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일기
-월요일 아침 출근길을 앞둔 당신에게 드리는 사소한 편지

#011.위로한다는 건 참 어려워서
  오늘 편지는 독자님이 여쭈어본 위로를 건네는 방법에 대해 다루어보았습니다.
[독자님 사연]
지난 주말에 친구에게 적절한 위로를 건네는 법을 고민했습니다. (...) 어떻게 답장을 해야 상투적인 빈말처럼 여겨지지 않고 걱정하는 마음을 전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어 선뜻 답장할 수 없었습니다. 몇 분 머뭇거리며 고민한 끝에, '몸을 움직이는 게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더라. 밖에 나가길 잘했다. 속상한 거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는 말아'라고 껴안아주는 이모티콘과 함께 답장을 했지만 과연 친구에게 적절한 위로를 건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어떤 일이냐에 따라 위로하는 법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위로하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 주말이었습니다. 다들 어떻게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지, 혹은 어떤 위로를 받고 싶은지 궁금해져서 글 남겨봅니다.
    독자님, 안녕하세요. 일 년 반이 넘도록 사연을 받아 도움될 만한 문장을 골라드리고 있지만, 저도 위로하는 일이 힘들어요. 우두커니 앉아 말을 들어주다가 참 힘들겠다며 고개 끄덕이는것밖에 못한다 싶어요. 돌아오는 길에 내가 좋은 말을 해준걸까 싶기도 합니다. 인생 경험이 많아서 똑 부러지는 조언과 해결책을 줄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스스로 봐도 영 아니더라고요. 어디까지가 공감하는게 맞고, 어디까지 조언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도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독자님의 사연이 남 일 같지 않았어요. 어떤 말을 건넬지 거듭 고민하다가,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을 진심을 담아 꾹꾹 눌러 말해보고, 그럼에도 내 말이 옳았나 뒤돌아서 자책하는 게 꼭 저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가장 좋은 위로를 하는 법은 모르지만, 반대로 내가 힘들 땐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위로해 주길 바라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주중에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제가 힘들다고 말하기 전에 미리 제가 괜찮은지 물어봐준 사람들 덕에 제가 오히려 더 차분해질 수 있었어요. 그 말이 묻는 메시지가 무엇이든, 너를 생각하고 있다는 마음을 느꼈을 때 위로받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월초에 위로에 관한 글을 쓸 일이 있었어요. 언제부턴가 말로 하는 위로보다 다른 방법으로 건네는 위로를 믿게 된다. 나를 생각해서 사 온 물건들, 내게 내어주는 시간들. 제가 그 글에서 주로 한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구하기보단 혼자 다른 풍경을 보면서 스스로를 다독이는 시간이 많아졌단 이야기였지만, 결국 그럼에도 사람들이 건네는 따스한 관심이 참 소중하다 생각했었어요. 


   독자님이 친구에게 해주셨던 말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저는 독자님이 친구에게 건넸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어요. 힘든 상황을 공감해 주고, 그럼에도 친구가 기분 전환을 한 뒤 그 순간을 이겨내길 바라는 진심이요. 어쩌면 그 진심이 정답 아닐까요. 멋진 사이다 멘트 백 마디보다, 진심을 담은 투박한 한 마디가 더 소중할 거예요. 사실 어떤 방법론이 있더라도 당사자에게 도움이 될만한 위로의 방식은,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는 독자님이 결론을 내야 하니까요.


   이번주의 밑줄에는 네 개의 문장을 골랐습니다. 첫 번째 문장은 정신의학신문에 실린 위로하는 세 가지 방법에 대한 글에서 발췌했습니다. 진심이 어린 위로는 상대방에게 전달된다는 말이 와닿았습니다. 두 번째 문장은 삼풍백화점 생존자인 작가님이 인터뷰한 말이었습니다. 큰 불행을 겪은 이에겐, 말을 아끼라는 말이 와 닿았습니다. 세 번째 문장은 대학내일의 기사에서 가져왔는데, 적어도 이런 위로는 하지 말자는 반면교사가 잘 정리된 글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지막 문장은 제가 좋아하는 독립출판물, 아무것도 할 수 있는(제가 참고한 판형은 2판입니다)에서 가져왔습니다. 우울을 겪은 사람들이 위로받았던 순간에 대한 인터뷰를 했던 여섯번째 챕터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11월 21일,
더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싶은
소얀 드림

PS. 다른 독자님들은 어떠신가요, 기억에 남았던 위로가 있나요? 
이번주의 밑줄
첫 번째 문장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위로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면 그건 분명 전달돼요. 말로 하지 않아도(...) 친구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 즉 메시지보다 메시지를 감싸고있는 메타-메시지가 중요한 겁니다.
두 번째 문장

그리고 불행을 겪은 이들의 마음은 정말 간장 종지만큼 좁아져요쉽게 상처 입고요이때는 위로의 말들도 대체로 고깝게 들려요그러니 말은 아끼고 묵묵히 곁에 있어주었으면 좋겠어요그냥 상대에게 건조한 사인만 건네세요. ‘ 여기 있어언제든 힘들  연락해’ 정도로요.

세 번째 문장

위로를 잘 하는 방법은 모르겠지만, 위로할 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은 알려드릴 수 있어요. 위로 대신 불행배틀 하기, 딴짓하기, 지적하기, 하나마나한 해결책 제시하기. (...) 저는 위로를 할 때 예시와 같은 경우만 피하려고 조심합니다. 그것만 지켜도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면할 수 있더라고요.

네 번째 문장

말보다 위안이 되는 건 우울해도 괜찮다는 확신을 주는 그 사람의 분위기입니다. 괜찮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그 시간동안 그저 조용히 앉아있던 흔들리지 않는 그 사람의 마음입니다.

못다 한 이야기

-지난번 메일을 보고 궁금하셨을 상황에 대해 간단히 답해드려 봅니다. 1)윤가은 감독님의 우리들이라는 영화는 오타가 아니라 실제로 있는 영화였답니다! 저도 우리집만 있는 줄 알았어요. 2)지난번 메일은 광고가 아니었어요. 최근 광고를 준비할 깜냥이 안 되었어요. 정말 광고를 구성하게 된다면 독자님들에게 뭔가 무언가 드릴 수 있는 이벤트를 기획할 생각입니다.:)

-이번주 마감송은 The Highs & The Lows - Chance the Rapper(ft.Joey Bada$$) 입니다. 우연히 알고리즘에 떠서 들었는데, 이름만 들었던 래퍼였는데 오늘 계속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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