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화_나만의 김치말이국수 레시피

행복 루틴 따라쟁이

얼마 전부터 신기한 모임에 참여하기 시작했어요. '굳이' 싶은 일을 1주일에 하나씩 시도하고, 뭘 시도했는지 서로 공유하는 모임인데요. 그동안 저는 '굳이 하늘 대신 땅바닥 사진 찍기', '굳이 간판 글자로 문장 만들기', '굳이 한강 사진으로 포스터 만들어보기', '굳이 결혼식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등을 시도했는데요. 그 모임 참여자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변인 반응이 '굳이 그걸 왜 해?' 하는 반응 반, '신기한데? 재밌겠다! '하는 반응이 반이라고 하더라고요. 평소에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굳이'라는 말을 붙이면서 그 마음을 억누를 때가 있었는데, '굳이'를 권장하는 모임에 참여하면서 하고 싶은 일들을 일단 해보는 여름을 보냈던 것 같아요. 시도 쓰고, 맛집 인스타그램도 만들고, 안 하던 일을 시도해보는 주말이 참 즐거웠던 여름이었어요.

날씨가 선선해지는 9월, 굳이 하고 싶은 건 다른 사람들의 행복 루틴을 그대로 따라해보는 건데요. 최근엔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사소한 순간을 발견하는 영화들을 자주 봤어요.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서는 출근할 때 하늘을 보고,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꺼내먹고, 차 카세트테이프로 그날의 기분에 맞는 음악을 듣고, 나뭇잎 사이 일렁이는 햇살 사진을 찍고, 야구 경기를 틀어놓는 바에서 맥주를 마시고, 자기 전 책을 읽는 일상을 반복하는데요. 하루 정도는 저 루틴을 그대로 따라해보고 싶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후 봤던 영화 <패터슨>에서도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서 아내와 짧게 대화하고, 출근 전 버스 안에서 시를 메모하고,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매번 같은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두 영화 다 비슷하게 반복되는 일주일을 그려내는데, 보는 내내 안정적으로 반복되는 루틴을 따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에겐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나에겐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에, 최근 유튜브 빠더너스 채널에 '오후 반차 내고 성북동 나들이하는 문상훈 브이로그'가 업로드되었더라고요. 반차 내고 소품샵에서 엽서를 사고, 카페에서 엽서에 추천하고 싶은 노래 플레이리스트를 적고, 식당에서 냉칼국수를 먹는 루트. 보자마자 '아, 나도 날씨 선선해지면 반차 내고 그대로 따라해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행복 필승 조합이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이 루트대로 하루를 보내면 무조건 행복해진다 하는 조합들이 몇 가지 있거든요. 다른 사람들의 행복 필승 조합을 따라해보는 하루도 재미있겠다 싶어서, 9월엔 꼭 반차를 내고 따라해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에요. 혹시 자랑하고 싶은 나만의 행복 필승 조합이 있으신 분들은 답장으로 알려주세요! 한번 도전해보겠습니다🌿

마침 배달 음식이 도착해서 신난

망고네 슈퍼 주인장 드림

달콤따뜻 핫초코 한 입🍪

디즈니플러스 <더 베어>

좋다는 말만 수없이 들었던 <더 베어>를 드디어 봤어요. 30분 내외의 짧은 드라마인데, 일단 틀면 피곤할 정도로 몰입하게 되어서 하루에 딱 1편씩만 아껴봤던 드라마. 오랜만에 온 마음을 다해 좋아하게 된 드라마를 찾아서 가져왔습니다. <더 베어>는 세계 최고의 식당에서 일하던 유명 셰프가 죽은 형이 운영하던 엉망진창 싸구려 샌드위치 가게를 물려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는데요. 어떻게든 식당 체계를 만들고 식당을 살려내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현장감 있게 보여줘요. 사건사고, 갈등, 열정, 패배감, 성취, 질투, 야망이 뜨겁게 끓어오르는 주방을 지켜보다 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미워하던 인물들도 어느 순간 조금씩 정을 주고 아끼게 되더라고요. 함께 피곤하고, 함께 괴롭고, 함께 성장하는 기분이 드는 드라마. 무엇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음악들이 다 좋아서 매번 음악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답니다. 엉망진창 요란법석 주방의 일원이 되고 싶으신 분들, 다들 <더 베어>의 세계로 오세요🌮

새콤달콤 김치말이국수 한 입🍜

Q. 두 분 다 음악 잘하시잖아요. 좋은 음악은 어떤 음악이라고 생각하세요?

수민 : 기억인 것 같아요. 저는 늘 제가 가진 추억으로 음악을 만들어요. 수많은 기억 중에서도 반짝이고 다채로운 것이 추억으로 간직되잖아요. 음악을 만들려면 좋은 추억이 필요해요. 청자로서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솔깃한 내용의 가사를 들으면 '이 사람 이야기인가?' 하고 꼭 크레디트를 보거든요. 만일 그 가수가 쓴 가사면 그때부터 그 사람이 너무 궁금해져요.

