는 생각이 사라졌어요. 만점이나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는 것, 모든 사람은 각자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그 사람이 가장 빛나는 지점은 각기 다르게 존재한다는 것과 사소한 일도 꾸준히 한다면 그 사람이 지닌 특별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죠. ‘Cox Tree’, 2015 배곳 생활이 행복했겠네요. 네. PaTI에서는 여러 창작활동을 다 해보잖아요.. 가구를 만들고, 공간을 꾸미고,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고, 옷도 만들고, 글자도 그리고. 보통 나이가 어리면 자신이 어떤 부분에 흥미를 가지는지 정확히 알기 힘든데 다양한 활동을 통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찾을 수 있는 게 좋았어요. 아용도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찾았나요? 어떤 걸 싫어하는지 더 빨리 알게 됐죠. 하하. 예를 들어 사진 촬영은 재미있는데 내 체력이 받쳐주지 않는구나, 만화나 애니메이션도 제작하는 건 재미있는데 스토리보드 짜는 일에는 큰 흥미가 없구나, 가구 제작과 공간 인테리어도 재미있지만 내 관심사의 우선순위에서 좀 떨어지는구나, 글자도 만들어보니 좋았지만 내가 글자를 만드는 데 탁월한 솜씨가 없으니 원래 있는 서체를 잘 골라 써야겠다, 뭐 이런 걸 알게 된 거죠. 아, 영상도 화려하고 재미있어 보여서 수업에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생각보다 마음이 두근거리거나 즐거움이 오래가지 않더라고요. 그러면 아용은 어떤 게 자신에게 맞던가요?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해보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이것저것 모두 다 좋아하지만 어떤 것 하나를 깊게 파는 게 제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이었어요. 오히려 기획을 하고 해당 부문에 재능 있는 사람들과 협업하면서 결과물을 만드는 게 제게 맞는 작업론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런 기획자, 디렉터 역할을 하려면 결국 많이 알아야 하니까 수많은 수업들을 들으며 겪었던 다양한 경험이 제겐 커다란 기회였고 즐거움으로 기억되는 것 같아요. PaTI에서의 시간이 큰 기쁨으로 남은 것 같은데 혹 단점은 없었나요? 하나의 콘셉트를 가지고 담금질하며 완성도 있는 작업으로 승화시키는 기회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워낙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느라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었던 것도 알고 있어요. ‘손김건설’ 과자집짓기 키트 - 산장, 목장 편, 2015~2017 <PaTI 마침보람맺음전 2017> 공식 포스터, 2017 아용은 학위 연계과정을 통해 바젤디자인학교에서 수학했죠? 제가 가기 전 먼저 더배곳에서 한 명 다녀왔었고요. 그 후 한배곳에서는 저와 다른 친구, 이렇게 두 명이 처음이었어요. 1년을 바젤에서 지냈죠. PaTI는 국내에서 인정되는 학위를 취득할 수 없잖아요. 혹 학위가 필요해서 간 건가요? 그건 아니에요. 저는 원래 한배곳에 입학하기 전에도 외국에서 공부를 할까 고민했었기 때문에 학위 문제 때문은 아니었어요. 한국이 아닌 곳에서 생활하며 디자인을 배우고 싶은 생각이 컸어요. 한국과 어떻게 다를까 궁금했거든요. 스위스에 있는 바젤디자인학교에 다녔으니 아용에게 딱 맞는 기회였네요. 저도 궁금해요. 바젤에서의 공부는 한국과 어떻게 다르던가요? 믿기 어렵겠지만 다른 게 하나도 없었어요. 물론 수업 명칭은 다르겠죠. 하지만 PaTI와 바젤디자인학교 간의 교육 과정이 무척이나 흡사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수업을 듣고 배우는 게 새로운 경험이라기보다는 PaTI에서 배운 걸 복습하는 기분이었어요. 다만 바젤은 어떤 콘셉트를 쌓아나가며 작업을 완성시키는 걸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것 같았어요. 조금 더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제가 다녔던 시기의 바젤디자인학교의 특성을 설명드려야 할 것 같아요. 