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콘텐츠 제작 자유도, 어디까지 갈까?
2022. 2. 10. | 41호(격주 발간) | 지난 손오공 다시읽기
매일 8시 시작하는 한 '경제 정보 토크쇼' 진행자 '아놔리'는 7시 55분에도 스튜디오에 있지 않습니다. 대신 출근하려고 자동차 시동을 겁니다. 아파트 주차장을 빠져나오면서 거치대에 올려진 스마트폰에서 클럽하우스앱을 켜고,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익숙한 풍경을 보면서 오프닝 인사를 시작합니다. 클럽하우스에 예약된 방엔 각자 출근길을 달리고 있는 패널들과 청취자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청취자와 제작진 모두가 움직이면서 만드는 출근길 경제 토크쇼 <클하의 오늘 아침>이 어느덧 1주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림] 클럽하우스앱 <클하의 오늘아침>방 생방 중 스크린샷
<클하 오늘아침>은 매일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클럽하우스앱을 통해 열리는 경제 토크쇼입니다. 경제 분야 전문 패널, 방송 진행 본캐 등의 '스피커'(클럽하우스에서 발언권을 가진 패널을 이르는 말)들이 마이크를 돌려가면서 경제 뉴스와 분석을 전하고, 때론 셀럽도 등장합니다. 스피커 외 참석자들도 중간에 손을 들고 발언하는 여타 클럽하우스 방들과 달리, 기존 방송에 좀더 가까운 형식으로 주로 스피커들이 각자 맡은 코너 순서로 진행됩니다. 경제 방송이 실시간 플랫폼으로 라디오 대신 클럽하우스를 택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클럽하우스의 거품이 빠진 지금까지도 구독자 3천여명, 매일 청취자 3~4백여명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후원 커뮤니티까지 다져온 점도 주목할만하지만, 손오공의 눈에 띄는 것은 특히 그 제작 방식입니다. 바쁜 직업을 가진 운영진들이 촌각을 다투는 출근길에 각자의 자리에서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만들어갑니다. 청취자들 뿐 아니라 제작진들도 각자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으며 심지어 메인 진행자가 이동 중입니다. 물론 자동차 풍절음이나 깜빡이 소리가 들어오기도 하고, 코너지기 패널이 사무실에 들어섰는지 끝인사도 못하고 사라지는 등 '방송사고'의 연속이지만, 눈에 보이는 콘텐츠가 아니다보니 그 거친 형식을 부정적으로 인식되진 않습니다. 청취자들은 오히려 스피커들의 생동적인 일상을 상상하면서 친근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깁니다. 

스마트폰 카메라와 LTE(이젠 5G)의 결합으로 이젠 실시간 영상 제작도 간소화되고 있지만, 제작진을 공간적으로 분산시키면서도 수용자에게 거슬리지 않는 수준으로 품질을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화면이라는 사각형틀에 모아내야 하고, 크리에이터와 제작진이 찍히는 자와 찍는 자로 나눠져야합니다. <클하의 오늘 아침>은 제한된 시간과 공간에서 가용한 역량을 콘텐츠 본질에 집중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수단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폰만으로 영화도 찍을만큼 스마트폰 카메라는 극적으로 진화해왔습니다. 마이크도 마찬가집니다. 여기에 클럽하우스, 카카오 '음mm', 'Anchor'(스포티파이의 팟캐스트 저작 도구) 등 복수 발언자의 음성 입력을 매끄럽게 받아내는 앱들이 가세하면 오디오 제작의 공간적 자유도는 더 커집니다(복수의 음성 소스를 써야할 경우, 기존엔 각기 다른 채널로 입력받아 양측의 볼륨 레벨을 맞추는 기계, 그리고 사람의 역할이 중요했지요). 출연진을 굳이 한 스튜디오에 모을 필요도, 어느 한쪽을 전화 연결해서 타자화하거나 복잡한 하이브리드 장비를 구성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율주행 단계가 높아질수록, 이동하면서 마이크를 잡는 것도 더 편해질 것입니다. 한층 강화된 오디오의 제작 자유도를 더 과감하게 활용하는 사례도 머지 않겠지요? 


PS. '🐵눈에는 🐵만 보인다'고, 손오공은 오디오라는 수단을 크게 봤습니다만.. 사실 <클하의 오늘 아침> 운영진의 지향점은 '경제 지식 공유 커뮤니티'이고, 실제로 남다른 성과를 쌓고 있습니다. '지식 공유 커뮤니티화'에 대한 좋은 사례로서 살펴보실 것도 추천합니다.
손오공은 님의 피드백을 먹고 자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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