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애칭을 내가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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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거울 앞에 섰던 어느 날, 눈·코 입부터 팔다리까지 뭐 하나 제자리에 있는 게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울 속 모습이 낯설 정도로 비대칭이 돼버린 몸. 삐뚤빼뚤 엉망이 된 몸은 내가 작가로서 열심히 일한다는 증거였다. 동시에 계속 이런 식이면 작가 일부터 못 하게 되리라는 암시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집에서 편히 쉴 때도 온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일을 마치고 난 후 취하는 휴식과 수면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었다. 서 있거나 앉기가 여의찮으니 외출도 거추장스러웠고, 자연스럽게 남는 시간을 스마트폰으로 때우게 됐다. 나는 항상 스마트폰을 쥐고 허송세월하는 내가 한심했다. 중독이라며 자책했지만, 미미한 체력으론 어차피 다른 취미를 가질 수도 없었다.

 

자세가 틀어지자 내 세상은 급격히 좁아졌다. 행동반경이 쉽게 제한되는 현실이 나를 비통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비통함 속에서 이토록 빠르게 침울해지는 것 또한 체력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나는 한달음에 동네 요가원으로 달려갔다. 체감상 내 척추는 지구의 자전축만큼이나 틀어져 있었으므로 아무리 생각해도 홀로 바로잡을 방도가 없었다. 눈을 감고 정갈하게 명상에 임하는 이미지가 강해서일까? 혹은 수업을 ‘수련’이라 칭하기 때문일까? 나는 요가가 내가 아는 운동 중 가장 정적일 것으로 생각했다. 대망의 첫 수련 시작 후 10분 정도 지났을 때만 해도 ‘뭐야, 꽤 할 만하잖아?’라고 여유를 부렸다. 하지만 다시 10분이 흐른 후엔 애플 워치에서 긴급 알림이 빗발쳤다. 분당 심박수가 치솟고 있으니 심호흡하든 뭘 하든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었다.

 

“절대 숨 참지 마세요. 자,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고.” 숨을 쉬라는 건 요가 선생님도 반복해서 강조하는 말씀이었다. 하지만 육지 포유류가 심심해서 숨을 참을 리는 없다. 누군가 숨을 못 쉬고 있다면 해석의 여지는 하나다. 지금 그가 죽기 직전으로 힘들다는 것.

 

다행스럽게도 내 옆 사람 또한 나만큼이나 힘든 모양이었다. 나만 미칠 것 같은 게 아니라는 사실이 급박한 와중에도 묘한 안심을 주었다. 우리의 숨소리는 선생님이 “숨 쉬세요!”라고 언질을 줄 때만 화들짝 커졌다. 나는 “훅! 훅! 훅!” 거리고 그는 “학! 학! 학!”거리는 식이었는데, 서로 박자가 엇나가는 순간엔 변태 콤비의 부적절한 비트박스처럼 들렸다. 그날 수련은 가까스로 동작을 흉내 내고, 숨 쉬면서 웃음까지 참느라 세 배로 힘들었다. 수련이 끝난 후, 나는 바닥에 쓰러져 잠시 암전을 맛보았다. 버려진 대걸레처럼 널브러져 있자니 어느새 선생님과 나뿐이었다. 나는 초면의 스승께 내 자세가 어떠냐고 여쭤보았다. 선생님은 내가 앉아 있는 모습을 가만히 보시더니 혹시 성격이 급하냐고 물었다. 허억! 나는 하마터면 주먹을 먹을 뻔했다. 수련 시간 내내 어기적거렸는데 성격 급한 걸 어찌 알았지 싶었다. 선생님은 내가 금방이라도 튀어 나갈 사람처럼 안절부절이라고 했다. 생각해 볼수록 참말이었다. 나는 거북목이라기보다 상체 전체가 앞으로 쏠린 타입이었는데, 별로 급하지 않을 때도 후다닥 튀어나가는 식으로 움직였다. 의외의 계기로 요가원에 신뢰를 느낀 후부터 보다 진지한 마음으로 수련에 임할 수 있었다.

 

한가할 땐 일주일 내내 요가원을 찾기도 했다. 아닌 게 아니라 회차를 거듭할수록 몸이 몰라보게 가벼워지고 있었다. 체중이 줄지 않았음에도 ‘내가 바람에 날아가면 어떡하지?’ 같은 헛된 고민이 들 정도였다. 나는 여전히 버벅거렸지만, 수련 후엔 나를 복구하기 위해 이토록 열심이라는 사실에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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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간 겪어본 요가는 남과 실력을 겨루는 스포츠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정화 활동에 가깝다. 스승님이 숨 쉬라는 것 다음으로 많이 하는 말씀도(어쩐지 극존칭을 쓰고 싶다) 안 되는 동작은 억지로 시도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나는 어딜 가든 누가 나만큼 못하나 두리번거리는 습관이 있는데, 요가 정신을 배우고 나서는 그런 행동도 자연스럽게 고쳐졌다. 그러던 어느 날은 마치 한 달 전의 나 같은 수련생을 보았다. 그분에겐 오늘이 첫 수업인 모양이었다. 그는 예전의 나처럼 쉴 새 없이 두리번거렸고, 초심자용 수련 동작을 거의 따라 하지 못했다.

