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4 vol. 62

안녕하세요 반디님,

어젯밤에는 이런 꿈을 꿨습니다. 사람인지 무엇인지 모를 어떤 어린 동물이 제 품에 폭 안겨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는데 주위에서 '저 희귀 생명체를 검사해야한다' '저 생명체가 원래 살던 곳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며 제 품의 그 무언가를 저에게서 떼어놓으려고 소란스럽게 굴었습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 어린이를 품에서 지키려고 아주 용을 쓰며 진땀을 빼다가 어떤 의식의 흐름에 따라 (꿈속이라 맥락이 없습니다.) 이 어린이를 원래 살던 곳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결심을 했고, 그 결심과 함께 잠에서 깼습니다. 

지금은 저도 여러분들처럼 "그게 뭔 허무맹랑한 꿈이냐"는 생각이 드는데요. 잠에서 깬 직후의 저는 제 품 안에 안겨있던, 저와 떨어지지 않으려 제 어깨를 꽉 붙들고 있던 작은 온기가 없다는 것이 사무치게 슬퍼 제법 오랜 시간 눈물을 줄줄 흘렸습니다. 아주 중요한 것을 꿈 속에 두고 온 기분이 들어 속상했습니다. 속이 상해 마음에 곰팡이가 피는 기분이었습니다.

꿈속에서도 이렇게 슬픈데 현실에서 무언가를 잃어버리면 얼마나 슬플까요. 아끼던 지갑이나 소중한 사진이 담긴 휴대폰처럼 손때 묻은 물건, 기억이나 관계처럼 돌이킬 수 없는 시간, 친구나 가족처럼 무엇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 무엇이 되었든 잃어버린다는 것은 절절하게 슬픈 일인 것 같습니다. 

슬픔을 달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귀인이 나타나 잃어버린 것을 찾아주면 모든 일이 해결되겠지만 그런 복은 자주, 쉽게 찾아오지만은 않습니다. 오롯이 나만의 몫으로 슬픔을 견뎌야 할 때가 더 많지요. 그렇다면 영영 슬픔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러나 부재가 존재를 증명한다는 말처럼 있었던 시간이 있기에 잃었던 시간도 생깁니다. 아무것도 잃고 싶지 않으면 아무것도 가지지 않으면 되겠지만 그러기엔 잃어버린 것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너무 소중해서 차마 그런 선택은 하지 못하겠습니다.  

* p.s
   반디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위한 애칭으로 반달가슴곰 + 버디(Buddy)를 합친 단어
🌟 칠성이가 떠났습니다.
2026년 2월 28일, 오전 10시 30분 무렵 칠성이가 봄에 자리를 내어주고 떠났습니다.

겨울잠에서 좀 일찍 깬 칠성이는 다시 기침을 시작했고 숨을 몰아쉬고 있었습니다. 심장병으로 맞는 마지막 순간이 너무 괴로울 수 있어서 사실은, 2월 29일 활동가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보내줄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를 당겨서 스스로 떠났네요. 우리 계획이 게을렀나 봅니다. 아침약을 겨우 먹는듯 마는듯 하더니 그동안 요 며칠 겨우 가누던 고개를 떨구고 누워버렸습니다. 고통의 시간이 더 길어지지 않도록 창살 사이로 주사기를 집어넣어 약물을 주사했고, 칠성이는 이내 고요를 맞았습니다.

화천에서 보낸 곰들은 대부분 안락사로 마지막을 맞습니다. 우리 돌봄 때문에 곰들은 자연스러운 삶보다 더 오래 살게 되는데요. 그래서 더 나쁜 시간을 더 길게 갖지 않도록 애씁니다. 그렇지만 가장 좋은 죽임의 시점을 찾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2021년 만난 칠성이는 칠롱이와 한 방을 쓰며 칠롱을 잡도리하는 곰이었고요. 우리가 둘을 갈라놓기 시작한 후로는 오히려 칠롱을 겁내는 곰이었습니다. 2년 반 전 먼저 간 봄바를 빼닮았는데 둘은 어떤 관계였을까요. 우리는 곰들이 맺는 관계의 일부를 추측만 하다가 하나씩 떠나보낼 운명입니다. 영원히 알 수 없는 그들을 이해하려 애만 태웁니다.

씀바귀와 머위를 좋아하던 칠성이, 아무렇지도 않게 처음 나간 방사장에서 먹이를 찾아먹고, 채혈훈련을 위해 팔을 잔뜩 내밀며 꿀물을 내놓으라던 칠성이를 돌아봅니다. 그나마 팔팔하던 시절의 말미에 조금은 살 만했기를 바라봅니다. 우리와 함께여서 나쁘지 않았기를, 그의 죽음 앞에 기원합니다.
 
