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순간>(감독 소준문)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71 〈빛나는 순간〉
8월 11일 오늘의 큐 💡
Q. 제주, 어디까지 알고 있니? 🍊

님! 인디즈가 쓴 글들은 인쇄물로도 많은 곳들을 찾아가고 있어요. 인디즈의 글이 가장 먼 길을 떠나 도착하는 곳! 바로 제주입니다. 제주의 두 독립서점, 무명서점과 언제라도북스에 인디즈 배포지가 슝 날아가고 있는데요✈️ '나도 여름휴가...!😭' 배포지를 따라 제주도에 가고 싶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 제주는 관광지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죠. 도민들의 안전한 생활을 위해 여행 욕심을 자제하게 되는 요즘인데요. 대신 오늘 제주의 삶을 담은 독립영화들을 가져와봤어요🌊

제주가 고향인 고두심 배우는 이 작품 제안을 아주 반갑게 맞이했다고 하죠. 힘든 시기에도 관객수 1만 5천명을 돌파한 고두심, 지현우의 멜로 영화! <빛나는 순간>을 먼저 소개해드릴게요.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만나게 된 제주 해녀 진옥과 서울 PD 경훈은 서로를 철저한 타자로만 인지합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각자의 아픔을 보게 되고, 두 사람의 감정은 새로운 차원을 향하게 되는데요. 단순히 '파격'이란 단어로는 담아낼 수 없는 두 사람의 빛나는 순간, 꼬옥 만나보시기를 바랄게요💖✨ 
<빛나는 순간>을 본 뒤 진옥의 삶이 궁금해진다면, 제주 해녀의 이야기를 긴 호흡으로 담아낸 다큐멘터리 <물숨>을 강력추천합니다📹 경훈이 찍었을 다큐를 상상하며 보신다면 더욱 재밌을지도요! 더불어 제주도가 배경인 최근 독립영화 세 편을 함께 소개하니 우리 모두 관광지 너머 제주의 모습을 조금 더 알아볼까요?🏝