슬롬: 뜬금없는 이야기인데 제가 정말 맛있는 김치말이국숫집을 찾았거든요. 최근에 계절 메뉴로 김치말이국수를 개시했는데 일단 물김치의 농도가 완벽해요. 국물 위에 떠 있는 참기름 향도 향긋하고, 쫄깃한 소면 아래 깔린 고슬밥은 꼭 작은 수제비를 떠먹는 것 같았어요. 너무 신나서 같이 작업하던 엔지니어랑 수민 데리고 저녁 먹으러 또 갔어요. 다들 맛있게 먹으면서 메뉴판을 막 구경했거든요. 그걸 보면서 생각했죠. '앨범을 이렇게 만들어야 되는데.' 우연히 들른 식당에서 한 가지 메뉴 먹고, 그 식당의 모든 음식이 궁금해질 때가 있잖아요. 좋은 음악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뮤지션으로 계속 일하려면 저만의 김치말이국수 레시피를 만들어야죠.

-[아레나코리아] BEST FREIND’S RECIPE, 수민&슬롬

김치말이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인터뷰 너무 재밌는데? 싶어서 가져온 글입니다. 맛있어서 충격받은 식당을 재방문하면, 시그니처 메뉴는 무조건 또 시켜야 해! 하는 마음 반, 다른 메뉴도 맛있을 것 같은데 시도해볼까? 하는 마음이 반인데요. 뭐 하나 포기할 수 없어서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되는 식당처럼, 좋은 앨범은 한 곡만 들어도 다른 곡이 궁금해지는 매력을 가진 것 같아요. 그런 맥락에서 슬롬님의 '뮤지션으로 계속 일하려면 저만의 김치말이국수 레시피'를 만들어야겠다는 말이 참 와닿았어요. 음악뿐 아니라 무언가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다 비슷한 고민을 하지 않을까요. 대표작 하나만 딱 좋은 게 아니라, 꾸준히 이 사람이 만드는 다음을 기다리게끔 하는 것. 질리지 않고 기대하게 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 좋은 음식을 먹는 건 그 자체로도 행복하지만, 영감을 주기도 한다는 걸 깨닫게 되는 인터뷰였어요. 그건 그렇고, 슬롬님의 김치말이국수 맛집이 어딘지 너무너무 궁금해지네요🍜

깔끔든든 비프타코 한 입🌮

죠지 - 처음 보는 나

2024년 새해의 곡으로 죠지의 '오래오래'를 소개했는데요. '새해엔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은 마음'의 편을 좀 더 들어주고 싶어요.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결국은 사랑을 닮아있지 않나. 하고 있는 일이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든, 오래오래 하고 싶은 마음으로 대한다면 아끼게 될 것 같아요. 새해의 노래로 이 곡을 고른 만큼, 올해는 페스티벌에서 죠지 무대를 라이브로 보면 의미가 남다를 것 같네요.' 2024년 1월 1일에 이런 소개글을 적었지만, 올해 상반기를 돌아보면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은 마음의 편을 들어주지도 못하고 죠지 무대를 라이브로 보지도 못했습니다. 다른 건 못해도 죠지 라이브는 꼭 보겠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1990~2000년대 곡으로 가득한 죠지의 리메이크 앨범이 나왔더라고요. 처음엔 romeo n juliet (feat. 유라)가 가장 끌렸는데, 듣다 보니 <처음 보는 나>를 편하게 자주 듣게 되어서 가져왔어요. 원래 논스톱4 ost이자 봉태규님이 직접 부른 곡이었는데, 원곡 버전도 너무 좋아서 번갈아가면서 자주 들었어요. 여름에도 좋지만 선선해지면 더 잘 어울리는 곡 같아서, 버스 창가에 앉은 날 가볍게 들어보시는 걸 추천드릴게요🌿

망고네 또'갈'집🍋

망고네 주인장이 또 가고 싶어하는 공간

약수순대국 - 서울 중구 동호로7길 14 약수더시티 1층

성시경 '먹을 텐데'를 비롯해 배우 박성훈의 찐 맛집으로도 잘 알려진 약수역 근처 순댓국집. 혼밥 테이블이 따로 있어 혼밥하기에도 편하고, 큼지막한 깍두기와 깔끔한 순댓국 맛에 든든하게 한끼하기 좋은 곳.

엘카페씨토바 - 서울 중구 동호로11가길 25 1층

남아메리카에 온 것 같은 알록달록한 외관과 인테리어가 매력적인 약수역 근처 에스프레소 바. 가게가 작아서 딱 한 잔 가볍게 마시고 가기 좋고, 커피샤벳, 모히또 샤벳 같은 여름용 메뉴들도 상큼하게 맛있다. 무엇보다 친절한 사장님 덕분에 기분 좋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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