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다이소 건기식 판매 2. 신세계 마켓 탐방기
 2025.03.05 25-012호   |   웹에서 보기   |   지난호 보기  

  01 왜 유독 다이소 건기식 판매에 예민한 걸까요?
  02 신세계 마켓, 줄타기가 이렇게나 어렵습니다
  03 뉴스 TOP5 - 'EBITDA 흑자 전환의 진실'

   

 왜 유독 다이소 건기식 판매에 예민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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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약국에서 사던 것도 아닌데

다이소의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판매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습니다. 건기식은 건강에 도움을 주는 성분을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도록 가공한 식품을 뜻하는데요. 흔히 영양제라고 부르는 제품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다이소가 건기식을 판매하기 시작한 건 지난 2월 24일입니다. 전국 200여 개 매장에서 30여 종의 1개월분 소용량 제품을 3,000~5,000원 균일가로 선보였죠. 다이소다운 가성비에 언론도 연일 주목했고요. 여기까지만 보면 또 하나의 히트 상품이 나오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약국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다이소에 건기식을 공급한 제약사를 상대로 불매까지 시사했죠. 결국 출시 닷새 만에 제조사 중 한 곳인 일양약품은 판매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정확히는 이번 공급 이후 더 이상 다이소에서 판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건데요. 논란은 이렇게 절정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문득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왜 유독 다이소에게만 이렇게 예민한 걸까요? 사실 건기식은 원래 약국에서 주로 사던 제품이 아니었습니다. 약국의 시장 점유율은 4% 내외에 불과했고요. 가격도 온라인이 훨씬 저렴했습니다. 해외 직구도 활발했죠. 더욱이 오프라인에서도 다이소 이전에 올리브영이 이를 전략적으로 키우며 대대적인 광고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다이소에 날이 서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파급력이 다를 수밖에 없긴 합니다

사실 약국들은 이미 다이소의 영향력을 체감한 적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염색약 ‘세븐에이트’인데요. 원래 약국에서 7~8천 원에 판매되던 제품이 다이소에서 5천 원에 출시되자,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셌습니다. 약국이 너무 비싸게 파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쏟아졌죠.

물론 엄밀히 말하면 두 제품은 구성이 달랐습니다. 다이소 판매 제품은 5천 원 균일가에 맞추기 위해 일부 구성 요소를 조정한 버전이었거든요.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약국에서 사는 걸 꺼리게 됐고, 심지어 약국이 폭리를 취한다고 비난하기까지 했습니다. 당시 약국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제품의 포장 디자인까지 변경했지만, 결국 세븐에이트는 지금도 다이소에서 꾸준히 팔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약국이 다이소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고객층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올리브영이나 온라인 직구는 타깃이 비교적 명확합니다. 2030 여성이나, 특정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은 고관여 고객들이 주를 이루죠. 하지만 다이소는 다릅니다. 10대부터 5,60대 장년층까지, 사실상 모든 연령대가 이용하는 채널입니다. 즉, 같은 동네에서 고객을 두고 직접 경쟁해야 하는 상대가 될 수밖에 없는 거죠. 염색약 사례에서도 타격을 입은 만큼, 건기식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걸 우려하는 겁니다.


냉정하게 보면, 향후 다이소가 건기식 판매를 전체 매장으로 확대하더라도 시장 점유율이 폭발적으로 커지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고함량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결국 온라인이나 해외 직구 등 다른 경로를 이용할 테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약국이 차지하던 고객층, 즉 비교적 저관여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다이소에서 건기식을 처음 구매한 소비자들은 이후 온라인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높아도, 다시 약국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테니까요. 약국 입장에서는 다이소가 더욱 얄미울 수밖에 없는 거죠.


