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는 커서 무엇이 될까?
"콩크는 왜 자재 라이브러리가 아니라 소재 라이브러리일까? 라는 질문을 하면서 콩크에 왔어요. 두 단어의 차이를 생각해 보면서 갸우뚱했는데, 콩크에 오니 왜 소재 라이브러리라고 했는지 단박에 이해가 되네요."
얼마 전 여성조선의 강부연 기자님이 콩크에 오셔서 한 말씀이다. 콩크 내부에서 많은 고민 끝에 정했던 내용인데, 누군가 콕 짚어서 말해주는 것은 처음이라 반가웠다. 콩크를 처음 열었을 때는 분명 자재 라이브러리 콩크라고 칭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건축, 공간 분야에 한정했던 자재들이 그래픽, 제품, 패션, 자동차 등 분야를 초월하며 늘어나면서 우리를 수식하는 키워드에 대해 자연스럽게 다시 고민하게 됐다. 건축, 공간 분야에 한정되는 어감의 자재라는 단어보다는 소재가 더 핏이 맞다는 판단으로 키워드를 변경했다.
소재 라이브러리 콩크가 만난 소재는 범위가 끝이 없었다.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얼마나 다양한 브랜드가 나와서 경쟁하는지도 알게 됐다. 경쟁이 심해서 더 이상 새로운 게 나올 수 없는 카테고리라고 생각했는데 나와서 잘 되는 브랜드도 여럿 봤다. 대표적으로 타일 카테고리의 Studio GdB가 그렇다. 타일은 이미 다 나와 있고 얼마나 뻔한가? 그 안에서 프로젝트에 맞는 타일을 찾는 것이 문제라고 여겼는데, 200각의 화이트 무광 커스텀 타일로 세계 각 도시의 디자이너를 매료시켰다. 경쟁이 심하다고 어렵다는 것은 내 마음의 제한일 뿐이지 창업자, 작가의 의도가 확실하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건 나올 수 있다.
소재 회사뿐 아니라 작가도 비슷하다. 코로나 시대의 '폐마스크'라는 상징적인 소재로 씬에 데뷔한 김하늘 작가는 나이키, 이케아 등 대형 브랜드와 콜라보하고, 뉴욕 아트 페어에도 초청받아 전시하는 국제적인 작가가 되었다. 폐신문지로 벽돌을 만들어 시각적인 임팩트가 강력했던 이우재 작가는 오브제를 넘어 회화적인 작품까지 영역을 확장해 활동하고 있다. 그밖에 위빙 작업으로 식물의 싱그러움을 표현하는 밍예스 작가, 옻칠로 작가만의 텍스처를 만들어내는 편소정 작가, 한지로 작업하는 김현주 작가 등 작가 고유의 소재들이 있다.
작년 10월에 방문한 더치 디자인 위크에서 경계 없이 많은 작품을 만나면서 국내의 소재와 작가의 작품들이 궁금했다. 그렇게 막연한 마음으로 열었던 콩크 디자인 위크에서 21팀의 특별한 작품을 만났다. 콩크 디자인 위크 팀들의 작업은 '소재는 커서 무엇이 될까?' 라는 책으로 이어졌고, 우리는 21팀의 세계관을 '성장, 반전, 만남'이라는 3가지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살펴봤다. 성장은 소재가 특별한 가공법을 만나 지금의 작품으로 거듭난 사례, 반전은 원래 소재가 가진 캐릭터에서 벗어나 작가의 의도로 태어난 작품들, 만남은 소재가 다른 소재를 만나면서 결과로 이어진 것들이다. 소재가 어떻게 자랐는지, 작가는 어떻게 소재를 키웠는지, 그 과정에서 누구를 만났는지로 나누어 보는 것이다. |
|
|
성장
인간은 삶을 살면서 필연적으로 성장한다. 성장에는 여러 요건이 있지만, 배움이 필수적이다. 마치 아기가 벽을 잡고 서기 시작하면, 이전의 뽀얀 말랑말랑한 발바닥에 조금은 굳은살이 박히기 시작하는 것과 같다. 아기의 단단해진 발바닥은 바닥을 딛고 서는 법을 배웠다는 훈장이다. 작품은 소재가 정해지면 작가의 의도에 따라 해당 소재의 적절한 가공과 마감이 더해져 완성으로 간다. 우리가 만났던 소재를 들여다보면, 소재의 성장에는 가공이라는 요소가 운명처럼 스며든다.
