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유명한 금붕어의 평균 주의 지속 시간은 9초다.
  
금붕어의 9초 vs 사람의 8초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유명한 금붕어의 평균 주의 지속 시간은 9초다. 그러나 충격적이게도 사람들은 8초 후에 집중력을 잃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캐나다의 연구진은 뇌전도를 사용하여 112명의 뇌 활동을 연구한 결과 2000년대 이후 평균 주의 지속 시간이 12초에서 8초로 감소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8초 동안 다른 생각 하지 않고 글에만 집중해 보자. 시작! © Microsoft Canada Consumer Insights

조사 방식과 결과 값은 다르지만 스마트폰 등장 이후 사람들의 집중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은 모든 연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집중력 지속 시간 Attention Span>의 저자인 캘리포니아 대학의 글로리아 마크Gloria Mark 교수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과 사람들의 화면 전환 시간을 비교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사람들은 다른 화면으로 전환하기 전에 특정 화면에서 평균 2분 30초를 보냈지만 오늘날과 같은 멀티태스킹과 무한 스크롤링의 시대에는  47초로 급격하게 단축되었다.


직장인들은 업무를 하면서 끊임없이 집중력에 간섭을 받는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그렇다. 갑자기 다른 해야할 일이 떠오르기도 하고, 문자 알림이 오거나 데스크탑 메신저에 숫자가 하나, 둘 씩 올라갈 때마다 핸드폰을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오른다.


단지 개인 업무 환경만의 문제 일까? <도둑맞은 집중력 Stolen Focus>의 저자 요한 하리Johann Hari는 집중력 저하가 현대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난 ‘유행병’과 같다고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기업은 의도적으로 끊임없이 우리의 집중력을 방해하여 자신들의 비즈니스에 관심을 끌도록 만든다. 팝업 창과 광고 이미지, 푸시 알림 등이 대표적이다. 인터넷에서 글을 읽더라도 웹 페이지 내에 별의별 이미지들이 우리를 현혹한다. “이게 너가 어제 쇼핑몰에서 봤던 그 제품이야 또 보고 싶지 않아?”

넷플릭스에서 방영했던 다큐멘터리 더 소셜 딜레마the Social Dilemma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가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음을 알린다. 실제로 무한 스크롤, 자동 재생 반복과 같은 기술은 사람들을 사로잡는 연결 고리loop를 만들었고, 이렇게 반복되는 정교한 알고리즘에 빠진 사람들은 모바일 화면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소셜미디어 사용률이 높을수록 정신적, 육체적 건강 및 삶의 만족도가 저하된다 연구결과는 말한다.

넷플릭스에서 다큐멘터리로 만든 <더 소셜 딜레마>에는,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과 같은 빅테크 기업 출신 인물들이 그들의 경험과 관점을 공유한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이용자들의 주의를 사로잡고,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맞춤형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내는 알고리즘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보낸다. © Netflix   

집중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모두 환경적 문제는 아니다

자, 그러면 이제 스마트폰을 모두 없애 버려야할까? SNS를 모두 지워야 하는가? 디지털 기반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 그런 대안은 무모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대안을 찾기 위해 우리는 사람에 초점을 맞춰보기로 했다. 그래서 보편적인 사용자들보다 더 집중에 어려움을 경험하는 상황에 있거나, 과거에 급격하게 집중력 저하를 경험했던 사람들을 만나기로 했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있는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서울대학교 의학정보에 따르면 ADHD는 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하여 산만하고, 과다활동과 충동성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다 보니 ADHD인 사람들 중 일부는 오히려 스마트폰을 가지고 스스로의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활용하기도 했다. 한 지인은 "ADHD는 전두엽에 이상이 있는 장애인데 오히려 스마트폰이 전두엽의 기능을 충분히 해주고 있기 때문에 의미 있다"고 말했다.

성인 ADHD에 대해 설명하는 신지수 작가, 정지음 작가 © BBC 코리아

공황장애도 그렇다.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두려움, 공포 증상으로 혼돈을 경험한다.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급격하게 저하된다. 인터뷰를 진행했던 한 분은 공황 상태는 “정말 모든 것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이었다고 고백했다. 이 분은 이후 심리적 안정을 위해 공황 증상이 있을 때마다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었다. 과연 어떻게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을까?

공황장애에 대해 설명하는 김세경 작가 © 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난독증도 있다. 사실 난독증에 관해 긴 글 읽기가 조금 어려운 정도로 쉽게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큰 오해다. 난독증 협회에 따르면 난독증은 뇌신경학적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며, 선천적이다. 글자를 부정확하게 읽기도 하고, 느리게 읽기도 한다. 난독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뇌의 활성화 되는 영역이 다르다. 참고로 지능과는 전혀 상관 없다. 오히려 난독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물을 입체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발달하여 3D 모델링 전문가나, 아티스트, 건축가가 된 사람들도 많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난독증이었다고 하지 않는가. 

