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브랜드에는 하나의 인상적인 장면이 있습니다. 라코스테에게 그 장면은 붉은 클레이 코트에 놓인 작은 악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테니스 선수 르네 라코스테의 별명에서 출발한 악어 로고는 어느새 스포츠의 태도, 프랑스식 우아함, 스트리트 문화, 그리고 동시대 패션의 문법을 모두 품은 상징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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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 101호는 라코스테를 다룹니다. 최초의 피케 폴로셔츠 L.12.12가 태어난 트루아 생산 공장, 브랜드의 유산을 보관하고 현재의 작업으로 되살리는 헤리티지 뮤지엄, 롤랑가로스에서 펼쳐진 2026 F/W 컬렉션, 그리고 1990년대 프랑스 방리외와 힙합 신에서 새롭게 쓰인 악어 로고의 의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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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는 라코스테가 어떻게 하나의 스포츠웨어 브랜드를 넘어, 서로 다른 세대와 문화가 각자의 방식으로 읽어온 코드가 되었는지를 따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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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EFING
101호, 라코스테를 읽는 여섯 가지 키워드
ON THE SCENE
직접 취재하지 않았다면 끝내 몰랐을 이야기
✍️ Hyun Son 📸 Suin Jang, Ming Tang-Evans, Jean 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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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호를 열며 박은성 편집장이 적은 아래의 문장은 매거진 <B> 편집부가 라코스테를 바라보는 태도를 잘 보여줍니다.
"라코스테를 취재하며 매번 뜻밖의 얼굴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낀 이유 역시 여기에 있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와 세대, 취향을 아우르면서도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균형감 말입니다."
테니스의 품위와 스트리트의 자신감, 기능성과 우아함, 헤리티지와 현재성. 이번 SPREAD by B에서는 라코스테 이슈를 여섯 가지 키워드로 미리 살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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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E POLO SHIRT 🧵 실과 구조가 만든 피케 폴로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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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코스테 Lacoste의 시작을 따라가다 보면 파리에서 동쪽으로 약 160km 떨어진 도시, 트루아 Troyes에 닿습니다. 이곳은 최초의 피케 폴로셔츠 L.12.12가 시작된 근원지이자, 지금도 라코스테의 핵심 생산 거점으로 기능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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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12.12'라는 이름은 브랜드 내부의 제품 코드에서 비롯했습니다. L은 라코스테, 1은 프티 피케, 2는 반팔, 12는 여러 시제품 가운데 최종 채택한 모델 번호를 뜻하죠. 몸판과 칼라, 소매, 목뒤 안쪽의 넥 테이프까지 하나의 원사로 완성하는 구조는 라코스테가 오랫동안 쌓아온 기술과 설계가 응축된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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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Yarn to Polo Shirt에서는 원사, 니팅, 염색, 재단, 봉제, 로고 부착까지, L.12.12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따라갑니다. 한 벌의 폴로셔츠가 얼마나 많은 선택과 기준 위에서 완성되는지, 그리고 왜 이 옷이 스포츠웨어의 역사에서 하나의 원형이 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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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E ARCHIVE 🗂 과거를 보관하는 대신, 현재의 출발점으로 삼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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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아 생산 공장에서 차로 10여 분 이동하면 라코스테의 헤리티지 뮤지엄 Heritage Museum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1만여 개의 유산을 보관하는 아카이브 공간인 동시에, 브랜드가 미래를 설계하는 방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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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아카이브를 다루는 방식은 과거를 정리하는 태도이자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이다. 라코스테는 수십 년간 축적해온 유산을 그대로 두기보다 현재 작업의 출발점으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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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22, The Archive at Work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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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L.12.12 모델, 악어 로고의 변천사, 르네 라코스테 René Lacoste의 발명품, 테니스 의류와 장비, 협업 프로젝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의 작업까지. 과거의 자료는 단순한 기록으로 머물지 않고 현재의 컬렉션과 브랜드 전략을 움직이는 자산이 됩니다. 