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입니다.

🏳️‍⚧️셰어의 2026년 6월 이슈페이퍼 주제는 “트랜스젠더의 재생산정의"입니다.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재생산정의를 어떻게 감각하고 경험하고 있을까요? 트랜스젠더의 정체성과 몸, 관계와 권리를 차별하고 통제하는 사회 속에서 재생산을 둘러싼 욕망과 실행 또한 많은 장벽에 부딪힙니다. 하지만 트랜스젠더는 태어나 살아가고 있고, 자신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결정으로 생물학적 ‘부모’가 되기도 하고, 양육자로도 살아갑니다. 하지만 국가와 사회는 그 경험을 드러낼 수 없도록 만듭니다. 실존하는 관계를 위험에 처하게 만들고 마땅한 권리를 보장하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퀴어 커뮤니티 내부에서도 재생산 욕망을 ‘트랜스젠더 답지 않다’고 보는 낙인이 작동하며, 특정한 욕망과 실천을 가진 이들을 커뮤니티 밖으로 밀어내기도 합니다.  

진석(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은 <무엇을 말하고, 또 말하지 못했을까? : 트랜스젠더의 재생산권에 대한 이야기>글을 통해서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에게 재생산은 오랫동안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점을 짚습니다. 아이를 가질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기도 전에 국가가 먼저 재생산 권리를 포기하도록 강요했기 때문입니다. 진석은 낙태죄 폐지 운동에서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었던 “내 몸은 나의 것(My Body, My Choice)”이란 구호를 상기하며, 이 구호 속에 트랜스젠더의 재생산권을 기입합니다. 재생산정의 운동은 선택권의 문제로 한정될 수 없기에 어떻게 트랜스젠더의 재생산 욕망과 실천이 구조적으로 금지되는지 따져묻고, 이 사회의 미래를 여는 가능성으로서 트랜스젠더의 몸을 사유하게 만듭니다. 

최예훈(셰어 기획운영위원, 색다른의원 원장)은 <트랜스젠더/젠더퀴어/논바이너리(이하 트랜스)의 재생산 욕망과 법적 규제의 현실, 나아갈 방향>을 통해서 ‘성별과 무관하게 임신하고 부모가 되는 일을 가로막는 의학적·법적·사회적 관행’을 어떻게 철폐할 것인가를 질문하면서 트랜스젠더 인권에 대한 증진뿐만 아니라 가족에 대한 인식전환을 요청합니다. 이미 존재하는 트랜스 양육자와 자녀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현실적인 제도를 만들자고 역설합니다. 또한 기존 ‘난임정책’이 트랜스젠더를 배제하지 않을 수 있도록 의료정책 변화를 제안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료정책의 변화는 근-본적으로 트랜지션 과정 전체를 건강권으로 만들어나가며 트랜스의 존재와 권리를 통합적으로 온전히 인정하고 보장해나가는 여정과 나란히 간다는 것을 이해하도록 이끌어줍니다.

호영은 “핵가족의 중력”에서 탈주하는 방법: 소설 <디트랜지션, 베이비> 리뷰를 통해서 트랜스젠더가 트랜지션, 임신과 출산, 친밀한 관계를 구성하는 가운데 부상하는 “문제적 욕망”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트랜지션을 “취소”하기로 결정하는 다양한 맥락, 그 중에서 생식 능력을 “회복”하기로 한 주인공을 다루는 소설을 통해 성별이분법에 도저히 맞지 않는 몸들이 이 세상에 누구를 초대하고 어떻게 서로를 키우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 그릴 수 있습니다. 호영님의 안내에 따라 문학이 제공하는 역량을 통해 우리 사회의 빈곤한 상상력을 키워봅시다. 

셰어는 트랜스젠더의 다양한 재생산 욕망과 실천을 당연히 긍정하고, 마땅한 인정과 지지의 체계를 구축하고, 국가와 사회가 다해야 할 책임을 규정하고 요구하는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이번 이슈페이퍼를 통해 여러분과 함께 트랜스젠더의 재생산정의를 구체적으로 고민해보는 계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세 글을 통해서, 또 앞으로 펼쳐질 셰어의 활동을 통해서 트랜스X재생산에 대한 여러 차원의 대화와 만남, 연구와 활동을 함께 만들어 나갑시다! 
이슈 1

무엇을 말하고, 또 말하지 못했을까? : 트랜스젠더의 재생산권에 대한 이야기

 

진석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한국 사회에서 ‘재생산권’은 종종 여성 의제로만 그려지고는 한다. 물론 그동안 국가가 억압하고 통제해왔던 재생산권, 그리고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권리는 ‘여성’이라는 키워드와 떼놓을 수 없는 이슈이다. 그러나 재생산권, 그리고 임신·출산의 당사자로서의 모습을 ‘여성’으로만 한정짓는 순간 여성이 아님에도 같은 경험을 겪을 수 있는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의 이야기는 쉽게 지워져 버린다. 반대로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이야기할 때에도 재생산권은 종종 후순위로 밀려나고는 한다. 트랜스젠더 당사자가 의료적·법적인 성별 전환 이후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부모가 되고 싶은지, 아이를 낳거나 양육하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는 심지어 당사자 커뮤니티 안에서도 거의 나누어지고 있지 않다."


