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7 vol. 50
안녕하세요 반디님, 곰보금자리프로젝트 활동가 최태규입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 활동가 최태규입니다. 겨울과 함께 찾아온 일상의 흔들림이 오늘에서야 일단락되고, 우리의 혼란스러운 일상도 조금 진정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엄동설한을 거리에서 보내야 했던 시간은 팬데믹 수준의 내란성 독감과 집중력 저하를 던져놓고는 어김없이 흘러갑니다. 싸움이 끝난 것 같다가도 평온은 늘 다시 깨어지고 숱한 갈등과 부대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인 것 같습니다. 그저 평온을 향해 가는 길을 내내 찾는 것이 우리의 일이 아닌가 합니다.

캄캄한 겨울 밤 얼음장 같은 길바닥에 앉아 곰의 겨울을 생각합니다. 그 겨울잠을 생각합니다. 철문이 땡땡 얼어붙는 추위가 오면 곰을 굶기고, 밥이 들어오지 않자 굴 속으로 자러 들어가는 곰을 생각합니다. 겨울잠은 분명 곰에게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자연스러움이라는 삶의 조건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인위적 공간에서 자연스러운 추위와 굶주림을 곰에게 준다는 것은 곰의 복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늘 조마조마한 일입니다. 우리는 짚을 한가득 넣어주고 CCTV로 겨울잠의 매분 매초를 확인하지만, 쏟아지는 졸음과 허기를 곰은 무엇으로 느끼는지 정확히 알지 못해 그저 기록하며 시간을 흘립니다.

어떤 삶이 곰과 인간에게 살 만한 삶인지 아마 우리는 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저 법으로 정해 동물과 인간에게 보장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삶의 질이란 것과 각자가 지향하는 평온 혹은 축제 사이에서 끝없이 부딪치고 싸워야 할 것입니다. 인간의 삶에서 싸움이 끝나지 않는다고 하여 갇힌 동물에게도 그런 삶을 줘도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싶은데요. 결국 올해도 결론은 손에 쥐지 못한 채, 곰들을 등에 업고 길을 찾아가다가 흘러갈 것 같습니다. 그 여정을 곁에서 지켜봐주셔서 항상 고마운 마음입니다.

* p.s
   반디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위한 애칭으로 반달가슴곰 + 버디(Buddy)를 합친 단어
🐻 NEWS
✔ 두 번째 긴긴밤

화천 곰들 세상의 긴긴밤이 시작되었습니다.
한번 해 본 일이라고 이번 겨울잠 준비는 지난번보다 좀 더 수월하게, 좀 덜 불안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화천의 혹독한 겨울을 견딜 수 있을만큼 뚱뚱하되 비만이 되지는 않도록 매달 혹은 2주에 한번씩 곰들의 체중을 재며 식단을 조절하고 곰들의 상태를 지켜봤습니다. 그렇게 가을 내내 열심히 먹이며 살 찌운 덕에 곰들은 일년 중 가장 풍족한 몸으로 겨울잠을 시작했습니다. 겨울잠을 준비하는 곰들의 똥에서 여러마리의 기생충이 나오는 것을 보며 지난번 동면 준비과정에서 보았던 곰들의 몸의 변화를 다시금 실감했습니다. 곰이라는 동물이 어떤 리듬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 눈으로, 몸으로 익히는 경험들이 제게 쌓이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합니다.
먹이를 끊고 살을 에는 듯한 강추위가 찾아오자 모든 곰들은 잠에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따금 탱이에서 벗어나 눈을 핥아 먹거나 볏짚을 모으며 탱이를 재정비한 후 다시 잠에 빠집니다. 돌보는 인간들은 CCTV를 통해 곰들의 변화를 관찰하며 곰들의 두 번째 겨울잠을, 긴긴밤에 빠진 곰들의 세상을 들여다보려합니다.

