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편하게 언제든 찾게되는 공간에 대하여
2024.4.7. 열여섯번째 이야기
70대 아버지, 30대 두 딸이 함께 같은 주제로 글을 써내려가는 뉴스레터 '땡비'
땡비에서 나눠볼 오늘의 이야기는 🐝우리 동네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입니다. 여러분에게는 언제든 걸어서 편하게 갈 수 있는 공간이 동네에 있나요? 마음 속 아지트 같은 동네의 어느 공간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오늘 땡비와 함께 다 내려놓고 함께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
덧칠(by. 흔희)

 

나는 스무 살이 되어서야 휴대폰을 가졌다. 주변에 친구들은 15살 때부터 휴대폰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고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부터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휴대폰을 가지고 다녔다. 그런 나에게 아버지는 대학에 들어가면 휴대폰을 사주겠다고 했다. 스무 살이 되었고 그해 나는 대학 입시에 실패하여 대학생이 되진 못했다. 비록 대학생이 되진 못했지만 아버지는 나에게 휴대폰을 사주었다. 대학에 붙든 떨어지든 결과에 상관없이 사주고 싶었다는 말과 함께. 재수생인 나의 폰은 대부분 시계로서 기능을 하였고 가끔 이미 대학생이 된 친구들에게서 전화나 문자가 오곤 했다. 그리고 아주 가끔씩, 느닷없이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오기도 했다. 특별한 목적 없이 그냥 ‘뭐하노?’와 같은 존재감 없는 질문과 함께 흘러가는 통화였다.


시간이 지나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하는 직업인이 되었다. 직장에서 숨쉴틈 없이 일을 하다 보면 하루가 고달플 때가 있다. 뜻하던 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답답할 때도 있고 서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들 속에서 방향을 찾지 못해 부유할 때도 있다. 꼭 내가 있는 공간이 물로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다. 양쪽 귀 사이로 수압이 꽉 차서 웅웅 거리는 답답한 기분에 온몸이 눅눅해진다. 그럴 때면 유난스레 딸아이의 얼굴이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간다. 자그마한 너를 가슴팍에 꼭 끌어안고 온기를 함께 나누고 싶다는 바람이 가득해진다. 동시에 어느 날 느닷없이 내게 걸려왔던 스무 살 무렵, 아버지의 통화가 떠오른다. 아, 아버지도 그때 좀 고달팠구나.


그런 날이 있었다. 그리고 그날도 딸아이가 참 보고 싶은 날이었다. 제대로 앉아보지도 못하고 이리 저리로 뛰어다니다 보니 점심때가 지나도록 화장실에 한 번 가보지도 못했다. 다시 회의가 있었고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고 있던 찰나에 휴대폰이 울렸다. 딸아이에게서 문자가 왔다. 벚꽃이 만개한 사진을 보내온다.


학원으로 걸어가다 너는 잠시 멈춰 섰겠지. 그리고 작년의 우리를 떠올렸겠지. 작년에 엄마는 휴직을 했었고 네 보드라운 손을 잡고 학원을 오고 갔었지. 딱 이맘때였던 것 같아. 벚꽃을 두 개 모으면 사랑표 모양이 된다며 조잘대던 네가 예쁘고, 벚꽃도 예뻐서 길을 가다 잠시 멈춰보아라고 했던 날이. 닿지도 않을 손을 뻗어가며 벚꽃 나무 쪽으로 폴짝대던 너를 보며, 나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고 카메라로 너를 담아보았다. 여덟 살에 함께였던 너의 길은 아홉 살이 되니 혼자 걸어가야 하는 길이 되었구나. 혼자 걸어가다 보니 둘이었던 여덟 살의 너와 서른여덟 살인 엄마가 생각이 났던 거니. 이번에는 네가 가던 길을 멈추고 우리의 풍경을 사진에 담아주었구나…

'엄마, 현대아파트에는 벌써 벚꽃이 폈어.'

