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누군가가 베끼거나 빼앗아 간다면 어떨까요? 아마 그 심정은 겪어보지 않은 이상 알 수 없는 힘든 감정일 거예요. 해마다 “기술 유출 피해”,”'OO 기업의 기술 탈취” 등을 골자로 굵직한 헤드라인이 쏟아지지만, 피해기업이 손해를 입증하는 건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에요.

오늘은 최근에 있었던 알고케어와 롯데헬스케어의 ‘기술탈취 및 영업비밀에 대한 논쟁’을 통해서 영업비밀 보호 방안에 대해 생각해볼게요.

(1) 아이디어를 탈취했는가?

알고케어, “디스펜서 영양제 아이디어를 탈취했다!”

롯데헬스케어, “해외에서는 흔하다.”

(2) NDA 체결을 요구했는가

”알고케어, “NDA 체결을 요구했으나 거절했다.”

롯데헬스케어, “NDA 체결을 요구받은 적 없다.”

(3) 영업비밀을 제공했는가

알고케어 “영업비밀을 제공했다.”

롯데 헬스케어 “영업비밀이 담긴 문서를 넘겨받은 적 없다.”

알고케어가 롯데헬스케어에 제공했다고 주장하는 영업비밀은 세 가지입니다.

1. 영양제 카트리지 결합한 ‘개인 맞춤형 영양제 디스펜서’의 기능 및 구조

2. 개인 맞춤형 영양제 디스펜서 및 영양제 카트리지 관련 ‘현행 규제 및 규제 우회 방안’에 대한 정보

3. 디스펜서 공급 영양제 제재에 대한 ‘보관 및 공급 방법’에 관한 정보
   

하지만 롯데헬스케어는 영업비밀이 담긴 문서를 넘겨받은 적 없으며, 단순히 회사소개와 향후 마케팅 전략 등이 담긴 자료만 넘겨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영업비밀? 아이디어 탈취? 알고케어와 롯데 헬스케어의 주장이 갖는 의미? 궁금한 것이 많으실텐데 곰디가 하나하나 통역해 드리겠습니다.

영업비밀, 아이디어탈취는 부정경쟁방지법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 비밀이나 부정경쟁행위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특허와 달리 신청, 등록과 같이 별도의 법적 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없습니다. 별도의 특허 등록이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에서 영업비밀을 침해 당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 피해기업 입장에서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법적 보호장치가 영업비밀이나 부정경쟁 행위입니다.

다만 특허권 등과 달리 적용 범위가 넓다는 점에서 일선 실무에서 수사기관 또는 재판부는 쉽게 ‘영업비밀’ 또는 ‘부정경쟁행위’ 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지 않고 엄격하게 그 요건을 따지는 편입니다. 별도 법정 절차에 따라 ‘독점적’ 사용이 확보되고 보장되는 특허권 등과 달리 ‘영업비밀’에 배타성을 인정해주는 것은 자칫 광범위한 독점을 인정해주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가하면 영업비밀 인정의 핵심은 ‘비밀로 관리되었는지’인데요.

영업 비밀의 관리 방법은 이렇습니다.

하나, 조직 내에서는 1️⃣"영업비밀"로 표시해야하고, 2️⃣해당 문서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도 제한해야겠죠. 

둘, 외부 제3자에 영업비밀을 전달할 때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1️⃣NDA를 체결하고, 2️⃣넘겨주는 자료에도 "영업 비밀"이라고 반드시 표기해야 합니다. 

알고케어와 롯데 헬스케어 간 ‘NDA를 왜 체결하지 않았는지’나 ‘영업 비밀로 표시한 정보를 넘겼는지’ 여부가 사건의 쟁점이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 “영업비밀”이란, (1)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2)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3)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

법무법인 미션 IP 담당 변호사들과 이번 이슈에 대한 생각을 나눠보았습니다.

변호사 LEE

“영업 비밀은 영업 비밀로 관리했는 지가 관건이에요. 비밀 유지 계약을 체결 안했다면 적어도 영업 비밀이 오갈 때 문서에 다 비밀 표시를 해야하죠. 비밀유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별도로 제공한 정보에 영업 비밀 표시를 하지 않았다면, 비밀 관리 노력이 인정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어요.”

“설령 영업 비밀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부정경쟁행위는 고려해볼 만해요. 애초에 부정경쟁방지법 관련 조항은 회사 간의 교섭 과정에서 제공된 아이디어들이 실질적으로는 영업비밀적 성격을 가지고 있음에도 '영업비밀로 관리되지 않아' 보호받지 못했던 부분을 보호하고자 마련된 것이거든요. 녹취본을 보면 이런 기술, 영업상 아이디어들이 부정 사용되었다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다만 동종 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것인지는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겠네요."

변호사 KUN

“저는 영업 비밀로 관리했다는 지점이 인정되지 않으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도 인정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영업비밀이 아니라 단순 아이디어 도용 차목 위반은 판례도 많지 않고, 법원에서 쉽게 인정하는 편은 아니거든요. 동종 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것인지에 대한 다툼도 치열할 것이라고 보이고요.”

곰디

“이 사건에서는 일단 알고케어 측에서 내부적으로는 해당 기술을 영업비밀로서 관리해 온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투자사와의 소통 과정과 자료들이 상세히 남겨져 있는 부분에서 일단 여타 분쟁에 비하여 침해를 주장하는 입장에서 문제 해결이 가능한 중요한 사전 준비를 했다고 봅니다. 아울러 객관적으로는 전달된 정보의 취득 경위와 제품 개발의 선후관계 등이 중요합니다. 어떤 형태로든 투자사 측에서 제품 개발 과정에 알고케어의 정보를 활용했다면 부정경쟁방지법 등 법령 위반의 책임을 면할 수 없겠지요.“

자, 그럼 대기업의 아이디어 탈취에 대비하는 법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대기업과 SI협력을 한다면 이것만큼은 꼭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1. NDA 체결을 요구하자.
   IR 단계에서 NDA 체결하는 건 정말 쉽지 았습니다. 하지만 SI 투자자라면 NDA를 체결하고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자료에 ‘영업 비밀’을 모두 기재해서 제공하는 게 좋습니다.
   
   

2. 영업 비밀로 ‘관리’하자.
   NDA를 체결하지 않더라도 제공하는 자료에 '영업비밀’이라고 꼭 쓰시기를 권합니다. 그러면 상대방도 그 자료를 사업적으로 활용할 때 상당한 심리적 장벽이 생길 것이라 봅니다.
   회사 내부에서도 해당자료에 대해 열람 권한이 있는 사람을 제한하면 좋구요.
   
   

3. 혹시 모를 분쟁을 대비한다면 증거를 확보하자.

   1. 증거로 가장 좋은 건 녹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했는 지 입증할 수 있는 녹음을 가장 추천 

   2. 녹음이 어려우면 회의가 끝나고 E-mail이라도 보내기
      매 미팅마다 녹음이 어렵다면, 미팅 이후 정리한 내용을 상대방에게 이메일 등으로 보내는 것도 팁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