오래된 브랜드가 낡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런 방식에 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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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ON COURT 🎥 롤랑가로스에서 펼쳐진 한 편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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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코스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펠라지아 콜로투로스 Pelagia Kolotourus는 르네 라코스테의 삶과 경기의 한 장면을 지금의 옷과 공간, 음악, 연출로 다시 불러옵니다. 2026 F/W 컬렉션의 출발점은 1923년 7월 31일, 폭우로 코트가 물에 잠긴 데이비스컵 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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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방수포로 뒤덮인 경기장, 물이 고인 클레이 코트, 보호와 기능을 암시하는 나일론 소재 등, On Court에서는 라코스테가 어떻게 자신의 본거지에서 새로운 패션 하우스적 장면을 만들어내는지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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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43, 펠라지아 콜로투로스 Opinion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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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투로스가 언급한 네 단어는 단순해 보이지만, 라코스테가 오랫동안 지켜온 복합적 균형을 정확히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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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HE STREET 👕 프레피에서 방리외까지, 악어가 입은 새로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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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라코스테를 떠올리면 테니스, 피케 폴로셔츠, 프레피 스타일을 먼저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의 1990년대 스트리트 신에서 라코스테는 전혀 다른 의미로 작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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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리외에서 라코스테는 단순한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아니다. 방리외의 문화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빈티지 컬렉터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라코스테가 음악과 스타일, 태도와 삶의 방식이 뒤섞인 하나의 문화적 경험으로 기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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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93, Preppy to Banlieue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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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이자 프로듀서인 티보 드 롱주빌 Thibaut de Longeville은 방리외 출신 래퍼와 이민자 커뮤니티에게 라코스테가 단순한 스포츠 브랜드가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특정 계층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옷을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입는 순간, 옷의 의미는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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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코스테의 옷을 입는다는 건 '나는 저 사람들과 같은 가치 위에 있다'는 의미입니다. 동시에 '나는 프랑스인이다'라는 메시지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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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73, 티보 드 롱주빌 Opinion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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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THE CROCODILE
🐊 장식을 넘어 태도가 된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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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코스테의 악어는 일반적인 브랜드 로고가 주는 인상과 조금 다릅니다. 빨간 입을 벌리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지만, 엄숙하거나 무겁기보다는 장난기와 위트가 느껴집니다. 그 출발에는 르네 라코스테의 별명이 있습니다. 친구 로베르 조르주가 그려준 악어 드로잉은 블레이저 가슴의 자수로, 다시 L.12.12의 왼쪽 가슴에 자리한 로고로 이어졌습니다. 오늘날 3cm 크기의 작은 악어 자수는 그 자체로 브랜드를 전파하는 강력한 매개로 작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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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THE BALANCE
