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춘언니〉(감독 이수정)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02 〈재춘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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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 오늘의 큐 💡
Q. 독립영화 라이징 스타는 누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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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독립영화를 열심히 보다보면 눈에 띄는 배우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아, 요새 이 배우가 많이 나오네?'하고 눈여겨 본 배우들은 좋은 작품들을 술술 만나 잘 되더라고요! 요즘 인디즈의 눈에 띈 핫🔥한 인물을 소개해드릴게요. 바로바로 임재춘 씨!
...생소하시다고요? 그의 경력을 말씀드릴게요. 이수정 감독의 <시 읽는 시간> 출연! 이란희 감독의 <휴가>의 모티브! 연극 '구일만 햄릿'의 오필리어 역! 이 정도면 많은 예술가들의 뮤즈 아닌가요?✨
하지만 낯설 만도 합니다. 이제 육십대가 된 임재춘 씨는 직업상 배우가 아닌 기타 기능공, 노동자이니까요🎸 그는 30년간 콜트콜텍 기타 공장 라인 앞에 서있었지만 세상이 그를 공장에 놔두지 않았어요. 생산기지를 해외로 돌리겠다며 집단 해고 후 공장 폐쇄. 하루 아침에 거리로 쫓겨난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은 13년간 기나긴 투쟁을 지속합니다.
13년. 임재춘 씨는 농성장에서 먹고 자면서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이합니다. 그렇게 밥을 해주고, 글쓰기를 배우고, 악기를 치고, 연극을 해보고, 텃밭을 가꾸고...🌱 공장일만 알던 재춘씨는 '죽는 것 빼고는 다 해본' 사람이 되어있었어요. 4464일간의 재춘씨의 모습, 많은 이들의 뮤즈가 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영화 <재춘언니>를 통해 그의 세계를 만나보길 추천합니다!
더불어 임재춘 씨를 만난 뒤 만들게 된 이란희 감독의 영화 <휴가>, 그리고 노동운동에 대한 깊이를 잃지 않고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동명의 인기 웹툰을 드라마화한 '송곳'까지 엮어 우리 삶의 투쟁에 대해 조명해보았어요. 뉴스에서 보던 모습의 이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거예요⏱️
님, 나를 유지하기 위해 밥 잘 차려먹고 잠 자는 것도 참 대단한 일이라는 게 하루하루 실감나요. 변덕스런 요즘 날씨, 감기걸리지 않게 든든히 챙겨드시고 따뜻하게 주무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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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수염의 오필리어는 그럼에도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
영화 <재춘언니>는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 복직 투쟁의 현장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4464일의 싸움, 그리고 합의서를 받아내는 순간까지 강산이 변하고도 남았을 그 세월을 고스란히 카메라 안에 넣었다. 이수정 감독은 수많은 얼굴 사이에서 임재춘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그려낸다. 밴드, 연극, 일상 등 다양한 모습을 스스럼없이 꺼내는 재춘의 모습에서 주인공적 면모를 발견하고 그를 중심으로 투쟁의 단면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
희곡 ‘햄릿’을 모티브 삼아 만든 연극의 한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영화의 주인공인 임재춘은 비련의 여성 ‘오필리어’를 맡아 연기한다. 투박한 중년 남성이 젊고 가엾은 오필리어를 연기하니 관객은 깔깔대며 웃지만, 임재춘은 웃지 않는다. 가장 믿었던 햄릿에게 배신당해 미쳐가는 오필리어가 본인과 다르지 않은 처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는 그의 모습을 더해 20살이 넘은 두 딸에게 밥 한 끼 제대로 지어주지 못해 슬퍼하는 임재춘에게서 우리는 그간 비추어진 남성 노동자와는 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무대 위, 그리고 사장과의 면담 앞에서 핏대를 세워가며 의견을 피력하다가도 농성장에서 또 다른 노동자를 위해 따뜻한 밥을 짓고 빗자루를 이리저리 쓸어가며 청소를 이어가기도 한다. 재춘이 남성임에도 ‘언니’로 불리는 이유를 다큐멘터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해고 노동자의 현실을 담아낸 <휴가> 속 주인공의 모델이 재춘이었고, 남성 노동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자 했다는 이란희 감독의 말을 떠올려본다면 좀 더 설득력 있는 호칭이 된다.
