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뉴모피즘'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습니다. 분명 핫하게 떠오른 UI 디자인 언어의 트렌드이긴 한데... 저는 이 '뉴모피즘'이 싫었거든요. 그런데 최근, 에이전시에 다니는 디자이너 친구가 이 뉴모피즘 때문에 한 달을 야근한 사연을 듣고 이 글을 써야겠다 생각했습니다. 클라이언트가 이런 뉴모피즘 디자인을 가져와서 '그냥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했다는군요.

뉴모피즘이 뭐냐면, 아래와 같은 디자인이에요. 특징은 되게 사실적이면서 미니멀하고 입체적이다?

처음 뉴모피즘이 나왔을 때부터 싫었던 건 아니에요. 일단 심미적으로 좋았거든요. (예쁘잖아요!) 게다가 아무튼 어떠한 문제를 풀기 위해 나왔을 테니, 재밌고 새로운 시도라고도 생각했어요.

실제로 뉴모피즘을 이야기할 때 '버튼을 버튼답게 보이게 하기 위한 해결 방법'으로 많이 제시되는 것 같아요. 확실히 머테리얼 디자인(우측)이 가지고 있는 카드 형식의 버튼 모양에 비해 실제 우리 생활에서 볼 수 있는 버튼의 디자인과 비슷하게, 그리고 훨씬 더 정교하게 표현합니다.

  근데 점점 뉴모피즘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죠. 일단 뉴모피즘이다!!! 와아아!!  하면서 만들어진 디자인 작업물들이 이 방식을 버튼에만 사용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전체적으로 봤을 때 시각적 위계질서가 없는 듯 보였어요. 그래서 내용이 많으면 많을수록 오히려 복잡해보였고요. 처음엔 예쁘다고 생각했던 느낌이 점점 너무 똑같아서 재미없고 플랫하다고 느껴지더라고요.

  무엇보다 '뉴모피즘'이라는 이름도 너무 어색하다고 느껴졌어요. 아마 새로운 스큐어모피즘이다! 라는 의미 같은데... 이게 뭐지 싶은 작명입니다. 마치 페미니즘을 대항한다고 나온 이퀄리즘 같은 느낌이랄까...

뉴모피즘을 이야기하려면 이 스큐어모피즘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야겠네요. 스큐어모피즘은 애플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들어본 적 있으실 거예요. 애플에서 특히 중요한 가치로 이걸 많이 말하거든요. 정말 쉽게 말하자면 '사실적인 디자인' 정도? 카메라 아이콘에 카메라나 렌즈가 그려져있는 디자인. (조금 복잡한 이야기들을 제외하고 말하면) 대강 이런 것들을 스큐어모피즘이라 이야기할 수 있어요. 인간 경험을 바탕으로 둔 디자인 사상이라고나 할까요.

 

  다만 그 인간의 현실과 경험은 변화합니다. 실제로 '전화기 아이콘에 전화기가 있는 디자인'과 '저장 아이콘에 플로피디스크가 그려져있는 디자인'이 대표적으로 이 이야기를 할 때 빠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농담처럼 말하는 '세대 차이' 라는 경험이요.

Z세대들은 플로피디스크도, 송수화기의 모양도 알지 못한다고 하죠. 그나마 플로피디스크의 아이콘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지만, 송수화기 모양을 하고 있는 전화 아이콘은 사라지지 않고 우리의 핸드폰에 남아있습니다. 과연 이 전화 아이콘의 모양이 바뀌는 날이 올까요? 글쎄요. 저는 그렇게 크게 기대하지 않아요. 사실 이제 이 모양은 이제 송수화기의 사용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전화의 상징'으로서 존재하게 되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