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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자 목사님은 하나님의 주권을 강조하는 설교를 쭉 해오셨어요. 그래서 그런 설교집이나 설교 테이프, 최근에는 방송 설교까지 하시잖아요. 전에는 주로 책하고 테이프를 만들어서 판매하셨거든요. 그렇게 하신 이유나 목적 같은 것이 있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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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제 쪽에서 적극성을 가지고 홍보를 하자는 입장은 아니었어요. 요청하는 사람들이 있었죠. 재밌는 이야기로는, 어느 출판사가 제 책과 테이프의 영업권을 가져갔다가 반납했어요. 안 팔리는 겁니다. (웃음) 책을 내거나 테이프를 만들면 그때 표현으로 “딱 이백 명”으로 끝났답니다. 책도 이백 권 팔리고 테이프도 이백 개 팔리고 만데요. 그런데 어느 날 무슨 황야의 무법자 같은 사람이 나타나서 “박영선 목사 테이프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오” 그랬대요. 그런데 그렇게는 장사가 안 된다는 겁니다. 같은 게 많이 팔려야 장사가 되는데 한 사람이 나타나서 하나씩 전체를 사겠다고 했으니 어떠했겠어요? 인건비가 더 들지 않겠어요? 그래서 반납했어요. 아무튼 상징적인 거겠지만, 그 이백 명이 나는 중요했어요. 그 이백 명이 나처럼 갈급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테이프 판매를 저희 교회 사무실에서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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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자 독자가 이백이라고 하셨는데, 제가 살펴보니 수천 이상이 되겠던데요. 목사님은 처음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말하신 거 같은데, 출판계에서는 목사님의 설교집이 상당수의 독자들을 가지고 있는 걸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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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다른 서적들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자기 교회에서 소비하는 거 말고 일반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내는 책은 보통 이천 부 찍어요. 그리고 뭐, 재판 찍는 책이 거의 없어요. “독자층이 엷다” 그렇게만 이야기할 수 없을 거예요. 목사와 자기 교회 성도들하고의 관계는 혈연관계나 가족관계 같아요. 모두에게 은혜를 끼칠 만큼 소위 말하는 명설교가 가능하냐? 그럴 때는 난 별로 가능하지 않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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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자 그런 혈연관계라는 차원을 다른 말로 하면 설교의 일차 청중을 뜻하는 건데, 남포교회 교인들이 왜 일차 청중이 되었다고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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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아, 이게 좀 어려운 이야기인데, 우리 교인들이 일차 청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일차 청중으로 앉아는 있는데, 난 언제나 내 고민을 이야기하고 있는 겁니다. 개교회의 목회자로서 좀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우리 교회에 어떤 분들이 왔고 무슨 필요가 있느냐, 이렇게 우리 교회가 성립됐다, 이런 게 아니라 내가 아우성치는 문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왔다고 전제하고 설교한 겁니다. 그래서 저들이 지금 좇아오고 있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내가 고민하고 나아가고 있는데 좇아오든지 말든지 여태껏 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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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자 사실 그 고민이 신앙의 고민이라면 다른 사람의 고민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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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그렇지만 약간은 무책임할 수 있다 이거죠. 목사가 자기 고민만 이야기하면 말입니다. 그냥 뭐, 자꾸 미안한 이야기들이 나오게 되는데, 다른 설교자들이 너무 쉽게 신앙을 취급하는 것 같아서 그 미진한 사실을, 내 개인적인 갈증을 설교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해서 청중이 생긴 겁니다. ‘아, 고민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생각했고, 그렇게 해서 여기까지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