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워버리고 싶은 실수가 있나요?

잉잉이님 반가워요, 2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지난 레터에 검은 감정(외면하고 있는 감정)이 있는지 질문을 던졌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나눠 주셔서 감사하고 또 감사했어요. 내가 이런 것 때문에 잉잉레터를 만들지, 하고 초심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레터에는 여섯 분의 사연이 실렸지만 오늘은 모든 이야기를 확인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세상에 이렇게나 다양한 사람과 상황과 감정이 있구나 싶어서 위로가 되었거든요. 또 오늘 에피소드에는 제가 최근에 했던 바보 같은 실수도 적혀 있으니까, 잉잉이님이 읽고 조금의 위안을 얻어 가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어요😊

잉잉이A

제가 검은 감정이나 상황을 회피, 외면하는 성향이 있더라구요. 예를 들자면 우울함, 무력감, 무기력함 같은 것들이 몰려올 때 외면하고 싶어서 계속 잠에 들고 싶어 한다든지. 그런데 오늘 글을 읽으면서 겨울잠이라고 여겨도 좋다는 말에 위로를 받았어요. 제 깊은 곳에서 에너지를 비축하라는, 치유하고 싶다는 걸 잠을 자는 것으로라도 외치고 있던 걸지도 모른다는. 그러니 잠자는 것을 안 좋게만 보지 말라는 것을.

잉잉이B

겉으로 보기엔 자존감이 높고, 항상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요즘같이 계절이 바뀌는 시기마다 한없이 외로워져요. 이유가 없는 게 더 문제이지만요! 항상 즐겁게 살고 싶은 저라서 스스로 이런 검은 감정을 인정하기가 더 어렵기도 합니다.. 사람들과 언제나 함께 부대끼면서 살고 있지만 어떤 누구도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없다는 사실이 가끔 엄청 무서울 때가 있어요. 오늘 레터에 있던 말대로 한동안은 제가 돌멩이였나 봅니다. 밝아야만 하는 제가 검은 감정을 인정하고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어요. 다행히 지금은 점차 회복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잉잉이C

찝찝함이요. 저는 지금까지 제가 살아오면서 저지른 잘못들을 계속해서 되새기고 반추하며 후회해요. 그렇게 온갖 감정들을 거치고 나면 항상 마지막은 '내 인생은 뭔가 잘못됐고 엄청 큰 오점들이 많아 죽을 때까지 이 후회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겠구나', '무언가 성취를 해도 계속해서 과거의 잘못들이 떠오르겠구나' 하는 그런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찝찝함을 느껴요. (이렇게 설명하는 게 맞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 감정은 덮어둔다고 해서 덮을 수 있는 감정도 아니고, 외면하고 싶어도 외면할 수 없는 감정이에요. 왜냐하면 찝찝함을 느끼는 순간 심장에 식은땀이 나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거든요. 쓰다 보니 덮어지지도 않고 외면할 수도 없어서 검은 감정이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네요. 근데 저는 차라리 이 찝찝함이 검은 감정이라도 됐으면 좋겠어요. 덮어둘 수 있으면 정말 좋겠어요.

잉잉이D

학창 시절 새치기나 바닥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린다든지, 삼삼오오 모여 욕을 하며 시끄럽게 떠드는 등의 모습을 보면 불쾌감을 느꼈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은 곧 이웃을 사랑하는 것과 같다는 말씀을 품고 살았습니다. 나와 다른, 특히 불쾌감, 경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솟아나게 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은 저에겐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제가 선택한 것은 그것들을 있는 힘껏 품기보다는 그런 사람과 감정을 외면하고 피하는 것이었습니다. 저처럼 다른 누군가도 저를 보고 불쾌감과 경멸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내가 이해해 준 사람이 많을까, 나를 이해해 준 사람이 많을까. 솔직히 자신 없습니다. 나의 삶과 행동, 말이 세상을 더 따뜻하게 만드는 데에 보탬이 되는 쪽이었으면 합니다.

