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과 좋은 어른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연결합니다.
손을 내밀고, 잡으며
서로 힘이 되어주는 우리 

함께 성장하며, 길을 찾아가는 찰리와 유진 빌더님의 이야기

찰리(25세, 꿈을 찾아가는 중): 2021년부터 허들링 커뮤니티에서 함께하고 있어요. 찰리는 시크한 듯하면서도 솔직한 감정을 잘 표현하는 친구예요. 감사함을 표현할 줄 알고, 주변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마음을 전할 줄 아는 따뜻한 사람이죠. 처음 만났을 때보다 허들링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점점 더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이 보여요. 예민한 부엉이처럼 목만 돌려 주변을 경계한다고 농담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는 사람이에요. 등산 모임에 참여하면서 치어빌더님과 대화하고, 경제 모임에서는 지식을 쌓으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고 있어요.


한유진(39세, 방송작가&공인중개사) : 2022년에 소이프 빌더로 가입하고 2023년부터 허들링 치어빌더 활동을 시작했어요. 벌써 3년째 치어빌더로서 친구들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 있죠. 공공임대 청약 신청 방법을 알려주거나, 자기소개서를 첨삭해 주고, 경제 모임에서는 부동산 정보를 알려주는 강사로 활동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어요. 찰리와의 인연은 2년 전, 연말 파티에서 처음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작되었어요. 이후 서로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받으며 더욱 가까워졌죠. 호랑이처럼 활동 반경이 넓은 유진 빌더님은 바쁜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도 공인중개사 자격증까지 취득한 능력자예요. 그리고 그 능력을 친구들에게 아낌없이 나누며 다양한 방식으로 도움을 주고 있어요.

2024년, 허들링 연말파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유진 빌더님과 찰리

Q. 찰리와 유진 빌더님 두 분, 좋은 어른 인터뷰를 제안받았을 때 어땠나요?

유진 빌더: 허들링 커뮤니티에서 찰리와 처음으로 말을 했고, 같은 동네 주민으로 친하게 지내다 보니 찰리와 꼭 함께 인터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혹시 찰리가 인터뷰를 거절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도 살짝 했어요.


찰리: 인터뷰를 통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유진 빌더님과 친하게 지내고 있어서 함께 인터뷰하는 것이 괜찮았어요.

Q. 자기소개는 어색할 수 있으니 자신을 동물로 표현한다면?  

찰리: 저는 ‘부엉이’요. 부엉이를 자세히 보면 몸은 가만히 있는데 목만 양옆으로 돌아가거든요. 저도 예민한 기질이라 주변을 계속 살피는 게 꼭 부엉이 같다고 생각했어요. 보육원에서 지낼 때는 많은 사람과 어쩔 수 없이 같이 사니까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아요. 혼자 사는 지금은 집도 엄청 깨끗하게 정리하고, 부엉이처럼 누가 제 영역에 들어오는 것을 싫어해서 사람을 잘 초대하지 않아요. 


유진 빌더: 저는 ‘호랑이’요. 호랑이가 생각보다 활동 반경이 되게 넓다고 하더라고요. 예전에는 한반도 끝에서 끝까지 이동을 했다고 해요. 지금까지 살아온 것을 보면 저도 호랑이처럼 늘 활동 반경이 넓었던 것 같아요. 직장 생활을 할 때도 출퇴근길이 늘 멀었지만 크게 스트레스로 느끼지는 않았어요. 또, 호랑이가 야행성 동물인데 저도 방송작가 일을 하다 보니 주로 밤에 글을 쓰거나 자주 일을 하곤 하죠.