- 곰들의 겨울잠 모습 함께 보기👆

📑 곰보금자리프로젝트의 2024년 돌아보기
✔ 화천 곰들은 잘 지냅니다
지난 겨울 화천에서는 처음으로 겨울잠을 시도했습니다. 곰에게 겨울잠은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독한 추위와 우리 상상의 영역 밖에 있는 허기를 견뎌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야생동물에게 자연스러운 삶이 인위적 환경에서 의도적으로 주어질 때,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던 동물복지가 저해될 수 있습니다. 결국 곰들은 모두 무사히 깨어났지만 그 겨울잠 시간이 곰들에게 어땠는지, 아마도 우리는 영원히 정확하게 알 수 없을 것입니다. 비단 겨울잠 자는 시간이 아니라도 우리의 ‘보호’는 내내 그럴지도 모릅니다. 다만 우리는 곰들이 보내는 신호에 최선을 다해 반응하며 화천에서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계절을 보내고 다시 겨울잠 준비 중입니다.
✔ 사육곰 농장 조사
2019년 전국 사육곰 농장을 조사했고, 2024년에 다시 한번 농장을 돌았습니다. 5년 만의 조사에서, 곰도 농장도 사라지는 중이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세상이 알지 못하는 어느 구석에서 탄생과 죽임, 처절한 생존이 반복되고 있었고, 우리는 그것을 고스란히 기록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철창 바깥에서 사람들이 법을 바꾸고 사육곰을 보호할 거라고 기사를 쓰는 동안, 철창 안의 곰들은 아무런 희망을 갖지 못한 채 다시 하루를 견디는 중이었습니다. 사육곰 산업의 불법화를 불과 1년 앞두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눈빛과 숨소리를 세상에 전하는 발표회도 열었습니다.
✔ 동물권행동 카라와의 연대 중단
저희는 동물권행동 카라와 함께 2021년 화천의 곰들을 맡아서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상근활동가 한 명 없는 작은 단체였기 때문에 큰 단체의 연대가 필요했습니다. 3년여 동안 카라 활동가들은 몸을 아끼지 않고 화천을 드나들며 화천의 보호시설을 저희와 함께 꾸렸습니다. 그러나 지난 해 카라에서는 동료활동가들에 대한 노동탄압 사태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우리는 동료활동가들이 조직한 노동조합을 지지하며 카라의 지원을 거부하고 연대를 중단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카라는 아직 민주적인 조직을 만들지 못하고 노조를 만든 활동가들을 탄압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제 자리로 돌아오는 시간을 기다립니다.
✔ 푸바오 논란과 에버랜드에 대한 항의
에버랜드는 중국에서 임대한 판다를 번식시켜 ‘푸바오’라는 대스타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그 유명세와 상업적 이용만큼 잘 돌보지는 못했습니다. 푸바오 팬덤은 단지 전시동물을 소비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전시동물의 복지를 걱정하게 되었고, 우리도 그 우려를 함께하며 에버랜드에 항의했습니다. 그 후 푸바오는 중국으로 옮겨져 여전히 전시되고 있고, 에버랜드 역시 상업적 전시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물 팬덤이 동물복지에 관심이 갖기 시작한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 여러분과의 만남을 좀 더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강의와 영화<생츄어리>GV, 화천 방문 행사 등으로 여러분과 직접 만나는 기회를 더 자주 만들었습니다. 어느 해보다 “직접 만나서 반갑다”는 인사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곰 돌보는 3.5명과 사무국 1.5명이 만들 수 있는 최대한의 만남이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성장하고 상근활동가가 늘어나면 여러분과 반갑게 만날 날이 더 많아질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 12월의 화천곰
활동가들이 정성스럽게 담은 12월 화천곰의 모습을 반디님께 나눠드려요!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네이버 블로그에 더 많은 사진들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

💌 곰 돌보는 인간들 ep.06 화천의 겨울 채비

새햐안 눈으로 뒤덮인 화천 곰들의 보금자리 ❄️

곰들은 겨울잠에 들기 전
마지막까지 열심히 배를 채우며
푹신하고 포근한 탱이를 만들었고요 😪

활동가들은 곰들의 볏짚을 챙기고
사무실 누수를 막기 위한 천막도 치며
추운 겨울을 꼼꼼하게 대비해요 💪

화천의 곰들, 그리고 곰 돌보는 인간들의
겨울 채비 모습을 함께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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