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F&B 브랜드 생존법 2. 무대 밖으로 나온 뮤지컬
- 한국 7대 에스프레소바는 다 어디로 갔을까?
-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무대 밖으로 나온 건
- Picked_ '경험의 던전이 된 남대문 시장'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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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티클 3문장 요약
- 김해에서 우연히 발견한 짹짹커피의 ‘전국 7대 에스프레소바’라는 타이틀은 공식 순위는 아니었지만, 고객에게 매장을 방문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효과적인 브랜딩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 한때 유행했던 에스프레소바에 대한 관심이 식은 뒤에도 나머지 여섯 곳은 전문성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매력을 더하고, 아예 업종을 전환하는 등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기 위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 이처럼 반짝 트렌드가 지나간 뒤에도 살아남으려면 해당 분야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거나 새로운 강점을 더하고, 고객과 만날 접점을 넓히는 등 지속적으로 선택받을 이유를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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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온 건지 추적해 봤습니다
추석 연휴 중 우연히 들르게 된 김해. 수로왕릉 앞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카페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짹짹커피라는 귀여운 이름을 가진 이곳은 ‘전국 7대 에스프레소바’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있었는데요. 안 그래도 커피 한 잔이 당기던 저는 ‘전국 7대’라면 꽤 유명한 곳인가 보다 싶어 자연스럽게 이곳을 선택하게 됐죠.
평소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유명하다니 한 잔 주문하고 기다리다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왜 흔히 보이는 3대나 5대가 아닌 7대였을까? 7대 에스프레소바 중 나머지 여섯 곳은 어디일까? 약간은 시답잖은 궁금증이었는데요. 처음에는 구글링을 잠깐 하면 금방 답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무리 검색해도 출처가 명쾌하게 나오지 않는 겁니다. 오히려 ‘7대 에스프레소바’라는 간판을 보고 짹짹커피를 찾은 사람들의 후기만 가득했죠. 타이틀의 출처는 모호한데, 정작 이를 활용한 브랜딩은 훌륭하게 작동하고 있었던 겁니다. 더 흥미로운 건 이곳을 제외한 다른 매장들은 이렇게 효과적인 타이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고요.
한참을 뒤진 끝에 마침내 유력한 단서를 찾았습니다. 2022년 여성동아에 실린 한 기획 기사였는데요. 당시 전국에서 주목할 만한 에스프레소바 일곱 곳을 소개한 콘텐츠였습니다. 별도의 순위를 매기거나 엄격한 심사를 거친 리스트는 아니었던 거죠. 그제야 다른 에스프레소바들이 왜 ‘7대’라는 타이틀을 적극적으로 내세우지 않았는지도 조금은 이해가 됐습니다. 애초에 순위를 매긴 것도 아닌 만큼, 그저 여러 언론 보도 중 하나로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짹짹커피는 ‘전국 7대’라는 타이틀을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언론에 소개됐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매장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이곳을 방문할 만한 이유를 제시하는 거죠. 실제로 저 역시 그 타이틀에 이끌려 에스프레소를 주문했으니까요.
다른 여섯 곳은 어떻게 됐냐면요
이제 제 관심은 나머지 여섯 곳으로 옮겨졌습니다. 과연 이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요? 한때 유행했던 에스프레소바가 지금은 예전만큼 주목받지 못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미 사라진 곳도 꽤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찾아보니 예상과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짹짹커피가 기막히게 활용했던 기획 기사가 나온 건 2022년. 당시만 해도 에스프레소바는 대세로 올라서는 듯했습니다. 실제로 네이버 검색량을 보면, 에스프레소바는 2021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해 2022년 상반기에 관심이 정점을 찍었거든요. 하지만 이후 검색량이 빠르게 줄어들며 대중의 관심에서도 멀어지는 모습을 보였죠.
그래서인지 여섯 곳 중에는 아예 다른 업종으로 전환한 곳도 있었습니다. 바렌나는 바스크하우스라는 이름의 치즈케이크 전문점으로 탈바꿈했죠. 하지만 나머지 다섯 곳은 모두 기존 브랜드를 유지하며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에스프레소바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의외의 결과였죠.
특히 각자가 브랜드의 경쟁력을 키워온 방식이 다채로운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에스프레소를 넘어 베이커리 성격을 강화한 춘천의 오이트부터, 오션뷰와 공간 경험을 앞세워 로컬 목적지로 자리 잡은 까사부사노, 프랜차이즈로 사업 영역을 넓힌 프랭크커핀바까지. 에스프레소라는 고유한 성격은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매력을 더하거나, 더 많은 고객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늘리고 있었죠.
