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 수급 지수가 86.8이 나왔습니다. 이는 시장 수급 상황을 수치화한 값인데요, 100을 밑돌면 공급이 많고, 100을 넘으면 수요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즉 수치가 낮을수록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에요. 전국 아파트로 치니 매매 수급 지수가 92.5가 나왔어요. 불과 1년 전만 해도, 살 집이 없어서 집값이 치솟았는데...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노도강에 빠진 영끌족, 어디갔나
작년 2030 영끌족으로 집값이 크게 올랐던 지역이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구)이에요. 서울 외곽지역으로 중저가 아파트가 많아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겠다'는 패닉바잉이 오자 수요가 몰린거죠. 특히 영끌해서 겨우 집 한 채 살 수 있는 2030 세대 중심이었어요. 서울에서 아파트를 산 30대 이하 비중이 작년 처음으로 40%를 넘어섰을 정도죠.
그런데 올해 들어 경기 침체+금리 인상이 빨라지면서 웬만한 강심장으론 고금리 대출을 이겨내며 집을 살 수 없게 됩니다. 또한 다주택자들은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집이 많을수록 양도소득세를 더 많이 내는데, 더 많이 내는 걸 일시적으로 없애주는 제도)'가 시행되자 이 틈에 똘똘한 한 채만 남기고자 노도강 지역을 팔기 시작했고, 대출 끼고 갭투자한 사람들 역시 대출 금리가 부담되자 집을 내놓게 된 거죠. 이렇게 시장에 나온 매물이 증가하는 반면 정작 살 사람이 없는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전세에서 월세로
매매는 언감생심, 전세를 알아볼까 하는데 전세자금대출 금리마저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작년 말만해도 연 3% 안팎이었는데 지금은 4.5%까지 올랐거든요. 그럴 바엔 차라리 월세살자 라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계산기 두들겨 보면,
- 전세대출 2억 받을 때 금리 연 4.5% -> 월 이자 75만원
- 전세대출 2억 받을 때 금리 연 6.0% -> 월 이자 100만원
- 2억을 월세로 전환하면, 전월세 전환율 4.2% -> 월세 70만원
차라리 월세 70만원 내고 보증금은 별도로 투자 등에 활용하는 것이 낫겠죠?
만약 2020년 전세 만기 때 '2년 더 연장' 티켓을 썼다면 올해 계약이 끝납니다. 연장을 할지 다른 집을 찾아봐야 할지 고민이 되죠. 원래 티켓을 한 번 쓸 시기엔 집주인이 보증금을 5%까지 못 올려요. 집주인 입장에선 그렇게 참았으니 새로 계약할 땐 그동안 못 받은 만큼+시세만큼 올려 받을 겁니다. 세입자 입장에선 대출을 더 받아야 하는데 이자가 어마무시하니 '차라리 월세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 거죠.
깡통전세 소리가
집주인 입장에선 전세금을 더 올려야 하는데(2년간 못 올렸으니), 들어오겠다는 사람은 없고, 동시에 집값은 떨어지는 상황이에요. 최악의 경우 일명 깡통전세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어요. 전셋값이 집값을 추월하는 경우인데요, 집주인이 세입자가 나갈 때 돌려줄 보증금이 없게 되는 상황이죠. 세입자가 깡통전세에 대처하는 방법은? [지난 두부에서]
그럼 진짜 월세를 선택한 사람이 많을까요? 4월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50.4% -> 5월 59.5%로 계속 치솟고 있네요.
백 투더 증여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자 '이 값에 팔거면, 차라리 자녀를 주지' 라며 증여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어요.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가 얼마나 되냐면요,
3월 525건 -> 4월 812건 -> 5월 830건이네요. 특히 강남 쪽에 몰렸는데요, 강남구->서초구->강북구->노원구->송파/강동구 순입니다.
그리고 보유세(재산세, 종부세) 과세 기준일이 6월 1일이라 그 전에 집을 팔려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럼 양도세와 종부세를 동시에 아낄 수 있거든요. 어랏, 근데 그즈음 되니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안 나타나요. 그래서 아파트값이 빠지기 시작했죠. 그럴 바엔 증여하자... 라고 해서 4-5월 증여 건수가 급증했다는 분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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