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두어 님!

얼마 전, 에디터 완두는 부실한 몸을 이끌고 몽골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으나, 돌아온 지 한 달가량이 되었는데도 여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비실거리는 중이랍니다.😂

평소에 사진을 즐겨 찍는 편이 아닌데, 몽골에 가서는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일상에서 절대 만날 수 없는 풍경뿐이라 수백 장은 족히 찍은 듯해요. 그런데 돌아와 사진첩을 정리하는데 말이죠. 원래 곰손인 건 알았지만 저의 사진 솜씨가 생각 이상으로 형편없지 뭐예요. 여행 중에는 분명 잘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왜 그때 그 느낌이 안 사는 건지... 다행히도 금손 일행들이 남겨준 기록 덕분에 추억은 잘 보존할 수 있게 됐어요. 하하.

오늘 만나볼 이퀄리 님은 여행의 기억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는 크리에이터입니다. 그동안 제작하신 기록물의 작업 배경과 노하우를 들려주셨어요. 여행지에서 만난 특별한 장면과 순간들을 느낀 그대로 기록하기 위해 여러 요소들을 활용하신다고 해요.  

이퀄리 님이 알려주시는 사진・영상 기록 팁을 참고해서, 저도 다음에는 제 손으로 여행지 기록을 멋지게 남겨봐야겠어요!

▪️ [인터뷰] 기억에 색감을 입히는 사진・영상 기록법

▪️ [오늘의 두잉] 사진 기록에 시그니처 컬러 입혀보기

여행의 기억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해 전하는 크리에이터 이퀄리입니다. 여행에서 느낀 감정과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콘텐츠에 여러 요소를 활용하는데요, 그중에서도 색감이 저의 주무기라고 할 수 있어요. ‘저세상 색감 크리에이터’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벌써 6년 전 영상이네요. 그 작업 덕분에 콘텐츠의 색감과 영상 제작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 콘셉트를 계획하고 만든 영상은 아니었어요. 친구들과 떠난 미국 여행에서 숲속 오두막처럼 생긴 독특한 숙소에 묵게 되어서 추억을 남기고자 재미 삼아 촬영한 거예요.

막상 돌아와서는 회사 다니느라 바빠서 사진만 몇 장 올렸어요. 그 사진을 본 지인이 영화 <문라이즈 킹덤> 느낌이 난다고 말해주더라고요. 보정하기도 전이었는데 분위기와 구도가 비슷했나봐요. 그때 처음으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을 접했고, 아름다운 색감에 반해서 따라해보고 싶어졌어요. 그때는 영상 보정을 할 줄 몰라서 그 영상을 3천여 장의 사진으로 분할하여 색감을 만진 후 다시 합쳤어요. 무지함이 만든 생고생이었죠. (웃음) 사람들에게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드리면 더 흥미로워해주시기도 해서,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 [USA Trip] 문라이즈 킹덤 따라잡기, 썬라이즈 킹덤 (Sunrise Kingdom) 스크린샷 | 이퀄리 제공

말 그대로 '여행에 미친' 직장인이었어요. 회사 다니면서 1년에 8번 정도 해외 여행을 떠났거든요. 하지만 여행 가는 일을 제외하면 큰 변수 없이 이어지는 일상에 익숙했고, 건축을 너무 좋아해서 다른 길을 생각해본 적 없었어요. 그런데 취미로 만든 여행 영상이 큰 관심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좋아하는 건 머릿속 무형의 아이디어를 가시화하는 일 자체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건축은 그동안의 수단이었고, 앞으로는 영상으로 해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퇴사 후 여행 커뮤니티인 ‘여행에 미치다’로 이직했고 크루로 활동하며 제 감성을 담은 영상을 만들어 생각을 실현했어요. 제 기준에서는 정말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죠.

Q. 영상이나 사진에는 촬영하는 사람의 시선이 담기죠. 이퀄리 님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기록자인가요?

저는 사실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면 댓글에 색감이나 스토리 등이 ‘따뜻하다'는 반응이 많이 달려요. 그러고 다시 제 작업을 둘러보니 그런 느낌이 공통으로 배어 있는 거 같더라고요.

  ↗ 이퀄리 님 사진 | 이퀄리 제공

Q. 꽤 시간이 흐른 영상이지만, 저도 동생분 생일 선물로 만드신 영상을 보면서 다정한 분일 거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가 주변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기록해서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하는 사람이긴 한 거 같아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산 카메라로, 수학여행 중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CD에 구워 선물했던 기억이 있어요. 요즘도 콘텐츠 제작 목적이 아니라 가족과 친구들과 보낸 시간을 남기기 위한 사진과 영상을 많이 남기고요. 

Q. 지금은 어떤 카메라를 사용하시나요?

소니 알파 7 시리즈를 주로 써요. 주변에 영상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카메라 관련 정보를 많이 얻고, 저에게는 직업의 도구이다 보니까 계속해서 최신 모델로 교체하고 있긴 한데요, 사실 장비 스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Q. 그럼, 무엇이 중요하다고 여기세요?