잉잉이E

수치심과 죄책감입니다. 어렸을 때 성범죄에 노출되었고, 10대가 되어서도 성범죄를 당했어요. 제 몸이 참 더럽다고 생각되더라고요. 지금은 거의 4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지만, 제 몸에 대한 수치심은 없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또 홀로 있을 때 범죄를 겪진 않을까 공포심도 있고요. 두 번째는 죄책감...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어렸을 적부터 죄책감을 항상 저를 따라다녔던 것 같아요. 타인을 도와주지 못할 때 벌받을 것 같고, 나 때문에 타인이 상처받으면 저는 죽을 것 같은 고통에 시달려요. 내가 타인에게 준 상처 때문에 그 사람이 자살이라도 하면 어쩌지? 이런 생각들.. 사실 제가 그렇게 교육받으며 살아와서 이런 건지, 아님 무엇 때문에 이런 죄책감을 달고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성향으로 오히려 남에게 이용당하기 쉬워서 수많은 배신과 사기를 당했네요. 인생이 처음부터 잘못 꿰어진 단추 같은 느낌입니다.

잉잉이F

적지 않은 기간 동안,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무기력함에 휩싸여 있다고 느낍니다. 저는 잘 지냅니다. 많은 돈을 벌진 못하지만, 일주일에 며칠은 아르바이트도 하고, 월급을 받으면 맛있는 음식도 곧잘 사 먹습니다. 물론 신용카드에 의존하기도 하지만, 문제없이 잘 해내고 있습니다. 애인과의 시간 역시 행복하고요. 별 문제 없어 보이는 일상이지만, 사실 저는 아직 취직을 해내지 못했습니다. 많은 주변 친구들과 저의 애인은 이미 취직에 성공했는데도요. 밤에는 잠에 못 들고, 온라인 게임이나 유튜브 시청으로 헛된 시간을 보냅니다. 모두가 일어나는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고, 정오가 넘게 일어나요. 그리고 일어나서도 그저 시간만 보냅니다. 알아요. 이렇게 있으면 안된다는 것을. 그냥 침대에 누워있는 것이 아니라, 벌떡 일어나 공부를, 내가 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요. 그런데 그게 잘 되지 않아요. 정체 모를 무기력함이 온몸을 짓누르고 있는 기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무기력함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족, 친구, 애인에게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지내는 척하며 주변 사람들을 속이고, 나아가 나 자신까지도 속이고 있는지 모릅니다. 지난 주에 무서운 게 있냐는 물음에 막상 떠오르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봅니다. 성공하지 못 할까 봐 무섭습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벌지 못 할까 봐 무섭습니다. 그래서 가족에게, 친구에게, 애인에게 버림받을까 봐 무섭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오늘 이런 감정들을 덮어두고 외면한 채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렇게 털어내고 내일은 오늘과는 다른 하루를 보내고 싶습니다. 해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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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수에 취약한 사람

중요한 이력서에 메일 주소를 잘못 기재했어요. 해당 이메일로 안내 메일을 전송했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메일함을 아무리 살펴봐도 보이지 않는 거 있죠? 이력서를 다시 살펴보니 숫자 두 개의 위치를 바꿔서 적었더라고요. 틀린 철자를 확인하자 공기가 저를 짓뭉개기 시작했어요. 얼굴은 화끈거리다 못해 심장 박동이 느껴질 정도였죠. 정말 속상했어요. 평생 이메일을 틀리게 적어본 적이 없는데 하필! 왜! 이 중요한 순간에! 영화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만 같았어요. 근데 이제 비극적인 시퀀스를 곁들인...