그럼 영화로 제주 방언을 배운 인디즈 큐, 제주 사투리로 인사해보겠습니다. 님, 오늘도 속았수다예. 이녁 소랑햄수다🧡

사랑의 결말이 어떻든 빛나는 순간이 거기 있었음을
 〈빛나는 순간〉

아름다운 해변과 오름, 그림 같은 풍경으로 담아지는 미디어 속의 제주는 아마도 관광지로서 많은 이들의 마음에 남아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상징적인 공간으로서의 제주가 아닌, 제주가 가진 다양한 색을 담은 영화를 종종 마주치게 된다. 소준문 감독의 <빛나는 순간>이 바로 그러한 영화다. <빛나는 순간>은 그동안 흔히 봐온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은 그대로 한 채, 그 안의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발굴하여 담아냈다.
영화는 관광지로서는 비교적 많은 이들이 찾지 않는 삼달리의 해녀 마을을 공간적 배경으로 삼아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곳에서 일평생 해녀로 살아온 진옥(고두심)을 취재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PD 경훈(지현우)은 서울에서 제주로 내려온다. 제주 바다를 떠나본 적 없는 진옥에게 경훈은 그저 외부인에 불과하며 ‘방송쟁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경훈이 진옥의 매니저를 자처하며 진심을 보이자 서서히 진옥도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빛나는 순간>은 흔히 33살의 나이 차를 극복한 이른바, ‘파격적’인 멜로를 담고 있다고 소개된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흔한 말로 ‘숫자에 불과한’ 나이 차보다는 두 사람의 사랑을 그리는 방식이 더욱 눈에 띈다. 초반부에서 진옥과 경훈이 각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깨닫는 순간. 먼저 경훈이 진옥에게서 자신이 겪었던 아픔을 겹쳐 본다. 진옥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경훈을 향한 마음에 눈을 뜬다. 경훈이 샤워를 하는 모습을 우연히 마주한 진옥은 아마도 평생 동안 느껴본 적 없었을 욕망을 온몸으로 감각하며, 육체적인 감각으로서 먼저 사랑을 경험한다.
이는 진옥과 경훈이 처음 이야기를 나누던 초반과 비교해보면 더욱 재밌는 사랑의 시작점인데, 경훈이 다큐멘터리를 위해 진옥을 처음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눌 때만 해도 두 사람 사이에는 어떠한 섹슈얼한 긴장감이 없다. 경훈은 진옥을 인터뷰이로 섭외하기 위해 무작정 친근하게 굴며 덥석덥석 진옥의 손을 맞잡는 모습을 보인다. 억척스러운 70대 해녀 할머니 진옥을 비롯한 나이 든 여성을 무성적인 존재로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잘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에 뒤통수를 치듯 영화는 진옥에게 성적인 욕망을 느낄 기회를 선물하며 진옥이 사랑을 감각하는 방식을 표현한다.
(...)
이러한 사랑의 도입부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두 사람은 가까워지고, 영화의 중반부는 경훈과 진옥이 과거로부터 지녀온 아픔에 보다 집중한다. <빛나는 순간>이 두 사람의 멜로를 경유하며 말하고자 하는 또 다른 이야기는 사건 이후 남겨진 자의 삶에 관한 것이다. 
두 사람이 서로를 구조해주는 장면이 다양하게 등장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진옥이 방에서 혼자 앓고 있는 경훈을 찾아가 푸른 방 안의 분위기를 단숨에 열어젖히는 장면이다. 경훈의 공간을 둘러싼 심해와 같은 푸른 어둠에 햇빛이 스며드는 이 장면은 경훈과 진옥의 공유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설명하는 데에 가장 효과적이고 또 핵심적인 장면이다. 경훈의 슬픔이 바다의 푸른 빛이었다면 진옥의 슬픔은 산과 동굴로 숨었던 기억 속 초록빛으로 은유된다. 경훈과 진옥이 숲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한 장면에서 절묘하게 빛이 두 사람을 향해 새어 들어와 무지개를 만들어내는데, 이 역시 앞서 말한 장면과 마찬가지로 두 사람의 관계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연출로 다가왔다.

영화는 경훈과 진옥이 가진 국가적 사건으로 인한 아픔을 보듬으며 중반부를 지나, 결말부로 와서는 결국 다시 두 사람이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집중한다. 서로를 향한 감정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없는 주위의 시선에 두 사람의 사랑은 어쩔 수 없는 결말로 다가가지만 결말이 더 이상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다. 두 사람은 사랑을 통해 서로를 구조했고 사랑을 말하지 않고도 사랑을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움을 표현하는 노래 가사로, 상사화로, 숨비 소리로. 두 사람의 결말이 어떻든, 사랑을 말하며 빛났던 모든 순간을 기억하면서 진옥과 경훈은 살아갈 것이다. ‘살다보면 살아진다’는 영화 속 대사가 영화가 끝난 후에는 슬픈 감정으로만 읽히지는 않는다. <빛나는 순간>의 결말을 해피 엔딩으로도, 새드 엔딩으로도 쉽게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인디즈 정성혜
땅콩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도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 아무래도....땅콩🥜일 수도 있겠지만요. 여기 땅콩 아이스크림은 전혀 나오지 않는 우도 영화를 추천해드립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우리나라의 해녀 문화. 해녀들의 리얼 라이프를 만나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물숨>입니다. 물숨은 말그대로 물질에 들어간 해녀들이 물 속에서 참는 숨을 말하는데요. 순간의 욕심으로 물숨의 덫에 걸리면 그때부턴 해녀들에게 바다는 죽음의 공간이 됩니다. 무려 7년이란 긴 시간 동안 해녀들의 삶을 깊이 있게 바라본 다큐멘터리, <물숨>을 보시면 해녀와 바다, 그 깊고 넓은 세계를 알게 되실 거예요🌊 

제주 해녀의 삶을 그리다
<빛나는 순간>과 <물숨>

아름다운 제주 바다, 그곳에는 글보다 물질을 먼저 배우며 열여섯 살쯤부터 생계를 위해 바다에 뛰어드는 여인들이 있다. 해녀라 불리는 이들은 특별한 장치 없이 해녀복과 물안경만 갖추고 테왁(해녀들이 바다 작업을 할 때 쓰는 어로 용구)에 의존한 채 바닷속으로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한다. 해녀들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일평생 그곳을 벗어나지 못한다. 영화 <빛나는 순간>과 <물숨>은 숨을 꾹 참으며 살아가는 해녀들의 삶의 애환을 담는다.
 
