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시간에 김주형 기자가 '벽돌책'을 가져왔습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공부하려고 산 것 같습니다. '아리셀 참사' 재판을 꾸준히 취재해 온 김주형 기자는 판결에 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아리셀 참사' 항소심 재판부가 박순관 아리셀 대표의 형을 대폭 감형(징역 15년→징역 4년)하면서 크게 논란이 일었는데요.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한 판결'이라는 비판이 거셌습니다.
이에 지난 11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중대재해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대산업재해 사망·상해 사건에 적정한 형량을 선고하도록 권고 기준을 만들겠다는 취지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1년 제정됐습니다.
법은 (그동안 처벌을 피해 가기 쉬웠던)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의 처벌을 규정해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김주형 기자는 제게도 '벽돌책'을 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중대재해는 중대시민재해도 포함합니다. 산재가 발생하는 사업장뿐만 아니라, 시민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과 교통수단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함입니다.
저희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원인이었던 무너진 제방과 관련된 청주시장, 금호건설 전 대표이사 등의 중대시민재해 재판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이 재판이 중대시민재해 1호 재판이라서 아직 판례는 없습니다.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하고, 어떤 판결을 내릴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수사기관이 어떤 경우에 이 혐의를 적용하는지도 명확하지 않은데요. 수사 진행을 지켜보고 있는 몇몇 사건들이 있습니다.
창원 NC파크 구조물 추락 사고
2025년 3월, 경남 창원 NC파크 3루 쪽 건물 외벽에 달린 구조물이 관중석으로 떨어졌습니다. 20대 관중 1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경찰은 지난 3월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2018년 시공부터, 이후 창원시설공단의 정기 점검까지 모두 부실하게 이뤄졌다고 판단했습니다.
경찰은 창원시설공단 전 이사장 등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다수가 이용하는 야구장에 대한 안전관리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았다고 본 겁니다.
NC다이노스 구단의 경우 2022년 유리창 교체 공사 당시 무자격 업체에 구조물 탈부착을 맡긴 잘못이 있다고 했지만, 시설 담당 직원 1명만 검찰에 넘겼습니다.
유가족은 NC다이노스 구단 대표이사와 법인에 대해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반발했습니다.
오산 옹벽 붕괴 사고
2025년 7월, 경기 오산시 고가도로 옹벽이 무너졌습니다. 무너진 옹벽의 잔해물이 승용차 두 대를 덮치면서 40대 운전자가 숨졌습니다.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는 지난 2월 사고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설계와 시공, 유지관리 전반에 걸친 '총체적 부실'로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고 했습니다.
경찰은 옹벽을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인 이권재 오산시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조사했습니다.
사조위 발표 이후, 경찰 수사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 *
2024년 12월, 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참사' 경찰 수사도 마무리 수순입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12·29 여객기 참사 특별수사단'은 운영 기간을 이달 말까지로 연장했습니다.
여객기 참사 역시 중대시민재해 해당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참사가 발생한 공항 활주로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이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하는지, '공중교통수단'에 해당하는 여객기의 결함으로 재해가 발생했는지 등입니다.
앞서, 유가족은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등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한 바 있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사건들의 수사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수사와 재판을 통해 사고 원인 규명이 제대로 될지 계속 지켜보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