소재의 성장 모습은 곧 작가 자신의 성장이기도 하다. 작가는 어떤 힌트를 얻어서 해당 소재를 지금의 작품으로 개발했을까? 어떻게 방향을 정했을까? 그 과정에서 했던 생각은 무엇일까? '소재는 커서 무엇이 될까?' 책은 이런 한 켠의 퍼져있는 단상을 씬에 담았다. 성장 파트는 저마다의 가공법으로 소재를 성장시킨 총 6팀의 작가들이 등장한다.
1)재활용 플라스틱은 프레스 기계로 눌려 종잇장처럼 얇아지고, 구조를 잡기 위한 목재나 금속 하지 없이 케이블 타이만으로 엮여져 소파가 된다. 2)식물성 무두질 가죽은 물 성형이라는 가공법을 만나 일렁이는 새로운 자아로 탄생한다. 3)점토는 3D 프린팅 가공으로 늘어지는 듯한 독특한 쉐입의 공예품이 되었고, 4)몰드 블로잉과 와이어 기법으로 만들어진 유리 작품은 작가의 수련했던 시간과 서사를 엿볼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5)재활용 직물은 일상의 사물에서 실을 발췌해 직조라는 가공을 통해 감상할 수 있는 결과물이 된다. 6)수세미 또한 물에 불려지고 염색되고 꿰매져 제 쓸모를 찾는다. |
|
|
가죽
샤토엔트는 무대디자인을 전공한 2명의 작가로 구성된 팀이다. 초반에 작품의 방향을 잡기 위해 각자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글로 작성해 나눴다. 이를 여러 번 거르고 조립한 끝에 '일렁임'이라는 키워드를 도출해 냈다. 키워드는 가죽을 물에 담가 불린 후 원하는 모양으로 접어 성형하는 방식으로 시각적 형태로 작품에 구현됐다. 익숙한 가죽이라는 소재의 새로운 얼굴을 끌어낸 시도는 의외로 협업에서 출발했다. |
|
|
|
특징 물 성형으로 만든 식물성 무두질 가죽의 일렁임
한줄코멘트 가죽에 선사하는 제 2의 인생 |
카테고리 가죽
접근성(1-5) 3
친환경지수(1-3) 2
첫만남 23년도 신설동 가죽매장에서
소재 예시 식물성 무두질 가죽 |
|
|
수세미
예지님은 수세미의 물과 만났을 때 유연하게 부풀어 오르는 점에 흥미를 느꼈다. 스펀지처럼 수세미의 거친 텍스처가 부드러워질 거라 예상하지 못했는데 그 반전이 재밌었다. 소재를 다루는 방식과 툴은 텍스타일에서 차용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수세미는 마치 원단처럼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 짜임으로 엮거나 땋아서 패턴을 만들 수 있고, 형태를 잡으면 바스켓이나 조명 갓과 같은 조형물이 된다. 요즘은 등나무 같은 타 재료와 수세미를 결합해 수세미의 더 넓은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
|
|
|
특징 수세미를 해체하고 물에 불려 다림질, 미싱 가공
한줄코멘트 수세미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 없는 리빙 작품 시리즈! |
카테고리 천연
접근성(1-5) 3
친환경지수(1-3) 3
첫만남 22년 새해, 이집트 물품 코너에서
소재 예시 수세미, 식물 섬유 |
|
|
유리
수진님은 보라와 연두색을 사랑해 작업에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수업을 들으며 익숙한 도자에서 유리로 재료를 바꿔 작업하기 시작했다. '쌓아진 태도'는 4cm 크기의 사각 큐브와 그 안의 유리 곰돌이 피규어를 보고 보존의 의미를 생각하며 나온 작품이다. 처음 유리를 궁금해하고 시도하던 모습이 사각의 유리블록에 각기 다른 기법과 재료로 표현되어 담겨있다. |
|
|
|
특징 몰드 블로잉과 램프워킹으로 만든 각기 다른 사각 블록
한줄코멘트 다양한 유리 기법과 노력한 시간이 총망라된 연대기적인 작업 |
카테고리 천연
접근성(1-5) 2
친환경지수(1-3) 2
첫만남 22년도 전공 수업에서
소재 예시 조형유리, 웨이브, 슬럼핑 |
|
|
