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완이 떠난 지 35일째가 되는 2024년 12월 13일 금요일, 태완과 함께 군포로 돌아갑니다.

 

태완이 산재 사고로 사망한 11월 8일 이후 태완이 근무했던 회사 HR E&I가 책임을 통감하는 공식적인 사과를 하고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라는 유족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그동안 장례가 미뤄지고 있었습니다.

 

유족과 유족 곁을 지켜온 활동가들은 사망 이틀 뒤 만난 회사 대표로부터 “태완군이 애사심과 책임감 때문에 장비를 몸으로 막으려다 사고가 난 것이다”라는 말을 듣고 의아했습니다. 회사가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산업재해조사표의 재해 발생 원인을 “리모컨 조작으로 주행체를 방향전환 또는 정차시키지 않고 몸으로 막음”이라고 적은 회사에 분노했습니다. 태완을 친 장비가 아직 개발 중인 장비였고, 리모컨과 장비 사이의 통신 단락 문제가 지속되고 있었으며, 브레이크 기능은커녕 긴급 정지 기능도 장착되기 전이었다는 걸 동료 연구원들의 증언과 태완이 가지고 있던 주간보고서들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현장 방문 및 사고 당시를 찍은 CCTV를 통해 정지 기능이 없는 장비를 내리막 경사로로 후진시키도록 하면서 뒤에는 고소작업차량들을 줄지어 세워놓아 충분한 작업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도 확인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고 원인을 태완의 탓으로 돌리고 회사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태도는 지난 30여 일간 이어졌습니다. 노동자의 목숨값은 너무나 싸고, 기업들은 산재 사망사고가 나도 아무런 불이익이나 처벌도 받지 않는 지금의 현실을 바꾸는 게 그나마 태완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앞 기자회견, HR E&I 규탄 현수막 걸기, HR E&I 본사 앞 출근길 피켓시위, HR E&I 규탄집회와 故 강태완님 추모제 등을 진행하며 회사와 싸웠습니다. HR E&I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12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받아 연구개발을 하고 있었다는 것과 생산하는 차량 대부분을 미국과 유럽에 수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외 수출 기업들에 탄원서를 보낼 준비도 했습니다. 정말로 많은 분들이 함께 슬퍼하고 분노하며 연대해주셔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던 12월 10일, 회사로부터 유족을 만나러 오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유족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테니 합의를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두 시간이 넘는 협상 끝에 유족과 회사는 다음과 같이 합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 회사는 책임을 통감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한다. ▲ 회사는 사과문을 작성해 홈페이지에 올리고, 2024년 12월 31일까지 게시한다. ▲ 회사는 행정청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되, 특히 다음과 같은 유족의 요청을 받아들인다. (긴급 정지 기능 등 우선 개발 및 적용, 장비 운용 시 충분한 안전 공간 확보, 유족이 지정하는 대리인에 재발 방지 대책 수립에 대한 확인) ▲ 회사는 산재신청과 관련해 적극 협조한다. ▲ 회사는 소정의 합의금을 유족에게 지급한다.

 

이제 저희는 태완의 장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12월 13일 금요일 오전 9시, 태완이 35일간 누워있던 익산 원광대학교병원 장례문화원에서 출발해 김제로 가 HR E&I 본사, 사고가 났던 HR E&I 지평선 공장, 태완의 기숙사를 들러 경기도 군포로 올라갑니다. 군포에서는 태완이 다녔던 둔대초등학교, 도장중학교, 흥진고등학교를 거쳐 태완이 9년 가까이 일했던 회사 에스제이텍, 그리고 태완이 25년간 살았던 군포시 당동의 어머니집에 들렀다가 장레식장인 원광대학교 산본병원에 도착합니다. 장례식은 12월 14일 토요일부터 12월 16일 월요일까지 진행됩니다. 12월 15일 일요일 저녁 7시부터는 태완을 위한 추모제를 할 예정입니다. 태완을 기억하고 싶으신 분들은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주와 인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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