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좋아하지만 아주 어린 시절부터 영웅 서사를 좋아했던 것 같다. <우뢰매> 시리즈 부터 <후레쉬맨> 같은 특촬물을 보면서 영웅들의 위기와 악당들이 당하는 모습을 굉장히 챙겨봤다. 중학생이 된 이후 비디오 가게에 들락거리면서 여러 비디오를 빌려보게 되면서 여러 액션 스타들을 만나게 되었다. 스티븐 시걸, 척 노리스, 브루스 윌리스, 실베스타 스탤론, 룬드 돌프그랜, 장 끌로드 반담 같은... A급과 B급을 오가는 액션 배우들의 영화들은 그 시절 추억이 되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여러 영웅 영화들을 보고 있지만 그 당시 만큼의 통쾌함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시대와 환경이 복잡해진 만큼 액션 영화들도 복잡해졌고, 주인공들이 느끼는 긴장감을 같이 느끼기는 하지만 뭔가 통쾌함까지 느끼기에는 어려워진것 같다. 물론 오랜 시간 많은 액션 영화를 봤기 때문에 원하는 감각이나 기대하는 완성도가 더 높아진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액션 영웅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미국 영화 속에 있다. 어린이 특촬물을 제외하면 떠오르는 한국 영웅이 없다. 가만히 생각해봐도... 진짜 없다. 한국적인 감성을 담기만 하면 통쾌함은 없어지고 복잡하고 우울한 영웅들만 남는다. 약간은 예술영화의 이야기에 영웅 서사를 덧데어 만든 것 같은 느낌이다. 

2017년에 처음 등장한 <범죄도시>에는 마석도 형사라는 인물이 나온다. 마석도 형사. 영웅이라고 하기엔 외모는 동네 아저씨 같고, 어떤 때는 우스꽝스럽게 보이기 까지 한다. 하지만 그가 주먹을 휘두를 때 둔탁한 소리를 내며 그 주먹을 맞은 악당이 저 멀리 나가떨어진다.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면서 마형사는 사람들의 영웅이 되었다. 

이 영화가 흥행하는 건, 과거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통쾌함을 느끼게 해줬기 때문일 것이다. 큰 위기를 맞지만 언제나 악당에게 묵직한 펀치를 날리고 수갑을 채운다. 아무렇지 않게 악행을 하는 무지하게 나쁜 놈을 정의로운 형사가 혼내준다는 아주 단순한 이야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뻥 뚤리게 하는 것 같다. 

나 역시 그런 감정을 느꼈다. 아주 순수하게, 아주 단순하게 악당을 응징하는 한국 영웅이 등장한 것이다. 여기에 추리나, 복잡한 사회적 관계 등이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래서 더 악당 응징에 집중하게 되고, 그 통쾌함을 오롯이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미국 영웅이 아니라 한국 영웅의 등장이 무척 반갑다. 악당이 등장할 때 저 나쁜 놈이 마석도 형사에게 어떤 식으로 혼이 날지가 궁금해지게 만든다. 

그가 휘두른 정의의 주먹이 얼마나 관객의 호응을 받을지 모르겠다. 마석도 형사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고 아마도 향후 몇 년 동안은 (적어도 2-3년) 이 마석도 형사의 주먹을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또 보러 갈 것 같다. 아주 어린시절 영웅영화를 보던 그 시절처럼.

마블에 등장하는 영웅들 중에 캡틴 아메리카를 가장 좋아한다. 스파이더맨은 아직 어린 청소년이고, 아이언맨은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여러 영웅들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보는 반듯한 이미지는 캡틴 아메리카 뿐이다. 순수하게 전쟁 중 자신의 국가에 기여하고 싶어한 그는 왜소한 몸을 키우기 위한 실험체도 마다하지 않는다. 완전한 정의의 사도의 마음가짐이 그런 것 아닐까. 

누구나 정의로운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친구들이 싸우면 누가 더 맞는지를 가려내려 애썼다. 하지만 그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 내 아이가 친구들과 잘 놀다가 갑자기 싸우는 경우가 있다. 아이들이 내게 달려와 자신의 억울함과 속상함을 이야기하지만 누구 편을 들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여기서 정의로운 판단을 할 수는 없다. 어쩌면 이런 일상의 문제들은 사소한 것이기 때문일수도 있다. 

캡틴 아메리카는 더 높은 레벨에서 정의라는 걸 바라보니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런 정의의 실체가 있을까 라는 궁극적인 질문으로 돌아오게 된다. 세상에 그런 정의는 거의 없는 것 같다. 특정한 사건이나 일이 해결될 때 가끔씩 정의가 실현되었다는 느낌을 받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내가 상상하는 정의는 내 머리 속에만 존재할 뿐이다. 대체적으로 싱겁게 끝나거나 흐지부지 된다. 

마블 시리즈 속 캡틴 아메리카는 자신이 믿는 방향으로 그대로 직진한다. 그것도 그냥 직진하는 것이 아니라 힘있게 직진한다. 그 정의가 진짜라고 확신하는 것이다. 주변인물들 때문에 흔들리긴 하지만 그가 믿고 있는 신념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그가 정의의 사도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가 자신의 친구를 보호하기 위해 아이언맨과 대립하게 되는 그 순간은 내가 보고 있는 캡틴 아메리카의 정의가 깨어지는 순간이었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대립에서 대부분 자신의 편을 정했지만, 이 안에 정의는 없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사연 때문에 각 인물들의 감정과 생각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의 충돌이 무척이나 안타까웠고 한 편으로는 혼란스러웠다. 

