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콩입니다.
한 달 전인가, 어떤 노래를 듣는데 갑자기 드럼 소리가 꽂히는 거였습니다.
Facs의 <Teenage Hive>란 노래였어요.
여태껏 음악을 들으면서 드럼 소리에 귀에 들어온 적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 노래를 듣자마자 '톤 미쳤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랑 비슷하게 느낀 사람이 많았는지 유튜브 댓글에도 죄다 드럼 얘기뿐이더군요.
곰곰 생각해 보니 몇 년 전에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우연히 Jeff Parker라는 기타리스트의 음악을 들었는데 그냥 속절없이 그의 연주에 빠져든 것이에요.
기타 톤만 들어도 그인 줄 알겠더라고요.
그때까지 보컬 없는 노래를 자주 듣는 편은 아니었는데 그의 앨범+그가 참여한 노래는 많이 들었습니다.
헐레벌떡 드럼 소리가 좋았던 노래들을 떠올려 보기 시작했습니다.
서른 곡 가까이 모아서 보니 대부분 제가 좋아했던 밴드 뮤지션들의 노래더라고요. 허허
대체 '톤(tone)'이란 뭐길래 이렇게 사람을 흔드는 것일까요?
저는 음악에 대해 잘 모르니까 그냥 표준국어대사전을 빌려옵니다.
「1」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분위기나 어조 따위.
「2」 『미술』 색깔이 강하거나 약한 정도나 상태. 또는 짙거나 옅은 정도나 상태.
「3」 『음악』 일정한 높이의 악음.
그렇구나. 1번이었습니다.
저는 음악성이나 장르에 대한 지식이나 음질 등등 이런 건 잘 모릅니다만...
뭘 몰라도 분위기는 느낄 수 있잖아요?!?!
비슷한 시기에 『음악소설집』이란 소설집을 보았어요.
예전에 좋아하다 잠시 잊고 있던 윤성희 작가의 글에 꽂혔습니다.
오랜만에 그분의 책 『날마나 만우절』을 보다 보니 이게 톤이란 거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조금 비껴 가는 이야기를 하자면...
어떤 작품 하나를 감상하고 느끼는 호오의 감정은 영원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음악 앱에 '좋아요'를 누른 곡이 천 곡이 넘는데 어떤 노래는 다시 들었을 때 진짜 듣기 싫더라고요.
오늘 나의 기분, 몸과 마음의 상태, 주변 사정 등등에 따라 좋을 수도 별로 안 좋을 수도 있는 것이죠.
하지만 경향성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작가의 작품, 이 장르의 특성, 이런 스타일, 이런 공간감, 이 제작사에서 내는 작품 성향,
소재에 접근하는 방법, 이 매체(사람)가 추천해 주는 작품 등등을~~~
대체로 내가 오랫동안 맘에 들어하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경향성이요.
저는 아마 이런 경향성을 따라 어떤 작품을 '찐'으로 좋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 모든 걸 직관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여튼 이런 걸 좀 의식하다 보면 어떤 작품이나 작가에 대해서 수다 떨기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에이리언 시리즈에서 <커버넌트>를 깔 수도 있고 말이지요... 아니, 리들리 영감님 대체 왜 그러셨어요 네???
하여튼 조만간 나온다는 신작 보고 다시 얘기해요)
+ 편집과 음악 이야기
『예술로 세상을 구하라, 아트 어벤저』를 편집하면서 어울리는 노래가 뭐가 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 책에는 두 개의 자아가 존재합니다. 본체 트릭시 피클과 부캐 아트 어벤저이지요.
트릭시 피클은 자신만의 세계를 추구하고,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성격적으로 좀 소심해서 집 밖에서는 그런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요.
하지만 그런 사람은 내면에 화를 쌓게 되기 마련이지요.
아트 어벤저로 변신하기 전까지 직전, 트릭시가 너무나 열받아하는 부분에서는
무키무키만만수의 <7번 유형>이 더없이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7번 유형에 8번 날개입니다 당신은 맡은 일을 끝까지 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 때문에 고민이시죠 그것 때문에 고민이시죠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에에요 나의 문제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
비뚤어진 세상을 향한 분노와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이 합쳐져서 탄생한 것이
정의로운 예술가 히어로, 아트 어벤저가 아닐까 합니다.
아트 어벤저가 등장할 때면 애니메이션 <날아라 슈퍼보드>의 주제곡으로 쓰이기도 한
김수철의 <치키치키챠캬챠캬>를 배경 음악으로 틀어 주고 싶습니다.
(어렸을 땐 베이스 소리랑 뿅뿅 소리? 휘슬 소리?가 크게 들렸는데,
지금 다시 들어 보니 수면 아래서 잔잔하게 사부작거리는 기타 소리가 넘 귀엽네요)
치키치키챠캬챠캬초코초코촉 (x2)
나쁜 짓을 하면은
치키치키챠캬챠캬초코초코촉 (x2)
우리에게 들키지
밤에도 낮에도 느낄 수 있는
눈과 귀가 있다네
우리들의 마음엔
치키치키챠캬챠캬초코초코촉 (x2)
어려운 세상이지만
치키치키챠캬챠캬초코초코촉 (x2)
사랑하며 살아요
나쁜 짓을 하면 정의의 사도, 아니 정의로운 예술가 '아트 어벤저'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
결국... 책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이 글은 대과거, 과거에 쓰여 미래에 보여지고 있습니다)
장별로 어울리는 노래들을 골라 보았습니다. 30장, 30곡.
웃기면서 심각하고, 세상을 냉소적으로 보는 듯하지만 불의는 참지 못하고,
주의가 산만한 편이지만 한번 꽂힌 것엔 과할 정도로 몰입하고, 경쟁을 싫어하지만 인정은 받고 싶어 하고,
스스로를 아싸라고 규정 지으면서 한편으로는 인싸가 되고 싶어 하는...
트릭시이자 아트 어벤저의 여러 모순적이고 명랑한 모습을 담아 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케이팝, 팝, 펑크(Emo+슈게이즈) 등의 장르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