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 #부러움 #질투 #인정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지난 한주 잘 지내셨나요? 언제나처럼 평안하셨기를 바랍니다. 😊

며칠 전 퇴근하고 길을 걷는데 바람에 아카시아 꽃 향기가 실려 왔습니다. 마스크를 뚫고 퍼지는 달콤한 향기에 발걸음을 멈추고 어디에 아카시아가 피어있나 한참을 두리번거렸어요. 멀리 바람을 타고 날아온 꽃 향기에 취해 미소 지을 수밖에 없는 그런 저녁이었습니다.

아카시아 꽃 향기처럼 우리의 삶도 달콤하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지요. 때때로 나보다 잘 나가는 사람을, 내가 갖지 못한 재능을 가진 사람을 질투하며 난 왜 저러지 못할까 열등감에 사로 잡히기도 합니다. 그런 못난 마음이 자꾸만 들 때, 잠시 쉼표를 찍어 줄 영화가 우리에겐 절실히 필요합니다.

폭스캐처 (2014)
어느 날 갑자기 부자가 나타나서 내가 필요한 모든 걸 준다고 한다면? 자동반사적으로 떠오르는 건 의심일 것 같습니다. 인생에 공짜란 없는 법이니까요. 이건 무슨 신종 사기꾼인가 싶을 거예요. 그다음에는 이 행운을 꽉 붙잡아야겠다고, 이 사람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어서 무엇이든 해야겠다고 마음 먹을 것 같아요.

레슬링 선수 마크 슐츠(채닝 테이텀 분)에게 바로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지만 벌이도 시원찮고 같은 금메달리스트인 형만큼 유명하지도 않던 그에게 재벌가 상속인 존 듀퐁(스티브 카렐 분)이 연락을 해 옵니다. 자신의 레슬링 팀 '폭스캐처'에 들어와 서울 올림픽을 준비하자고요. 앞뒤 잴 것 없이 제안을 받아들인 마크는 듀퐁 가로 향합니다. 

그런데 이 후원자라는 존 듀퐁이 어딘가 좀 이상합니다. 경상도 사투리로 '쎄~해요'. 영화는 이 남자의 '쎄함'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래서인지 레슬링이라는 에너지 넘치는 스포츠를 다루면서도 차갑고 회색빛의 분위기가 주를 이루어요. '스포츠 영화'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모습과는 많이 다르니까요, 5월 23일 스트리밍이 종료되기 전에 꼭 한번 보시길 권합니다.

감독 : 베넷 밀러
러닝타임 : 2시간 14분
Stream on Netflix (until May 23th)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2017)
세상에 나 말고 모두가 행복해 보일 때가 있죠. 전 SNS를 할 때마다 그런 마음이 들어서 아예 계정을 없애 버렸어요. 때로는 모르는 게 약입니다.

나이를 먹으면 그런 못난 마음이 없어질까 했는데 영화 속 브래드(벤 스틸러 분)를 보니 그렇지도 않은가 봐요. 자신의 신념을 위해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기 시작했지만 잘 나가는 대학 동창들의 SNS를 보면 심사가 뒤틀립니다. 하지만 그의 아들이 하버드에 진학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어깨를 조금 펴 봅니다. 과연 브래드의 구겨진 자존심이 아들의 명문대 진학으로 다림질하듯 반반히 펴질 수 있을까요? 그런데, 그래도 되는 걸까요?

"난 나를 추켜세우고 비하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썼다"라는 브래드의 대사를 가만히 곱씹어 봅니다. 공감 가는 부분도 많고, 내가 브래드의 나이 정도가 되었을 땐 어떤 모습일까 그려보기도 했어요.

이건 여담인데 전 스티브 카렐과 벤 스틸러가 항상 헷갈리더라고요. 두 배우의 분위기가 묘하게 닮은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만 그렇게 느끼는 건가요?

감독 : 마이크 화이트
러닝타임 : 1시간 42분
Stream on Watcha & Netflix
크랙 (2009) 
배우 에바 그린이 뿜는 독특한 아우라가 분명 있습니다. 평범한 씬도 그녀가 등장하면 순식간에 공기가 달라지죠. 공간을 압도하는 그녀의 매력은 영화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장점으로 발휘되다가도 역으로 장르를 제한하는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에바 그린이 주연이라 '크랙'이라는 제목을 보고 당연히 코카인의 은어일 거라고 지레짐작했는데 아니었어요. 이 영화의 제목 '크랙'은 정말 문자 그대로 '균열'을 가리킵니다. 1930년대 영국의 어느 시골에 있는 여학생 전용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그곳에서 일하는 교사 미스 G(에바 그린 분)와 그녀를 선망하는 학생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다른 사람은 겪지 못한 경험과 자신만의 카리스마로 여학생들의 우상과 같았던 미스 G. 그랬던 그녀와 학생들의 관계가 스페인 귀족 출신 전학생 피아마가 등장하면서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누군가는 열등감에 휩싸여 자멸하고 누군가는 이를 넘어 한걸음을 내딛는데 나는 누구와 더 닮아 있는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내내 질문하게 만들었던 영화였습니다. 

감독 : 조던 스콧
러닝타임 : 1시간 44분
Stream on Watcha
함께하면 좋을 책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하완 작가의 야매 득도 에세이

열등감도 질투도 어쩌면 너무 열심히 하려는 마음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나 우리는 열심히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 그 어느 때보다 공고한 시대에 살고 있기도 하지요.

하완 작가는 여기에 유쾌한 반기를 듭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고요. 여러 번 재수를 해서 마침내 꿈에 그리던 홍대 미대를 가게 되었지만 장밋빛 미래는커녕 밥벌이도 요원해 보입니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는데 내 손안에 쥘 수 있는 건 고작 이것뿐인가 싶어 불행하다 느껴졌을 때 하완은 열심의 바퀴를 잠시 멈추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여기 이 책의 글과 그림을 쓰고 그렸습니다. 

브런치 연재로 시작했는데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 책으로 출간되고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어요. 에세이 연결된 촌철살인 일러스트에 낄낄거리고 웃다 보면 야매 득도라는 말을 참으로 잘 지었다 싶어요.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아채는 일이 참 어렵습니다. 내가 언어로 발화하지 못했던 모호한 감정을 영화에서 다시 만날 때 비로소, 거울을 보는 것처럼 찬찬히 살필 시간을 얻습니다. 그것이 바로 영화가 가진 치유의 힘이 아닐까요.

돌아오는 금요일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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