점토
클레이 3D 프린팅(LDM) 기법으로 제작한다. 20년부터 아이디어를 구상해 21년 작업을 시작, 모든 과정을 아카이빙했는데, 실패의 기록들만 사진으로 2,500장 이상이 쌓였다. 3D 프린터를 개조하고 때론 만들기도 하고, 부품과 소모품을 부지런히 관리하며 작업한다. 프린팅 과정에서 노즐이 경로를 벗어나면 중력 방향으로 흙가래가 길게 늘어지는데 이를 이용한 디자인이 스튜디오 산도의 시그니처이다. |
|
|
|
특징 3D프린팅으로 만드는 세라믹 공예
한줄코멘트 한땀한땀 손으로 만들지 않았음에도 느껴지는 공예의 품위 |
카테고리 천연
접근성(1-5) 2
친환경지수(1-3) 2
첫만남 20년도에 LDM프린터를 접하며
소재 예시 흙 플라스터, 벽돌, 타일, 세라믹 |
|
|
직물
날실과 씨실, 두 개의 선이 교차하며 만드는 직조의 매력은 실에서부터 발현된다. 윤주님은 리넨과 해양 폐기물, 쌀 포대, 버려진 노끈 등의 폐기물을 실로 사용해 직물을 엮는다. 직접 어촌에 방문해 구한 폐그물을 하루 종일 세척하고 정리해 재료로 만들고, 직조의 방식으로 엮여 있는 쌀 포대는 다시 풀어 실로 사용한다. 각기 다른 소재의 직물 컬렉션을 보고 있자면,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재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
|
|
|
특징 일상의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여 직조한 남다른 촉감의 직물
한줄코멘트 낚싯줄, 폐어망, 쌀포대 등 일상의 켜를 직조하는 베틀러 |
카테고리 재활용
접근성(1-5) 2
친환경지수(1-3) 3
첫만남 19년도 여름, 텍스타일 수업 때
소재 예시 지사벽지, 직물 |
|
|
재활용 플라스틱
재성님은 공간 디자이너로 풍선, 패브릭, 은박 등 프로젝트에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고 평소 관심 있는 소재를 근처에 두고 집요하게 관찰한다. 노플라스틱선데이 워크샵에서 프레스로 판재를 만들었는데, 이 유연한 플라스틱 판재를 보고 가죽을 떠올렸다. 딱딱하지 않은데, 완전히 푹신하지도 않은 의외의 물성이 꾹꾹이를 부른다. |
|
|
|
특징 책받침같이 얇은 패널에 가죽 공예 기법을 적용
한줄코멘트 호기심과 사소한 실험이 차곡차곡 쌓인 귀납적 시간의 집약체 |
카테고리 폴리머
접근성(1-5) 3
친환경지수(1-3) 3
첫만남 2019년 프레셔스 플라스틱을 접하며
소재 예시 노플라스틱선데이, 우쥬러브, 로우리트콜렉티브, 제4의 공간 등 |
|
|
소재는 커서 무엇이 될까? 책 나왔어요!
콩크에서 '소재는 커서 무엇이 될까?'라는 타이틀로 책을 만들었습니다. 23년 콩크 디자인 위크에 나왔던 작가 21팀의 작업 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엮었어요. 작가분들이 소재를 정하고 작품에 접근하는 방식, 의도와 목표, 소재에 대한 개론, tmi 등 현재 한국 소재 씬의 맥락을 한번에 훑을 수 있는 귀한 자료입니다. 현재 텀블벅에 프로젝트가 열렸습니다!!🤗 많은 관심과 공유 부탁드려요! 이어지는 소커무될 2화, 3화 뉴스레터에 반전, 만남 파트의 작가와 소재가 소개될 예정입니다. |
|
|
드디어 콩크의 정식 출판물이 나오네요. 하반기 시작인 7월에 맞춰 알릴 수 있어 기뻐요! 레터를 읽다 보니 궁금한 점이 생겼다 혹은 이런 내용이 더 있으면 좋겠다, 기타 콩크와 <소.커.무.될>을 위한 응원의 메시지를 피드백으로 작성해 주세요. 메시지 하나 하나가 콩크 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
|
콩크conc@concseoul.com서울 마포구 양화로6길 50, 3층수신거부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