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콘 토마테를 드셔보셨나요?
JUL 10, 2026
요즘은 단순한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약속도 많이 줄이고, 교통비가 들지 않을 정도의 거리만 왔다 갔다 하면서요. 그리고 하루에 두세 시간은 오로지 작업에만 몰두하기로 저와 약속했습니다. 그릭요거트와 삶은 달걀, 구운 고기를 번갈아 가며 아침으로 챙깁니다. 고관절 스트레칭도 잊지 않고 해주고 있는데요, 그래야 허리가 아프지 않거든요. 매일의 일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하루의 큰 시간 블록들이 정해져 있다 보니 안정적인 느낌이 듭니다. 주의력이 없다시피 해서 하나의 일을 하면서도 머리는 팽팽 돌곤 하는데 일상이 고정되니 그간 제가 얼마나 정신없이 살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더군요. 아, 그렇지만 SNS를 끊는 건 정말이지 너무 어려운 일이에요.

집에 있는 걸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막상 어디라도 나가지 않으면 그대로 고여 버려서 아래에서부터 조금씩 썩기 시작하는 게 아닐까 걱정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쉽게 떨치기 어려운 불안 중 하나지만, 요새는 작업 속에서 헤매는 초조함이 더 크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걱정은 다른 걱정에 사로잡혀 옅어졌다고 할까요. 걱정을 걱정으로 막아버린 모양이 웃프지만요.
스페인에 있을 때 먹었던 판 콘 토마테(Pan con tomate)
판 콘 토마테를 드셔보셨나요? 스페인식 오픈샌드위치인 판 콘 토마테는 빵과 토마토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말 그대로, 빵과 토마토가 주 재료인 아주 간단한 요리예요. 바삭하게 잘 구운 빵 위에 생마늘을 슥슥 비비면 빵의 거친 면에 마늘이 적절하게 갈려 알싸한 마늘 향이 빵 표면에 얹힙니다. 그 위에 잘 익은 토마토를 대충 갈아 올리고, 소금과 올리브오일, 후추를 무심하게 올려주면 완성이에요. 별거 없어 보여서 더욱 재료가 중요한 요리인데요, 푹 익어 한껏 달큰해진 완숙 토마토와 푸릇하고 쌉싸름한 올리브오일을 바삭하고 고소한 빵이 감싸주면서 더없이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막 갈아낸 신선하고 영롱한 토마토
푹푹 찌는 더위에 지쳐서 파스타 볶을 기운도 없던 어느 날, 문득 빵 대신 파스타로 판 콘 토마테를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 빵이 없으니까 파스타 콘 토마테겠네요. 다른 점이 있다면 다진 마늘을 간 토마토에 바로 섞고 소금을 좀 더 넣어서 간간하게 하는 것 정도라 아주 간단히 만들 수 있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숏파스타로 만들어야 석석 비벼서 듬뿍 떠먹기가 좋더라고요. 여름에는 꼭 토마토 절임을 해서 파스타에 곁들여 먹는데, 파스타 콘 토마테는 토마토를 절일 필요조차 없다는 점! 숏파스타를 삶는 동안 토마토 소스를 만들면 빠르게 여름맛 식탁을 차릴 수 있어요. 시고 짜고 단 토마토즙이 입안으로 들어와 양 볼에서 짜르르한 느낌이 들 때, 비로소 제가 좋아하는 여름이 시작되었다고 느꼈답니다. 님과도 최근에 제가 느낀 이 단순한 행복을 나누고 싶어요.
파스타 콘 토마테
 재료 [1인분 기준]

(필수)
숏파스타 1인분
잘 익은 완숙 토마토 2개
다진마늘 1작은스푼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

(기타)
바질잎
만드는 법

1. 파스타 면은 패키지에 적힌 시간만큼 삶아주고, 찬물에 열기만 식을 정도로 살짝 헹궈줍니다.
2. 잘 익어 물렁해진 토마토는 열십자로 칼집을 낸 다음 그대로 강판에 갈아주면 껍질과 속이 분리되면서 갈립니다. 껍질을 빼고 속과 즙만 남겨주세요.
3. 갈아둔 토마토즙에 소금과 올리브오일, 다진마늘을 넣고 잘 섞어주세요. 간이 좀 세다 싶을 때까지 소금을 넣어줍니다.
4. 삶은 파스타와 토마토즙을 곁들인 다음, 취향에 따라 바질 잎을 얹어주면 완성! 먹기 전에 올리브오일을 한번 더 뿌려주면 좋아요.
님, 오늘의 파스타는 어떠셨나요?
너무 길었나요? 레시피가 부실했나요?
듣고 싶은 내용이 있나요?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다음 레터에 반영해 답장할게요.
제가 궁금하다면 아래에서 더 확인할 수 있어요!
R.DAM
artist.rdam@gmail.com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