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커넥터스 콘텐츠에서 잠깐 소개했던 내용인데요. 이커머스 셀러 중에서는 플랫폼의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이들이 있고요. 별별 방법을 이용해서 이 알고리즘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노출을 만들고자 합니다. 플랫폼 노출이란 곧 매출로 연결되니까요.
그 별별 방법에는 플랫폼이 허용하는 정상적(?)인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뷰징에 따른 계정 정지 등 위험성을 동반하는 어둠의 방법들이 존재하는데요. 성공만 한다면 큰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기에, 일부 셀러들은 여전히 이러한 방법들을 활용하고 있고요. 위험성이 동반되는 만큼 셀러들은 이러한 방법들을 '알고리즘 도박'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들 도박사들이 어떤 방법을 쓰고 있는지 궁금했는데요. 수소문 끝에 알고리즘의 허점을 직접 공략해 본, 풍부한 경험(..?)을 가진 셀러들을 경기도 모처에서 직접 만나보고 왔습니다. 이들은 국내 1위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의 알고리즘을 공략하고 있었는데요. 이들이 바라본 틈새는 무엇일까요?
시작하면서 밝히자면 지금부터 소개할 내용은 쿠팡 알고리즘 관련 공식 내용이 아니며, 기술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5년 이상 쿠팡 판매를 이어온 커머스 셀러들의 경험과 주변 동료의 사례를 모은 지극히 개인적 견해임을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① 로켓배송 자동 발주 공략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 쿠팡에 입점 판매 중인 A씨는 그날도 열심히 자사 상품에 대한 가구매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가구매란 가족과 친척, 친구, 아르바이트를 동원해 상품 구매 이력을 만듦과 동시에 긍정적인 리뷰를 쌓는 작업인데요.
A씨는 이런 작업 없인 절대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난 몇 년간의 쿠팡 판매를 통해 경험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향후 쿠팡 광고 상품을 정식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사전 작업이라 판단했고요. 왜냐면 아무리 쿠팡 광고를 통해 상품이 노출되더라도, 리뷰 하나 없는 상품을 고객이 구매하기란 스스로 생각해도 큰 부담인 게 확실하니까요.
특히 2019~2020년 즈음엔 가구매에 대한 쿠팡 측 모니터링이 지금처럼 엄격하지 않았다죠. 심지어 같은 배송지로 주문이 반복돼도 별 제재가 없었다는데요. 하여 배송지를 셀러가 운영하는 물류센터로 입력해 상품 출고와 입고를 반복하는 어둠의 뺑뺑이 운영(!)이 가능했다고 설명합니다.
이렇게 수십~수백개의 리뷰를 쌓은 A씨는 쿠팡 광고 상품 이용을 시작함과 동시에 쿠팡 로켓배송 입점 신청을 진행했습니다. 상품 구매 이력과 리뷰 수가 충분하면서, 배송을 비롯한 CS 문제가 없는 상품이라면 로켓배송 입점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요.
다만 쿠팡 측은 로켓배송 입점 초창기엔 1~2개씩 매우 소극적으로 재고를 매입하는데요. 그마저도 가구매를 통해 빠르게 소진하게 만든 A씨는 점점 늘어나는 쿠팡 측 발주량을 지켜봅니다. 5개, 10개, 50개씩 점차 늘어나는 발주량을 보며 흡족해하는 A씨. 이제 슬슬 실제 판매량이 가구매량을 넘어서니, 상품을 일정 궤도에 올려놓았다고 안심했는데요.
아뿔싸! 이때 예상치 못한 문제로 상품 수급에 문제가 생겨버렸습니다. 하여 잘 나가던 상품을 어쩔 수 없이 품절 처리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요.
그런데 웬걸! 쿠팡 알고리즘이 품절 전 충분한 재고를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는지, 품절 처리한 상품에 대해 갑자기 수백개의 물량을 발주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때 A씨는 깨달았습니다. ‘아, 이렇게 하면 쿠팡 측에 대량의 재고를 한 번에 왕창 다 팔아버릴 수 있겠구나!’
이런 식으로 쿠팡 로켓배송 자동발주 알고리즘의 허점을 초기에 파악한 셀러들은 상품당 수천에서 수억원어치의 재고를 쿠팡 측에 팔았다고 하고요. 이렇게 재고를 넘긴 뒤에는 실제 판매량이 나오든 나오지 않든 나 몰라라 해버립니다. 나아가 이런 식의 알고리즘 활용법(?)을 셀러 대상 유료 강의로 판매하여, 고수익을 올리기도 했다네요.
당연히 쿠팡에게 있어서는 낭패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가구매의 확산은 실제 상품을 사용하지 않은 이들의 가짜 리뷰와 판매 데이터를 생성하게 되고요. 수요예측 알고리즘은 가짜 판매 데이터로 인해 의도치 않은 행동을 하고, 이는 결국 쿠팡의 팔리지 않는 재고관리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현재 쿠팡은 상품별 가구매 건을 구분해 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요. 또 위와 같은 사례의 어뷰징 셀러를 적극적으로 찾아내 재고 반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만약 셀러가 쿠팡 측 반품 요구를 거부할 시 소송을 예고하는 등 법적 조치도 불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 불구하고, 수십만명에 달하는 쿠팡 입점 판매자와 그보다 많은 상품을 일일이 확인하며 어뷰징 증거를 모으기란 매우 어렵겠죠. 하여 오늘도 일부 쿠팡 셀러들 사이에선 알고리즘 도박이 성행한다고 합니다. 일단 로켓배송 재고를 쿠팡에 떠넘기고 수익을 챙긴 다음 감시 레이더에 걸리지 않길 바라는 것인데요. 이렇게 쫓는 자 쿠팡 BM(Brand Manager)과 쫓기는 자 도박사 셀러 간 추격전은 오늘도 계속됩니다.
② ‘아이템위너’ 알고리즘의 틈새
쿠팡의 아이템위너는 쿠팡 플랫폼 내 같은 상품을 여러 명의 셀러가 판매할 경우, 그중 가격이나 서비스 측면에서 가장 우수한 판매자의 상품 하나만을 알고리즘이 판단하여 최우선으로 노출하는 시스템입니다. 쿠팡 입점 셀러들에 따르면 아이템위너로 선정되면 상품 검색결과에서 1페이지 최상단 전면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데요. 당연히 매출 상승에 매우 큰 도움이 되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