점점 더 무서운 존재가 되어 갑니다

이번 이슈를 통해 다이소가 점점 더 강력한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는 걸 새삼 다시 느꼈습니다. 쏟아지는 기사들과 달리, 다이소의 언론 홍보는 의외로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히려 덜 알려지길 원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고요. PR뿐만 아니라 마케팅 역시 소극적인 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다이소 건기식 판매는 시작부터 엄청난 바이럴을 만들어냈습니다. 기존 언론사는 물론, 인스타그램 매거진까지 다양한 채널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죠. 이는 다이소가 전국 1,50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남녀노소 누구나 찾는 ‘국민가게’로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기만 해도 전국적인 관심을 끌어모으는 브랜드로 우뚝 선 겁니다.

덕분에 다이소는 제조사들에게 확실한 ‘밀어 팔기’ 채널이 되었습니다. 일단 입점만 하면 별다른 홍보 없이도 전국 매장을 통해 안정적인 판매가 가능하니까요. 자연스럽게 더 많은 제조사들이 다이소의 문을 두드리게 되고, 이를 통해 다이소는 새로운 제품군을 확대하며 다시 성장을 가속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을 보면, 다이소의 4조 클럽 입성도 결국 시간문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를 알 수 있죠.

물론 다이소의 확장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가장 큰 무기인 동시에 가장 큰 제약이기도 한 ‘최대 5,000원 균일가’ 정책 때문이죠. 이 가격을 유지하는 한, 취급할 수 있는 품목과 공략할 수 있는 고객층이 자연스럽게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에도 다이소가 최고가를 1만 원으로 올릴 것이라는 기사가 나왔다가, 다이소 측에서 공식 부인하며 해프닝으로 마무리된 적이 있었죠. 물론 물가가 계속 오르는 만큼, 언젠가는 다이소도 균일가 상한선을 조정해야 할 겁니다. 다만, 당시 기사 공개 직후 여론이 다소 부정적이었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클 것 같은데요. 아마 버틸 수 있는 데까지는 지금의 가격을 유지하려 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스스로 만든 제약이 다이소를 더욱 강한 브랜드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신세계 마켓, 줄타기가 이렇게나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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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르긴 달랐습니다

"무슨 슈퍼 천장에 샹들리에가 있어?"

‘신세계 마켓’의 첫인상은 그야말로 화려함 그 자체였습니다. 신세계 마켓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식품관을 리뉴얼한 공간으로, 지난 2월 28일 문을 열었는데요. 지난해 선보인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파크', 미식관 '하우스 오브 신세계'에 이어 세 번째로 공개된 공간이기도 합니다.

리뉴얼 방향 자체는 그간 많은 대형마트들이 시도한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온라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현장감을 강조하는 전략이었죠. 하지만 확실히 격이 달랐습니다. 커피 코너에는 호주 3대 커피 브랜드 마켓 레인 커피를 들여왔고, 반찬 코너에는 흑백요리사 장사천재 조사장, 조서형 셰프의 반찬 브랜드 새벽종이 단독 입점할 정도였으니까요.

또한 컬리 등 프리미엄 식품을 취급하는 온라인 플랫폼과 차별화하기 위해, 오직 여기서만 구매할 수 있는 상품 확보에도 집중한 모습이었습니다. 신세계 마켓 이전까지, 신세계 그룹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식품관은 신세계 푸드마켓이었죠. 한때 청담과 도곡의 푸드마켓은 가는 것만으로도 신기함의 연속이었지만, 이제는 그 명성이 많이 퇴색했습니다. 이국적인 식재료나 유명 브랜드 제품들은 온라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 새벽배송으로 바로 받아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번 리뉴얼에서는 온전히 신세계 마켓에서만 살 수 있는 것들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곳곳에서 느껴졌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재료로 즉석에서 육수를 만들어 주거나, 국내 최초로 치즈를 소분 판매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예였죠.

여기에 더해, 신세계 마켓에서만 만날 수 있는 브랜드나 자체적으로 개발한 콘텐츠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해녀의 신세계'라는 이름으로 제주 해녀 해산물을 정식 브랜드화하거나, 이탈리아 타르투플랑게의 생 트러플을 오프라인 단독으로 판매하고, 프랑스 캐비어 브랜드 프루니에를 새롭게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방문했을 당시, 주말이긴 했지만 정말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더라고요.