🐻 3월의 활동 계획
🏠 이번주 일요일, 또또와 찔레가 화천으로 옵니다.
2023년 소요와 덕이, 주영이를 구조한 이후 곰을 데려오는 일은 3년 만입니다. 그때 곰들은 모두 화천에서 왔지만, 찔레와 또또는 네 시간이 넘는 거리를 이동해야 합니다. 이동 중에도 곰들의 상태를 여러 차례 확인하며 천천히 조심스럽게 움직이려 합니다.
 
한편 화천에서는, 겨울잠에 들었던 곰들이 조금씩 따뜻해지는 날씨에 하나둘씩 깨어나고 있습니다. 새로 오는 곰들이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방의 위치를 고려해 곰들을 옮길 준비를 하고, 기존의 곰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도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곰들이 새 곰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 되면서도, 함께 잘 지내주길 마음속으로 바라봅니다.

활동가들에게도, 곰들에게도 올봄은 평소보다 조금 더 빠르게, 조금 더 분주하게 다가옵니다. 찔레와 또또, 화천의 곰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이 봄이 조금 더 아늑하고 안전한 계절이 될 수 있도록, 이 여정의 마지막까지 함께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기업은행 203-147531-04-045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사무국 활동가를 찾습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한국의 사육곰 산업을 종식시키고, 열악한 삶을 사는 사육곰들에게 살만한 삶을 주기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사단법인입니다.

저희는 2021년 6월부터 강원도 화천에서 사육곰을 구조해서 돌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8마리를 구조했고, 13마리를 돌보고 있습니다. 곧 두 마리를 더 데려올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직접적인 곰 돌봄 외에도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복잡한 층위의 고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작은 단체의 사무국 일을 도맡아 함께 성장하실 분을 찾습니다.

갇혀있는 사육곰을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실 분, 곰보금자리프로젝트 활동을 지켜보며 함께하고 싶으셨던 분들의 지원을 기다립니다.


✔지원기간: 2026.2.27 (금) ~ 3.8 (일)

✔지원방법: 이메일 신청 admin@projectmoonbear.org

✔채용 분야
사무국 활동가 (1명)


제출서류, 지원자격 등 채용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곰보금자리프로젝트 홈페이지-공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며 하단의 버튼을 클릭하시면 관련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 2월의 소식들
🥰 정기총회를 잘 마쳤습니다.
지난 2월 8일, 2026년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정기총회를 즐겁고 유익하게 치뤘습니다. 온오프라인으로 총회에 와주신 분들은 지난 한 해 9개월 이상 정기후원자 중 정회원 신청하신 분들입니다. 매년 정회원을 갱신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나서 첫 총회인데요. 1년 이상 정기후원을 하신 모든 분들에게 총회의 구성원 자격을 드리니, 이 시점에 우리 단체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진 분들이 모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육곰 산업 종식 첫해의 정기총회에서도 그 전의 총회에서 하던 이야기와 비슷한 이야기를 해야 했습니다. 법이 바뀌었지만 정부는 여전히 법 적용을 미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농장에 남아있는 사육곰은 약 235마리이고, 그들이 쉴 수 있는 보호시설은 없습니다. 올해에는 전에 없이 더 강하게 소리쳐야 할 것 같습니다. 총회에 참여해주신 분들과 멀리서 응원해주시는 분들 모두 그 목소리를 함께 내어주세요.
🔥 해피빈 펀딩 종료 D-3

곰을 구조하고, 옮기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금액이 필요합니다. 또또와 찔레의 새로운 봄맞이를 위해 네이버 해피빈 모금함을 오픈하였었는데요. 모금함 오픈부터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따뜻한 마음 덕에 80% 가까이 되는 달성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보내주시는 열렬한 응원과 마음 덕에 또또와 찔레가 이사 오는 길도 좀 더 편안할 것 같습니다.

새 식구를 맞이하기 위한 해피빈 모금함이 종료까지 3일 남았습니다. 해피빈 모금함의 존재를 모르셨던 분이나 남아있는 콩을 나눠주실 분이 계시다면 모금 달성률 100%를 향해 마음을 더해주세요. 콩 한쪽도 나눠먹는다는 말처럼 금액의 규모와 관계 없이 보내주시는 모든 마음이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후원계좌 : 기업은행 203-147531-04-013 사단법인 곰보금자리프로젝트 
Paypal Donation : projectmoonbea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