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0 60호
 근황
 저번에 아픈 얘기만 쓰느라 마감한 얘기를 안 했네요! 진짜 여러 가지로 고민한 작업이었는데 더 고민해봐야 여기서 더 나은 건 생각이 안 날 것 같아서 그냥 보냈어요. 이러고 또 교정하면서 수치심에 시달리겟찌...! 그리고 설문조사 작업도 몇 건 했는데 요즘 확실히 여행을 많이 가긴 하나봐요. 설문이 다 여행 관련이더라고요.
 강아지는 그 사이에 이발을 했고요. 빵실하게 귀여운 강아지에서 똘망하게 귀여운 강아지로 변신했어요. 그나저나 햇빛이 너무 따가워서 벌써 산책 나가기 어려운 계절이 온 것 같아요. 조금만 걸었는데 강아지 몸이 엄청 뜨겁더라고요. 여러분도 더위 조심하세요>_<
 참, 강아지가 이발하는 사이에 오랜만에 메가커피에 갔거든요. 거기서 수박주스랑 멕시칸 퀘사디아 세트 먹고 책 읽으면서 기다리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읽어야 될 책이 <테스카틀리포카>였잖아요? 멕시코에서 사람이 우르르 죽어나가고 심장 빼내고 난리 났는데 진짜 메뉴 선정이 너무 대단해서 약간 식욕이 떨어지더라고요... 그래도 책은 진짜 재미있게 읽었어요!
 사토 기와무 <테스카틀리포카>
 佐藤究 <テスカトリポカ> KADOKAWA / <테스카틀리포카> 최현영 옮김 직선과곡선
 아즈텍 문명과 현대 범죄조직 중 더 야만적인 것은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 보스와 일본의 천재 심장외과의사 그리고 멕시코인과 일본인의 혼혈인 소년이 중심이 되어 멕시코와 인도네시아를 거쳐 일본에서 '심장밀매'를 사업으로 하는 범죄조직을 구성하는 범죄 소설이에요. '테스카틀리포카'는 아즈텍 문명에서 믿던 신으로 '연기를 토하는 거울'이라는 뜻으로 그 외에도 여러 이름이 있는데 아무튼 이 신을 위해 심장과 왼팔을 바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저 마약 카르텔의 보스인 발미르라는 인물은 이 신을 믿기 때문에 할머니의 가르침에 따라 죽인 사람의 심장을 적출하는 잔인한 행동을 반복해요.
 그런 그는 적대하던 다른 마약 카르텔에 의해 가족을 모두 살해당하고 혼자 간신히 살아남아 밀항하여 인도네시아로 도주합니다. 거기서 마약 복용 후 뺑소니 사건을 일으켜 일본에서 도망친 천재 의사 스에나가와 만나게 돼요. 발미르의 범죄조직을 이끄는 능력과 스에나가의 수술 능력을 합쳐서 두 사람은 '어린이 심장밀매조직'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사업을 위해 일본으로 향하게 됩니다.
 왜 일본이냐면 신장이나 간 같은 장기와 달리 심장은 기증자가 사망해야 얻을 수 있는 장기잖아요. 그래서 전 세계의 부자는 차례를 기다리지 않고 돈으로 해결하고 싶은 거죠. 근데 또 기득권 입장에서는 기왕이면 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좋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의 심장을 받고 싶을 거잖아요? 그래서 선진국인 일본에서 신선한 심장을 현지 배송()하기 위해 겉으로는 학대나 방치 같은 어려운 상황에 놓인 불쌍한 아이를 구조한다는 명목으로 NPO를 설립하고 거기서 구조한 아이를 잘 먹고 잘 놀게 해서 행복한 상태로 죽인 다음 심장을 적출하려는 거예요.
 소설은 이러한 시스템이 구축되기까지 얽힌 인물들의 배경을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일의 진행 과정을 보여주는데 자칫하면 설정만 줄줄이 나열되면서 지루할 수 있겠지만, 초반에 테스카틀리포카 설명이랑 낯선 이름만 좀 극복하면 내용 자체는 엄청 술술 읽히더라고요. 그리고 이렇게 치밀하고 영리한 사람들이 고작 하는 게 이따위 짓이라는 그.. 일종의 허탈함? 같은 게 강하게 느껴졌어요. 또 등장인물 대부분이 마약 때문에 인생을 망치고 범죄의 길로 빠지기도 하고, 혼혈로 태어나 사회적으로 배제되어 길이 막힌다든가, 부모의 학대로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이는 아이들의 모습이 계속 묘사되니까 우리 사회 전체의 모습에 대한 비판도 느껴지고 또 어떻게 해야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을지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이야기는 발미르가 사업을 위해 본격적으로 킬러를 양성하고 라이벌 제거에 나서면서 오히려 조직에 균열이 가기 시작해요. 보통 이런 범죄 장르는 꼭 누가 더 욕심을 내면서 배신으로 망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 소설도 초반에 이미 나오는 것처럼 발미르는 자신의 가족을 죽인 적대 세력에 복수를 하고 싶고, 스에나가는 본인의 천재적인 능력을 더 발휘하고 싶다는 서로 다른 목적으로 힘을 합치면서 시작돼요. 시작부터 이미 방향이 달랐던 거죠. 그리고 여기에 누구보다 강하지만 순수한 소년, 고시모가 더해지며 조직은 결말을 향해 달려가게 됩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특별한 포인트는 역시 아즈텍 문명과 결합된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가 아즈텍 문명하면 생각하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제단까지 가는 길에 막 시체가 산처럼 쌓여 있고 인신공양에 이어 식인까지 하고 그런. 이게 정복자인 스페인에 의해 더 과장되었다는 비판도 있긴 하지만, 아무튼 현대에 사는 우리가 보기에 좀 정서가 안 맞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데 이 소설에서 묘사되는 마약 카르텔은 물론이고 심장밀매를 위해 여러 나라를 넘나들며 벌이는 온갖 범죄를 보면 아즈텍 문명을 마냥 야만적이고 잔인했다고 지금 우리가 비난할 수 있나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요. 사람을 죽여서 심장을 꺼내고 신에게 바치는 행동은 당연히 잔인하죠. 그런데 돈을 위해 또는 자신의 능력 과시를 위해 죄 없는 아이를 죽여서 심장을 꺼내고 그 과정을 촬영해서 스너프 필름으로 파는 행위야말로 신이 분노할 일이 아닐까요.