사진에 이어지는 네 메시지에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혼자 걸어 다니는 것이 안쓰럽다가도 무심코 지나갈 법한 장면에 나름의 의미를 덧붙이는 너를 보니 네가 많이 자랐다는 것을 느낀다. 선물 같은 딸아이의 문자에 힘을 받아 남은 일정을 무사히 마무리한다.

시간이든 장소든 사건이든. 인생은 결국 나를 둘러싼 그 무언가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다. 많은 것들은 휘발되고 사라지지만 또 어떤 것들은 선택되고 기억 속에 남는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사건들을 주워 담아 가며 삶을 꾸려나간다. 자잘하게 모아두는 나의 의미는 이따금씩 꺼내보며 추억이 된다. 살아가다 보니 딸아이와 행복하게 벚꽃길을 걸었던 순간이 오기도 했고 또 살아가다 보니 그때의 우리를 떠올리며 다시 웃음 짓던 날이 찾아오기도 한다. 네가 보내준 문자 덕분에 우리 집과 맞은편 아파트의 사잇길에는 ‘동네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라는 의미가 덧붙는다.


수선을 맡겨 놓은 옷을 찾으러 가다가 아이의 손을 잡고 우리 동네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 길을 한 번 걸어본다. 밤하늘에 하얀 벚꽃이 걸려있다. 집에 돌아와 부지런히 아이를 먹이고 재운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는다. 휴대폰을 집어 들고 전화를 걸어본다.

“아버지, 뭐해요?” - 우리의 한 때도, 행복도 그렇게 덧칠해 나간다.

두 곳에 동시에 서기(by. 아난)


어린 시절 봤던 영화 '워크투리멤버'의 한 장면이 머릿속에 선명히 남아있다. 바로 ’두 곳에 동시에 서기‘ 장면이다. 남자는 두 개 주의 경계 지역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데리고 가 경계선을 가운데 두고 한쪽씩 발을 두게 한다. 의아해하는 여자에게 남자가 말한다. “너가 죽기 전에 꼭 해 보고 싶은 것들을 적은 목록 중 하나였던 ‘두 곳에 동시에 서기’를 넌 지금 한 거야.” 자신도 잊고 있을 정도로 스치듯 말한 것을 남자가 기억해 낸 것에 감동하며 두 사람은 그 경계에서 활짝 웃으며 서로를 안는다. 그 장면에서 마치 나도 두 곳에 동시에 발을 둔 것처럼 같이 즐거움을 느꼈고 그 잔상이 이어졌다. 한정된 몸으로 구분된 두 곳을 한 번에 설 수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생경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따뜻한 이불을 뒤집어쓰고서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처럼 전혀 다른 둘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 없이 모든 순간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내게 그런 느낌을 주는 곳이 우리 동네에 있다. 바로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전포카페거리와 신호동 하나를 두고 확 바뀌는 문현동 뒷골목이다. 금요일에는 늘 전포에서 외식을 하고 들어간다. 주말을 앞둔 성대한 전야제 같은 의식이다. 내로라하는 카페들과 술집, 식당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반대편에서 쏟아지는 인파들이 골목을 가득 채운다. 정신없이 뒤바뀌는 전포카페거리를 즐기다 보면 이리저리 사람에 치일 지경이다. 피곤할 정도로 활력 넘치던 전포 카페 거리에서 문현동 뒷골목으로 넘어오면 고요하다. 조용하지만 어딘가 쓸쓸하기도 한 활력을 잃은 철거촌이 있다.


'이 골목 어쩌려고 이렇게 축 쳐지지.' 하는 순간에 드문드문 동네를 지켜나가는 작은 가게들이 눈에 띈다. 동네 터줏대감 같은 고기 집과 곰탕가게, 드문드문 카페와 동네 서점이 자리 잡았다. 오후 6시에 문을 닫거나 툭하면 열지 않는 카페들, 낮에만 영업을 해 열린 모습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카페들도 대부분이다. ‘왜 이곳에 가게를?’ 하는 생각도 들지만 자신만의 느낌대로 개성과 정성이 느껴져 한 번쯤 방문해보고 싶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게들이다.