주변을 살피는 부엉이 같다는 찰리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호랑이 같다는 유진 빌더님

Q. 찰리는 허들링 커뮤니티 활동을 3년째 하고 있는데, 그 시작은 무엇이었나요? 

찰리: 중학생 때 알고 지내던 분이 허들링 커뮤니티가 있는데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때는 대학교에 재학 중이었는데 소이프 고대현 대표님이 공부하면서 생활비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장학금을 연결해 주셨어요. 장학금을 받으면 허들링 커뮤니티 활동을 필수로 해야 해서 처음에는 의무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죠. 사실 1년 차에는 그냥 무덤덤했어요. 왜냐하면 중, 고등학교 시절에도 이런 프로그램을 종종 했는데 관계가 지속적으로 잘 이어진 적이 없거든요. 허들링 커뮤니티도 비슷할 것으로 생각해서 마음을 열기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어떤 계기로 마음을 열게 되었나요? 

찰리: 제 고민을 툭 하고 말했을 때 생각보다 다들 진심으로 경청해 줬어요. 빌더님들 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친구들도 다들 그랬죠. 그 부분이 되게 고맙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이야기도 많이 나눴고, 진심 어린 마음을 느꼈죠. 허들링 커뮤니티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구나’ 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이 열렸던 것 같아요.

허들링 커뮤니티에서 진심어린 마음을 느끼며 마음이 열렸다는 찰리

Q. 유진 빌더님은 치어빌더로 어떻게 함께 하게 되었나요? 

유진 빌더: 소이프를 처음 알게 된 때는 2021년도예요. 그때 제가 <EBS 지식 채널>에서 작가로 일을 하고 있었어요. 지금은 자립준비청년이라고 부르지만, 그때는 보호종료아동이라고 불렀고 안타까운 사건도 알게 되었죠. 매년 2,500명 정도가 보육원이나 그룹홈에서 나와 자립하는데 당시에는 자립정착금도 150만 원에서 500만 원 사이였어요. 방송 원고를 쓰면서 자립준비청년 관련 자료를 찾아보는데 소이프라는 단체가 있더라고요. 소이프 대표님과 직접적으로 연락하지 않았지만 제가 이미 알아버린 것에 대해서 그냥 넘어가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바로 소이프 빌더에 가입하게 되었죠.


이후 소이프에서 치어빌더를 모집한다고 해서 열심히 치어빌더 신청서를 작성해서 제출했어요. 솔직히 저는 제가 치어빌더가 될 줄 알았어요. (웃음) 친구들에게 부동산과 청약도 도움을 줄 수 있고, 자기소개서 첨삭도 도움을 줄 수 있고 제가 나눌 수 있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어필했어요.

2024년 치어빌더 오리엔테이션에서
열심히 설명을 듣는 유진 빌더님
2024년을 허들링 첫 시작을 함께해 준
애정하는 치어 빌더님들

Q. 치어빌더가 되고 허들링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했을 때 마음이 남달랐을 것 같아요.

유진 빌더: 첫 모임으로 치어빌더 오리엔테이션으로 참석했어요. 그때 전진 이사님과 고대현 대표님이 친구들에게 하면 안 될 것들이나 주의해야 할 점을 이야기해 주셨거든요. 어떤 말은 친구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조심해야 한다 등의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필요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단순히 편한 마음으로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잘 모르는 사이에서 실수하거나 상처를 받게 되면 더 친해질 기회가 없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에 인터뷰를 하면서 예전에 만들었던 방송을 다시 봤거든요. 근데 제가 참 잘 모르고 썼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때는 자료를 조사하면서 자립준비청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면, 지금은 친구들을 직접 만나면서 알게 되는 부분이 있으니까 어떤 부분은 원고가 미숙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2023년 여름, 가지가지한 나눔 플리마켓에서 허들링 친구들과 관계를 쌓았던 유진 빌더님

Q. 그럼, 찰리와는 언제 처음 만나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나요?

유진 빌더: 2023년에 치어빌더로 활동을 하면서 2024년에도 치어빌더를 지원했지만 허들링 커뮤니티가 지속될 수 있을까 고민도 했어요. 왜냐하면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고,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시간으로 친구들과 관계를 쌓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히 찰리와는 2023년 12월 연말 파티에서 처음 이야기를 했어요.


