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팟캐산업에 없는 두 가지

우리나라 팟캐스트는 두 가지가 없어. 
투명성과 표준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제시각에 돌아온 미디어 뉴스레터 어거스트입니다.  

이번주 레터는 한국 팟캐스트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과 이를 해결하려는 SBS의 시도를 소개합니다. SBS 관계자 여러분들 보고 계신가요? 협업합시다! 

🤷🏻‍♀️ 팟캐스트로 돈을 벌고 싶을 때 
우리가 이야기해야 하는 것들 🤷🏻‍♀️ by FRI🤘

3월 4일, SBS 라디오가 팟캐스트 통계 데이터를 공개했습니다. 업계에서 최초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SBS 라디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볼 수 있어요. 한 주동안 어떤 프로그램이 인기였는지, 스트리밍 뷰는 얼마나 나왔는지, 방문자 수는 몇 명이었는지, 그리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었는지 들어있죠. 3월 22일 기준 주간차트를 살펴보니 순위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두시탈출 컬투쇼>, <컬투쇼 레전드 사연>, <김영철의 진짜미국식영어>, <배성재의 텐>, <이재익의 정치쇼>, <씨네타운 나인틴 - 풍문으로 듣는 방송>, <김혜리의 필름클럽> 등 순으로 랭크되어있습니다. 총 18위까지 공개되어있는데 7위 <김혜리의 필름클럽>, 13위 <밀떡>, 15위 <김미려, 심진화의 연애 말고 결혼>, 16위 <여행본색>, 17위 <맹승지, 소림 쌤의 톡톡사주>, 18위 <말술남녀 - 쉽고 맛있는 술이야기>를 제외하면 모두 기존 SBS 라디오 프로그램이거나 프로그램의 코너에서 파생된 팟캐스트입니다. 이렇게만 보면 이번 데이터 공개가 그렇게 의미있는 행보인지 모르겠네요.

그럼 SBS 라디오는 왜 갑자기 팟캐스트 청취자 통계 데이터를 공개했을까요?

잠깐, 그동안 우리나라 팟캐스트 시장이 어땠는지 보고 갑시다. 정치 풍자 코미디, 시사 장르의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유의미하고 물리적인 사회 변화를 일으켰을지 몰라도, 팟캐스트 시장 자체의 파이를 커지게 한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돈을 버는게 어려웠어요. 확실한 정치팬덤 덕택으로 커온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본업을 가진 스페셜리스트들의 사이드 프로젝트 정도인 프로그램들이 많았죠. 국내 최대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이 제공하는 순위를 보면,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 <김용민의 측면승부>, <김동환 이진우 정영진의 신과 함께>, <새날>,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 <김용민 브리핑>,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정영진 정미녀 정박의 일당백> 등 순입니다. 중복되는 이름들이 많이 보이죠?

그래요, 순위도 알겠고 특정 진행자들이 인기있는 것도 알겠어요. 그런데 조회수를 유튜브처럼 대놓고 공개하지 않으니까 이게 어느 정도 파급력이 있는지 감이 오지 않았어요. 조회수를 제공하더라도 어떤 '기준'으로 이 정도 숫자가 나온건지 확실하지 않았습니다. 언제, 누가, 어디에서 방송을 듣고 있는지 하나하나 세밀하게 따져보는건 어려울지라도, 이 조회수라는 게 한 사람이 여러 번 들었던 건지, 잠깐 껐다가 다시 듣는 것도 카운팅되는 건지 등 의문이 많았거든요. 저는 이 불투명성이 지금까지 국내 팟캐스트 시장의 성장을 느리게 하는데 한 몫했다고 생각해요. 거꾸로 생각하면 기준만 잘 잡아도 수익구조가 보일 수도 있다는 얘기?!

아마도 SBS 라디오는 이런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기존 라디오 프로그램도 만들고 팟캐스트 프로그램도 열심히 만들고는 있는데,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할지 통 모르니까 답답했을 겁니다. 

