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임장을 해야만 알 수 있는 비하인드'에 집중해 볼게요. 날도 좋아졌으니 다들 주말 '임장' 나들이 아시죠? 😉
갭투자를 예로 든다면,
당장 집을 구매할 수 없는 두부는 갭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갭투자(전세끼고 매매)하는 입장에서 호가와 더불어 눈여겨 보는 것이 전세가입니다. 10억짜리 아파트에 전세가가 높을 수록 당장 내가 필요한 돈은 줄어드니까요.
두부는 호갱노노에서(절대 호갱노노 광고 아님) 매매가/전세가/갭가격을 미리 설정해서 필터링을 합니다. 최근 서울에서 적당히 괜찮은 물건을 보려면, 갭이 적어도 5억 전후로는 있어야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두부가 5억 있다는 건 아니고요(있고 싶어요), 이건 단지 '임장'을 위한 세팅으로 보시면 됩니다.
갭이 적은 곳과 큰 곳의 차이
갭이 적다는 건 그만큼 전세가가 높다는 의미! 그럼 어떤 집이 전세가가 높을까요?
우선 전세는 '실거주' 의미가 커요. 학군이 좋다거나, 역세권이거나, 직주근접 등 실거주로 편한 곳이지만 매매하기엔 너무 비싼... 그런 곳에 전세로 들어가기 마련이죠. 인기가 높으면 전세가가 높을 수밖에 없고요.
지난 번에 두부가 마포쪽 임장 얘기를 했죠. A아파트와 B아파트는 붙어 있어요. A아파트 입지가 상대적으로 좋기에 집값은 더 비싸요. 그런데... A아파트 전세가는 B보다 더 낮은 거예요! 매매가는 높은데 전세가는 낮다?
이럴경우, 입지가 좋다하지만 아주 크게 차이가 있지 않은 이상, 전세로 따질 때는 '더 신축인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아무래도 내 몸이 들어갈 살 집인데 이왕이면 젊은 아파트가 더 좋잖아요. A아파트는 연식이 30년 가까이 되고, B아파트는 약 10여년 되다보니,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A아파트 매매가는 더 높지만 전세가는 더 낮은거죠. 그래서 이 아파트 갭투자는 조금 힘듭니다.
역세권 위주로 둘러볼게요
오늘 메인 동네는 상도역, 숭실대입구역 부근입니다. 연고가 없기에 낯선 동네지만, 어차피 대한민국 땅이니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요. 간혹 집을 구할 때 익숙한 곳만 찾는 분들이 있어요. 개인마다의 취향이지만, 갑자기 외딴 섬으로 가는게 아니라면 이 동네 저 동네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그래야 부동산 보는 눈을 키울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투자를 할 때 왜 대단지 아파트를 선호하는지, 왜 초품아를 따지는지, 역세권이 집값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등은 직접 살아봐야 더 잘 보이거든요.
이번에 찾아간 동작구 상도동이 바로 위 포인트가 해당하는 곳이에요. 역시 아파트 이름을 말할 순 없지만, 00 아파트의 경우 대단지이고(거의 천세대) 그나마 평지이며(상도동은 대부분 언덕임) 역에서 5분이 채 걸리지 않고 초품아입니다. 아파트도 브랜드고요.
임장을 간 날 아파트 단지 내 아이들 소리가 우렁차고 학부모들이 군데군데 대화 나누는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초품아이기 때문에 아이 키우기엔 괜찮을 거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세가가 왜이리 높지?
두부가 현재 임장 다니는 아파트 기준은 최고점 대비 2~30%는 빠진 곳이에요. 최고점은 집값이 폭등했던 2021년 전후예요. 이건 그냥 두부 느낌인데요, 적어도 저 정도 빠져야 지금 들어가기에 어느정도 논리적(?)이며, 혹여 또 다시 불장이 온다면 '적어도 저 정도까지는 올라가겠지'란 기대심리가 작용합니다.
00아파트는 이에 부합했는데요, 우선 전세가가 꽤나 높아요. 주변 다른 아파트들은 전세가 5억 한다면, 00아파트는 7억에서 8억까지 가는거예요.
갭가격이 맞아 관심을 보이던 찰나, 유독 부동산 중개인이 두부에게 적극적입니다. 저층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뷰 안 나온다, 이쪽 길로 나가면 역이 바로 나온다, 이 가격에 앞으로 못 산다' 등등... 두부도 적극적으로 응대하니 정말 살 것처럼 보였나봐요. 이런저런 구체적인 얘기까지 해줍니다. '그런데 이 집이 융자가 많이 끼었어요'라고요. 어차피 매매 시 융자금 다 갚는 조건으로 진행할테니 큰 무리 없겠다 싶지만 대체 얼마나 많이 끼었길래 라는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중개인 말로는 '집값이 12.8억인데 융자가 11.8억이 껴있어요'라는 거예요. 응? 이게 가능한가??
가능한 시절이 있었다
조사를 좀 더 해보니, 그럴만한 사연이 있더라고요. 인근 동네 '방배 재건축'이 상도동 전셋값을 올려놓은 거예요(이건 나름 분석이고 실제와 다를 수 있음). 현재 방배동 일대가 여기저기 재건축 사업을 벌이고 있어요. 그렇다는 건 거기 살던 사람들이 이주비를 받아 다른 곳에 잠시 전세로 살아야 한다는 거죠. 방배동 살던 사람이면 인근을 떠나기 싫을 거예요. 그래서 상도역 부근으로 많이 이주했다 해요.
방배동 재건축이면 이주비가 적지 않게 나왔을 터, 그런 비용이 00아파트로 흘러들어오면서 전세가를 높입니다. 전세가는 또 매매가 상승을 부추기죠. 이때 갭투자 손들이 많이 달라붙은 건데요, 집값이 훅 떨어지면서 갭이 커져버린 겁니다.
10억 집에 전세 8억 끼고 내돈 2억만 들여서 샀는데, 집값 떨어지고 전세도 떨어지면서 세입자가 나간다고 하자 8억을 내줘야 합니다. 다른 세입자 돈 받아서 줘야 하는데 이제 전세가가 6억이 됐다면 2억의 갭이 더 벌어진 거니까요.
그렇게 못 버티는 물건들, 혹은 융자를 이미 너무 끼고 들어온 상태여서 더 이상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물건들이 여러채 나와있더라고요. 그래도 호가는 현 분위기대로 올려놓지만, 잘 팔리지 않으니 매물 보러 온 사람이 있다면 '더 깎아줄 수 있다'는 시그널을 계속 날립니다.
잊을만 하면 울리는 전화
임장을 마치고 중개인에 번호를 남기고 오면 한 동안 연락이 옵니다. 직접 봤던 매물 가격 더 깎아줄 수 있다... 혹은 더 괜찮은 매물 나왔는데 원하는 가격에 맞춰줄 수 있다... 등이에요. 앱 상에는 가격(숫자)만 나와있지 그 속사정은 보이지 않죠. 직접 발품 팔고 동네 분위기도 훑어야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앱에는 계속 10억을 고수하지만, 이렇게 임장하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보면 내가 원하는 가격까지 맞춰서 진행할 수도 있답니다. 왜?
매도인의 입장이 어떤지 알게 되면 내가 어느정도의 협상까지 가능하겠다는 그림이 보일 거예요. 아, 매도인이 지금 급하게 팔려고 하는구나 라고 하면 매수인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지겠죠.
오늘의 포인트✍️ 발품을 팔아야 뜻하지 않은 기회를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