찰리: 저도 솔직히 유진 빌더님이 치어빌더로 계신 줄 몰랐어요. 저도 2023년에는 허들링 커뮤니티에 잘 안 나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유진 빌더님이 제주도 캠프에 못 오셔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죠. 1년에 한 달에 한 번을 만나는데 소모임도 겹치지 않았어요. 그래서 2023년 연말 파티 때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그날,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2023년 허들링 연말파티에서
1년 활동 소감을 나누는 유진 빌더님
2023년 허들링 연말파티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찰리

Q. 서로의 존재를 1년간 잘 몰랐던 두 분 서로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유진 빌더: 찰리는 시크한데 매너가 있었어요. 재작년 연말 파티에 저의 딸을 데리고 갔는데 엄청 잘 챙겨주고 놀아주더라고요. 솔직히 그날 되게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처음 보는 친구들도 많았고,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찰리: 연말 파티 때 유진 빌더님이 1년간 이룬 챌린지 발표를 했는데 공인중개사 자격증도 따시고, 경매도 하시고 엄청 열심히 사시는 분이라는 인상이 남았어요.

2023년, 허들링 연말파티에서 모두를 놀라게 한 챌린지를 공유하고 있는 유진 빌더님 

Q. 2년 전, 연말 파티에서 어떤 이야기로 서로 친해졌나요?

유진 빌더: 2023년 연말 파티 당시에 찰리가 이사를 알아보고 있어서 고민이 많았어요. 근데 마침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 집을 구한다고 하더라고요. 집을 구하기 위해 찰리가 갔다던 부동산이 제가 에어비앤비 호스트로 운영하는 집 바로 옆 건물이었어요. 그 동네도 제가 너무 잘 아는 곳이니까 이후에 동네에서 꼭 보자고 했어요.


찰리: 제가 학교 때문에 다른 지역에 있었고, 졸업을 한 이후에 서울로 이사 오는 것을 결정했어요. 집을 구하기는 했는데 입주까지 한 달 정도 시간이 비어서 서울로 올라와 당장 지낼 곳이 필요했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유진 빌더님께서 자신이 운영하는 에어비앤비에서 한 달 동안 지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주셨어요.   


유진 빌더: 솔직히 찰리 이야기를 듣고 마음은 있었는데 처음에 선뜻  제안은 못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소이프 고대현 대표님에게 여쭤봤어요. 왜냐하면 찰리 입장에서는 제가 사기를 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혹시 모르기도 하고요.


찰리: 유진 빌더님께서 숙소 임대로 만날 때 계약서를 들고 오셨어요. 한 달 동안의 월세, 공과금, 비용, 안전 사항 등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서로 동의 하에 계약을 했어요. 이렇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임대에 대한 계약서를 쓰고 나니까 제가 더 안심하고 유진 빌더님을 믿었던 것 같아요.


유진 빌더: 저는 오히려 찰리 덕분에 운이 좋았어요. 에어비엔비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연말 파티에서 찰리가 이사할 계획이라는 것을 들었거든요. 그리고 건물주가 한 달 동안 렌탈 프리를 해줬어요. 저도 찰리에게 한 달을 살라고 하면서 제 나름대로 사업을 촘촘히 준비할 시간이 생겼던 것 같아요. 첫 게스트가 찰리였던 거죠. 근데 무료로 살게 하는 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지내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잖아요. 공과금 조로 한 달 동안 30만 원으로 계약했고, 돈이 오가는 사이니까 단기계약서는 써야 한다고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제가 또 마침 공인중개사에 합격했을 당시였거든요. 찰리와 계약을 하면서도 부동산 계약을 할 때 이렇게 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이상한 거고, 혹시 네가 월세를 안 내거나 밀리게 되면 퇴거 요청을 할 수 있다. 이런 것들도 이야기를 해줬어요. 진짜 계약처럼 말이죠.


찰리 & 짜응 : 그나저나 에어비엔비는 잘 되고 있나요?


