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당근 위기론의 실체 2. 스타벅스 할인 전략 분석
 2025.06.04 25-028호   |   웹에서 보기   |   지난호 보기  

  01 첫 '권고사직' 당근, 정말 위기일까요?
  02 토스의 커머스, 정말 유난스러울까요?
  03 뉴스 TOP5 - '수박 사러 백화점 오픈런을?'

   

 첫 '권고사직' 당근, 정말 위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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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아닙니다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을 운영하는 당근마켓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권고사직에 나섰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일부 임직원에게 무기한 휴직을 제안하는, 사실상 권고사직을 진행 중이라는 건데요. 특히 비개발 직군을 중심으로 현재 두 자릿수 규모의 임직원이 휴직 또는 퇴사 상태라고 합니다.

이를 단독으로 보도한 기사에선 당근이 위기에 처했다고 분석합니다. 당근의 누적 가입자 수는 올해 3월 기준 4,300만 명에 이르며 성장 한계에 도달했고, 수익 모델이 내수 시장, 그중에서도 광고 사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었죠. 이를 극복하고자 적극적인 글로벌 진출을 추진 중이지만,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거고요.

하지만 여러 지표를 통해 살펴본 당근의 상황은 여전히 양호했습니다. 올해부터 분기 공시를 시작한 당근은 별도 기준 1분기 영업이익이 16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8% 성장했고, 연결 기준으로도 60억 원을 달성하며 151.3%나 증가했습니다. 별도 기준 매출도 38.4% 증가했으니,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 좋은 상황이죠.

내부 구성원들의 동요도 비교적 크지 않았습니다. 블라인드에서 당근마켓 임직원들은 권고사직 소식을 처음 접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고, 타 기업 직원들도 일반적인 저성과자 정리 수준으로 보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혁신의숲이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초 퇴사자가 많긴 했지만 전체 인원은 계속 늘고 있으며, 여전히 채용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도 한데요. 즉 여러 정성·정량 지표를 볼 때 당근이 현재 심각한 위기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위기의식은 분명 있을 겁니다

다만 당근이 일부 인력 정리에 나선 건 사실일 확률이 큽니다. 다만 그렇다고 이것이 심각한 위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 거죠. 그렇다면 왜 지금 당근은 내부 정비를 시작한 걸까요? 아마도 일부 선행 지표에서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으로 조심스레 추측됩니다.

사실 당근의 성장 정체에 대한 우려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당근의 사용자 수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엔데믹 이후 1,700만 명대에서 장기간 정체 상태였습니다. 사용자 증가가 더디다 보니 당근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었고,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도 이에 관한 직접적인 질문이 나오기도 했죠. 당시 당근 황도연 대표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MAU 성장이 정체된 건 맞지만, 대신 당근 사용자들의 서비스 이용률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 그래서 당근은 MAU보다 DAU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크로스 액티베이션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_당근마켓 황도연 대표

이처럼 현재 당근에게 중요한 것은 MAU보다 DAU, 더 구체적으로는 사용 시간입니다. 당근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고 사업은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체류 시간에 따라 경쟁력이 결정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올해 들어 DAU는 물론, 정체되었던 MAU마저 증가하는 반면, 사용 시간 성장세는 오히려 더딥니다. 인당 사용 시간은 오히려 전년 대비 하락했죠. 신규 사용자 유입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지만요. 추가적인 사용자 규모 성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사용성까지 정체되는 건 분명 위협적인 신호입니다.

당근의 중장기 목표는 10조 원의 기업 가치로 상장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최소 연간 영업이익이 2~3,000억 원 수준까지 올라가야 한다고 하죠. 하지만 이런 목표에 도달하려면 결국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야 합니다. 문제는 글로벌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고, 투자도 계속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국내 사업이 이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하는데, 성장 여력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니 선제적인 조직 슬림화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글로벌에서 터져야 합니다

최근 당근처럼 객관적인 위기가 아닌 상황에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들을 더 찾아볼 수 있는데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무신사입니다. 무신사는 작년 실적이 양호했음에도 지난 4월 비상경영을 선언했고,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6%, 24.0% 증가했음에도 여전히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죠.

이러한 무신사의 움직임은 엔데믹 이후 급격히 찾아온 불경기와 고금리 환경 속에서, 미리 대비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성과 격차가 극명해진 것을 경험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또한 당근과 마찬가지로 이미 국내 시장에서 1위 사업자가 되었지만, 내수 시장만으로는 성장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을 텐데요.

결국 과거 투자 호황기에 받았던 높은 평가를 뛰어넘으려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해외 시장의 성공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무신사나 당근 같은 기업들이 미리 경영 효율화에 나서며 장기전에 대비하는 것이겠죠.

