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여행지 - 별과 포도, 사람의 시간이 쌓인 도시 '경북 영천'
님에게 드리는 트래비 레터 2026.11.04
📩오늘의 레터
✅Editor's Essay : 별과 포도, 사람의 시간이 쌓인 도시

지역을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아름다운 풍경이나 오래된 건물, 한 끼의 음식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안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결국 사람이 있습니다.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고, 오랜 기억과 문화를 이어가는 사람들이죠.

 

트래비가 다가오는 2027년을 위한 색다른 문화 여행을 제안합니다. 별빛 아래 포도가 익어가는 '경북 영천', 농악과 농촌의 맛이 살아 있는 '전북 임실', 그리고 월출산 자락에 오랜 삶의 흔적이 깃든 '전남 영암'이 그 목적지입니다.


트래비 레터는 11월 4일, 11일, 18일 총 3회에 걸쳐 지역의 문화와 그곳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Editor's Essay
🎈별과 포도, 사람의 시간이 쌓인 도시 '경북 영천'
글·사진 이성균 기자 제작지원 한국언론진흥재단

낮에는 포도밭 위로 햇빛이 머물고, 밤이면 보현산 위로 별이 쏟아진다. 그 사이로 오래된 서원과 산사, 한약재와 곰탕 냄새가 밴 시장, 사람들이 살아가는 마을이 이어진다. 경북 동남부의 영천(永川)은 자연과 역사, 농업과 산업, 오래된 삶과 새로운 시도가 차곡차곡 쌓인 지역이다.

 

영천은 예부터 사람과 물산이 오가던 길목이었다. 대구와 경주, 포항으로 이어지는 교통의 요충지로, 조선 시대에는 각지의 물산과 한약재가 모여들었다. 곳곳에는 수백 년을 이어온 종가와 서원, 사찰의 시간도 남아 있다. 서로 다른 길을 따라 사람과 문화가 만나면서 영천만의 색이 만들어진 셈이다.

임고서원

오늘날 약 9만4,000명이 살아가는 영천은 농촌과 산업 기반을 함께 갖춘 도농복합도시다. 특히, 비교적 적은 강수량과 긴 일조시간 덕분에 포도와 복숭아, 살구 등 과수 농업이 활성화돼 있다. 게다가 포도는 생과 판매를 넘어 와인이라는 새로운 산업과 관광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천의 자연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게도 한다. 보현산 정상에는 국내 광학 천문 관측의 핵심 시설인 보현산천문대가 자리한다. 1.8m 반사망원경으로 항성과 은하의 생성과 진화를 연구하는 전문 시설이다.


여행자는 산 아래 보현산천문과학관에서 천체투영관과 망원경을 통해 천문학을 배우고 밤하늘을 관측할 수 있다. 별은 보현산별빛축제와 별빛나이트투어로도 이어진다. 도시 슬로건인 ‘스타 영천(STAR YeongCheon)’이 여행자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보현산천문대  

예술을 통해 농촌의 풍경을 새롭게 만나는 공간도 있다. 화산면과 화남면 일대의 별별미술마을이다. 걷는길, 바람길, 스무골길, 귀호마을길, 도화원길 등 다섯 갈래 길을 따라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자연과 마을의 역사, 주민들의 일상이 어우러져 마을 전체가 하나의 지붕 없는 미술관이 된다.

 

교통의 중심지라는 지리적 특성은 영천을 한방의 도시로 만들었다. 태백산과 소백산을 비롯해 경주, 안동, 영주 등 각지에서 생산된 약초가 영천으로 모여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한약재상과 한의업이 성장했다. 오늘날에도 영천은 국내 한약재 유통의 약 30%를 담당하는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영천한의마을에서는 이러한 지역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다.

영천한의마을
영천의 또 다른 문화적 자산은 이곳에서 태어난 인물들이 남긴 이야기다. 북안면 출신 노계 박인로(1561~1642)는 송강 정철, 고산 윤선도와 함께 조선의 대표적인 시가인으로 꼽힌다. <태평사>와 <누항사>, <선상탄> 등 그의 작품에는 전란의 기억과 선비의 삶, 자연과 일상이 담겼는데, 노계문학관에서 그의 생애와 문학 세계를 만날 수 있다. 포은 정몽주를 기리는 임고서원과 팔공산 자락의 은해사 역시 영천의 오랜 역사와 정신을 보여주는 장소다.
영천 특산물이자 관광 콘텐츠가 된 포도

영천에서 포도와 별, 한약과 문학은 서로 무관한 여행 소재가 아니다. 자연은 생업을 만들었고, 길은 사람과 문화를 불러 모았으며, 그곳에 뿌리내린 사람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역의 시간을 이어왔다. 영천을 여행한다는 것은 단순히 명소를 둘러보는 일이 아니라, 자연과 삶이 어떻게 하나의 문화가 됐는지 들여다보는 과정이다.