제가 VIP라면, 글쎄요

하지만 지나치게 몰린 인파가 오히려 문제였습니다. 신세계는 무려 300억 원을 들여 이번 식품관을 리뉴얼한 이유로 VIP 고객을 꼽았습니다. 연간 1,000만 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이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며, 방문 빈도도 일반 고객보다 4배 높다는 거죠. 사전 인터뷰를 통해 VIP 고객들의 수요를 반영해 상품과 서비스를 구성했다고도 밝혔고요.

그런데 아무리 인테리어가 화려하고, 값비싼 상품을 판매한다고 해도 고객 경험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감동은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VIP들이 여유롭게 쇼핑을 즐기기엔 매장이 지나치게 붐볐습니다. 커피 코너의 대기 줄은 너무 길어 아예 주문을 시도할 엄두조차 안 났던 것이 대표적이었고요.


물론 신세계도 VIP 고객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준비하긴 했습니다. 블랙 다이아몬드 이상 VIP 고객을 대상으로, 쇼핑이 끝날 때까지 결제한 장바구니를 냉장·냉동 보관해 주는 서비스, 발렛 라운지까지 짐을 들어주는 포터 서비스, 전용 계산대 등을 제공한다고 했죠. 하지만 이것만으로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최상위 1% VVIP를 만족시키긴 어려워 보였습니다.

사실 신세계는 스위트파크, 하우스 오브 신세계, 그리고 신세계 마켓에 이르기까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하며 연달아 새로운 공간을 선보이고 있지만, 동시에 대중적인 리뉴얼로 해석됩니다. 더욱이 강남점뿐만 아니라, 최근 백화점들이 F&B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지만, 손익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많죠. 워낙 마진이 타 상품군에 비해 낮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들에게 기대하는 건 집객 효과입니다. 방문 당일에도 신세계 마켓뿐 아니라, 스위트 파크와 하우스 오브 신세계까지 사람들로 넘쳐났는데요. 하지만 VIP 고객이 굳이 오픈런을 하면서까지 '베통'의 소금빵을 사러 줄을 설 이유는 없을 겁니다. 설사 VIP에게 빵을 판다고 해도, 신세계의 매출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테고요.

다만 연매출 3조 원을 넘어 4조 원을 바라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입장에서는 VIP 고객은 물론 일반 고객까지 모두 챙겨야 합니다. 그래서 겉으로는 고급스러움을 유지하면서도, 속으로는 대중 친화적인 전략을 펼치는 것이겠죠. 하지만 대중과 VIP가 원하는 것은 다릅니다. 이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다가 정작 최상위 VIP를 놓친다면, 그보다 어리석은 일도 없을 거고요.

그래서 본점을 키웁니다

이러한 위험을 신세계도 감지한 듯, VVIP를 위한 리뉴얼을 따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룹의 모태이지만, 롯데백화점 본점과의 경쟁에서 밀려났던 신세계백화점 명동 본점이 그 무대가 되고 있죠. 현재 대대적인 리뉴얼이 한창인데, 강남점과는 방향이 사뭇 다릅니다.

본점은 VIP 전용 라운지를 조성하기 위해 오히려 F&B 공간을 축소했습니다. 대중을 끌어모으기보다는, 확실한 매출을 보장하는 소수의 VVIP에게 집중하는 전략이죠. 이에 맞춰 에루샤(에르메스·루이뷔통·샤넬) 매장도 국내 최대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하고요.

사실 명동 본점이 바로 옆 롯데 본점과의 경쟁에서 밀린 이유는 매장 규모 때문이었습니다. 체급 자체가 부족하다 보니,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기가 어려웠던 거죠. 신세계는 이를 극단적인 초고급화 전략으로 해결하려는 듯한데요.

결국 강남점이 VIP부터 일반 고객까지 아우르는 역할을 한다면, 본점은 진정한 최상위 고객을 위한 공간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큽니다. 과연 이 전략이 통할지, 그리고 이를 통해 신세계가 롯데를 제치고 백화점 1위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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