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의 뉴스레터 Vol.8
안도 다다오를 위대하게 만든 힘

스테판 커리는 미국 프로농구(NBA) 사상 최고의 슈터로 꼽히는 선수입니다. ‘말도 안 되는’ 거리에서 3점 슛을 척척 꽂아 넣으며 농구에 새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NBA 역사상 처음으로 만장일치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커리가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때만 해도 ‘별로 기대할 게 없는 선수’로 취급받았다는 게 놀랍습니다. 2006년 고교를 졸업한 그에게 장학금을 주겠다는 대학교는 한군데도 없었습니다. 대학 스카웃 담당자들로부터 그가 받은 평점(별 5개 기준)은 별 3개였습니다. 졸업반에 진학하기 직전 여름, 데이비슨 칼리지의 코치가 그의 경기장면을 참관하러 왔습니다.

 

경기를 지켜본 코치는 실망했습니다. “경기력이 형편없었다. 공을 관중석에 던지는가 하면, 건네받은 공을 떨어뜨리고, 자기 발등에 드리블하고, 슛도 빗나가기 일쑤였다.” 그런데도 그는 커리를 스카웃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단 한 번도 심판 탓을 하거나 자기 팀원 탓을 하지 않았다. 벤치에 앉아서도 한결 같이 자기 팀을 응원했고, 기죽지 않았다. 그런 인상이 잊히지 않았다.”

 

흠집투성이였던 커리에 대해 코치가 주목한 것은 잠재력이었습니다. 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인 애덤 그랜트는 최신작 《히든 포텐셜》(한경BP 출간)에서 “잠재력을 가늠할 때 눈에 보이는 출발점에 집중하는 치명적 오류를 조심하라”고 강조합니다. “타고난 재능에 집착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가장 전도유망한 이들은 첫눈에 두드러지는 이들이라고 넘겨짚는다.”

 

그랜트 교수는 “성취도가 높은 사람들이 어릴 때 보이는 재능은 천차만별”이라며 “적절한 기회와 배우고자 하는 동기가 부여되면 누구든 대단한 성취를 이룰 기량을 지니게 된다”고 말합니다. “잠재력은 출발점이 아니라 얼마나 멀리까지 가느냐다. 출발점보다는 얼마나 먼 거리를 이동했는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데이비슨 칼리지의 코치는 커리의 잠재력을 꽃피우기 위해 ‘놀이 같은 연습’을 고안했습니다. 1분 동안 3점 슛, 점프 슛, 레이업으로 21점을 내는 ‘21’이라는 연습입니다. 커리는 이 연습을 통해 훗날 NBA에 새 지평을 연 ‘마법의 3점 슛’ 토대를 닦았고, 1분 안에 21점을 내기 위해 슛을 던질 때마다 전속력으로 코트 중앙까지 다녀옴으로 해서 단단한 체력을 쌓았습니다.

 

그랜트 교수는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는 품성(character)으로 ①적절한 종류의 불편함 ②적절한 정보를 흡수하는 역량 ③적절한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의지, 세 가지를 꼽습니다. 안전지대에서 편안함을 추구해선 안 되고, 불편함과 불완전함을 받아들여야 수많은 학습형태에서 숨은 잠재력을 펼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불완전함을 받아들임으로 인해 세계적 인물로 성장한 대표적 인물로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꼽힙니다. 공업고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그는 건설노동자와 무명의 프로복서를 지내다가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했습니다. 잘 짜인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기에 건축계에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그의 간판이 된 ‘노출 콘크리트 건축’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기법을 처음 쓴 것은 콘크리트를 가릴 예산이 부족해서였는데, 그랜트 교수는 이를 가리켜 ‘불완전주의자의 위대한 결단’이라고 말합니다.

 

그랜트 교수는 그 배경으로 일본적 삶의 방식인 ‘와비사비(わびさび)’에 주목합니다. “낡고 닳은 도기에 차를 따라 마시는 것처럼 완벽하지 않은 것들을 귀하게 여기는 ‘와비사비’가 안도 다다오의 건축과 삶을 지배했다. 와비사비는 불완전함에 내재하는 아름다움을 기리는 기법이다. 일부러 불완전함을 창조하는 게 아니라, 결함은 필연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태도다.”


경제사회연구원 고문

이학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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