유진 빌더: (웃음) 잘 되고 있어요. 시작하고 나서 1년 동안 공실도 별로 없었어요. 솔직히 찰리에게 제안했을 때 고민을 안 한 것은 아니었어요. 사실 고민을 했었고, 남편에게도 물어봤어요. 그때 남편도 흔쾌히 “해줄 수 있을 때 나눌 수 있을 때 하는 거야.”하고 말하더라고요.


찰리: 에어비엔비에서 지내는 한 달 동안 유진 빌더님을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어요. 유진 빌더님이 혹시 제가 불편하게 느낄지 거의 안 오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마음이 편했어요. 그 적절한 거리가 저는 중요한 것 같아요. 

 허들링 첫 제주도 캠프
요트 위에서 찰리
두번째로 떠난 제주도 캠프에서
우도를 바라보고 있는 찰리

Q. 그렇다면, 지금은 유진 빌더님과 거리가 어느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찰리: 둘 사이의 거리가 100m라고 가정한다면 지금은 한 30m로 가까워진 것 같아요. 제 기준에서 아주 가까운 거죠. 유진 빌더님 에어비엔비에서 한 달간 지내고, 이사를 갔을 때도 되게 많이 챙겨 주셨어요. 새로 이사를 가면 집에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런 것을 알고 유진 빌더님이 제가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툭툭 챙겨 주셨던 것 같아요.


유진 빌더:  이사를 간 찰리에게 집에서 밥은 해 먹느냐고 물어보니 요리할 도구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마침, 저는 에어비엔비를 하면서 집에 안 쓰는 냄비와 프라이팬 등 조리 도구가 많았어요. 그래서 “혹시 쓰던 것도 괜찮으면 가져다줄까?” 했더니 너무 좋다고 해서 그냥 몇 개 챙겨준 것뿐이에요.


찰리: 그리고 어느 날은 제가 혼자 있는데 엄청 아팠던 적이 있어요. 그때 유진 빌더님이 죽을 포장해서 집 앞까지 가져다주셨어요. 역에서 집까지 거리가 있는데 집 근처까지 오셨더라고요. 제 집이 좀 언덕 위에 있거든요.


유진 빌더: 아 맞아요. 죽을 가져다준 날은 허들링에서 랄랄라 운동회를 하는 날이었어요. 그때 허들링에서 친해진 친구가 찰리밖에 없어서 찰리가 꼭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찰리가 안 와서 연락을 해보니 상한 빵을 먹어서 아파서 못 왔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는 데 마음이 너무 아파서 죽을 사가지고 집 앞에서 전해줬죠.


찰리: 그리고 제가 한창 취업 준비를 할 때 자기소개서도 봐주셨어요. 지원하는 회사마다 계속 떨어졌었는데 유진 빌더님에게 자기소개서 첨삭을 받고 난 후에는 회사에 바로 붙었어요. 그때 제가 처음에 썼던 자기소개서와 유진 빌더님이 도와주신 자기소개서를 보면 다시 태어난 수준이더라고요.


짜응: 새롭게 태어나기도 하고… 유진 빌더님이 은인이네요. 30m로 되는 건지…  


찰리: (웃음) 원래 제가 잘 부탁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유진 빌더님은 항상 저에게 먼저 연락해서 “이런 게 필요하지 않을까? 혹시라도 필요한 거 있으면 연락해.” 이렇게 물어 봐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툭 말하면 바로 캐치해서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그게 참 감사하죠.


유진빌더: 찰리가 취업하고 나서 취업 턱을 쏘는 줄 알았는데 연락이 없더라고요. (웃음) 제가 장난으로 “밥 언제 사줄 거야?” 막 이랬거든요. 이후에 찰리가 밥을 한 번 사줬어요.


찰리: 제가 쑥스러워서 그런 표현을 잘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유진 빌더님께 무언가 사 드릴 수 있다는 것이 좋았던 것 같아요. 더 어릴 때는 그냥 받기만 하는 것이 좋았거든요. 근데 계속 살아보니까 마냥 받는 것만 좋은 것 아닌 것 같아요. 작지만 뭔가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게 좋았어요.