반면 기존 에스프레소바의 전문성을 더욱 뚜렷하게 이어가는 곳들도 있었습니다. 카페 델 꼬또네는 성수, 북촌, 강남구청 등 서울의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장해 왔고, 딥커피로스터스 역시 대구를 중심으로 에스프레소 전문점의 정체성을 이어가고 있었는데요. 이들은 비교적 유동 인구가 많고 구매력이 높은 대도시에서 출발했다는 공통점이 있었죠.
이렇게 놓고 보니 짹짹커피의 ‘7대 에스프레소바’ 전략은 더욱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짹짹커피 역시 매장을 늘리고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며 사업을 확장해 왔지만, 그 과정에서도 ‘전국 7대’라는 타이틀을 꾸준히 활용하고 있었거든요.
짹짹커피의 출발점은 거제였습니다. 지역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까지 끌어들이려면 일부러 찾아갈 만한 이유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을 텐데요. ‘전국 7대 에스프레소바’라는 타이틀은 그런 방문 동기를 만들어주는 효과적인 장치였던 셈입니다.
더욱이 에스프레소바 트렌드가 저문 뒤에도 이 타이틀은 여전히 새로운 고객의 관심을 끄는 데 활용되고 있었고요. 그사이 지점까지 늘리면서 이제는 거제의 한 매장뿐 아니라 더 많은 곳에서 고객과 만날 수 있는 구조도 만들어냈습니다.
대표가 되거나, 변주를 줘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연히 발견한 입간판 하나에서 시작해 ‘전국 7대 에스프레소바’를 추적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 사실 에스프레소바가 그랬듯, 하나의 트렌드가 뜨고 지는 일은 생각보다 자주 벌어집니다. 특히 F&B 업계에서는 더욱 빈번하게 일어나고요. 때로는 이러한 흐름에 따라 브랜드의 흥망성쇠가 결정되기도 하죠. 그런 점에서 짹짹커피를 포함해 살아남은 여섯 곳의 에스프레소바는 반짝 트렌드가 지나간 뒤에도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 남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잘 보여줍니다.
우선 트렌드가 식더라도 그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면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제 에스프레소바를 일부러 찾아다니지 않을 수 있지만, ‘전국 7대’라는 타이틀에는 여전히 한 번쯤 관심이 갑니다. 어떤 트렌드든 그 분야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기억된다는 건 그만큼 의미가 있는 일이죠. 물론 꼭 특별한 타이틀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꾸준히 전문성을 쌓아 해당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아무리 작은 시장이라도 그 안에서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는다는 건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니까요.
또 하나는 특정 유행에만 기대지 않고 여러 자산을 함께 쌓는 일입니다. 만약 에스프레소라는 메뉴 하나와 당시의 트렌드에만 기대고 있었다면 다른 에스프레소바들도 지금처럼 살아남기 어려웠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들은 로컬의 감성과 공간 경험을 강화하거나, 베이커리 같은 새로운 메뉴를 더하며 여전히 고객에게 선택받고 있습니다. 상당수는 오히려 지점을 늘리며 사업을 확장했고요. 물론 바렌나처럼 기존 카테고리를 벗어나 아예 새로운 콘셉트로 전환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접근성입니다. 이들 중 상당수가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자산을 바탕으로 점포를 늘려왔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트렌드가 한창일 때는 새로운 경험을 찾아 고객이 브랜드를 방문하지만, 그 관심이 잦아든 뒤에는 브랜드 스스로 더 많은 고객과 만날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점포를 늘려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죠. 결국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고객이 이를 쉽게 만날 수 있도록 접점을 늘리는 일도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생각해 보면 제가 짹짹커피를 찾은 이유도 에스프레소가 좋아서가 아니었습니다. 우연히 발견한 ‘전국 7대’라는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죠. 유행이 한참 지난 뒤에도 누군가의 발길을 이끌어낼 이유가 남아 있다는 것. 어쩌면 브랜드가 오래 살아남는 비결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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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읽은 이야기가 흥미로우셨나요? 매주 수요일, 커머스와 브랜드의 변화를 한발 먼저 읽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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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무대 밖으로 나온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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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티클 3문장 요약
- 한국 뮤지컬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일부 인기 공연에 매출이 쏠리고 있어, 앞으로는 기존 팬덤을 넘어 공연을 자주 보지 않던 새로운 관객까지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습니다.
- 이에 〈디어 에반 핸슨〉은 책을, 〈헬스키친〉은 음악을 활용해 공연장 밖으로 나섰고, 사람들이 평소 즐기던 취향과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작품을 발견하도록 만들었습니다.
