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취재 노트
만약 우리에게 버터가 없었다면
by 태권동자 에디터 JM
영화 <줄리&줄리아>에서 등장인물들은 버터에 대해 곧잘 이야기한다. 이를 테면, ‘음식을 맛보면 항상 여기에 뭐가 들어갔냐 묻곤 하죠. 그 답은 항상 버터일 것입니다’라든가, ‘당신은 내 빵에 든 버터이자 내 인생의 숨결이야’라고. 영화에서 여러 번 언급한 것처럼 버터는 서양 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식자재다. 버터는 유목민이 남는 우유를 처리하기 위해 만든 유제품으로 시작됐다. 낙농업이 늦게 전수된 우리나라에는 버터를 중심으로 한 식문화가 한동안 어색했는데, 최근 SNS 상에서 ‘수제 버터 만들기’가 유행하며 버터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이 등장했다. 버터의 유행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해 9월, 성수동에는 피니싱 버터 전문점 버터팬트리가 들어섰다. 이곳의 박원지 대표에게 버터 이야기를 듣고자 버터팬트리의 노란 문을 두드렸다. 그녀의 삶에서 버터는 어떤 공간을 차지할까?
메모1. 버터의 일시적인 유행?
❓버터팬트리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버터팬트리는 간편하면서도 음식을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출발했어요. 저희가 판매하고 있는 제품에 ‘피니싱 버터(Finishing Butter)’라고 이름을 붙였는데요. 이는 식자재의 풍미를 극대화해서 요리를 완성하는 부스터 역할을 한다는 뜻이에요.
❓그럼 ‘피니싱 버터’는 원래 없던 단어인가요?
👉보통 외국에서는 이렇게 식자재를 혼합해서 만드는 버터를 ‘컴파운드 버터(Compound Butter)’라고 해요. 그런데 같은 의미로 피니싱 버터라는 말을 쓰기도 하거든요. 버터를 화룡정점으로 얹은 다음에야 비로소 음식을 완성한다는 의미가 좋아서 이 단어를 사용하고 있어요.
❓어떤 계기로 수제 버터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나요?
👉9년동안 백화점에서 공간 연출을 하는 VM(Visual Marketing)을 담당했어요. 직업이 직업인지라 새로운 곳에 다니거나 먹는 것도 좋아했거든요. 그러다 디저트를 좀 더 배우고 싶어 퇴사를 하고 학동역에 있는 나카무라 아카데미에 들어갔죠. 그곳에서 제과를 배우다 버터라는 식자재에 빠지게 되었어요. 버터의 종류가 엄청 다양한데 어떤 버터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구움 과자도 그렇고 요리도 그렇고 풍미가 달라지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지금 하는 일과 VM과 아예 관련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다른 길이잖아요. 회사를 그만둘 때 아쉬움이나 미련같은 건 없었나요?
👉사실 지금 하는 일에 회사에서 하던 것들을 다 써먹고 있어요. 콘셉트를 잡아서 공간을 연출하는 것도 결국 브랜딩이기 때문에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꼭 요식업이 아니더라도 무슨 일을 하든지 제가 원래 하던 일과 다 연결이 되더라고요.
메모2. 1인 기업, 성수동 핫플레이스
❓제품 패키지나 공간 등의 브랜드 콘셉트는 어디서 영감을 받았나요?
👉일단 버터와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애주가이기도 하고 버터랑 와인이 잘 어울리는 페어링이어서 와인까지 함께 판매를 하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포도 화환을 쓴 소 캐릭터가 탄생을 한거죠. 디자이너한테 일러스트 느낌의 소 그림을 원하는데, 와인도 판매하니까 소만 있으면 좀 생뚱 맞을 것 같다고 했더니 이렇게 화환을 씌워줬죠. 합이 잘 맞았어요. 내부 인테리어 같은 경우에는 이 공간이 좁기 때문에 외관에 포인트를 주고 싶었어요. 유럽에 있는 음식점이나 카페 파사드를 많이 참고했어요. 그러다 80년 전 영국에서 만든 빈티지 문을 만났어요. 빈티지 제품을 판매하는 분이 올린 걸 보고 바로 다음 날 가져왔죠. 국내 일반 문과 사이즈가 달라서 그에 맞게 프레임까지 씌웠어요. 세월에 살짝 벗겨진 버터 색상과 스테인드글라스가 너무 예뻐서 절대 포기할 수 없었거든요. 어딜 가든 이 문은 꼭 들고 다닐 거예요. (웃음)
❓최근에 수제 버터가 유행하잖아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한지 2년이 넘어가는데 아무래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집에서 하는 취미 생활을 찾는 것 같아요. 버터의 인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