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린치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시거나, 혹은 미드를 즐겨보시는 분들이라면 <트윈 픽스>라는 드라마에 대해 한번 정도는 들어보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윈 픽스>는 영화 감독 데이비드 린치와 마크 프로스트가 공동으로 만들어낸 드라마 시리즈로 현재까지 총 3 시즌이 있습니다. 시즌 1은 1990년에 방영되었고, 시즌 2는 1990에서 1991년 사이, 그리고 시즌 3는 2017년에야 다시 돌아왔습니다. 드라마 <트윈 픽스>는 방영되었을때에 엄청난 인기를 누렸으며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에 대해서 많은 평론가들과 학자들은 TV 드라마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고 설명하는데요, 그럼 과연 <트윈 픽스>는 TV 드라마에 어떤 영향을 끼쳤길래 이렇게 묘사될까요?
먼저 <트윈 픽스> 이전의 드라마들은 시청자들이 감정적으로 인물들에 이입할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대부분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하였으며, 캐릭터와 스토리 위주로 진행되었고, 딱히 엄청나게 대단한 주제를 가지고 있진 않았습니다. 또한 있을법한 캐릭터들과 선형적인 플롯 구조를 활용하였으며 이미지보다 대화를 중시하였습니다. 그에 반해 <트윈 픽스>는 초현실적이었고 대화보다 이미지에 중점을 두었고 있을법하지 않은, 색다른 개성들을 가진 캐릭터들을 내세웠으며 Week 59때 소개한 린치의 영화 <블루 벨벳>(1986)과 비슷하게 "평화로워보이는 미국 소도시의 어두운 이면"이라는 TV 드라마로서는 야심찬 주제를 가지고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드라마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시청자가 이미 알고 있는 다양한 대중문화 요소들을 드라마 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입니다. 요즘에야 영화나 드라마에서 다양한 레퍼런스들을 집어넣고 비트는 등 그런 방식이 거의 당연한것처럼 받아들여지지만 <트윈 픽스>가 만들어진 1990년대, 그리고 특히나 TV 드라마의 분야에서는 이러한 포스트모던적인 시도는 정말 획기적이었다고 말할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드라마 <트윈 픽스> 이전에 영화와 TV 드라마는 완전히 분리된 분야였습니다. 영화는 예술로 받아들여졌지만 TV는 우리가 흔히 알다시피 "바보 상자"로 불렸죠. 하지만 린치가 자신만의 비전을 <트윈 픽스>를 통해 만들어내면서 이 둘의 경계는 모호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드라마가 시즌 2까지 방영되고 나서 프리퀄에 해당하는 영화 <트윈 픽스>(1992)가 나오기도 하였고 현재는 많은 영화감독들이 드라마를 만드는데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을 우리는 볼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데이비드 핀처가 참여한 넷플릭스 드라마 <마인드헌터>와 같은 예가 있죠!😁)
이외에도 현재 드라마에서 장르간의 혼합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것과는 달리 드라마 <트윈 픽스> 이전의 TV 드라마들은 장르가 굉장히 서로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탐정 수사면 탐정 수사, 연속극이면 연속극, 코미디면 코미디, 이런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드라마 <트윈 픽스>는 탐정 수사이면서 연속극(soap opera)형태를 띄었고 초자연적 공포물이기도 한 모습을 보이며 드라마 장르간의 경계 또한 깨부쉈습니다. 게다가 <트윈 픽스> 이전의 살인 미스터리물은 대부분 1,2화 내에 범인을 빠르게 알려주었던 반면에 린치의 드라마는 "누가 로라 팔머를 죽였는가?"라는 질문이 드라마 시즌 전체를 이끌고 가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스토리 구조는 마찬가지로 많은 호평을 받았던 <트루 디텍티브>와 같은 드라마들에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드라마 <트윈 픽스>가 TV 드라마의 패러다임을 바꾼 이 모든 방식들은 종합해보자면 어쩌면 결국 드라마를 만든 린치와 프로스트가 드라마로서는 처음으로 드라마 시청자들의 수준을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높이 평가했다는 점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