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의 인생영화는 무엇인가요?

안녕하세요 찰리입니다.
저는 사실 '인생영화'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 '아니 인생이 얼마나 길고 좋은 영화는 얼마나 많은데 어떻게 인생영화를 하나만 정하지??'라는 생각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인생영화'라는 단어가 저한텐 엄청나게 무겁게 다가온달까요. 하지만 꼭 하나의 영화만을 골라서 '나의 인생영화입니다!'하고 소개해야한다면 바로 오늘 소개하려는 영화를 선택할것입니다. 

오늘 소개하려는 영화는 '찰리씨네 다이어리'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을때부터 꼭 연말 시기에 소개해야겠다고 혼자 엄청 벼르고 소개하길 참고 있었던, 빌리 와일더의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1960)입니다😘

다시 한번, 빌리 와일더

(빌리 와일더 감독은 이미 Week 10: 빌리 와일더의 <뜨거운 것이 좋아>(1959)🧨에서 한번 가볍게 소개를 했었는데요, 오늘 소개 내용과 겹치는 내용이 조금 있으니 Week 10을 읽으셨던 분들께는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빌리 와일더는 많은 다른 감독들과 똑같이 시나리오 작가로서 영화 커리어를 시작했던 사람입니다. 영화 커리어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을때에는 저번주에 소개했던 에른스트 루비치 감독의 아래에서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로서 일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빌리 와일더가 특히나 돋보이는 점은 감독이 된 후에도 자신이 연출하는 모든 영화 시나리오들을 공동집필하였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와일더가 쓴 시나리오들은 평범한 시나리오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12번이나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올랐었는데요, 우디 알렌이 <해리 파괴하기>(1997)로 13번째로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후보가 되기 전까지는 와일더가 최다 수상후보의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었습니다.

빌리 와일더는 전쟁의 위험으로 인해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왔던 사람들 중 하나였는데요, 그는 "미국의 모든것은 나에게 너무나도 새로웠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자세하게 모든걸 관찰했다"라고 그때의 자신을 설명했습니다. 영어가 자신의 모국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예리한 관찰력을 가지고 미국문화와 언어를 흡수했기에 외국인이 썼다고는 믿기 힘든 그런 훌륭한 시나리오들을 써낼수 있었던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대표작들에는 느와르 장르의 걸작 <이중 배상>(1944), 무성영화시대를 재조명하는 <선셋 대로>(1950), 마릴린 먼로의 흰 원피스 장면을 만들어낸 <7년만의 외출>(1955), 오드리 헵번과 함께한 <사브리나>(1954)와 <하오의 연정>(1957), 영화사상 가장 완벽한 엔딩 중 하나를 가진 <뜨거운 것이 좋아>(1959), 그리고 오늘 소개할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1960) 등이 있습니다. 너무 많아서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드네요😅

빌리 와일더의 영화들은 장황하게 무언가를 설명하는 영화들이나 히치콕이나 오손 웰즈와 같이 화려한 쇼트들을 자주 활용하는 영화들과는 거리가 매우 멉니다. 유명 영화 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빌리 와일더의 영화 <비장의 술수>(1951)에 대해서 "와일더의 영화에는 낭비되는 쇼트가 한개도 없다...그리고 그의 영화가 쓸데없는 해설/나레이션으로 시간 낭비하는 짓을 안하는 것에 주목해야한다"라고 평하기도 한만큼 그의 영화들은 군살이 없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오래 지난 지금 감상해도 어색하거나 지나치지 않고 세련되었습니다. 또한 빌리 와일더는 그 자체로 주목받는 화려한 쇼트들은 관객들을 스토리에서 옆길로 새도록 만든다고 믿은만큼 연출방식이 꽤나 보수적이었지만 그의 영화들은 영화가 다룰수 있는 주제의 범위를 넓히는데에 이바지하였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운 점입니다.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C.C. 백스터라는 영화의 주인공은 뉴욕의 보험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한 회사원입니다. 그는 특별할것 없이 끝없이 많은 직원중 한 명일뿐입니다. 하지만 승진이라는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백스터는 남몰래 수를 쓰고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아파트 열쇠를 필요로 하는 상사들에게 빌려주는 것입니다. 왜 빌려주냐고요? 바로 상사들이 아내 몰래 바람을 피기 위해서 백스터의 아파트를 저녁때 빌리는 것입니다. 덕분에 백스터는 감기에 걸려도 상사가 자신의 아파트를 사용하고 있어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추위속에서 덜덜 떨면서 기다려야합니다. 

어느날 상사 중 한명인 쉘드레이크가 아파트 열쇠를 빌리겠다고 하면서 대신 그에게 뮤지컬 티켓 2장을 주는데요, 그는 자신이 몰래 짝사랑하던 프랜이라는 회사 엘리베이터 걸에게 연극을 보러가자고 청합니다. 그녀는 승낙하고 대신 퇴근하고 그와 만나기 전에 잠시 들릴곳이 있다고 합니다. 퇴근을 하고 프랜은 회사 근처 어느 외진 곳에 위치한 중국 레스토랑에 들어가는데요, 놀랍게도 쉘드레이크가 그곳에 나타납니다.

데이비드 린 감독의 <밀회>(1945)를 보면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이 남들의 눈을 피해 만나기 위해서 남주인공의 친구의 아파트를 빌려서 만나는 장면이 있는데요, 바로 이 부분에서 와일더가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1960)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런 사소한 디테일을 가지고 하나의 또 다른 영화를 만들었다니 역시 영화 감독은 다르네요😗(게다가 이 영화의 각본의 많은 부분이 사실은 촬영을 하면서 써졌다고 하네요...감독님 미쳤다....천재다....🙄🙄)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1960)는 각본 좋고, 연출 좋고, 연기도 좋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로맨스/코미디 영화가 아니라 1950년대의 미국사회가 어떤지를 비추고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한 사람이 성공을 하기 위해 어디까지 포기해야하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백스터를 연기한 잭 레몬은 남자도 사랑스러울수가 있구나 라고 느끼게 해주고, 프랜을 연기한 셜리 맥클레인도 여주인공 프랜을 단순히 남자의 말빨에 넘어간 한심한 여자가 아니라 좀 더 무게감있고 입체적인 캐릭터로 잘 살려냈습니다. 더불어서 숏컷이 너무나도 잘 어울려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숏컷병에 걸리게 합니다😏 또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결함이 있지만 비도덕적이진 않고, 세상은 험하지만 또 그리 악한곳은 아니라고 말하는듯한 빌리 와일더가 느껴져서 미소가 나옵니다. 이 모든것때문에 저한테는 이 영화를 처음본지 꽤나 시간이 흘렀음에도 지금까지 '완벽한 영화'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사실 매주 옛날영화를 소개드리면서 구독자분들의 취향에 안 맞으면 어쩌지 싶어서 소개를 하면서도 자신이 없을때가 있는데요, 이 영화는 제가 속해있는 영화감상동호회에 한번 슬쩍 추천해서 상영회를 해본 결과, 모두들 대만족이었다고 한만큼 자신있게 추천드립니다😁<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1960)는 스토리상 크리스마스 영화로도, 그리고 한해의 마지막날에 보는 영화로도 적합합니다. 2021년이 끝나가는 지금, 빌리 와일더 영화 한편 어떠실까요? 저는 그럼 내년 2022년에 뵙겠습니다😘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P.S.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1960)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감상 가능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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