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우리의 일상이 기도가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기도하기 위해 깊은 산속 기도원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물을 떠놓고 새벽마다 정성을 쏟지 않아도, 성지를 향하거나 찾아가지 않아도 우리는 기도할 수 있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우리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간다면 그 자체가 기도가 된다는 것입니다.
매일매일 같은 곳을 쓸고 닦는 일의 중함을 가벼이 여기지 말아야지, 매일매일 오가는 길의 풍경을 잘 간직해야지, 때마다 피고 지는 꽃을 한번 더 들여다봐야지, 작은 친절의 힘을 믿어야지, 그것이 기도임을 잊지 말아야지 다짐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신기하고 놀라운 것들이 점점 줄어드는 게 아쉽습니다. 매일 붕붕 떠 있을 수야 없지만 너무 무뎌지는 것은 경계합니다. 그래도 다행히 신비는 계속해서 발견됩니다. 반려견 ‘토르’의 까만 눈동자 안에서, 서로가 베푸는 뜻밖의 친절 속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나의 한계 가운데. 일상의 반복은 축복이고, 반복 가운데 일어나는 변주를 목도하는 찰나는 예술적입니다.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여행의 낭만과 아름다움과 숭고함을 말하다가 ‘습관에 대하여’라는 챕터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전에 이곳에 와본 적이 없는 것처럼 주위를 둘러보”고, “서로 구별할 수 없는 하나의 크고 불그스름한 덩어리 같았던 동네 상점들에게서 건축학적인 개성을 찾아보라”는 것입니다. 먼 땅으로 떠나기 전에, 우리가 이미 본 것, 익숙하게 보아왔던 것에 다시 주목해볼 것을 요청합니다. 이것이 ‘습관’이 되면 우리의 일상은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여러분. 저는 빵을 팔고, 커피를 팔고, 책을 팔며 여러분을 기다리겠습니다. 카페꼼마에서 부디 ‘일상을 여행처럼’ 누리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