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제목이자 배경이기도 한 콜럼버스는 ‘미국 모더니즘 건축의 메카’로 일컬어지는 작은 도시입니다. 푸르른 녹음과 아름다운 건축물 사이 사람들이 여느 때처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곳. 이곳에서 한 남자와 여자가 만납니다. 남자는 건축학과 교수인 아버지가 갑작스레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에서 먼 길을 날아왔습니다. 여자는 대학 진학과 건축학에 대한 꿈을 접고 어머니와 함께 단조로운 삶을 살아내는 중입니다. 우연히 대화를 나누고 교감하기 시작한 남자와 여자는 서서히 서로의 상처가 닮은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남자는 평생 자신을 기다려주는 법이 없었던 일 중독 아버지가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자는 자꾸만 붙잡히지 않는 마약 중독 어머니를 붙잡으려고 분투하죠. 이런 둘의 이야기는 꼭 호수의 잔물결처럼 느껴집니다. 단순하고 대칭적이면서도, 계속 뻗어 나가는 힘이 있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왜인지 치유의 힘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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