- 결국 새로운 고객을 만나려면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 상대가 이미 무엇을 좋아하는지부터 살펴보고 그 관심사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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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제안은 처음이었습니다
‘디어 에반 핸슨 뮤지컬 작품 소개 및 구독자 초대 이벤트 제안의 건’.
처음 이메일 제목을 봤을 땐 솔직히 잘못 본 줄 알았습니다. 뮤지컬 공연 초청 제안이라니, 커머스 비즈니스 트렌드를 다루는 뉴스레터 트렌드라이트에는 꽤 뜻밖의 일이었거든요. 그간 많은 제안을 받아봤지만 대부분 경영 서적이나 강연 관련 내용이었으니까요.
물론 감사한 제안을 수락하고 초청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그칠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니 오히려 궁금해졌습니다. 도대체 왜 트렌드라이트에 이벤트를 제안한 걸까? 요즘 뮤지컬 마케팅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단순히 초청 이벤트를 진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과 〈헬스키친〉을 선보이는 에스앤코 측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뮤지컬 업계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왜 공연장을 벗어나 예상치 못한 곳까지 새로운 관객을 찾아 나서고 있는지 들어봤는데요. 공연 마케팅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고민해 볼 만한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새로운 관객이 필요했습니다
사실 한국 뮤지컬 시장의 외형적 성장은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시장이 회복된 이후에도 규모는 꾸준히 커져 왔거든요. 하지만 여전히 고민도 많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일부 흥행 공연으로 매출이 더욱 쏠리고 있다는 점인데요. 실제로 2025년 뮤지컬 상위 10개 작품의 티켓 판매액 비중은 35.7%로 전년 대비 4.7%p 높아졌습니다. 시장이 커지는 와중에도 일부 인기 공연에 대한 의존도는 오히려 높아진 거죠.
뮤지컬 관객 중에는 한 작품을 여러 차례 관람하는 ‘회전문 관객’도 있고, 1년에 한두 번 정도 공연을 보는 관객도 있습니다. 팬덤의 반복 관람은 제작사가 유명 배우를 기용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는데요. 일반 관객의 관심을 끄는 데도 널리 알려진 스테디셀러 작품이 유리할 수 있고요. 이처럼 검증된 배우와 작품에 기대는 방식은 당장의 흥행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여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장기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기존 팬들의 재관람은 작품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반입니다. 다만 여기에만 기대서는 관객층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그동안 공연을 보지 않던 사람들의 첫 관람도 함께 만들어내야 합니다. 나아가 이들이 다양한 작품에도 관심을 갖고 새로운 관람에 도전하면서, 뮤지컬을 꾸준히 즐기는 관객으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하는 거죠.
문제는 이러한 신규 관객의 관심을 얻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어떤 뮤지컬을 볼까’보다 ‘이번 주말에 무엇을 할까’라는 훨씬 넓은 선택지 안에서 공연을 비교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뮤지컬은 다른 공연뿐 아니라 전시와 콘서트, 팝업스토어와 스포츠 등 다양한 여가 활동과 관객의 시간과 비용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셈입니다.
작품을 발견하는 입구를 늘려 나갑니다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과 〈헬스키친〉 역시 새로운 관객을 만나는 일이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더욱이 두 작품 모두 국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스테디셀러는 아니었기에, 어떻게 관심을 끌 것인지 고민이 필요했을 겁니다.
다만 두 작품의 출발점은 조금 달랐다고 합니다. 우선 〈디어 에반 핸슨〉은 2024년 한국 초연을 거쳐 2026년 두 번째 시즌을 맞은 작품입니다. 제작사는 초연 당시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을 받는 등 기존 뮤지컬 관객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인지도를 확보했다고 판단했는데요. 두 번째 시즌의 과제는 이렇게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관객층을 넓히는 일이었던 셈입니다. 기존 관객에게는 다시 볼 이유를, 아직 작품을 접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처음 보러 올 이유를 만들어야 했던 거죠.
〈디어 에반 핸슨〉의 초청 이벤트 제안이 트렌드라이트에까지 오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다양한 여가 활동 사이에서 공연을 선택할 사람을 찾는다면, 새로운 콘텐츠와 경험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도 잠재 관객이 될 수 있으니까요. 제작사는 트렌드라이트 구독자들이 새로운 브랜드와 콘텐츠를 발견하고 경험하는 데 적극적일 것이라고 봤습니다. 초청 이벤트를 통해 ‘이 작품은 조금 궁금한데?’라는 호기심을 만들고, 이를 첫 관람으로 연결하려 한 거죠.
