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피겨스 #이미테이션게임 #뷰티풀마인드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다음 주 목요일이 수능입니다. 해마다 수능 때면 유독 추위가 매서운데 날씨가 추울 때 수능을 보는 건지 수능날이라 추위가 더 맹렬한 건지 알 수 없네요. 부디 전국의 모든 수험생분들이 그간 준비한 실력을 모두 잘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수학능력시험의 '수학'은 학문을 뜻하는 '수학(數學)'이 아니라 학업을 닦는다는 뜻의 '수학(修學)'이지만 갈고닦으며 정진한다는 점에서 둘은 쌍둥이처럼 닮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이번 주 금요알람은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소개드려요. 세 영화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히든 피겨스 (2016) 미국과 소련이 우주 탐사로 열을 올리던 1960년대, NASA에서 일했던 세 흑인 여성이 있습니다.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넘어 자신들의 능력을 펼쳐 보인 당당한 흑인 여성들의 이름은 캐서린 존슨(타라지 헨슨 분)과 도로시 본(옥타비아 스펜서 분), 메리 잭슨(자넬 모네 분)입니다. 뛰어난 수학 능력으로 우주궤도를 정확히 계산해 낸 수학자 캐서린 존슨, 앞으로 도래할 컴퓨터 시대를 알아보고 NASA에서 일하는 흑인 여성들을 이끈 선구적인 프로그래머 도로시 본, 훌륭한 자질을 가졌지만 차별로 기회를 박탈당하자 법적 공방까지 불사한 집념의 엔지니어 메리 잭슨. 이 세 명이 NASA에서 일하며 겪었던 일을 영화로 그렸습니다. 마고 리 셰털리의 책 『히든 피겨스: 미국의 우주 경쟁을 승리로 이끈, 천재 흑인 여성 수학자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네요. 말도 안 되는 차별을 당당히 받아쳐내며 내뿜는 단단한 흥겨움과 이들의 빛나는 우정에 흠뻑 빠져들다 보면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세 캐릭터 모두 정말 멋지지만 저는 도로시 본에게 가장 마음이 갔습니다. 저도 저렇게 미래를 내다보고 후배들을 이끌 수 있는 훌륭한 엔지니어이자 선배가 되고 싶어요. 감독 : 테오도어 멜피 러닝타임 : 2시간 7분 Stream on Netflix 이미테이션 게임 (2014) 바야흐로 인공지능의 시대입니다. 요즘은 온갖 전자제품과 서비스에 인공지능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어 그렇지 않은 경우를 찾기가 더 어려워요. 그중에 과연 제대로 된 인공지능은 몇이나 될까요? 그보다 먼저, 제대로 된 인공지능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1950년, 이를 위한 테스트를 고안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앨런 튜링이죠. 내가 지금 대화하는 상대가 기계인지 인간인지 구별할 수 있는 테스트로 그의 이름을 따 '튜링 테스트'라 불립니다. 이 방법은 '이미테이션 게임'이라 불리기도 하는데요, 지금 소개하는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죠. 영화는 앨런 튜링이 제2차 세계대전 때 암호 해독가로 활약했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튜링이 악명 높은 나치의 암호 '에니그마'를 해독하기 위해 사람을 모으고 컴퓨터의 원형이었을지도 모를 기계를 개발하는 과정을 영화를 통해 만날 수 있어요. 실화에 기반했지만 영화적인 각색이 많이 있었다고 해요. 앨런 튜링과 그를 연기한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외모가 닮지 않아서 설왕설래가 있기도 했고요. 하지만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섬세하게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을 그려냈습니다. 이 영화에서 연기한 앨런 튜링을 포함해 셜록과 에디슨, 닥터 스트레인지까지 이제는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천재 캐릭터 전문 배우라 불러도 가히 부족함이 없겠어요. 감독 : 모튼 틸덤 러닝타임 : 1시간 54분 Stream on Netflix 뷰티풀 마인드 (2001) 특정 상황에서 사람들이 모두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가정 하에 서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수학적으로 예측할 수 있을까요? 계산을 통해 너와 내가 협력할지 대립할지 미리 알 수 있다면 전략을 세우는데 무척 유리하겠죠. 게임 이론은 이런 관계에 대한 수학적 이론이라고 하는데 사실 정확한 내용은 잘 모르겠어요. 그냥 게임 이론이라는 것이 있고 이 이론이 경제학, 생물학, 철학, 외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영향을 주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는 게임 이론에 한 획을 그은 수학자 존 내쉬의 삶을 담았습니다. 존 내쉬가 프린스턴에 박사과정으로 입학했던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을 차분히 보여줍니다. 배우 러셀 크로우가 존 내쉬를 연기했어요. 영화 초반에는 『글래디에이터』의 잔상이 자꾸만 떠올라서 어색했지만 흰색 펜으로 창문에 점과 선을 연결하며 자신만의 이론을 만들어가는 모습과 노년의 존 내쉬를 연기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어요. 벌써 이십 년 전 영화라 배우들의 젊은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에드 해리스는 그때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한 게 없어 깜짝 놀랐어요. 마블의 비전으로 익숙한 배우 폴 베타니가 존 내쉬의 방탕한 룸메이트 찰스 허만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감독 : 론 하워드 러닝타임 : 2시간 15분 Stream on Watcha & Netflix 덧붙이는 이야기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 사이먼 싱 피타고라스의 정리, 기억하시나요? "직각삼각형 빗변의 제곱은 두 직각변의 제곱의 합과 같다"는 정리이죠. 수식으로 쓰면 x^2 + y^2 = z^2 이고 중학교 수학시간에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증명해 보셨을 겁니다. 그럼 여기서 2를 3 이상의 정수 n으로 바꾸어 봅시다. x^n + y^n = z^n 그래도 여전히 등식이 성립할까요? 17세기 프랑스의 아마추어 수학자 페르마는 이런 글을 남깁니다. "이 방정식을 만족하는 정수해 x, y, z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경이로운 방법으로 이 정리를 증명했다. 그러나 이 책의 여백이 너무 좁아 여기 옮기지는 않겠다..." 진실일지 아닐지 모를 이 글귀에 수세기 동안 여러 수학자가 매달렸지만 모두 이를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1997년 영국의 수학자 앤드루 와일즈가 이를 증명하는 데 성공했죠. 책은 앤드루 와일즈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하는 과정을 17세기부터 현대 수학에 이르는 수학의 역사를 훑으며 마치 추리 소설처럼 풀어놓습니다. 어려운 수학 이야기가 나오지만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합니다. 1998년에 초판이 나왔는데 개정판을 거쳐 아직도 판매되는 스테디셀러이니까요, 오랜만에 수학의 세계에 빠져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뛰어난 수학적 능력으로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재능을 펼치다가도 인종으로, 성 정체성으로, 정신적인 문제로 좌절했던, 그렇지만 굴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능력을 갈고닦아 오늘이 있게 한 위대한 수학자들에게 경이를 표합니다.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당신의 큐레이터Q 📬 금요알람 구독하기 || 친구에게 소개하기 https://url.kr/4aycxm 금요알람은 언제나 당신의 이야기를 환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