2024년 허들링 랄랄라 운동회에서 
자신을 소개하는 유진 빌더님
허들링 소모임에서 그림책 읽기와
인형 만들기를 한 유진 빌더님과 찰리

Q. 그럼 두 분은 받는 쪽과 주는 쪽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 편인가요?

찰리: 저는 아직 받는 쪽이죠. 제가 뭘 주기에는 아직 좀 모자라지 않은지 생각이 듭니다.


유진 빌더: 저는 주고받는 것 같아요. 주고받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계산하듯이 내가 한 번 줬으니까, 너도 한번 줘 그런 것은 아니고요. 지금 현시점에서 필요한 것들은 내가 도움을 받지만, 또 몇 년 후에는 어떻게 될지 정말 모르는 것 같아요. 10년 후에 갑자기 찰리가 건물주가 되어서 “유진 빌더님 제 건물에서 에어비앤비 하실래요?” 이렇게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웃음) 그래서 내가 받는 것을 조급해하거나 부담을 느낄 필요는 전혀 없는 것 같아요. 그게 5년, 10년 후일 수도 있고…사람 일은 전혀 모르는 거잖아요. 그리고 대상이 꼭 내가 아니고, 다른 사람이거나 내 자식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2024년 가지가지 나눔 플리마켓에서 
치어 빌더님과 함께 물건을 판매하는 찰리
주고 받는 것이 중요하다지만
더 많이 나눠주는 유진 빌더님

Q. 유진 빌더님은 친구들에게 먼저 연락하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이유가 있을까요?

유진빌더: 일단 제가 오지랖이 넓어요. (웃음) 청년주택이나 공공임대 청약 공고가 나오면 친구들에게 일단 카톡을 보내고 봐요. 나중에 주변 친구들이나 후배들이 청약에 당첨되면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요. 한편으로는 좋은 지원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요. 허들링 친구들에게 청약이나 주거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주거가 안정되면 다음 단계가 보이기 때문이에요.


집은 내가 쉬는 곳이잖아요. 내가 힘들 때 들어와서 쉬고 자고 에너지를 얻고 나가는 곳인데 주거 환경이 좋지 않으면 다음을 잘 보지 못하는 것 같아요. 주거가 불안정하면 뭘 해도 계속 불안한 거죠. 그래서 친구들이 조금이라도 좀 좋은 환경에서 지냈으면 좋겠어요.


저도 은평구로 이사를 오면서 처음 임대 아파트에 당첨이 되었거든요. 태어나서 40년간 서울에서 살았지만 그때 처음으로 서울에 정착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주거가 안정되다 보니 하는 일에 더 많이 집중하면서 성장을 했거든요. 내가 직접 안 살아봐서 그렇지 좋은 집에 살면 보는 눈이 점점 높아져요. 그만큼 또 새로운 목표가 생기는 거죠. 친구들도 그런 감정을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허들링 친구들에게 청년주택 청약방법을 
세심하게 알려주는 유진 빌더님
매달 정기적으로 열리는 경제모임에
부동산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유진 빌더님

Q. 찰리는 2024년 한 해  허들링 커뮤니티도 열심히 하고, 등산 소모임도 나오면서 치어빌더님을 많이 만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이유가 있나요?

찰리: 보육원에 살 때부터 혼자라고 생각했어요. 같이 지내기는 하지만 내 삶은 내가 책임지고 내가 알아서 헤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누가 옆에서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혹여 내가 힘들 때 도와준다고 하면 스스로가 나태해질 것 같다고 생각했죠. 예전에는 진짜 모든 것을 혼자 하려고 하다 보니 장학금도 안 받으려고 했죠. 근데 이제는 좀 다른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에게 좀 더 의지를 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더라고요. 적절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도 능력인 것 같아요.


