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아 한국은 이제 곧 추석이다. 한국판 땡스기빙. 그리고 나는 추석에 또 일본에 간다. 올해 일본 세 번
 
산촌여정
이상
창작 연도 미상
 

아임아!

한국은 이제 곧 추석이다. 한국판 땡스기빙. 너에게도 해피 추석이다!
그리고 나는 추석에 또 일본에 간다.

올해 일본 세 번째다. 이번엔 어머니 아버지가 같이 가자고 해서 가족여행으로 가게 되었다. 나는 원래 여행맨이 아니었는데 올해는 꽤나 여행을 많이 다니게 되었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요즘은 필름 값이 어마어마해서 필름을 사기가 두렵다가도 여행을 간다고 하면 주저 없이 사게 된다. 이런 행동 자체가 내가 내 생각보다도 더 많이 사진을, 특히나 필름으로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있다는 증거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급해하기 시작했다. 항상 무엇인가를 배우거나 공부하면 그 행위를 ‘잘’하는 나의 모습만을 상상하며 달려가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조급해지고, ‘못’하는 현실의 나를 보면 나 스스로가 미워지며 결국 그 행위 자체에 흥미가 떨어질 때가 많다.
근데 아임이 말한 대로 우리는 지금부터 무언갈 시작하더라도 50년이나 할 수 있다. 50년 동안 한 가지를 연습한다면 사실상 엄청난 장인이 되겠지.
이걸 의식적으로 생각하며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알고 있어도 또 생각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왜냐면 기타를 못 치는 나에게 굉장히 화가 난 상태거든. 아휴.
Joe Pass - All The Things You Are  
나의 궁극적인 기타 실력 도달점이다.
물론 말이 안 된다는 걸 안다. 이분은 정점 중의 정점이니깐.
그래도 목표는 크게 잡아야 하는 법. 너무 크게 잡으면, 너무 멀게 느껴져서 힘이 떨어지려나..?
락이나 R&B 음악에 나오는 기타들을 들으면 좋다가도 이런 재즈를 들으면 경이롭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나 조패스의 연주는 더더욱 그렇다.  
Oscar Peterson & Joe Pass - Cake Walk  
조 패스는 오스카 피터슨이랑도 종종 연주를 같이 한 걸로 알고 있는데 이 클립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껴진다. 단순히 속주를 하기 때문은 아니다. 사실 나는 피아노에 관심이 먼저 있었기네 조 패스도 오스카 피터슨을 듣다가 알게 되었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기타를 배워보지 않겠냐고, “피아노보다 나중에 더 유용할 걸~” 이런 말씀을 하시면서 날 꼬드겼는데, 그 당시의 어린이 오막은 ‘기타 = 아저씨들 악기’라는 생각이 있었다. 아버지 나이대 분들이 치는 것만 봐서 그런가. 타임머신이 있다면 돌아가서 어린이 오막에게 “멍청아! 닥치고 배워!” 라고 말 하고 싶을 정도로 후회가 된다. 하지만 50년 뒤의 노인 오막이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꾸준히 잘해보겠다.

요즘은 또 왜 이렇게 밴드가 하고 싶은지 몰라. 늦바람이 불었나. 학창 시절엔 그런 생각이 하나도 없었는데 말야. 만약 내가 밴드를 한다면 이런 음악들을 하고 싶다.
CAKE - Love You Madly  
The Clash - Should I Stay or Should I Go  

신나지 않는가.

없는 시절의 젊은이들이 하는 음악 같다. 이렇게 마냥 신나다가 -

The Temper Trap - Trembling Hands  

이렇게 뭔가 뭉클 하면서도 떼창이 가능한 노래를 하다가 -

King Princess - Ohio  
이렇게 미친 노래로 공연의 엔딩을 하는 거다!!
미친 나의 상상 속 공연! 당신도 공연에 놀러 오겠나? 한…10년 뒤에 말야. 10년 안에 이렇게 되면 정말 좋겠군.

킹 프린세스는 얼마 전 첨 알게 된 아티스트인데, 저 곡을 듣고는 사랑에 빠졌다. 다만 좀 아쉬운 건 저런 완전 락을 하는 줄 알았는데 락 음악은 거의 저 음악이 유일한 것 같더군? 오히려 다른 음악들은 팝에 가까웠다. 물론 다 아직 저분의 음악을 다 들어본 건 아니지만.
오하이오는 정말 들어도 들어도 뭉클하고도 신난다. 세상에 계속 들어서 안 질리는 음악은 없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오하이오는 질리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DYGL - Let it Out
최근에 들어 본 일본 밴드가 생각났다. 갑자기 이들이 생각난 이유는 내가 지금 이 편지를 일본에서 작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내 바로 앞에는 지하철에 앉아 줄 이어폰을 사용해 음악을 듣고 있는 사람이 3명이나 보인다. 아나르로그 니혼...
이번 여행은 도쿄 외곽을 주로 돌고 있는데 오늘은 슬램덩크 속 한 장면의 모티브가 된 가마쿠라 라는 곳을 간다. 나는 거기서 최첨단 디지털 시대의 필수품, 에어팟을 끼고 슬램덩크 엔딩곡이나 듣고 와야겠다. 
슬램덩크 Ost - 너와 함께라면  
언제 들어도 가슴이 뛴다...
그럼 나는 청춘의 기운을 흠뻑 맞고 오겠다. 아 그리고 혹시나 기회가 된다면 하코네 라는 곳을 한번쯤은 꼭 여행해보길 바란다. 지금은 너무나 관광지화가 되어서 코스도 막 나와있고 그렇긴 한데, 그런거 다 필요없고 하코네라는 동네 자체가 너무 좋다. 그래서 코스 다 무시하고 그냥 그 한적한 마을에 앉아만 있고 싶었다. 아임도 꼭 가보길. 나는 거기 집값도 찾아봤다. 언젠가 잠깐이라도 살아보고 싶어서 말야...
이번 편지는 해외에서 작성중인 관계로 더더욱 두서 없고, 더더욱 짧을 것 같다. 평소에 보지 못하던 이질적인 풍경들을 버스와 지하철애 탑승하여 지나치면서 스마트폰 자판을 두드리는 경험도 나쁘지 않구나. 다만 스티비가 스마트폰으로 작성하기에는 아주 불편하게 되어 있어서 그게 안타깝다. 
고럼 난 강백호를 만나러 간다!
안녕!

- 일본 시골에서 스마트폰으로 편지를 쓰고 있는
오막이가 


  이번 편지를 보낸 오막은...
 기약 없이 찬란한 미래를 꿈꾸고 있는 음악 프로듀서다. 학창 시절 미국 Omak에서 1년 동안 살았던 기억과 행복의 느낌을 담아 이름을 '오막'으로 정하고 활동중이다. 평소 말로 생각을 전달하는데에 재주가 크게 없던 오막은 특정 장르의 구분 없이 음악을 통해 생각을 전달하려고 한다. 앞으로 고막사람과 함께 오막 자신의 작업량도 쑥쑥 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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