‘한동안 뜸했었지. 속절없이 화풀이를 달님에게 해대겠지.’ 사랑과 평화의 1978년도 음악 ‘한동안 뜸했었지’를 비롯해 카프카, 니체의 문학 등 다양한 예술의 형태가 영화에 등장한다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임재춘을 비롯한 노동자들은 세계 곳곳에서 기록된 절망, 자유 의지의 역사를 농성장에서 여러 갈래로 재생산하며 분노와 슬픔을 역동적으로 풀어낸다. 기타를 치며 다 함께 노래를 불러대기도 하고, 서툰 몸짓으로 연극을 하기도 한다. 답답한 현실이라고 절망만을 드리우지 않고, 거대한 건물 앞에서 저항의 목소리를 힘차게 이어간다. 사실 투쟁을 13년간 이어온다는 것은 꽤 끔찍하다. 약자의 현실을 너무 쉽게 등져버리는 회사와 대법원의 모습을 스크린 너머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비참함과 절망을 느낀다. 그 모든 순간을 피부로 느꼈을 재춘은 영화 중간중간에도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힘들다고 말한다. 자신을 바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계속 묵묵히 자리를 지켜내는 재춘의 표정에서 관객은 그가 짊어진 커다란 사명감과 책임감을 목도한다. (...)
끝이 보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 언젠가의 희망을 위해 싸운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수고로움과 고통, 처절함을 동반할지 가늠할 수 없다. 아마 죽을 때까지 그 마음에 대해 알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이야기를 소비하고 나의 단어로 글을 내뱉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일이다. 하얗게 새어버린 머리와 무성한 수염 틈새에서 재춘 언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볼 뿐이다. 오필리어는 미쳐버렸고 물에 빠져 허무하게 죽었다. 하지만 임재춘은 달랐다. 농성장에 걸려있던 ‘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라는 문구처럼 그는 끝까지 ‘삶’을 선택했다. 물론 얇디얇은 합의서 한 장으로 그의 삶이 180도 달라지진 않겠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이 이어지겠지만, 그럼에도 그는 좀 더 후련한 마음으로 그리고 행복을 기대하며 살아갈 수 있을 테다. 그래서 현재의 재춘 언니는 흑백이 아니라 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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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춘언니(감독 이수정)
다큐멘터리|97분|12세이상관람가
기타 공장에서 30년 일해온 `재춘`은 어느 날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는다. 앞에 나서기를 싫어했던 그는 연극 무대에 서고, 일인 시위도 하게 된다. 두 딸의 아버지인 그는 자신의 삶을 박살낸 사장의 사과를 받고 가족과의 시간을 되찾고 싶다. 몇 년이면 끝날 줄 알았던 투쟁이 10년을 넘어가고 투쟁을 그만둘 수도, 계속하기도 힘들던 무렵 재춘은 또다시 새로운 것을 감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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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결 투쟁!이라 하면, 시청, 광화문, 법원 등등...이런 곳에서 많은 이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익숙하잖아요.😠 하지만 당연히 그게 농성자들의 모든 건 아니죠. 밤에 잠들고 새벽에 일어나고, 씻고 밥 먹는 그들의 삶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까요? 사측과의 싸움에 모든 일상을 걸고 있는 나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는 밥을 해주기도 하고, 내가 비운 썰렁한 집에선 누군가가 내 몫을 대신 해주고 있죠. 영화 <재춘언니> 그리고 <휴가>에는 이런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
이수정 감독은 "연대는 여성적인 공동체가 형성되는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연대한다는 건, 공동체 내에서 모두가 돌봄노동을 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이에요. 최근의 노동운동을 다룬 컨텐츠를 이런 시각에서 바라보았어요. 돌봄노동은 가장 중요한, 일차적인 노동이잖아요. 언제나 그 존재를 잊지 않고 멋진 노동자가 되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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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선 장소로서의 농성장 뒤집기
〈휴가〉, 〈송곳〉 그리고 〈재춘언니〉
농성장에서 하루를 보내고 그러다 일 년을 새고, 소리를 지르다가도 가끔은 옥상을 올라타는 일. 그러한 일들은 누구의 몫일까. 질척한 바닥에서도 꼬박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건 감당할 사람이 따로 있기 때문일까. 편집된 말로 농성장을 스칠 때면 의아함이 먼저 다가오기도 한다.