영천시 전민욱 문화관광해설사

지역민과의 동행


“스타가 되고 싶으면 영천으로 오라”

영천시 전민욱 문화관광해설사

 

Q. 영천은 어떤 곳인지 설명해달라.

A. 영천은 물과 길, 사람이 만들어온 도시다. 영천의 ‘영(永)’ 자를 풀어보면 두 물줄기가 합쳐지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데, 실제로 시내에서 남천과 북천이 만난다. 서거정도 명원루기에서 영천의 물과 지형을 이야기했다.

 

Q. 영천의 임고서원은 왜 중요한가.

A. 영천 출신 포은 정몽주 선생을 기리는 곳이다. 소수서원에 이어 2번째로 사액된 서원이며, 이름도 영천의 옛 지명인 임고에서 따왔다. 현재의 자리는 선생이 부모의 묘소와 생가 사이에 초막을 짓고 시묘살이를 하던 곳으로 전해진다. 뒤쪽의 조옹대와 무괴정, 은행나무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가을 풍경이 아름답다.

 

Q. 함께 추천하고 싶은 유산은?

A.거조사와 청제비다. 거조사 영산전에는 저마다 표정이 다른 수백 구의 나한상이 모셔져 있다. 청제비는 신라 시대 저수지인 청제의 축조와 수리 과정을 기록한 국보로, 옛사람들이 물을 관리하며 살아온 흔적을 보여준다.

보현산천문과학관 조현민 천문대장

“불이 꺼진 영천의 밤, 비로소 별이 보인다”

보현산천문과학관 조현민 천문대장

 

Q. 영천이 별로 유명해진 이유는?

A. 보현산에 국내 최대 구경인 1.8m 반사망원경을 갖춘 천문대가 들어섰다는 사실 자체가 관측 환경이 좋다는 증거다. 다만 전문 연구시설이어서 일반인의 이용은 제한된다. 여행자는 2009년 개관한 산 아래 보현산천문과학관에서 별을 관측할 수 있다.

 

Q. 천문과학관 이용 방법은?

A. 인원이 제한돼 있어 홈페이지 예약을 추천한다. 기본 프로그램은 천체투영관 관람 후 관측실에서 천체를 관측하는 순서다. 평일 저녁에는 별자리 강연을 포함한 특별관람도 운영한다. 전시체험관은 별도 발권으로 낮 시간에 예약 없이 이용할 수 있다.

 

Q. 별을 잘 볼 수 있는 날은?

A. 맑은 날씨만큼 달이 중요하다.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보고 싶다면 월출·월몰 시간을 확인해 관람 시간에 달이 없는 날을 고르면 좋다. 반대로 처음 망원경을 접한다면 달을 관측하는 것도 추천한다. 표면의 크레이터가 선명하게 보여 인상적이다.

고도리와이너리 최봉학 대표
조흔와이너리 서광복 대표

“영천 와인은 지역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문화, 그리고 맛의 조율사”

고도리와이너리 최봉학 대표 & 조흔와이너리 서광복 대표

 

Q. 포도 농사에서 와인으로 눈을 돌린 계기는?

최. 30년 넘게 포도를 길렀는데, ‘앞으로 10년, 20년 뒤에도 포도만 키울 것’인가 고민하던 차에 2009년 와인 클러스터 사업에 참여했다. 농사를 넘어 뜻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서.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주말마다 아버지의 포도 농사를 도왔다. 열심히 키운 포도가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게 고민이었다. 그 답이 와인이었고, 2010년 주류 제조면허를 취득했다.

 

Q. 와이너리가 생기면서 달라진 점은?

최. 포도 생산에서 가공과 관광까지 영역이 넓어졌다. 방문객들이 와인을 맛본 뒤 지역 식당과 관광지를 찾는다. 농민들도 외지인을 만나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훨씬 개방적으로 변했다.

 

Q. 한국 와인은 어떤 관점에서 즐겨야 하나?

최. 외국 와인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필요는 없다. 김치와 된장처럼 우리만의 음식문화가 있으니 어울리는 술도 달라야 한다. 영천 와인은 과일 향이 풍부하고 부드러워 한식과도 잘 어울린다. 와이너리에서 포도 수확과 양조, 시음을 체험하고 영천 한우에도 곁들여보길 권한다.

 

Q. 영천 와인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서. 와인을 만들면서 계절에 따라 판매하던 농산물을 연중 판매하고 농가 브랜드도 만들 수 있게 됐다. 좋은 지역 특산주는 혼자 만들 수 없다. 농부와 와이너리, 식당과 관광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영천시 서담규 문화관광해설사

“약재가 모이자 사람과 기술이 모였다”

영천시 서담규 문화관광해설사

 

Q. 영천한의마을은 어떤 공간인가?

A. 영천의 오랜 한방 문화를 현대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으로, 사람의 몸을 작은 우주로 보는 관점에서 오장육부를 공간에 빗대어 구성했다. 단순한 박물관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한방을 경험하는 테마 공간에 가깝다.