그래서 한창 성장하고 있는 북미 팟캐스트 시장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서치해봤겠죠? 대체 얘네들은 어떤 종류의, 어떤 내용을 담은 팟캐스트를 어떻게 만들길래 잘 나가는거지? 찾아보니, 문제는 방법이 아니라 기준에 있었습니다.

미국에는 iAB라고, '미국 인터넷 광고 협회(Interactive Advertising Bureau)'가 만드는 '팟캐스트 표준'(iAB Podcast Measurement Technical Guidelines 2.0)이 있습니다. 팟캐스트 호스팅 업체들이 모여 통일된 표준을 만들었고 그 가이드라인에 따라 청취자 통계를 공개합니다.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이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광고주들에게 영업을 할 수 있고, 광고주들도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보고 광고를 집행하죠.

팟캐스트로 돈을 벌려면 먼저 업계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으로 그 표준을 만드는 장을 마련한 SBS 라디오가 iAB 기준을 따르기로 한 것은 'iAB 기준을 따르면 중복 청취자와 비정상적인 IP주소를 제거한, 실제 청취 행태에 가장 근접'한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SBS 라디오는 작년부터 iAB 제휴 팟캐스트 업체인 ART19과 협업하면서 팟캐스트 스트리밍 뷰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도를 구축하고 있어요. 물론 SBS 혼자 한다고 되는건 아니겠죠. 국내 언론사를 비롯해 팟캐스트를 제작하는 주체들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판을 키우고 자리를 잡아야 경쟁하든지 하죠!

어떤 가이드라인을 세웠는지 궁금하실 수도 있으니 짧게 소개해드릴게요. iAB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말그대로 Technical, 기술적인 사안을 담고 있어 비전문인이 제가 설명하기 어렵지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iAB 홈페이지를 방문해 'Podcast Measurement Technical Guidelines v. 2.0'를 클릭하면 보고서 원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먼저 팟캐스트 내용이 어떤 방식으로 전달되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Content Delivery)

팟캐스트 청취자들을 팟캐스트를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듣습니다. 
  1. 팟캐스트를 다운받아 나중에 듣는 경우
  2. 다운받으면서 온라인으로 듣는 경우 
  3. 다운받지 않으면서 스트리밍으로 듣는 경우가 있죠.

그리고 광고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되는지 봅니다. (Ad Delivery)
  1. 내용 안에 포함되어 정해진 광고가 나가는 경우
  2. 별도의 광고 시간에 광고가 나가는 경우

측정한 프로그램이 위의 사항들과 어떻게 부합하는지 미리 파악한 다음 IP 주소, Time Stamp (어느 시점에 데이터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하여 특정 위치에 표시하는 시각), HTTP Status Code (HTTP 응답 상태), 저장된 바이트 값, HTTP Referer (하이퍼링크를 통해서 사이트로 방문시 남는 흔적), 사용된 애플리케이션 정보 등 정보값을 수집합니다.

이후 iAB가 제안하는 5가지 스텝을 밟으면 되는데, 역시 기술적인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라 원문 그대로 전달합니다.

  1. Apply filtering logic
  2. Apply file threshold logic
  3. Identify and aggregate uniques
  4. Generate metrics
  5. Audit the process (feedback loop)

결론적으로 '여러가지 상황과 변수를 고려해 실제 청취 행태와 가장 비슷하게 수치화하는 것'입니다.

깜깜이식으로 덮어놓고 조회수만 제공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겠죠? 저도 리서치하면서 새로운 플랫폼과 그 안의 콘텐츠를 만들어 수익을 낸다는 것은 꽤나 세밀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동안 스토리를 만드는 제작자 입장에서만 조급하게 발을 구른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어떻게 만들까도 정말 중요하지만, 저를 포함해 새로운 플랫폼으로 무언가를 해보겠다고 하는 분들, 이렇게 기술적인 절차에 대한 스터디를 해보시면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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