"재생산정의 운동은 재생산권을 단순히 임신중지나 출산의 선택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1994년 미국의 유색인종 여성 활동가들이 제안한 재생산정의는 ‘아이를 낳을 권리’, ‘아이를 낳지 않을 권리’, 그리고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울 권리’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재생산정의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개인의 선택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선택이 실제로 가능하도록 만드는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조건까지 함께 살펴보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트랜스젠더의 재생산 문제는 단지 의료기술이나 개인적 욕망의 문제가 아니다. 법적 성별을 인정받기 위해 생식능력 포기를 강요받고 있는 현실, 트랜스젠더의 임신과 출산을 상상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 법적 남성의 임신·출산 그리고 트랜스젠더 부모에 대한 제도적 지원의 부재 모두 재생산정의의 문제로 연결된다." 

이슈 2

트랜스젠더/젠더퀴어/논바이너리의 재생산 욕망과 법적 규제의 현실, 나아갈 방향

 

최예훈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기획운영위원

색다른의원 원장


"트랜스에 대한 재생산 금기의 배경에는 성별이분법과 이성애 규범을 중심으로 한 ‘정상가족’에게만 재생산을 허용하는 현실이 있다. 가족이라고 하면 결혼이나 혈연을 중심으로만 상상하기 쉽지만, 가족은 종종 경제적 공동체이거나 상호의존과 돌봄의 공동체, 친밀함의 공동체이기도 하다. 재생산을 경유한 가족을 욕망한다는 것은 나와 세대가 다른 유전적/비유전적 존재와 공동체를 이루고 싶은 욕망이고, 사회적으로는 다음 세대를 재생산하는 의미가 깔려 있다. 이러한 다층적인 욕망이 결혼한 이성애 시스젠더에게만 생기라는 법은 없지만, 현실의 법은 이성애 결혼제도 안으로 가족의 의미를 욱여 넣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트랜스 재생산정의를 위한 의료 정책에 관하여 몇 가지 제안을 덧붙인다. 우선 트랜지션으로 인한 재생산 능력의 상실을 고려하여 정자 및 난자 동결, 가임력 검사, 보조생식기술 지원 등의 난임 지원 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난임의 의학적 기준은 ‘1년간 피임 없이 성관계를 해서 임신이 안되는 경우’로 사실혼이나 법적혼 관계의 ‘난임부부’에 한해서만 난임 시술비를 지원하고 있다. ‘난자, 정자 냉동 지원사업’의 대상이 되는 의학적 사유에도 트랜지션으로 인한 ‘영구 불임’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가임력 검사 지원도 법적 성별에 따라 ‘여성은 난소기능검사, 부인과 초음파, 남성은 정액검사’로 지원 항목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성별정정을 마친 트랜스는 어떤 혜택도 받을 수 없다. 호르몬요법, 외부성기수술과 같은 의학적 트랜지션에 대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이와 같은 재생산 관련 정책에서도 트랜스는 철저히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혼인 여부나 성별 정체성, 성적 지향 등에 관계없이 난임 정책의 지원 범위를 확장하고 나아가 건강보험에 재생산 관련 검사나 시술이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 한편 현재 건강보험 시스템에서는 법적 성별과 맞지 않는 신체 기관의 질병이나 처치를 할 경우에 청구 오류가 발생한다. 위와 같은 지원이 가능하려면 성별에 관계없이 현재 가지고 있는 신체 기관에 따라 필요한 검사와 처치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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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핵가족의 중력”에서 탈주하는 방법: 소설 <디트랜지션, 베이비>

호영
(한국어와 영어를 오가며 번역하고 글을 쓴다.
각주 애독자. 산문집 『전부 취소』를 썼다.
웹사이트: hoyoung.info)

 

"미국의 트랜스젠더 여성 소설가 토리 피터스가 지은 <디트랜지션, 베이비>는 트랜스젠더와 퀴어들에게 좋게 말해 난감하고 나쁘게 말해 원한을 불러일으키는 주제 두 가지를 전면에 내세운 소설이다. ‘디트랜지션’이란 지정성별이 아닌 젠더로 트랜지션해 살아가던 사람이 다시 지정 성별로 살아가겠다고 결정해 삶의 형태를 바꾸는 일을 가리킨다. 타임머신이 개발되지 않는 한 이 세상 누구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므로 ‘되돌아간다’는 표현은 알맞지 않지만, 트랜스젠더에 적대적인 이들은 디트랜지션을 선택하는 개개인이 있다는 사실을 트랜지션이 이성을 잃은 정신병자의 충동적인 선택일 뿐이라는 주장에 동원하곤 한다. 물론 디트랜지션을 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런 트랜스 혐오가 만연한 사회다. 2021년 미국에서 발표된,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젠더 다양성 인구 2만 7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디트랜지션의 크나큰 동인 중 하나가 가족에 의한 압박과 사회적 낙인이라 밝혔다. 놀랍지 않은 결과다. 어쨌든 일부 트랜스/퀴어 공동체 또는 운동 진영은 ‘디트랜지션’이라는 현상이 자긍심 서사, 또는 ‘트랜스젠더가 되면 마침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는 정치적 수사에 도움이 되지 않기에 디트랜지션에 대해 ‘시스들이 들을 수 있는 곳에서’ 굳이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미국의 상황도 이러한데, ‘트랜스젠더’가 뭔지 얘기해보려는 시도가 수십년 째 되풀이되고 있는 듯한 대한민국에서 ‘디트랜지션’은 너무 앞서가는 주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토리 피터스는 커뮤니티 안에서도 터부시되는 이 주제를 속도감 넘치는 로맨틱 코미디를 즐기는 독자라면 누구나 울고 웃으며 읽을 수 있는 대중소설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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