반면 〈헬스키친〉은 한국 초연 작품이었기에, 국내에서 작품명이나 이야기를 알고 있는 관객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고 합니다. 이에 제작사는 작품 자체보다 앨리샤 키스와 그의 음악이 대중에게 더 익숙하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래서 작품명을 먼저 알리기보다는 앨리샤 키스의 음악, 1990년대 뉴욕, 스트리트 문화와 춤처럼 사람들이 이미 관심을 가질 만한 요소를 작품으로 들어오는 입구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하죠.
이러한 접근은 제작사가 현장에서 체감하는 공연 홍보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최근 가장 크게 느끼는 변화가 무엇인지 묻자 다음과 같이 답해주셨습니다.
“가장 크게 체감하는 변화는 ‘공연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관객의 관심을 얻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캐스팅과 포스터, 공연 일정 같은 정보는 이미 작품이나 배우에게 관심이 있는 관객에게 여전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공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이러한 정보만으로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겁니다. 더욱이 관객들의 콘텐츠 소비는 취향에 따라 점점 더 세분화되고 있고요. 따라서 이제는 ‘이 작품을 어떻게 홍보할 것인가’와 함께 ‘이 작품 안에 어떤 취향의 입구들이 있는가’를 찾는 과정이 중요해졌다는 거죠.
실제로 두 작품이 이러한 입구를 만들어가는 과정도 흥미로웠습니다. 먼저 〈디어 에반 핸슨〉이 주목한 것은 책이었습니다. 뮤지컬을 바탕으로 동명의 소설이 나온 작품인 만큼, 하나의 이야기를 무대와 책으로 모두 만날 수 있다는 접점이 있었거든요. 알라딘의 ‘읽고 온 김에’와 같은 협업도 바로 여기에서 출발했습니다. 기존 관객에게는 소설을 통해 인물의 내면과 관계를 더 깊이 들여다볼 기회를,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익숙한 방식으로 작품을 발견할 계기를 제공하려 한 겁니다.
〈헬스키친〉과 바이닐 한강의 협업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방문객들이 헤드셋을 쓰고 앨리샤 키스의 음악과 〈헬스키친〉의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캐스트 레코딩을 직접 감상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출연 배우들이 ‘1990년대’와 ‘뉴욕’이라는 키워드에 맞춰 음반을 추천하는 "ACTORS’ PICK" 큐레이션도 함께 구성했다고 합니다. 원래 그 공간을 찾은 사람들이 즐기던 ‘음악을 발견하고 듣는 경험’ 안에 작품을 자연스럽게 담아낸 거죠.
물론 이러한 협업은 대규모 미디어 광고보다 도달 범위가 좁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작사는 직접 음악을 듣는 경험이 작품에 더 깊은 관심을 만들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대규모 채널은 인지도를 만드는 데, 취향이 명확한 채널과 공간은 작품에 대한 관심과 경험을 깊게 만드는 데 각각의 역할을 부여하는 편”이라고 설명했고요.
이러한 사례에서 흥미로운 점은 공연장 밖으로 옮겨간 홍보가 상대의 취향에 맞춰 달라졌다는 데 있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에게는 이야기를, 음악을 듣는 사람에게는 노래를 먼저 건네며, 상대가 평소 즐기던 방식으로 작품의 매력을 경험하도록 한 거죠.
상대의 관심사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다만 제작사 역시 이러한 마케팅 방식에는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공연장 밖에서 새로운 경험을 만들고 작품에 관심을 가질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관심이 실제 공연 관람으로 이어지려면 더욱 정교한 설계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콘텐츠를 재미있게 보거나 음악을 인상 깊게 듣더라도, 공연 티켓 구매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설령 실제 관람으로 이어지더라도 이를 정확히 측정하기란 쉽지 않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처럼 무대 밖으로 나와 작품을 알리려는 시도 자체는 의미가 있어 보였습니다. 갈수록 취향은 세분화되고 업의 경계는 무너지는 상황에서, 익숙한 무대를 벗어나 새로운 고객을 만나고 우리의 매력을 전하는 일은 공연 업계에만 국한된 과제가 아니기 때문이죠.
그런 맥락에서 이번 인터뷰 중 특히 기억에 남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관객을 만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을 하나 꼽아달라는 질문에, ‘우리의 언어가 아니라 상대의 관심사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답해주신 부분이었죠. 우리 브랜드나 상품을 모르는 사람에게 그 매력을 전하려면 무작정 우리 이야기만 들려주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상대가 이미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는 것과 연결될 때, 비로소 우리 이야기를 들어볼 이유가 생기니까요. 더욱이 이는 브랜딩을 넘어 우리 일상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종종 우리 브랜드, 혹은 나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다가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무작정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기보다, 상대가 이미 무엇을 좋아하는지부터 살펴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가 좋아하는 이야기에서 시작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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