결국 현실에서는 그런 정의를 찾기 어렵다. 나 자신도 아이에게는 영웅처럼 보일테지만 아이가 조금 더 크면 내가 그런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금방 깨닫게 될 것이다. 정의의 사도인 캡틴 아메리카도 결국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충실한 그저 그런 한 사람일 뿐이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무엇을 믿고 그 방향으로 힘껏 직진하느냐다. 그것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그 정의가 인정될 것이다. 그럼 적어도 주변 사람들에게는 내가 정의의 사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어린 시절에 포켓몬이 한참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사실 그때 난 포켓몬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별로 관심이 없었던 애니메이션이었고, 이 이야기가 그렇게 오래 지속될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슬램덩크>도 완결이 되었고, <드래곤볼>도 완결이 되었다. <원피스>가 아직 완결되지 않았지만 <포켓몬스터>는 내 시야에서 점점 멀어지기만 하는 애니메이션이었다. 중년의 나이가 되기까지 피카츄만 알고 나머지는 잘 모르는 이야기였다. 

아이가 7살이 되자 포켓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마침 아이들 사이에서 포켓몬 빵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띠부실을 모으는 것을 시작으로 여러 포켓몬 과자와 사탕들이 나오면서 열쇠고리, 스티커, 팽이 같은 온갖 장난감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 아이도 넷플릭스에 올라온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을 보기 시작했다. 나도 덩달아 보게 되었고, 포켓몬 게임까지 그 범위를 확장하면서 나와 아이는 같이 컨텐츠를 보고 게임을 하며 같이 포켓몬 공부를 하게 되었다. 

오히려 아이가 나에게 여러 포켓몬의 이름과 기술을 알려주는 경지에 도달했다. 포켓몬에 등장하는 엄청난 능력의 포켓몬들은 아이에게 영웅이나 다름 없었다. 아르세우스, 펄기아, 디아루가 같은 신적인 포켓몬이 등장할 때 아이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나왔다. "펄기아!!" 라며 대단한 포켓몬이 게임에 등장하면 무조건 잡아야된다며 게임 속 하이퍼볼(2번째로 좋은 포켓몬 볼)을 꺼낸다. 그리고 잡으면 그렇게 좋은 일이 또 없다. 

포켓몬 이라는 컨텐츠가 왜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아이들의 사랑을 받을까. 가만 생각해보면 그건 다양성 때문인 것 같다. 정말 다양한 포켓몬이 등장한다. 각기 가지고 있는 능력이 다르다. 피카츄는 전기 능력을 가지고 있고, 눈설왕은 얼음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런 특성에 따라 약점과 강점이 결정된다. 완벽한 포켓몬은 없지만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가장 가지고 싶은 포켓몬은 있다. 그 포켓몬을 잡고 활용하면서 자신만의 포켓몬을 만들어나간다. 수시로 변하는 아이들의 생각에 따라 최애 포켓몬을 바꿀 수도 있다. 

그런 다양성은 아이들이 포켓몬을 자신들의 애완동물로 아니면 영웅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자신만의, 자신에게 맞는 포켓몬을 선택할 수 있으니까. 나도 덩달아 내가 좋아하는 포켓몬을 선택하게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피카츄가 가장 좋은 것 같다. 아주 강력하진 않지만 포켓몬 트레이너와 정서적인 공감능력이 뛰어나고 똑똑하다. 그래서 인형뽑기 기계들 가운데 피카츄가 있으면 꼭 그것만 뽑으려고 한다. 그래서 집에도 피카츄 인형만 여러개가 있다. 

아마 포켓몬스터는 계속 꾸준하게 인기가 있을 것 같다. 지금 애니메이션은 끝이 났지만 여러가지 다른 형태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게임이나 캐릭터 영역에서 끊임 없이 만들어낼 것들이 있다. 지금 아이들의 영웅이자 친구이지만 나에게도 꽤나 의미있는 친구들이다.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준 포켓몬들이 고맙게만 느껴진다.  

영화 <플래시>

디즈니·픽사의 놀라운 상상력! 
올여름, 세상이 살아 숨 쉰다 

불, 물, 공기, 흙 4개의 원소들이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
재치 있고 불처럼 열정 넘치는 ‘앰버'는 어느 날 우연히
유쾌하고 감성적이며 물 흐르듯 사는 '웨이드'를 만나 특별한 우정을 쌓으며,
지금껏 믿어온 모든 것들이 흔들리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데...

님 이번 주는 어떠셨나요?

한국에도 꾸준히 이어지는 영웅 시리즈가 탄생한 것 같아요. 

<범죄도시3>는 무척 빠르게 천만 영화가 될 것 같죠. 

아마도 사람들은 정의가 악당을 물리치는 모습을 꽤나 보고싶어한 것 같아요. 

엄청나게 목말랐던 것 같거든요.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서도 그런 정의 실현을 볼 수 있죠. 

정의라는게 현실에서는 무척 복잡하긴 하지만요. 

아이들에게는 자신 만의 정의를 실현하는데 도움을 주는 포켓몬스터들이 정의의 사도처럼 보일 거에요. 

아이때문에 저도 푹 빠져버린 여러 포켓몬스터들이 영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주는 이런 이야기들을 보며 생각을 정리해 보았어요. 

제 글이 좋으셨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꼭 추천 부탁드립니다! 

많은 분들에게 추천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그럼 다음 주에 다시 메일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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