 종교적인 부분과 결합해서 추상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윤리적인 문제나 정치, 경제 같은 분야 등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할 부분이 있다는 게 재미있었어요. 여태 범죄조직 비판해놓고 이런 말 하는 건 좀 그런데 각 분야의 범죄자들이 모여서 일을 착착 진행하는 건 은근히 재미있어서 진짜 초반 지나고 탄력붙기 시작하니까 아침해가 뜰 때까지 계속 읽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희생되는 구조인데다 그 과정에 이렇게까지 한다고?? 싶을 만큼 잔인한 장치가 있는데 이게 어떻게 보면 소설의 핵심이지만 소름끼치는 것도 사실이고 그 외에도 잔인한 장면이 많아서 그런 게 힘드신 분에게는 비추할게요. 다만 이름 같은 거 너무 어려우니까 여러분은 번역본으로 읽으세요. 진짜 제목부터 힘들어서 계속 틀려가지고 이거 쓰면서 백번은 확인함ㅋㅋㅋ
 가네코 가오루 <광대가 탐하는 호랑나비의 꿈의>
 金子薫 <道化むさぼる揚羽の夢の> 新潮社
 존재 의미를 찾아 부조리한 공간을 헤매는 인간의 말로 
 강한 제약으로 통제받는 상황에서 한 남자의 행동을 묘사하는 디스토피아 소설입니다. 주인공인 아마노는 공중에 매달린 어떤 통에 갇혀 머리만 내놓은 상태인 것으로 시작돼요. 거기서 이 통에서만 벗어난다면 나비로 우화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버티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기적처럼 통이 열리고 아마노는 분뇨에 얼룩진 상태로 자유를 얻게 됩니다.
 관리자의 지시에 따라 알몸에 온통 분뇨를 묻히고 추위에 떨며 지하로 내려가자 옷을 한 벌씩 나눠줘요. 화려한 색이 눈에 띄는 그 날개라 부르는 옷을 입어야 진정한 나비가 될 수 있는 거죠. 통에서부터 탈락하지 않고 지하까지 살아서 내려온 아마노는 뛸 듯이 기뻐하며 옷을 받고 집을 배정받은 뒤 본격적으로 일을 하게 됩니다.
 일이라는 건 기계공으로서 철로 나비 모형을 만드는 거예요. 어떤 나비를 만들지 디자인을 그리는 것부터 제조, 가공하는 모든 과정을 한 사람이 맡아서 종일 일하는 거죠. 아마노는 나비 제작이라는 일을 하게 된 것이 너무너무 행복하지만, 관리자가 봉을 들고 기계공 사이를 돌아다니며 때때로 폭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늘 긴장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러다 문득 생각하게 되는 거죠. 왜 시키는 일을 수행하고 있는데 맞아야 하는 걸까?
 아마노는 누구보다 '먼저 행동하는 사람'이거든요. 다들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다른 동료에게 놀이터에서 놀자고 제안하고, 관리자에게 왜 자신을 때리냐고 물어보고, 나비를 만들어야 하는 일에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해요. 그 과정에서 아마노는 자신이 하는 일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조금씩 이성을 잃게 되고 맙니다. 하다못해 관리자가 때리는 것에도 의미가 없거든요. 그냥 관리자는 그런 존재니까 대충 내킬 때 아무나 때릴 뿐이지.
 이야기는 아마노가 체제에 반항하는 행동을 하면서 조금씩 달라지게 되는데 디스토피아라는 장르에 충실하게 정말 꿈도 희망도 없고요. 총 3부 구성인데 이런 통제된 상황에 지배받는 인간의 마음을 다각도로 보여줘서 좋았습니다. 원래 이런 상황에서는 그냥 눈에 안 띄게 조용히 있는 게 제일 안전하잖아요. 근데 주인공은 계속 의미를 찾으려고 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니까 이 과정 자체가 바로 인간의 존재 의미가 아닐까 생각되더라고요. 사실 중간에 얼마든지 이쯤이면 안주해도 되겠다 싶은 상황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끝까지 멈추지 않는다는 점에서 왠지 위안이 되었어요.
 초반에 통에 갇혀서 꿈을 꾸는 장면이나 나비에 관한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에서 당연히 장자의 호접지몽이 떠오르기 마련이잖아요. 실제로 내용 중에 어떤 것이 진짜일지 묻는 장면도 나오거든요. 부조리하면서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한 이야기를 좋아하면 추천하고요, 반대로 몽환적이고 비합리적인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비추할게요.
 다음 모임 예고
 다음에 읽을 책은 히라노 게이치로의 <본심>입니다. 자유사를 선택한 어머니가 사고로 사망하며 혼자 남겨진 아들이 어머니의 AI를 만들어 어머니의 본심을 알아내려고 한다는 내용이래요. 자유사는 안락사라고 생각하면 되나봐요. 그럼 다음 모임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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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기관
일어 번역가 이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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