이러한 기업들의 행보는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표현과 꼭 맞습니다. 모처럼 움츠린 만큼 더 높이 비상할 수 있기를 바라보고요. 더불어 국내 경제도 빠르게 회복되어 기업들이 보다 공격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스타벅스, 이제 더 단순해질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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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도 문제, 못해도 문제

한때 건물주들의 '최애'로 꼽히던 스타벅스가, 최근 일부 임대인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그 시작은 스타벅스가 도입한 유료 멤버십 ‘버디패스’였는데요. ‘버디패스’는 오후 2시 이후 커피 구매 시 30% 할인을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고객 입장에선 반가운 혜택이지만, 매출 규모는 오히려 줄 수 있다는 리스크도 함께 안고 있었죠.

임대인들이 문제 삼은 지점도 이 부분이었습니다. 스타벅스는 전국 매장의 대부분에서 임대료를 순매출의 일정 비율로 지급하고 있는데요. 이때 ‘버디패스’로 할인된 금액까지 매출에서 제외된다면, 임대료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 측은 '버디패스' 가입자 수가 임대료에 영향을 줄 만큼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사실 난감한 상황일 수밖에 없었죠. 성공했다고 말하자니 임대료 갈등이 커지고, 못했다고 말하자니 브랜드 전략 자체의 실패를 인정하는 꼴이 되니까요.

그런데 이 논란의 본질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스타벅스의 매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인데요. 사실 과거에도 다양한 할인 프로모션이 있었지만, 당시엔 워낙 매출이 좋았기 때문에 임대인의 불만이 표면화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고객을 바꾸는 건 어려웠습니다

최근 스타벅스 실적을 보면 이 같은 위기감이 더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외형적으로는 작년 연간 매출이 3조 원을 넘기며 성장을 이어간 듯 보였지만, 성장률은 5.8%에 불과했고요. 올해 1분기 매출도 7,619억 원으로 증가했지만 성장률은 3.7%에 그쳐 둔화세가 이어졌습니다. 작년부터 계속된 가격 인상과 매장 수 증가를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이는 역성장에 가깝다고 볼 수 있죠.

이러한 흐름을 반전시키기 위해 스타벅스는 최근 더 공격적인 할인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4월에는 일부 메뉴에 한해 두 번째 음료를 60% 할인해 주는 ‘원모어 커피’를 정식 도입했고, 이어 오후 5시 이후 디카페인 음료를 할인해 주는 ‘이브닝 이벤트’도 선보였습니다.

이와 같은 전략들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우선 모든 매장과 인력을 직영으로 운영하는 특성상 고정비가 높기 때문에 비교적 한산한 시간대의 구매를 늘려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이고요. 동시에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저가 커피 브랜드의 시장 잠식을 막으려는 시도이기도 했죠.

하지만 정작 문제는, 이러한 조치들조차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카드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인덱스 INSIGHT의 소비 인덱스에 따르면, 건당 결제 금액은 가격 인상 효과로 오르고 있지만, 핵심 지표인 인당 주문 건수는 오히려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습니다. 프로모션이 기대만큼 고객의 행동을 바꾸지 못했다는 방증이죠.


심지어 주문 시간 분산을 노린 전략도 효과가 없었습니다. 5월 기준 전체 주문 중 오후 2시 이전 비중은 56.3%로, 오히려 전년보다 0.9%p 늘었습니다. ‘버디패스’, ‘원모어 커피’, ‘이브닝 이벤트’까지 도입했지만 고객의 습관은 여전히 그대로였던 겁니다. 그나마 프리퀀시 이벤트가 진행될 때는 여전히 인당 주문 수가 늘어나는 효과가 확인된 점 정도가 위안거리였고요.

욕심을 조금 내려놓아야 합니다

이처럼 스타벅스의 최근 액션들이 기대에 못 미친 이유는, 결국 너무 많은 걸 한 번에 얻으려 했기 때문입니다. ‘원모어 커피’를 예로 들면, 첫 번째 음료는 오늘의 커피, 아이스 커피, 아메리카노, 라테 등 네 가지로 비교적 선택 폭이 넓었지만, 두 번째 음료는 오늘의 커피와 아이스 커피로만 제한됐습니다. 매장 파트너들의 주문 응대 및 처리 효율성을 고려한 결정이겠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유인 요소가 확 줄어드는 구성이었죠. 커피 소비 시간대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어려운데, 거기에 메뉴 제약까지 더해진 셈이니까요.

스타벅스는 여전히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복잡한 멤버십이나 할인 구조를 자신 있게 밀어붙일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다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체된 고객 행동과 주문 수를 반등시키려면 보다 단순하고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거죠. 예를 들어 시간대나 메뉴 중 적어도 하나는 풀어줘야 고객은 움직일 겁니다.

그렇다면 스타벅스의 다음 한 수는 무엇이 될까요? 지금까지와는 다른, 조금 더 단순하고 과감한 전략을 기대해 보며, 앞으로의 변화도 계속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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