그중에 한 달에 한 번은 꼭 가는 식당 ‘김씨네붴’이 있다. 일본식 면 요리인 아부라 소바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곳이다. 인적 드문 골목에 위치해 있어 누가 여길 찾아올까 싶다. 새파란 타이거 맥주 간판만이 ‘여기에 가게 있어요.’라고 외치는 것 같다. 가게 메뉴는 3개밖에 없고 이마저도 기본 소스는 같고 위에 토핑만 바뀌는 요리다. 늘 남편은 수란을, 나는 고기를 추가하여 후추를 듬뿍 뿌려 먹는다. 이 좁디좁은 가게에 앉아 면을 정신없이 먹고 소스에 야무지게 밥까지 비벼 먹으면 에너지가 듬뿍 차오른다. 먹고 돌아서서 정확히 2주 뒤에 계시가 온다. 서로 비장하게 ‘오늘 또 저녁에 김씨네 먹으러 가야겠어!’라고 외치며 가는 식당이다.


이 가게의 특이한 매력은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편안함이다. 영업시간 자체가 짧은 편이고 주말에 열 때도 있다가 요즘은 아예 휴무다. 퇴근 후 7시 30분쯤에 남편과 가서 먹고 나오면 8시가 조금 못 되는 시간이 된다.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겠다!’ 하는 마음으로 가는데 나가기 무섭게 가게 불이 꺼진다. 매 달 가도 사장님이 아는 척을 한 적도 없고, 나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친절하고 넉살 좋은 사장님을 좋아하는데 이 사장님은 무뚝뚝한 유형에 가깝다. 음식에 집중하고 언제나 모두에게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귀찮거나 권태로움에서 오는 불친절함이 아니라 필요한 말만 하며 혼자오든 여럿이 오든 부담 주지 않고자 하는 사장님의 마음이 잘 전달된다. 건너편 화려한 부산국제금융센터에 2호점을 내어 깨끗하고 번듯한 매장도 있지만 이 골목 속 허름한 식당의 편안함을 뛰어넘을 수 없다.


오늘도 아부라 소바를 남편과 퇴근길에 맛보고 왔다. 골목을 꺾어 파란 타이거 맥주 간판이 보이면 벌써 설렌다. 밥을 먹고 나면 동네 탐험을 하듯 이 골목 저 골목에서 가볼 만한 곳을 찾아다닌다. 쨍하게 다른 색깔을 가진 두 곳의 경계에서 동시에 서 있는 듯 한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이 골목이 내겐 이 동네에 살아가는 큰 이유가 된다. 유행 속도에 맞춰 바삐 돌아가는 곳과 언제나 변함없는 골목이 저마다의 개성을 펼치며 함께 살아나가면 좋겠다. 번화가의 놀라운 기세가 이 조용한 골목을 집어삼킬까? 이 동네를 떠나게 되는 순간을 상상해 보면 뒷골목들이 사라질까 벌써부터 걱정된다. 작은 가게들이 급류에 휩쓸려가지 않고 단단히 뿌리를 내렸으면 하는 마음에서 번화가의 번잡함을 살짝 맛보고서는 오늘도 문현 뒷골목을 향해 걸어간다.

장산(by. 못골)  

해운대 좌동은 옛날에는 분지형의 땅 모양에 모두 논밭이었다. 신시가지 조성사업에서 제외되어 남아있는 지금의 문화회관이 있는 뒤쪽에 돼지를 기르는 민가가 몇 채 있었다고 한다. 그 이외는 모두 군사작전지역으로 군인들이 주둔하여 인근 해안초소를 경비하던 민간인 통제지역이었다.


경제 개발이란 이름으로 부산 시내의 온 하천은 복개되고 시내로 내려오는 계곡류는 상인들의 독점으로 오염되고 망가져 모두 하수구로 변해 버렸다. 부산에서 유일하게 청정지역으로 남아있는 곳이 장산에서 발원하여 대천천을 이루고 다시 춘천을 거쳐 미포 쪽으로 빠져나가는 계곡류이다. 벌써 옛날에 망가졌을 조건이지만 군대 주둔 덕분에 살아남아 지금은 부산에서 유일하다. 이 계곡은 소규모이지만 폭포를 이루고 자그마한 암자를 품고서 해운대를 내려 보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자주 찾는 곳이 이 장산 계곡이다. 집에서 장산까지 걸으면 30분 정도 거리이다.


