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레터 67호
2024/4/9
 장시간 근무가 식단에 미치는 영향
: 나트륨부터 섬유질까지, 건강을 위한 의식적인 선택 

민지희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가 우리 몸을 만든다는 말, 들어 보셨죠? 식습관은 건강의 척도인데요. 오늘은 장시간 근로가 우리의 식습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나트륨 섭취


먼저,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시킬 수 있는 나트륨 섭취에 대해서 살펴 보겠습니다. 전세계의 나트륨 섭취량은 생리적으로 필요한 수준(10-20mmol/day, 0.7-1.5g/day)을 초과하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의 많은 국가에서는 평균적으로 1일 15g을 섭취합니다. 특히 동아시아의 주요 나트륨 공급원은 음식에 첨가되는 소금과 간장이었으며, 유럽과 북미 국가에서는 가공식품에 첨가된 나트륨이 큰 비중을 차지하였습니다. 한국인의 건강 수준과 식습관을 평가하기 위해서 매년 실시되는 국민건강영양조사의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를 보면, 참가자의 83.7%가 세계 보건 기구 (WHO)가 권장하는 하루 나트륨 섭취량 2g 을 초과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주목할만한 점은 오래 근무할 수록, 52시간 이상 근무할 수록 남성 근로자들의 나트륨 섭취가 높아진다는 사실입니다.

[논문] 전 세계의 소금 섭취량: 공중 보건에 미치는 영향. 2009
[논문] 일일 나트륨 섭취에서 장시간 노동의 영향. 2024 AOEM 게재예정



식사염증지표


혹시 Dietary inflammatory index(DII), 식사염증지표에 대해서 들어 보셨나요? 식단이 염증을 유발할 수도 있고, 줄일 수도 있다니 놀랍지 않나요? 염증 (Inflammation)은 최근 심혈관질환, 암, 당뇨병 등 여러 만성 질환의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러한 염증은 음식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음식에 의한 염증 반응을 지표화하여 만든 것이 DII 입니다. 이 지수는 염증을 유발하는 식품의 성분, 염증을 억제하는 식품의 성분을 고려해 설계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오메가-3 지방산, 섬유소, 비타민 C와 같은 성분은 염증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어 DII를 낮추는 반면, 포화 지방, 트랜스 지방, 당류와 같은 성분은 염증을 증가시켜 DII를 높입니다.

[논문] 문헌기반의 인구집단 식이염증지수의 설계와 개발. 2014

[논문] 식이염증지수와 전체 심혈관 질환, 허혈성 심장질환 및 뇌혈관질환 사이의 관계: 호주 여성 대상 전향적 코호트 연구 결과. 2016



식사염증지표의 해석


DII 점수는 음수에서 양수까지의 범위를 가지며, 점수가 낮을수록(음수에 가까울수록) 해당 식단은 염증을 감소시키는 성분이 많음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점수가 높을수록(양수에 가까울수록) 해당 식단은 염증을 유발하는 성분이 많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연구에 따르면, 낮은 DII 점수를 가진 식단은 만성 질환의 위험을 줄이고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습니다. 낮은 DII 점수의 식단은 과일, 채소, 곡류, 견과류, 어류 등의 식품을 충분히 포함하는 균형잡힌 식단을 의미합니다. 



직업별 식단의 식사염증지수


저는 국민건강영양조사를 기반으로 직업 별로 식단의 염증 지수를 조사하였습니다. 연구 결과 사무직, 농업/어업, 서비스직, 생산직의 다양한 직군을 대상으로 하였을 때, 서비스직 종사자들과 사무직 종사자들의 식단이 농업, 어업, 임업 종사자와 생산직 종사자에 비해 더 높은 DII 점수를 보였습니다. 즉, 농업, 어업, 임업 종사자와 생산직 종사자들에 비해 서비스직과 사무직 종사자들의 식습관이 상대적으로 건강하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논문] 한국근로인구에서 직업군별 영양섭취습관과 식사염증지수의 차이. 2024 AOEM 게재예정



식이섬유 섭취


매년 약 1만명의 표본을 추출해 전국민의 영양과 건강을 조사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2013-2019년)에 따르면 20대는 약 87.5%가 식이섬유 부족군이었습니다. 식이 섬유 부족군은 1000kcal 당 14g 이하를 섭취하는 경우로 정의하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섭취를 20대와 30대의 식이 섬유 부족군의 비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았습니다. 20대는 영양 섭취량 자체는 많으나, 전체 칼로리 대비해서는 식이섬유를 적게 먹는 경향을 보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20대는 칼로리 높은 고열량 식품을 많이 먹고, 상대적으로 식이 섬유가 풍부한 저열량 채소는 덜 먹습니다.

[논문] 장시간 일하는 것은 식이섬유 부족과 관련이 있습니다. 2022



식이섬유의 직종별 차이는 왜 나타날까?


직종별 식이섬유 섭취의 차이를 분석한 연구를 통해, 우리가 어디에서 일하고, 얼마나 오랫동안 일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식습관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날까요?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보겠습니다. 2019년 한국인의 무임금 노동 (unpaid work)의 총량은 일평균 1시간 40분입니다. 이때의 무임금 노동 (unpaid work)는 흔히 말하는 집안일로서 식사 준비와 설거지, 빨래 청소, 집안 보수, 반려 동물 관리를 모두 합한 시간입니다. 만약 데워 먹는 수준의 요리가 아니라 정말 재료 준비부터 음식을 한다면 1시간 40분은 순수하게 1끼 식사만 해도 부족한 시간입니다. 앞서 밝힌 국민건강영양조사(2013년-2019년)의 데이터를 조사해보니, 52시간을 초과해 일을 하는 사람들이 전체의 19.5%를 차지하였습니다. 이들 중 47.2%는 1일에 1번 이상 외식을 합니다. 이렇듯 근무시간이 길수록 매일 1번 이상 외식을 하는 비율이 높았으며, 이 비중은 20대, 그리고 60대 이상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52시간을 초과해 일을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식이섬유 섭취부족의 위험이 1.27배 높았습니다. 

[보고서] 요리, 돌봄, 자원봉사: 전 세계의 무급 노동. OECD 2011

[논문] 집에서 음식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 및 건강한 식습관 지표. 2014

[논문] 외식 빈도와 전체 사망 및 원인별 사망 위험 사이의 연관성. 2021



외식의 특성


부족한 시간에 배를 채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외식을 택하게 됩니다. 그런데 외식, 즉, 집에서 밥을 해먹지 않고 배달 음식 혹은 식당에서 식사할 경우는 영양학적으로 어떨까요?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외식을 했을 경우 집에서 차려 먹는 것에 비해 나트륨의 함량이 높고, 채소와 양질의 단백질의 함량이 낮다는 보고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외식은 ‘잘 팔리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 상대적으로 지방, 소금, 설탕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집에서 준비하는 식사는 일반적으로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며, 조리 방법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영양학적으로 식사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학위논문] 한국 성인의 외식유형별 열량점유율 변화 및 간편식 섭취 현황. 2017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것에 가장 큰 첫번째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 장시간 근무가 일상인 여러분, 오늘부터라도 섬유소가 풍부하며 건강한 음식을 조금 더 챙겨 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쓴이: 민지희 (한양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 임상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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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레터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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