바젤디자인학교는 3년제이지만 파운데이션 과정까지 합치면 4년제에요. 저는 학위 연계과정을 통해 졸업반인 3학년에 편입을 했어요. PaTI의 경우 졸전 준비를 1년 정도 하는데 바젤디자인학교의 경우 3개월에 끝내는 터라 1학기 때도 평상시처럼 수업을 들었죠. 자기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것을 주제로 잡아서 이를 인쇄물, 영상 또는 웹, 타이포그라피로 구현하는 걸 도와주는 스타일로 진행되더라고요. 좀 더 달랐던 건 처음부터 끝까지 놓지 않고 체계적으로 발전시키면서 말 그대로 ‘끝장’을 보는 시스템이었어요. 그래서 작업의 콘셉트가 명확하지 않을 수 없었죠. 바젤디자인학교 졸업 작업 ‘Neutral’, 2018 졸업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는 어떤 점이 다르던가요? 바젤디자인학교는 세 분의 선생님을 한 팀으로 묶은 후 학생들이 각 팀을 선택해 졸업 작업을 진행하는 스타일이었어요. 그래서 작업에 대한 피드백을 각기 다른 세 분에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좋았죠. 보통 담당 선생님이 한 분이면 그의 스타일과 철학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세 분이 함께 참여하니까 다양한 눈으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서 객관적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대화를 통해 아이디어가 풍부히 늘어나기 때문에 선생님이 세 분이라는 건 큰 장점이었죠. 또한 1:1은 면담하는 마음이라서 편할 텐데 1:3으로 진행하니까 긴장이 돼서 준비를 더 확실하게 해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더불어 저의 경우, 선생님 세 분이 담당하는 학생이 총 5명이었는데 매번 저와 선생님들끼리 보는 게 아니라 관련된 학생들이 모두 모여서 함께 발표를 듣고 피드백을 나누는 구조라서 진짜 긴장이 됐어요. 이런 PT를 졸업 작업 마무리할 때까지 7번은 넘게 한 것 같아요. 거의 2주에 한 번씩 만나서 말하다 보니 똑같은 말을 하는 것처럼 보여도, 계속 말을 해야 하니까 콘셉트가 명확해지지 않으면 작업 진행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이었죠. 게다가 작업만 끝난다고 졸업이 되는 게 아니거든요. 영어 또는 독일어로 작업에 대한 글도 써서 제출해야 해요. 내가 왜 이 주제를 탐색해야 하는지에 대해 언어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야 하는데 익숙지 않은 외국어로 논리를 펼쳐야 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럼 바젤디자인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게 언제인가요? 2018년 여름에 졸업을 했고 한 달 정도 있다가 한국으로 바로 돌아왔어요. 2018년 가을부터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한 거네요. 지난 2018년부터 지금까지 어떤 작업을 했는지 궁금해요. 귀국했을 때부터 여러 가지 일을 했어요. 구슬모아당구장 전시 그래픽도 하고,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 구글과도 일을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왜 나한테 일을 줬을까 의아한 생각도 드는데, 개인적으로 예상해보면 PaTI에서 했던 작업을 보고 저랑 일하면 뭔가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연락을 한 것 같아요. 그래서 바젤에서 학위를 따긴 했지만 실제 제가 상업적인 일을 하게 된 계기는 스위스에서 딴 학위랑 전혀 관련이 없기 때문에 학위의 중요성에 대한 생각이 더욱 없어지게 되었답니다. 그 후로도 일은 꾸준히 하게 됐어요. 각종 그래픽 작업과 웹사이트 작업들. 어릴 때부터 코딩에 관심이 많아서 웹사이트를 만들곤 했는데 이건 제 주변 사람들 정도만 알고 있어서 알음알음 일이 들어왔죠. 재미있는 건 이제 전체 일에서 그래픽은 10%, 나머지 90%는 웹사이트 관련이에요. (좌) 구슬모아당구장 <굿즈모아마트> 전시 포스터, 2019 (우) ‘겨울의 수박’, 전주국제영화제 <100 Films 100 Posters>, 2019 ‘Background’, <Open Recent Graphic Design>, 2019 (사진: 김경태, ORGD 제공) 아용은 작년 PaTI에서 강의도 맡았었죠? 박찬신, 민구홍 스승과 함께 웹사이트 만드는 수업을 했어요. 