⚖️ 기능적 우아함이라는 복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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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코스테가 흥미로운 이유는 하나의 이미지로 고정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테니스 챔피언의 이름에서 시작한 스포츠웨어 브랜드이자, 프랑스식 우아함의 상징이고, 1990년대 스트리트 신의 코드였으며, 지금은 롤랑가로스의 코트 위에서 런웨이 컬렉션을 선보이는 패션 하우스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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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코스테는 패션,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문화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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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153, 에리크 발라 Érik Ballat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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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복합성은 때로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각 요소를 조화롭게 엮어낼 수 있다면, 오히려 브랜드의 매력이 될 수도 있죠. 라코스테의 CEO 에리크 발라는 라코스테의 힘을 "사람들의 감정과 마음에 닿을 수 있다는 것"에서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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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코스테 2026 F/W 전날 라스트 피팅 현장에서 만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펠라지아 콜로투로스의 이야기부터, 1990년대 프랑스 스트리트 신에서 악어 로고가 지녔던 뜻까지. 매거진 <B> 에디터 2명이 파리에서 직접 마주한 라코스테의 영화적 순간과 거리의 문화를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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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을씨년스러운 날이었습니다. 전날까지 온화하던 파리가 하루아침에 기온이 뚝 떨어졌죠.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라코스테 2026 F/W 쇼가 열리는 롤랑가로스로 향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우천으로 중단된 경기라는 이번 시즌의 서사에, 이보다 잘 어울리는 하늘이 있을까?' 쇼 전날엔 라스트 피팅이 한창이던 아틀리에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펠라지아 콜로투로스를 만났습니다. 그는 "쇼를 한 편의 영화처럼 생각한다"고 했죠. 다음 날, 붉은 방수포로 뒤덮인 코트 위로 모델들이 걸어 나오자 전날 들었던 이야기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어요. 로라이즈 스커트를 닮은 가방, 구겨진 듯한 크러시드 나일론 트랙 재킷, 경기장 광고판에서 볼 법한 타이포그래피까지. 빠르게 스쳐 가는 룩과 가슴을 때리는 음악 속에서도, 콜로투로스의 문장이 눈앞에 구현되는 순간만큼은 선명하게 들어오더군요. 컬렉션은 비가 내리고, 구름이 걷히고, 다시 햇살이 비추는 날씨의 흐름을 따라가듯 베이지에서 먹구름 같은 짙은 그린으로, 다시 젖은 클레이의 붉은색과 노을빛 핑크를 지나 화이트로 마무리됐습니다. 쇼가 끝나고 관객들 사이를 빠져나왔을 때, 하늘은 신기할 만큼 맑게 개어 있었습니다. 좋은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설 때, 잠시 다른 세계에 머물렀다가 현실로 돌아오는 듯한 그 느낌을 좋아하는데, 그날은 분명, 영화로운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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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라코스테를 취재하지 않았다면 끝내 몰랐을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서 라코스테는 대개 테니스와 피케 폴로셔츠, 프레피 스타일로 기억됩니다. 그래서 1990년대 라코스테가 프랑스 스트리트 신에서 스투시나 슈프림 같은 존재였다는 사실은 꽤 놀라웠습니다.
그 시절 악어 로고는 단순한 스포츠 브랜드가 아니라 제대로 멋을 아는 사람들의 옷이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오피니언에 참여한 티보 드 롱주빌의 이야기였는데요. 그는 당시 프랑스 이민자와 힙합 뮤지션들이 라코스테를 입는 일이 '우리도 프랑스인이다'라는 조용한 선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우아함과 기능성을 상징하던 테니스웨어가 거리 문화와 만나고, 스포츠의 품격이 힙합의 자신감과 연결된 셈입니다. 그 뒤로 악어 로고가 붙은 폴로셔츠는 '최초의 폴로셔츠'라는 역사만으로 기억되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같은 옷에 각자의 정체성을 덧입혀 하나의 문화를 만든 시간까지 함께 떠오릅니다. 브랜드의 역사는 결국 제품이 아니라 그것을 입은 사람들이 완성한다는 걸, 이번 취재로 새삼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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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0호에서 매거진 <B> 자신을 되돌아봤다면, 101호에서는 다시 하나의 브랜드로 깊이 들어갑니다. 테니스 선수 르네 라코스테가 만든 기능적 우아함부터 L.12.12의 생산 구조, 악어 로고의 진화, 프랑스 스트리트 문화 속 라코스테의 의미, 그리고 현재 브랜드를 이끄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매거진 <B> 101호, '라코스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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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거진 <B> '라코스테' 이슈에서는 코트에서 시작해 거리로, 그리고 런웨이로 이동한 작은 악어의 여정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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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READ by B는 흥미로운 브랜드와 도시 이야기를 담아 곧 다시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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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B
32, Gyeonghuigung 1-gil, Sinmunno 2(i)-ga,
Jongno-gu, Seoul, Korea, 03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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