 

Q. 처음 방문한다면 무엇을 추천하나?

A. 한방테마거리와 전시시설을 둘러보고 사상체질 체험해 보면 좋다. 실제 한의원과 한옥 숙박시설도 있어 한의학의 역사부터 휴식까지 경험할 수 있다.

 

Q. 가장 추천하는 체험은?

A. 20분간 한방 약재를 활용한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쉴 수 있는 한방 족욕이다.

은해사 중암암 / 영천시

로컬이 알려주는 영천 여행


서담규 문화관광해설사 PICK

은해사 깊숙이, 숨은 암자를 찾아서, 운부암 & 중암암

은해사만 둘러보고 돌아서기 아쉽다면 산내 암자까지 찾아가 보자. ‘구름 위에 떠 있는 암자’라는 뜻의 운부암에는 1,300년 된 느티나무와 아름다운 연못이 있고, ‘돌구멍절’로 불리는 중암암에서는 바위 사이 좁은 길을 통과하는 특별한 경험이 기다린다.


은해사

경상북도 영천시 청통면 은해사로 300

보현산댐 출렁다리

조현민 천문대장 PICK

잔잔한 물 위에서 만나는 아찔한 영천, 보현산댐 출렁다리 & 짚와이어

보현산천문과학관으로 향하는 길에 들르면 좋은 곳이다. 길이 530m의 출렁다리에서는 잔잔한 호수와 산자락을 감상하고, 약 1.4km의 짚와이어에서는 최고 시속 100km의 짜릿함을 만끽할 수 있다. 해가 지면 출렁다리에 은하수를 닮은 조명도 켜진다.

 

보현산댐 출렁다리

경상북도 영천시 화북면 입석리 산42-1

빨간지붕의 냄비돈가스

북두카페 망정동빵집 신승보 & 김나경 공동 대표 PICK

복숭아밭을 바라보는 임고의 하루, 임고면 & 영천 로컬 맛집

영천 젊은이들은 주말에 임고면으로 나가서 시간을 보낸다. 임고서원 주변에는 복숭아밭을 바라보며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들이 있고, 가을에는 메타세쿼이아가 물드는 임고초등학교도 추천한다. 영천 시내에서는 빨간지붕, 한자리 김밥, 민정손칼국수 등에서 현지인이 오랫동안 찾은 맛집들이 기다리고 있다.

영천공설시탕의 곰탕골목  

전민욱 문화관광해설사 PICK

뜨끈한 곰탕 한 그릇, 영천공설시장

영천공설시장에는 진한 국물과 푸짐한 고기가 일품인 곰탕골목이 있다. 매월 2·7일 열리는 장날에 방문하면 돔배기와 건어물, 제철 농산물도 구경할 수 있다. 그리고 파를 넉넉하게 넣는 영천식 육회도 빼놓을 수 없다.

🎈포도와 한방이 축제로 피어나는 순간
 2026년에는 10월에 와인페스타가 열렸다. 11개 영천 와이너리가 모두 참가해 와인 시음 및 구매, 부대 행사 등이 진행됐다

영천 와인과 한방 문화를 제대로 즐기려면 축제를 방문하면 된다. 영천강변공원에서 펼쳐지는 와인페스타에서는 지역 와이너리의 개성 있는 와인을 시음하고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한방축제에서는 한약재와 약선음식, 한방 진료 및 건강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영천의 한방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영천의 짭짤, 고소한 여유, 북두카페 & 망정동빵집

영천 도심에서 만나는 베이커리 카페로, 학창 시절부터 친구인 두 젊은 사장이 함께 운영한다. 고소한 땅콩 크림 라테와 소금빵, 크루아상이 대표 메뉴다. 특히 명란 포테이토 소금빵과 주문 즉시 완성하는 앙버터 소금빵이 인기다. 갓 구운 빵을 맛보려면 오전 10시 30분~11시에 방문하자.

❗경북 영천시 완산7길 3

10:00~20:00

여행 밥벌이 10년차. 올해도 여행으로 채웁니다.  

⭐트래비 레터 참견하기

트래비 레터는 님의 여행도 궁금합니다. 여행지 추천, 나만 아는 핫플, 본인 여행 자랑, 독자투고(트래비 레터 백일장)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또 트래비 레터에 대한 솔직한 의견도 좋습니다😊

아래 버튼을 눌러 트래비 레터와 소통해 주세요.


*본 메일은 트래비 & 여행신문과 명함을 교환하거나 여행 트렌드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발송됩니다. 수신을 원하지 않으시면 뉴스레터 맨 아래 수신거부를 눌러주세요!

뉴스레터에 본인 이름이 안 보이신다면 구독 정보를 변경해 이름을 알려 주세요😭
트래비의 여행 이야기를 좀 더 빨리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만 남겨 주세요😆
트래비
help@traveltimes.co.kr
서울특별시 중구 무교로 16, 5층 (주)여행신문 02-757-8980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