난독증을 설명하는 영상. 반지의 제왕과 캐리비안의 해적으로 익숙한 헐리우드 배우 올랜도 블룸, 키이라 나이틀리, 버진 그룹 회장 리처드 브랜슨까지 난독증을 가지고 있다. © Made by Dyslexia

집중력 회복을 위한 디자인의 역할

향후 이러한 사용자들을 만남으로써 크게 두 가지의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싶다.

 

첫째로, 기업은 디지털 디자인이 추구해야할 본질적인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 사용자의 주의를 집중시켜 브랜드 제품과 서비스를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기업도 살아남는 방책임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가운데에서도 사용자들이 더 본질적으로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제공할 수 있는 가치있는 대안은 어떤 것이 있을지 고민하길 기대한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에서는 '휴식 알림 설정' 기능을 2022년 2월부터 전 세계 사용자에게 도입했다. 사용자가 설정한 시간이 지나면 '휴식이 필요하신가요?'라는 팝업 알림 창이 뜬다. '좋아요' 수도 타인이 볼 수 없게 유저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을 2021년부터 적용했다. 이와는 반대로 어떤 기업에서는 의도적으로 송금 화면에 주식투자 상승률을 봐야만 하도록 화면에 고정시켜 사용자의 선택권을 빼앗기도 했다. 국내 유니콘 기업으로써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인스타그램에서는 휴식 시간과 제한 시간을 둘다 설정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기능을 사용할지는 모르겠지만,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시도가 의미 있다. 

둘째로제품 개발 ADHD, 난독증과 같은 신경학적 요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집중력을 반드시 고려해야한다. 집중력은 인지 능력의 중요한 부분이다. 인지가 정보를 인식하고, 학습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요구되는 사고 과정이라면 집중력은 이러한 요소들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 필요하다. 또한 앞서 언급한 공황장애나, 트라우마로부터 회복되는 것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제품 설계도 필요한데, 트라우마 기반 디자인에 대해서는 나중에 상세하게 다룰 예정이다.

MSV 6호 <집중력 Focus>안내 

6호는 시행착오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주제 때문인데요. 운동 관련하여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으나, 약간의 한계에 부딪히게 됬습니다.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뽑아내야 하는데 물리적 접근성과 관련된 것들은 지금까지 많이 다루다보니 제 스스로 깊이를 느끼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운동 호는 향후 발간으로 기약하고, 다시 주제를 선정 하게 됬습니다.

그래서 결정된 주제가 <집중력> 입니다.
최근 인지와 관련된 자료를 조사하고, 글을 쓰면서 물리적인 영역을 넘어서서 정신의 영역과 관련된 주제를 다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대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집중력과 관련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디자인은 집중력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요? 6호는 제작하고 있는 저 뿐 아니라 독자 분들의 생각의 전환점이 될만한 터닝포인트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상세한 목차와 인터뷰이는 확정되는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오프라인 모임 안내 [집중력을 높이는 디자인 요소와 디자인 윤리] MSV 6호에 목소리를 담아주세요.

지금까지 열 분 가까이 독자분들을 만나면서, 이렇게 좋은 생각과 아이디어들을 가진 분들을 한자리에 모으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에 처음으로 다 같이 뵙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그냥 만나서 수다 떠는 시간😅 이기보다는 저희가 주제를 가지고 함께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면 어떨까요? 상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를 눌러주세요!

집중력에 심각하게 방해를 받은 경험이 있는 분👋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자신만의 디지털 기기 사용 방법이 있으신 분👋 또는 무한스크롤 등을 보며 디자인 윤리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본 적이 있는 분👋 그리고 이 주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점을 나눠보고 싶으신 분👋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함께 나눈 이야기는 MSV 6호 내 챕터 <집중력의 회복을 위한 나만의 방법> 또는 <디자인 딜레마와 윤리>에 내용을 싣게 됩니다. MSV를 응원해주시는 분들과의 네트워크 + 참여하신 분들과 함께 맛있는 도시락 + 새로 발간되는 6호를 드립니다.  

변화를 만드는 인사이트. MSV의 다른 글도 읽어보세요.  
김병수 미션잇 대표 
변화를 만드는 디자이너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 디자인의 가치는 심미적인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사고의 툴이라고 믿는다. 2021년부터 장애인 관찰 조사와 전문가 인터뷰에 기반한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다. 장애인 이동, 발달장애 아동의 놀이, 개발도상국 안전, 시니어의 디지털 접근성 등과 같은 현대 사회 이슈를 디자인 관점에서 조망한다. 삼성전자에서 디자이너로 일했으며, 런던에서 사회적기업가정신Social Entrepreneurship을 공부했다. 
주식회사 미션잇은 장애인, 고연령층 등 지금까지 주목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사용자 경험을 연구하는 디자인·콘텐츠 기업으로, 포용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위한 깊이 있는 전략을 만듭니다. MSV는 Meet Social Value의 약자로 콘텐츠의 선한 영향력을 지향하는 미션잇의 브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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