구글에 '이메일 잘못 기재'를 검색해 보니 맨 위에 '잘못 기입된 이메일 주소를 보는 채용담당자의 심정'이라는 브런치 글이 나오더군요 흑흑... 그날은 일기를 참 길게 썼어요. 어차피 다른 일에 집중도 안 되는 거,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다 쏟아내자며 스스로에게 시간을 주었거든요. 첫 몇 페이지에는 자책하고 괴로워하는 마음, 그리고 미래에 대한 걱정을 두서없이 써내려갔어요 '으악 어떻게 이메일 주소를 틀려...?'를 다섯 번 정도 적었을 즈음, 같은 생각과 감정을 되풀이하는 게 소모적이라고 느껴지기 시작했죠.

정신을 차린 후, 페이지를 한 장 넘겨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과 어쩔 수 없는 것들을 구분해 보기로 했어요. 어쩔 수 없는 건 이미 잘못된 이력서를 보내버렸다는 사실이었고, 그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메일 주소를 정정하는 연락을 취하는 거였어요. 담당자분께 사과와 함께 제대로 된 메일 주소를 전하고, 그 외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말자고 다짐했죠.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자괴감을 누르는 게 쉽진 않았지만, 위 과정을 거친 덕분에 파국으로 치닫기만 하던 상상의 나래를 거둘 수 있었어요. 스스로에 대한 통찰도 있었고요. 제가 실패나 실수에 직면하지 않으려 사전에 갖은 애를 쓰는 사람이었더라고요. 그래서 실패의 빈도는 적어도 이런 식으로 한 번 타격을 받았을 때 심적으로 취약해지는 것이었구요. 한 걸음 물러나 삶을 좀 길게 본다면, 지금 같은 실수가 쌓여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 줄 거름이 되어줄 터였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상황을 조금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답니다.

잉잉이님도 저처럼 지워버리고픈 실수를 한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잉잉이님의 이야기를 나눠주세요. 다른 잉잉이들이 '나만 실수하고 사는 건 아니구나' 위로를 얻을 수 있도록이요!

이야기 나누기

📘 반복되는 회상과 죄책감에 지쳐요

1. 인생의 실패, 수치스러웠던 기억, 후회하는 일 등을 머릿속에서 되새김질하는 것을 ‘반추’라고 합니다.

2. 우리 기억 속에서 강렬한 감정과 연관되었던 기억일수록 이렇게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자기비난과 짝지어진 형태로 나타나 자신을 괴롭히는 경우가 흔한데요.

3. 반추하는 성향 자체가 고쳐야 할 병은 아닙니다. 실수를 곱씹고 대안을 생각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자기반성과 미래에 대한 대착을 세우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4. 하지만 반추를 하는 시간이 너무 길고 빠져나오기 힘들다면, 자기비난과 어우러지면서 우울증을 유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5. 반추사고 자체가 잘못된 것 혹은 질병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억지로 막으려고 할 필요가 없으며, 그럴수록 더 심해지기만 할 것입니다.

6. 억지로 과거의 부정적 사고를 억누르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객관적으로, 어떠한 판단도 하지 않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동시에 현재의 내 호흡, 감각, 신체에 집중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7. 일상적으로 부정적 기억이 자꾸 떠오른 것을 신체적으로 비유하자면 기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기침이 나온다면 기침 자체보다 증상을 유발한 내적인 원인, 예컨대 알레르기인지 독감인지 혹은 폐렴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치료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8. 반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의 특별한 성향이 그러한 상황을 유발할 수 있으며, 완벽주의적인 성격, 가혹한 도덕적 기준, 지나치게 내 탓을 하며 내부귀인하는 사고방식이 대표적입니다.

9. 내가 이런 성향과 사고방식을 가진 것은 아닌지 찬찬히 되돌아보고 그것들이 과연 나에게 어떤 도움과 해로움을 주는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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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을 땐 울어요, 잉잉잉💦

잉잉레터는 감정에 대해 다루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스튜디오 잉〉에서 발행합니다.

스튜디오 잉은 어른들도 마음 편히 울 수 있는 세상을 꿈꿔요.

언제 어디서나 잉잉이님의 감정을 껴안아줄 수 있기를 바라며,

2주 후에 또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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