고당 할매당이 있는 것을 보면 장산은 여자 산으로 보인다. 겨울에도 수량이 풍부하다. 겨울에 눈이 하얗게 내리면 장산은 아름다운 설국이 된다. 해운대 문화회관에서 산 쪽으로 보이는 작은 다리 옆에 계곡류가 흐르고 있다. 더 아래로 가면 이 계곡류는 생활오수로 오염되기 때문에 여기까지가 청정 구간이다. 물이 있는 곳은 어디에나 갈대꽃이 날아와 자리를 잡고 흘러가는 물을 정제하여 아래로 아래로 내려보낸다.


저녁에 이 계곡을 따라 밤에 장산에 들어가면 어둠에 싸여 깜깜한 오지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그런 원시적인 느낌이 나는 좋다. 산에 들어가면 장산사, 석태암, 폭포사, 원각사 그리고 정상에 장산마을을 품에 안고 있다. 장산 계곡은 규모가 작을 뿐이지 계곡에 여울을 만들며 흘러내리는 맑은 물을 보면 마치 지리산 계곡 같은 느낌이 난다.


해운대 구청 푸른과가 이 계곡을 많이 망쳐 놓았다. 이 길을 걸을 때면 자연이 관의 소유인 것처럼 구청 마음대로 개발하고 바꾸어 놓은 그들의 무모함에 분노가 인다. 계곡 바닥에 넓은 암반을 깔고 콘크리트를 부어 마치 하천 하수구 바닥처럼 만들어 놓은 구간이 있다. 무슨 멋을 부린다고 자연에 역행하는 큰 인공 계단 모양의 가짜 폭포를 만들었다. 하류에 있는 물고기들이 위 상류로 회유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대천 호수를 지나 계곡에서 왼쪽 산으로 등산길을 잡으면 옥녀봉, 중봉,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다. 이 코스가 좌동에서 올라가면 제일 힘든 등산로이다. 죽을힘을 다해 빨리 올라가면 대개 40분 정도 소요된다. 여기서 다시 중봉까지 가는 데 10분이 걸린다. 중봉에 서면 바위 위에 작은 소나무가 세월을 이겨내고 있다. 언젠가 장산을 등반하고 하산하는 길에 길이 아닌 능선을 따라 내려오다가 길을 찾지 못한 동료가 "장산을 우습게 봤다가 벌 받는 모양이다." 라고 한마디 했다. 장산은 중간산 지역으로 걸으면 온종일 걸린다. 장산마을을 내려와 원각사 입구에 서면 해운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초입 단계에서 길을 따라 걸으면 왼쪽에 장산사가 있고 입구에 석불이 서있다. 밤에 조명이 비치면 신비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여름이 되면 장산 계곡은 인근에서 몰려든 아이들로 목욕탕처럼 붐빈다. 뛰어내리고 곤충채집망으로 물을 훑어 고기들은 아마 정신이 없어 바위 밑에 온종일 숨어 있을 것이다. 석태암 뒤쪽으로 150m 정도 걸어가면 양운폭포가 있고 조금 더 올라가면 규모가 더 큰 폭포가 있다. 양운 폭포가 규모는 작지만, 위쪽에 있는 큰 폭포보다 더 아름답다. 폭포 주변은 작은 규모의 협곡을 이루고 깊은 계곡물이 모여 수영이 금지된 곳이다. 양운 폭포는 안전 문제 때문인지 펜스로 막아서 출입을 못 하도록 아예 감추어 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일반 등산객은 존재 자체를 잘 모른다.