콘텐츠에 무엇을 담고 싶은지, 그 알맹이요. 저는 여행이 좋아서 이 길로 뛰어들었고, 좋아서 계속하다보니 여러 기회가 찾아와 크리에이터로 자리 잡게 되었어요. 요즘 크리에이터가 되는 분들을 보면 결과물 퀄리티에 포커스를 맞추는 분들도 많아요.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때깔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도 그 안에 의미가 담겨 있지 않으면 사람들의 공감을 지속적으로 얻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를 계속해서 상기하려 노력하고요.

Q. 콘텐츠를 기획할 때 가장 먼저 정하는 건 무엇인가요?

영상의 경우 음악이요. 무조건 음악을 먼저 정하고 여행을 떠나요. 여행을 다녀와서도 음악을 들으면서 시퀀스를 구성하고요. 예전에는 콘티도 짜보고 영상 전문가분들이 하는 방식을 시도해봤어요. 하지만 여행이라는 게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촬영도 절대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요즘은 노래의 느낌과 분위기를 되새기며 즉흥적으로 촬영하고 있어요.

Q. 이퀄리 님에게 가장 의미 있는 작업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미얀마 혼자 여행 영상을 꼽을 수 있어요. 저는 뭐든 혼자 하는 걸 진짜 싫어하거든요. 혼자 여행이 좋다는 말도 많이 듣긴 했지만 글쎄요, 직접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들었어요. (웃음) 그런데 갑자기 회사에서 100만 원과 2주라는 시간을 지원해줄 테니 원하는 곳에 가서 마음껏 콘텐츠를 만들어 오라는 제안을 했어요. 놓칠 수 없는 기회였죠. 그동안 못해본 도전을 해봐야겠다는 용기가 생겨서 평소 궁금했던 미얀마로 혼자 떠났어요. 그리고 진정성 있는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 제가 여행지에서 혼자 영상 촬영하는 모습을 다른 카메라로도 찍었어요. 그 클립을 영상 후반부에 메이킹 필름처럼 넣었더니 사람들 반응이 되게 좋았어요. 저도 그 당시의 솔직 담백한 마음이 잘 담긴 작업이라고 생각해서 두고두고 기억에 남고요.

제 본명은 익균이에요. 고를 균(均) 자를 쓰고, ‘널리 나누면서 살라’는 뜻을 가지고 있죠. 처음 이 일을 시작하고 정체성을 고민할 때, 이름처럼 가진 걸 나누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강연 활동을 통해 그 뜻을 조금이나마 이뤄보게 되었고요.

한 번은 어떤 수강생분이 시간이 흘러 딸을 낳아 가족이 다함께 다시 찾아오신 적이 있었어요. 제 강연 덕분에 영상 제작에 재미를 느끼고, 가족이 함께 콘텐츠를 만들고 계시대요. 제 강연이 누군가에게는 내 생각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느끼고 더 열심히 준비하게 되었죠. 저 역시 강연하며 생각지 못한 장점을 발견하기도 하고, 사람들에게서 얻는 에너지가 커서 앞으로도 꾸준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막상 강연을 해보니까 모든 기술을 알려드려도 다들 자기만의 방법으로 소화하세요. 저와 비슷한 느낌이 나는 분은 백 명 중 한 명 정도 있었던 거 같아요. 각자 취향이 있으니 제 방법을 아무리 입력해도 그대로 출력되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알려드릴 수 있는 건 모두 퍼드리고 있어요. 원리를 알고 각자의 취향대로 소화하실 수 있도록요.

새로운 콘텐츠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동안 같은 여행지는 되도록 피했었어요. 그런데 작년에 신혼여행을 호주로 다녀오고 최근에 캠페인 참석 차 또 가게 되었어요. 어쩌다 보니 이제껏 호주만 다섯 번 갔는데요. 누구와 같이 가느냐에 따라서 매번 느낌이 색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죠.

이제는 같은 여행지를 다른 시점에 갔을 때 어떻게 다를지 궁금해요. 이 여행지를 나이 들고 다시 오면 무엇을 보고 느낄지 기대돼요. 앞으로도 저는 그때의 시선과 감상을 담아 매번 새로운 기록을 남기고 있을 거 같습니다.

• 선 스토리 구상, 후 프로그램 켜기
  저는 여행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무리 피곤해도 꼭 여행 회고를 해요. 거창한 게 아니고 스마트폰 메모장을 켜서 매일의 일정과 기억에 남는 포인트를 적어보는 거예요.
  그리고 영상에 넣기로 정한 음악을 들으면서 적은 글을 다시 봐요. 그럼 음악의 흐름에 따라서 이야기를 재배치할 수 있어요. 시작 부분에서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파트가 무엇일지, 마지막에는 어떤 파트를 넣어야 여운을 줄 수 있을지, 그리고 나머지 파트는 카테고리에 맞춰 분류할지 아니면 음악 리듬에 맞춰서 나열하듯이 편집할지 등 맥락을 구상하는 거죠. 스토리라인을 그려두면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 뭐부터 해야 할지 멍 때리지 않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