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참사 항소심 선고 공판에 다녀왔습니다.
코트레터
2026. 4. 24.

코트워치 기자들이 이번 주 주목한 이야기를 '키워드' 중심으로 풀어갑니다.

항소심에서 바뀐 세 가지 판단

안녕하세요. 김주형 기자입니다.


이번 주 아리셀 참사 항소심 선고가 있었습니다. 사실 지난주부터 최윤정 기자와 '긴장된다', '어떻게 될까' 이런 대화를 자주 나눴습니다.


작년 9월, 1심 재판부는 아리셀 대표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고 형량인 '징역 15년'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이 높은 형량을 받는 게 참사의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이들이 의미 있다고 느낀, 1심 재판부의 몇몇 판단이 항소심에서 철회되거나 변경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항소심에서 감형되는 사례가 적지 않고, 1심에서 책임이 인정된 부분이 항소심 재판의 주요 쟁점이 됐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주요 혐의의 유·무죄 및 양형(형량을 정하는 것)에 대한 판단이 일부 달라졌습니다. 1심과 항소심을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비상구 설치 의무 관련

(1심) 위험물질 취급 작업장이 있는 건축물은 각 층마다 비상구를 설치해야 한다.

(항소심) 위험물질 취급 작업장이 있는 건축물은 해당 작업장이 있는 층에만 비상구를 설치하면 된다.


(화재는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서 발생했지만, 위험물질에 해당하는 '리튬'을 취급하는 작업장은 1층에 있었습니다.*)


2. 비상통로 유지 의무 관련

(1심) 아리셀 공장 구조는 화재 시 대피가 어려운 환경이었고, 이는 피해가 커진 원인 중 하나다.

(항소심) 화재 시 대피경로를 이용할 수 없을 정도로 통행에 장애가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3. 양형 사유 관련

(1심) 유족과의 합의는 양형에 제한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기업이 산업재해 사건에서 피해자와의 합의로 선처를 받는 악순환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항소심) 유족과의 합의를 양형에 제한적으로 반영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


1번과 2번 판단이 달라지면서 '비상구·비상통로 유지 의무'와 관련된 혐의에 무죄가 선고됐고, 아리셀이 유족과 합의한 점이 양형에 적극적으로 반영돼 피고인들의 형량이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박순관 대표는 징역 15년에서 징역 4년으로, 박중언 총괄본부장은 징역 15년에서 징역 7년으로 감형)


* * *


"어느 쪽 말도 귀담아듣지 않겠다."


항소심 마지막 공판에서 피해자 측 변호인이 발언 기회를 요청했을 때 재판장이 한 말입니다.


재판장은 "진술이 합의에 관한 것이라면 굳이 할 필요 없다. 합의 과정에 대해 설왕설래하는 게 좋아 보이지도 않는다. 어느 쪽 말도 귀담아듣지 않겠다"며 피해자 측 변호인의 발언을 제한했습니다. 다시 한번 진술을 요청했을 때도 "이미 의견서로 읽어봤다"며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항소심 선고가 있던 날, 유족분들이 판결에 대해 항의하자 "유족이 아닌 분들이 선고를 방해한 거라면 감치(일정 기간 구금하는 것)할 수 있다", "유족분들인지 제가 확인하겠다"며 발언한 이들은 법정에 남고 모두 퇴정할 것을 명했습니다.


피해자 측을 대리한 신하나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적대적인 분위기를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각기 다른 사정으로 '합의할 수밖에 없었던' 유족들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았고, 기본적인 안전 확보 의무조차 행하지 않은 아리셀 측의 주장에는 귀를 기울였습니다.


판결을 들으며 '누구의 이야기를 들을 것인지'에 대한 의지와 결단으로 이런 결론에 다다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략히 적어본 위 세 가지 판단에 관해서는 추후 기사를 통해 더 자세히 전해드려 보겠습니다.



* 1심은 '위험물질 취급 작업장이 있는 공장이라면 모든 층에 비상구를 설치 및 유지할 의무가 있다'고 봤고, 2층 비상구가 화재 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비상구 설치 및 유지 의무는 위험물질 취급 작업장이 있는 1층에만 적용된다'고 보아 2층 비상구 관련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주의 스토리

박순관 대표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1심 재판부는 '아리셀이 배터리 폭발 화재를 예측할 수 있었고, 필요한 안전조치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항소심 선고가 나오기까지 재판에서 다뤄진 핵심 쟁점, 앞선 1심 판결의 의미 등을 정리했습니다. (제목 또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본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레터는 코트워치 후원회원 워처 86분의 지원을 받아 김주형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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