 

그날 수업의 클라이맥스는 ‘전갈 자세’였다. 얻드려뻗쳐 상태에서 한 발을 들어 전갈 꼬리처럼 반대  쪽으로 넘기는 동작인데, 조금 익숙해진 내게도 쉬운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를 악물고 버티는 와중에 나보다 더 위태롭던 그분이 결국 옆으로 확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 그때 왜인지 눈물이 찔끔 솟았는데, 그분 얼굴에 새빨갛게 떠오른 수치심이나 열패감이 내가 오래도록 지니고 사는 것과 별다르지 않아서였다. 남들 다 하는 걸 나만 못 할 때의 기분이라면 나도 무척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즉시 부들대길 멈추고 그분보다 더 요란하게 자빠졌다. 스무 명 남짓한 수련생 중 전갈 자세에 실패한 건 우리 둘뿐이었다. 그분이 반사적으로 이쪽을 돌아보았고, 나는 헤헤헤 웃었다. 원래라면 다시 도전했겠지만, 그날은 잠시 매트 위를 뒹굴거리며 딴짓을 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하나. ‘당신만 못 하는 게 아니니 내일도 다시 만나요.’ 이건 첫 수업 때 자세 평가를 듣고 충격받은 내게 선생님이 해주신 격려이기도 했다.

 

처음엔 오로지 비뚤어진 몸을 고치러 간 요가원이었다. 요즘은 몸보다 마음가짐이 달라진 걸 느낀다. 남보다 뒤처질까 봐 불안한 고갯짓을 멈추지 못하던 내가 남의 마음까지 살필 여유를 가지게 된 것이다. 수련에 익숙해진 것도 있겠지만, 요가 시간에 들여다보는 내 마음이 부디 깨끗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Writer 정지음
싫은 것들을 사랑하려고 글을 쓰는 1992년생. 25세에 ADHD 진단을 받은 이후 첫 번째 에세이 〈젊은 ADHD의 슬픔으로 제8회 브런치 북 대상을 수상했고, 〈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를 펴냈다.

- <엘르> 2022년, 9월호 발췌




'쉬헐크'로 사는 건 피곤해_요주의여성 #70
<변호사 쉬헐크>가 '원조 훨크' 이야기랑 다른 점.

디즈니+ 마블 오리지널 시리즈 〈변호사 쉬헐크〉

새로운 헐크가 등장했습니다. 디즈니+ 마블 오리지널 시리즈 〈변호사 쉬헐크〉가 지난 8월 18일부터 매주 목요일 에피소드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검사 ‘제니퍼 월터스’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촌 브루스 배너(헐크)의 피가 몸에 들어오면서 거대한 몸과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됩니다. 초인적인 힘을 가졌으니 응당 지구를 수호하는 영웅이 되겠거니 생각했는데… 이 여자 헐크는 슈퍼히어로로 살기를 거부합니다. 심지어 자기 맘대로 쉽게 커졌다 줄었다 합니다. 헐크로 살아가려면 분노를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고 잔소리를 늘어놓는 사촌오빠를 향해 제니퍼는 말합니다.  
 
“화를 참는 건 이미 내 전문이야. 늘 하는 일이야. 거리에서 희롱을 당해도, 무능한 인간이 내 일에 훈수질을 해도, 늘 화를 참아. 만약 폭발하면 감정적이거나 까다롭다는 소리나 듣고 어쩌면 칼 맞을 수도 있으니까.”
 
근육질의 여자 헐크가 보여주는 화끈한 액션을 예상했는데, 공개된 〈변호사 쉬헐크〉는 전혀 다른 각도로 이야기를 펼쳐갑니다. 일상에 복귀한 제니퍼가 당장 고민해야 할 것은 헐크의 정체성이나 우주 평화가 아닙니다. 갑자기 ‘쉬헐크’라 불리며 주목받게 된 워킹 우먼, 한 명의 여성이자 특별한 외관(?)을 지닌 소수자로서 겪는 고충이 유쾌하게 펼쳐집니다. 〈변호사 쉬헐크〉는 ‘힘’을 가진 뒤에도 여전히 고군분투하는 제니퍼의 삶을 통해 여성에 대한 사회의 차별과 편견, 이중잣대를 꼬집어 냅니다.

디즈니+ 마블 오리지널 시리즈 〈변호사 쉬헐크〉


“헐크의 남자다움을 뺏어서 그걸 웬 여자한테 줘요?”
“왜 슈퍼히어로를 다 여자로 바꿔요?”
“미투 운동을 하더니 남자 히어로 씨가 말랐나?”
“여자 히어로도 괜찮은데 자기 캐릭터를 만들라고요.”
 