웹툰 원작의 드라마 <송곳>의 ‘문소진’은 “이런 회사는 그냥 정류장 같은 거죠.”라고 말한다. 사실 한편으로 공감되는 말이었다. 작은 부조리는 감당하는 것이 더 편했고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하지만 문소진이란 청년 여성은 농성장을 지키는 인물이 된다. <송곳>의 문소진은 노동 운동의 평범한 얼굴을 보여줬다. <재춘언니>와 더불어 이란희 감독의 <휴가>도 투철함, 날선 장소로서의 농성장을 뒤집는다. 이들 역시 누군가를 돌봐야 하는 처지라는 것, 하이라이트의 이면에서 누군가는 밥을 짓는다는 것. 사회적인 행동을 위해 돌아가는 이면의 원리를 보여준다.
<휴가>는 ‘재복’이 5년 농성 끝에 휴가를 받게 되면서 시작한다. 집으로 돌아간 ‘재복’은 혼자서 커야 했던 아이들을 만나고 꽉 막힌 하수구와 정돈되지 않은 집을 만난다. 영화는 이를 합리화하기보단 묵묵히 재복이 집안일을 시작하는 장면을 조명한다. 재복은 반찬을 만들고 집안 구석을 청소한다. 동원된, 구호로서의 노동 운동을 조명하지 않고 농성장의 내밀한 세계를 전달하는 <휴가>는 페미니즘과 노동을 접하게 한다. ‘구호’와 구호를 위한 재생산, 모두를 주목하는 관점이 <휴가>와 <재춘언니>에 담겨 있다.
인디즈 염정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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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2015년|16부작 드라마|원작 최규석
송곳'의 마트 안 첫 풍경은 활기차다. 하지만 곧 회사의 정리해고 방침이 결정되면서 모든 것이 달라진다. 회사의 압박은 심해지고 급기야 노동자들은 인간적 모욕까지 받는다. 이에 푸르미 마트 ‘이수인’ 과장과 마트 노동자들은 노동 상담소장 ‘구고신’의 도움을 받아 노조를 조직하고 정리해고에 대항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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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감독 이란희)|2021년|81분|12세이상관람가
“해고 당했다고 그냥 노냐?” 해고 5년차, 천막농성 1882일째 . 재복은 노조가 정리해고무효소송에서 최종 패소하자 열흘 간 집으로 휴가를 떠나온다. 오랜만에 가족들도 챙기고 아르바이트로 돈도 벌며 잊고 있던 워킹&쿠킹 홀리데이로 일상의 즐거움을 발견한다. 휴가의 끝이 보일 즈음 재복의 두 딸은, 아빠가 농성장으로 돌아가지 않길 바라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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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빙 이용자라면 드라마 <송곳>과 영화 <휴가>를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 <휴가>는 웨이브, 왓챠에도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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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재춘언니가 부지런히 글을 쓰는 모습이 자주 등장합니다. '예전에 쓴 글 있으면 줘 봐'라는 뻔뻔한(?) 도움 요청도 자주 하는데요🤭(물론 참고용이랍니다.) 그도 그럴 것이, 2013년 말부터 1년 반 정도 오마이뉴스에 '임재춘의 농성일기'를 연재했거든요. 긴 시간 오래 잡을 일 없었던 연필을 들고 꾹꾹 눌러 써내려간 재춘씨의 글을 온라인 기사로 만나볼 수 있답니다! 한 번 읽어보시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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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기타 제조업체 콜트-콜텍의 노동자들은 정리해고를 당했습니다. 그 뒤로 계속된 투쟁과 농성. 지금도 그들은 인천에 있는 옛 콜트악기 부평공장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해고자 임재춘씨는 오늘도 그곳을 지키며 굵고 거친 손으로 펜을 꾹꾹 눌러 글을 씁니다. 임재춘씨가 농성장 촛불문화제에서 낭독한 '농성일기'를 연출자 최문선씨의 해설과 함께 독자 여러분들께 전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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