여름에 아이들이 종일 놀다가 해거름이 지기 시작하면 서서히 집으로 돌아간다. 그즈음인 4시쯤 이제 우리가 과일과 간편한 안주를 구입하여 석태암 앞 물가를 찾는다. 그냥 반바지 옷을 입은 채 물속에 앉으면 한여름의 더위는 계곡 물길 따라 흘러가고 함께 하는 벗들의 즐거운 표정이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 낸다. 친구와 어울려 한잔 술을 거나하게 나누며 즐거워하며 시간을 보낸다. 지나가는 등산객이 부러운 듯 쳐다보다가 준비해 온 술을 한 병 달라고 요청한다. 오랜 친구인 양 웃으며 술을 건네주면 가고 오는 모든 사람이 동료가 되고 친구가 된다.


겨울이 되면 석태암에는 따뜻한 보온 차탱크를 준비하여 등산객들이 추위에 언 몸을 녹이도록 배려한다. 정상 가까이 있는 원각사 입구에도 따뜻한 보온통과 커피를 내어놓아 등산객은 누구든지 커피 한잔을 대접받을 수 있다. 주지 스님의 고맙고 이쁜 마음이 느껴진다. 이곳 근처에서 재배되는 장산차가 맛이 참 좋다고 소문이 나 있다.

장산은 해운대구 주민에게 휴식처이며 관광지이고 생태학습장이다. 장산에는 관심 갖고 찾아보면 많은 야생화들이 홀로 계절 따라 피어서 진다. 아이들이 여름이 되어 깨끗한 물에 몸을 담그고 멱을 감으면 섬진강으로 흘러 들어오는 지리산 계곡의 물만큼이나 반가운 피서지이다.


차로 정상에 가려면 53사단 정문에서 주민등록증을 확인받고 장산을 들어가게 된다. 마치 민간인 통제 구역을 지나 휴전선이 있는 전방의 철책 안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정상에 있는 습지는 갈대가 무성하여 가을이 되면 갈대꽃과 억새로 환상적인 은빛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낙엽을 밟으며 오솔길을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며 걷다 보면 하루해가 저문다. 급한 경사의 적당한 난코스가 배치된 최적의 등산로이다. 등산을 마치고 좌동 재래시장에서 푸짐한 술과 안주를 실비로 맛볼 수 있는 서비스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해운대 신시가지 고등학교들은 11월이면 장산에 올라와 수능 대박 산신제를 올리기도 한다. 방학이 개시되면 기장 k고등학교는 수령산에서 좌동재래시장까지 산을 타고 오르내리는 등반대회를 한다. 이제 장산은 길이 포장되고 길 양옆으로 조명이 켜져 강근호 열사 집까지는 밤에도 조명이 있다. 평일이나 휴일 구분 없이 각지에서 모여드는 등산객으로 인해 장산은 몸살을 앓을 지경이다. 보호를 위해 때로 휴식년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장산은 많은 사람이 애용하는 산이다. 글을 쓰는 중에 친구에게서 장산 가자는 전화가 왔다. 장산 입구에 있는 농협에서 만나자고 한다. 좌동 주민은 장산을 늘 품고 산다. 걷고, 또 걸으며 때로는 한잔 술을 마시고 장산 입구에 시가 새겨진 너럭바위 위에 앉아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장산이 있어 행복한 날들이 이어진다.

💌 지난 호 구독자 후기 (#15. 최고의 여행지)
꺄오님 : 오랜만에 여행가고 싶은 생각이 터져나왔어요. 여행을 가는데에만 너무 의의를 둔건 아닌가. 뭔가 흘려 보냈던 지난 여행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아! 여행가고 싶네요!
🍯 땡비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 소개
 - 못골👨🏻‍🎨 : 한 평생 아이들을 가르치고 사진을 찍어왔다. 한계를 넘어 뭐든 끝까지 가는 남다른 의지력을 지녔다.
 - 흔희👩🏻‍🎤 : 눈치를 보지않아 '인간 사이다'로 불리나 K장녀로 은은히 돌아있다. 직업 때문에 생계형 낱말수집을 한다.
 - 아난👩🏻‍🍳 : 목구멍 보이게 웃는 큰 리액션과 미친 에너지 때문에 '어린 짐승'으로 불렸다. 빵을 굽는 방구석 빵수니. 
오늘의 땡비 어땠나요?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읽으면서 머리를 스친 어떤 의견이든 편하게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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