허들링 커뮤니티를 하면서 만나는 치어빌더님들이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고 계시고, 무언가를 물어보면 정보를 주려고 하시니까 점점 더 궁금해지는 것 같아요. 생각보다 제가 모르는 분야가 많더라고요. 아는 게 많아질수록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나에게 잘 맞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고요. 좀 더 많이 알게 된다면 앞으로 선택하는 데 있어서 더 지혜로운 결정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최대한 많이 만나고 싶어요. 그래서 치어 빌더님을 만나면 하고 있는 일은 어떤지,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 많이 여쭤보는 것 같아요.

등산 소모임에서 함께 산을 오르며
치어 빌더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찰리
  관악산 정상을 기념하는
소모임 멤버들과 찰리  

Q. 그렇다면, 두 분 관계를 한 단어나 설명 문장으로 설명한다면 무엇인가요?

유진빌더: ‘동네 친구.’ 동네 친구 귀하잖아요. 저는 은평구가 제가 살던 동네가 아니니까 친구가 없었거든요. 근데 허들링커뮤니티 덕분에 동네에 친구들이 많이 생긴 것이 좋아요.  찰리는 저의 첫 번째 동네 친구고, 짜응도 은평구로 이사 와서 카페에서 종종 만나기도 하고요. 그 외에 은평구에 사는 친구들이나 혜련 빌더님도 함께 만나서 밥도 먹고 수다도 떨고 그래요. 그게 참 좋은 것 같아요.


찰리: ‘실리콘.’ (찰리는 대문자 T다.) 의료용 실리콘 말고 금 가거나 보수가 필요한 곳을 막아주는 그런 실리콘이요. 실제로 유진 빌더님은 조금씩 생긴 구멍들을 메워 주시는 것 같아요. 유진 빌더님이 운영하는 에어비앤비에서 한 달 못 지냈으면 완전 큰일이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아플 때도, 취업을 준비할 때도 도움으로 구멍을 막아줬던 것 같아요. 그때 그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쯤 엄청 큰 구멍이 되었을 텐데 작은 구멍일 때 바로 메꿔 주시니까 실리콘과 같은 존재예요. 

허들링 커뮤니티를 통해 동네 친구들이
생겼다는 유진 빌더님
일상에서 생길 수 있는
작은 구멍을 메꿔준다는 찰리 

Q. 그렇다면, 관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나요?

찰리: ‘배려’와 ‘적절한 거리 두기’요. 저는 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너무 친해지면 자기도 모르게 툭 던진 말이 오히려 상처가 되기도 하잖아요. 상대방과 지내다 보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느껴지잖아요. 상처를 주기 싫고 받기도 싫다 보니 기본적으로 배려를 하려는 것이 있는 것 같아요.


유진 빌더: 관계는 ‘타이밍’인 것 같아요. 학창시절 너무 친해서 죽고 못 살던 친구와 지금 별로 안 하거든요. 그 시기에 필요하고 좋은 관계였지만 지금 저에게는 아이와 남편과 허들링에서 만나는 친구들, 부동산 공부 모임에서 만나는 관계로 자연스럽게 옮겨간 것 같아요. 제가 성장해 가는 타이밍에 맞춰서 관계도 계속 변화하는 거죠. 찰리와도 연말 파티에 같은 테이블에 앉지 않았다면 아마 얘기를 안 했을 거 같아요. 또 찰리가 이사를 해야 하는 타이밍에서 저를 만난 것도 그렇고요.

허들링 커뮤니티를 덕분에 밝아졌다는 찰리
친구들에게 늘 영감을 주는 존재,
유진 빌더님

Q. 두 분이 생각하는 좋은 어른은 어떤 모습인가요?

찰리: ‘스스로 생각할 힘을 길러주는 어른’이요. 세상에 A만 있는 것이 아니라 B도 있고, C도 있고, D도 있고 여러 갈래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어떻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지혜롭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알려주는 어른이 좋은 어른인 것 같아요. 무작정 보호하고 감싸주는 어른은 좋은 어른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러면 성장하기 어렵죠. 스스로 깨닫기 위해서 시행착오도 필요하고, 응원도 필요하고,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게 해주는 어른이 좋은 어른이라고 생각해요.