수업 이름은 ‘스크린 베이스’. 자기가 어떤 웹사이트를 만들고 싶은지 관심사를 찾고 그 안에서 주제를 정한 다음 구현하는 수업이었죠. 그 결과를 아카이브 봄에서 <새로운 질서>라는 이름으로 전시하기도 했어요. 수업을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어요? 학생들을 보는 데 다 저 같더라고요. 이 아이는 저의 어떤 모습, 저 아이는 저의 이런 모습 등 저를 여러 명으로 쪼개서 보는 느낌이랄까요. 수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경험을 쌓아서 좋았고, 일을 하다 보면 매번 보는 사람이 정해져있는데, 완전히 새로운 사람들과 수업에서 만나니까 자극도 되고 좋았어요. 특히 수업 들은 배우미와 나중에 같이 일을 하기도 했답니다. 뿌듯했어요. 배우미 생활을 하고, 스위스에 다녀와서, 배곳에 스승으로 나타났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개인적으로 제가 남에게 무언가 알려주는 걸 잘한다고 생각했는데요. 여러 사람, 특히 그 대상이 학생일 경우에는 무언가 말할 때 단어 선택조차 굉장히 섬세하게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말 한마디 하더라도 얼마나 신중하게 해야 하는지 통감해서 그런지 지금까지 겪은 선생님들이 얼마나 교육에 노하우를 쌓았는지 감탄하게 되었죠. 배우미들을 만나니 옛 생각이 났을 텐데, 혹 지금이라도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다들 미래에 대해 고민이 많을 거예요. 프리랜서로 활동할지 회사에 들어갈지 등등. 근데 자기 미래에 대해 정확하게 예측하고 준비하는 건 불가능하거든요. 그러니 지금 하는 것에 집중해서 열심히 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웃음) Post Poetics 온라인 스토어 웹사이트, 2020 Nou Nou 웹사이트, 2020 현재 아용이 제일 관심을 가지는 건 뭔가요? 누군가와 함께 일하는 것이 여전히 큰 관심사에요. 디자인을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과 만나는 게 어렵다는 걸 늘 느끼기 때문인지 기회가 된다면 계속 좋은 사람을 알아가고 싶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해주세요. PaTI 스승인 재옥이 제게 했던 말이 계속 기억이 나요. 두 가지인데요. 첫 번째로는, 제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을 꺼냈을 때 “그거 아는 사람 별로 없어요.”라고 말씀하더라고요. 하하. 그 대답이 당시 저를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가게 했어요. 두 번째로는, 지금까지 여러 가지 수업을 듣고 경험한 건 참 좋았지만 현재 웹사이트 중심으로 작업을 하다 보니 다른 전문가들이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너무 부족한 게 아닌지 걱정을 많이 한 적이 있거든요. 그때 재옥이 “아용이 다양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아용만 나타낼 수 있는 결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조언한 적이 있어요. 이런 말들이 제 자신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을 때 큰 도움이 되었는데요. 지금 작업할 때도 여전히 큰 위안이 되고 있어요.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Paju Typography Institute, PaTI)은 2013년 봄, 파주에서 움튼 독립 디자인 학교입니다. 새로운 디자인 교육의 필요성에 동감한 시각 디자이너 안상수와 여러 스승이 꾸린 교육협동조합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지혜와 정체성에 바탕을 두고 무권위와 무경쟁을 지향합니다. 배우미는 스승과 함께 학교를 디자인하며 스스로 뜻한 바를 자발적으로 성취합니다. PaTI는 일반 대학에 준하는 4년제 바탕 과정 ‘한배곳’과 대학원에 준하는 2년제 심화연구 과정 ‘더배곳’, 1년 동안 원하는 수업을 듣는 ‘더배곳 진수 과정’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2020.7.31.쇠날 글: 전종현 | 멋지음·빛박이: 박하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