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에서 가장 쓰기 힘든 게 바로 이 첫 문단이야. 그런데 마침 유튜브 자동재생으로 틀어놓은 노래 가사가 귀에 꽂히네. "만나는 사람은 줄어들고 그리운 사람은 늘어간다"라니 이렇게 사무칠 수가 있을까? 선우정아의 그러려니 라는 노래야. 나는 요새 그리운 사람에 대해 자주 생각해. 매주 그렇게 수많은 이야기들을 보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정작 현실의 이야기는 공허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자꾸 무언가를 보는 것 같기도해. 문득 슬퍼지더라도 혼자 방에서 울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도 나도 말이야.

뉴스레터 제목은 이번 주 소개해줄 프로그램에서 따왔어.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퀴어 아이] 시즌7이야. 외모나 집을 가꾸지 못하는 것을 넘어 자신과 주변을 잘 돌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패션, 미용, 인테리어, 음식, 문화 분야의 5명의 게이들이 메이크 오버 시켜주는 프로그램이야. 총 5일간 기본적인 생활 습관과 자존감 혹은 트라우마를 극복시킬 수 있도록 카운셀링 해주는게 여타 메이크 오버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이야. 이들이 자주 하는 표현이 “넌 자격이 있어"(you deserve it)인데, 나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의심이 드는 때 떠올리면 좋더라고.


패션 담당 탠, 미용 담당 조너선, 인테리어 담당 바비, 음식 담당 안토니, 문화 담당 카라모, 이렇게 F5(Fabulous5)의 에너지가 일단 대단해. 끼쟁이들만 모여서 그들의 대화나 리액션을 보는 게 첫 번째 재미라 할 수 있어. Fabulous의 F가 아니라 MBTI의 F여서 F5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공감능력이 뛰어난 이들은 5일만에 집과 외모를 완전히 바꾸는 실력은 물론이고, 사려깊은 말로 출연자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태도가 정말 감동적이거든. 물론 극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출연자와 교감하는 순간들을 보면 과연 연출로 가능한 일일까? 싶게 진정성 있는 대화들을 엿볼 수 있어.


[퀴어 아이]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들에겐 친절하지만 자신에겐 엄격하거나, 자존감이 무너져있거나, 어디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할 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 관계 맺는 것을 포기했지만 사랑 받고 싶어 외로운 사람, 일과 일상의 분리가 어려워 소중한 사람을 챙기지 못하는 사람 등 주변에 있을 법한 군상들부터 커밍아웃을 앞둔 퀴어들, 혹은 성이나 종교, 인종문제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거나,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사람들 등 이겨내야하는 현재가 무거운 이들도 등장해. 이들에게 F5가 접근하는 방식은 “당신의 지금이 틀렸으니 완전히 바뀌어야해”가 아니라, "여전히 당신이지만 조금 더 업그레이드 된 당신"이 되도록 도와주겠다는 식이야. 이들이 하는 말들은 너무 당연한데도 새삼스럽게 마음 깊이 다가오는 것들이 많아. 외형을 바꾸는 것은 그저 도구라는 거야. 예를 들어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는 것은 나에 대해 잘 이해하는 과정이니 익숙한 지금대로 방치하지 말자는 거지.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을 돌보지 않는 사람들이 왜 우울해지기 쉬운지 말하고, 반대로 우울감을 떨치기 위해서 자신의 일상을 돌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해. 그렇기 때문에 음식과 문화 담당이 있는거야.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신선한 재료로 제대로 먹을 음식을 준비하는 것의 중요성을 말하고, 또 문화 담당은 사실상 상담의 역할인데, 출연자가 벗어나야하는 습관과 트라우마를 진심으로 어루만지면서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줘. <퀴어 아이>는 즉 이 변화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해. 이 기회를 통해 삶을 바꿀 용기를 준다는 거지. 특히 진행자들이 퀴어이기때문에 더더욱 다양성을 껴안는 태도가 아름다워. 성 정체성 뿐 아니라 어떤 모습의 나이든 긍정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보여주거든.


시즌1부터 보다보면 이 완벽해보이는 F5가 출연진들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상처를 꺼내보일 때가 있어. 아픔에 정도를 나눌 수는 없겠지만, 충분히 어려움을 겪어봤기에 출연자들에게 공감한다고 하는 말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어. 사실 시즌 중후반부에는 PPL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너무 루틴하거나 출연자의 사연이 평범해서 잠시 실망한적도 있었는데 이번 시즌7은 초창기 좋아했던 [퀴어 아이]의 분위기가 그대로 담겨서 순식간에 정주행했어. 이번 시즌엔 F5가 다녀간 후 몇달 후의 영상을 추가해서 여전히 변화한 삶이 지속되고 있는지를 담아낸 게 차별점이야.


보다보면 어떤 모습이든 관습과 성, 문화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채로운 모두를 다정하게 껴안아주고 싶거든. 그리고 잠시 우울해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F5가 지금 내 옆에 있다면 호들갑을 떨며 나를 치켜세워줄 거라 상상을 하면 꽤 나도 괜찮은 기분이야. 슬픔에 잠겨 다 내팽겨치고 싶은 순간이 오더라도, 그들이 말한대로 이불을 정리하는 건 10초면 할 수 있고, 방이 어지러우면 내 마음도 어지러우니 최소한의 정돈을 유지하고, 인스턴트로 대충 끼니를 때우고 싶더라도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어야하고, 내 마음속 우울을 외면하고 싶더라도 그 근원을 해결하려 노력해야해. 우리 이렇게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챙기며 살아보자. 

소소한 관람포인트1. 오리지널 [퀴어 아이]

원래 2003년 첫 런칭했던 TV 프로그램 [퀴어 아이]가 오리지널이야. 당시에는 Queer Eye for the Straight Guy 라는 타이틀이었다고 해. 당시 크리에이터인 데이빗 콜린스가 2018년에 새로운 F5를 섭외하며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재탄생 시킨 것이 이번 [퀴어 아이]야. 이후 에미상에서 7번을 수상했으니 성공적인 리부트라 할 수 있지.

소소한 관람포인트2. 탠 프랜스의 [넥스트 인 패션]
지난주에 잠깐 소개하기도 했는데, 탠 프랜스는 패션 디자이너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넥스트 인 패션]의 진행자로도 등장해. 특유의 사려깊고 다정한 태도를 볼 수 있어. [퀴어 아이]에서 가장 좋아하는 진행자야. 나처럼 팬이 된 사람이라면 이 프로그램도 같이 보는걸 추천할게!

소소한 관람포인트3. 조너선 밴 네스

[퀴어 아이]에서 사랑스러움을 담당하고 있는 조너선은 미국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멤버라고 해. 정체성이 넌 바이너리라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패션을 당당히 보여주는 것도 좋아. 조너선은 방송활동을 꽤 많이 한 편인데, 일전에 [왕좌의 게임]을 보고 대중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gay of thrones]나 진행중인 팟캐스트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인 [조너선 밴 네스 : 궁금한 건 못참아] 등이 유명해. 후자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어!
레이지 카우 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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