유진 빌더: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어른’이요. 캐나다에 어학연수를 갔을 때 대부분의 사람이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더라고요. 별거 아니지만 문을 잡고 살짝 기다려줄 수 있는 어른이 좋은 어른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그냥 바쁘니까 휙 닫고 가버리는 것 같아요. 제가 아기를 낳아보니까 나도 누군가 문을 잡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예전에 나 혼자 문을 열고 다녔는데 아기를 낳고 끌고 다니다 보니까 누군가 문을 잡아주면 엄청 고맙더라고요. 상징적인 의미이기는 한데 일상이 바쁘더라도 문을 잡고 친구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열어주는 어른이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2023년, 허들링 제주도 캠프에서
치어 빌더님들, 친구들과 함께하는 찰리
2024년 가지가지한 나눔 플리마켓에서
물건을 판매하고 있는 유진 빌더님 

Q. 나의 어린 시절의 모습 중에 계속 가지고 살고 싶은 부분이 있나요?

찰리: ‘외향적인 모습이요.’ 어릴 때는 엄청 외향적이어서 중학교 때 댄스부와 연극부를 했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 앞에 서는 걸 굉장히 좋아했죠. 중학교 때 공부도 잘해서 인문계고나 자사고에 진학하려고 했는데 취업해야 한다고 해서 마이스터고에 진학했어요. 고등학교 때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새로운 환경에 갑자기 노출되니까 그때 체질이 좀 변한 것 같아요. 그리고 처음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엄청나게 고민하다 보니 예민해지면서 없었던 알레르기도 생기고, 그때부터 주목받는 게 좀 싫었던 것 같아요.


유진 빌더: ‘무대포 정신이요.’ 대학생 때 첫 배낭여행으로 스페인에 갔어요. 대학교에 다닐 때 현실이 괴로웠던 것 같아요. 집도 어렵고 학비도 직접 벌어야 했거든요. 그래서 현실에서 벗어나자 이런 생각을 했죠. 교양 수업에서 교수님이 스페인에 있는 다양한 건축물을 보여주면서 한국처럼 다 똑같은 아파트가 아니라 다양한 건축물이 있고, 아름답다는 것을 말해줬어요. 사진을 보는데 거기를 가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스페인에 가기 위해 휴학하고 1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모으고, 스페인어 공부를 했어요. 한 달 동안 스페인을 여행했던 경험이 이후에도 힘이 많이 되었어요. 제가 EBS에서 하는 세계테마기행이라는 프로그램 면접을 볼 때도 그때 경험을 이야기했어요. 그때 정말 좋은 경험이었고, 그때의 용기를 계속 가져가고 싶어요.

외향적인 모습을
계속 가져가고 싶다는 찰리 
유진 빌더님이 스페인 배낭여행에서 
사서 여전히 가지고 있는 가우디 성당 모형물

Q. 마지막으로 허들링 커뮤니티 의미를 다섯글자로 이야기 한다면 무엇일까요?

찰리: “힘이 나는 걸!”


짜응: 약간 귀엽게 해줘야 할 것 같은데…


찰리: 허들링 커뮤니티에 오면 싫었던 적은 없던 것 같아요. 사실 지루했던 적은 있기는 한데…싫었던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찰리: 그런 의미에서 “ 힘. 이. 나. 는. 걸.”


유진 빌더: 저는 다섯 글자로 말한다면, “당장 가입해.”


허들링 치어빌더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은 것은 “당장 가입해”


허들링 친구들에게는 “청약통장 있니?”  그리고 “2만 원씩 넣어라.” (웃음)

이야기 기록한 이. 짜응
이야기 나눠준 이. 찰리& 유진 빌더님
소이프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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