〈변호사 쉬헐크〉 3화에서 제니퍼를 향해 쏟아지는 악플은 사실 현실을 그대로 캡처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블로그나 SNS를 조금만 찾아봐도 정확히 저 말들과 동일한 코멘트를 찾을 수 있으니까요. 이 밖에도 각 에피소드에는 여자라면 ‘공감’ 내지 ‘기시감’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가득합니다. 1화에서 화장실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들이 초췌해진 제니퍼(헐크로 변신했다가 돌아와)를 보고 한마음으로 달려와 옷과 신발을 빌려주는 장면, 3화에서 ‘쉬헐크’의 모습으로 나선 방송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다이어트와 운동 비법’에 관해 묻는 장면 같은 것 말이죠.
 
〈변호사 쉬헐크〉는 확실히 여성 시청자를 위한 쇼인 게 분명합니다. 여성의 삶을 이해하는 여성 제작진이 만든 마블 프랜차이저는 이렇게 새로울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보여주지요. 〈오펀 블랙〉에서 일인다역을 선보였던 타티아나 마슬라니의 연기력, 앞으로 등장할 더 많은 슈퍼휴먼 캐릭터들의 법정 스토리도 기대됩니다.  
 
그리고 아무리 “화를 참는 데 전문”이라지만, 저는 앞으로 제니퍼가 화를 내는 장면도 종종 보고 싶어요. 참고 사는 건 이제 그만할 때가 됐잖아요?



Writer 김아름
전 <엘르> 피처&라이프스타일 디렉터 김아름.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좋은 이야기의 힘을 믿으며 책과 영화, 각종 컬처 콘텐츠를 탐닉합니다.
 - <엘르> 2022년, 9월 웹기사 발췌



🎉구독 5천명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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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사랑을 무럭무럭 받고
드디어 구독자 '5천 명' 돌파! 👏👏👏

그동안 따뜻한 응원의 말, 엘르보이스에 대한 아낌없는 조언을 남겨주신 구독자 보이스 덕분에 담당자는 행복했답니다. (일이 힘들 때마다 피드백보러 달려갔다는 사실은 안비밀!) 엘르보이스에 기고해 주시는 작가님들에게도 매 회차 한땀 한땀 여러분들의 보이스를 전달해 드리면서 기쁨과 행복이 두배였답니다. 앞으로도 많은 피드백과, 이벤트&오프라인 행사 참여는 사랑입니다💚

이쯤에서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오늘의 이.벤.트
'엘르보이스' 구독자 애칭을 응모해주세요! 

무려 5천명 의 애칭을 지어주는 이벤트 상품은?
바로 '랜덤 박스'입니다. 
임직원의 투표를 통해 단 한 명의 주인공에게 전해지는 랜덤 박스를 받아본다면 담당자가 구독자분들을 얼마나 아끼는 지 알 수 있을 거예요 :)

그럼 많은 참여 부탁드리며,
'엘르보이스' 구독자 여러분들의 센스 있는 작명 실력을 기대해 볼게요! 

🎁 이벤트 기간 : 9/20(화) - 10/2(일)

🎁 당첨자 발표 : 10/4(화) / 엘르보이스 뉴스레터

🎁 경품 : 담당자의 랜덤박스

🔊지난 주 구독자 보이스🔊
매주 여러분의 목소리 중 일부를 전해드립니다. 모든 분들의 소중한 피드백 하나하나 귀 기울이고 있으니 오늘의 <엘르보이스>가 어땠는지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 

* 뭔가 이번 엘르보이스는 여전히 보수적인 클래식계의 유리천장을 뚫고 그 분야의 최고가 된 지휘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도전받는 뉴스레터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에 제가 좋아하는 첼로리스트이자 지휘자인 장한나님이 안나왔으면 조금 '섭섭'했을 것 같은데ㅎㅎ 역시 엘르보이스는 놓치지 않고 기사올려주셨네요 엄지척! ^^

여성 지휘자들의 이야기 너무 좋았습니다. 장한나 우리나라 지휘자까지 있다니 뿌듯하기 그지 없네요. 많은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다양하고 멋진이야기들 늘 기대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 저도 건강을 위해 챌린지 앱을 눈여겨 보고 있는데요, 최근 활발한 이런 챌린지 앱은 소비자와 가까이 다가가는 마케팅이자 소비자들이 스스로 동기부여도 할 수 있도록 해 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후배들에게 '야망을 솔직히 드러내면 좋겠다' 는 당부도 좋았고요 업무 성과를 구체적으로 계량화하여 경력 관리를 하는 것의 필요성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 여성 지휘자 컬럼 정말 좋았습니다. 유투브 링크를 같이 걸면 직접 엘르에서 추천하는 대표적인 공연들도 같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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