<물숨>은 제주 해녀들을 7년 동안 지켜보며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해녀의 기량에 따라 상군, 중군, 하군으로 계층이 나뉘는 문화부터 각 인물의 사정까지 제주 해녀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물숨’은 해녀들이 물속에서 숨을 참다 한계에 도달해 들이켜는 숨으로, “잘라내지 못한 욕망의 숨”이다. 전복과 같이 좋은 해산물을 봤을 때 피어오르는 욕심은 해녀가 자기 숨의 한계를 잊고 바다에 머물도록 하는데, 이는 물숨을 먹게 해 목숨을 위협한다. 그 때문에 해녀들은 욕망 절제를 내면화한다. <빛나는 순간>의 진옥(고두심)은 자신에게 찾아온 사랑의 감정을 애써 감춘다. 그는 해녀인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서울에서 제주도로 온 경훈(지현우)에게 점점 마음을 열고, 서로 아픔을 보듬어주면서 사랑에 빠진다. 그렇지만 그는 물속에서 숨을 참듯 욕망을 억누른다. 진옥에게 경훈과의 관계는 마치 물숨을 먹는 것만 같은 일이다.
 
해녀들은 살기 위해 들어간 바다가 무덤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아이를 키우고 생활을 이어나가고자 향한 바다는 많은 해녀의 생명을 앗아갔다. <빛나는 순간>의 진옥과 <물숨>의 김정자 씨는 바다에서 딸을 잃었다. 딸을 데려간 바다가 원망스럽고 두려울 만도 하지만, 그들은 물질하지 않으면 살 수 없어 계속해서 바다에 몸을 담근다. 해녀들은 가족과 이웃의 죽음을 목격하며 물질하는 매 순간 목숨을 건다. 삶을 꾸려나가기 위한 비용을 목숨값으로 치르는 것이다. 이렇듯 두 영화는 제주 해녀로 살아가며 겪는 버겁고 아픈 경험을 세밀하게 다룬다.

인디즈 유소은
<물숨> 2019 | 고희영 | 81분 | 다큐멘터리
해녀 중에서도 가장 강인하기로 소문난 제주 우도 해녀, 그녀들은 말한다. 바다는 욕심에 사로잡히는 순간 무덤으로 변하지만, 욕망을 다스리면 아낌없이 주는 어머니의 품이 된다고. 생과 사를 넘나드는 바다의 여인, 해녀 언니들에게서 배우는 명쾌한 ‘숨’의 한 수!
제주 담은 독립영화, 하영 봅서!
🍊 <청춘선거>(감독 민병훈)
키워드: 난개발, 제2공항, 정치
제주 최초 여성 도지사에 출마한 만 32세 고은영. 바꾸고 싶어서, 바뀌고 싶어서 선거에 뛰어든 사람들. 맨땅에 헤딩하면 어떤가. 맨날 후달리면 어떤가. ‘청춘’을 유일한 ‘선거전략’으로 삼았다? 무모하지만 판타스틱했던 청춘들이 온다.
🍊 <파도를 걷는 소년> (감독 최창환)
키워드: 서핑, 이민자, 노동
제주에서 외국인 불법 취업 브로커 일을 하는 이주노동자 2세 김수. 폭력전과로 출소한 수는 사회봉사로 해안을 청소하다가 바다에서 서핑하고 있는 서퍼들의 모습에 빠진다.
쓰레기통에서 우연히 주운 보드를 가지고 무작정 바다에 뛰어든 수. 그런데 제주 서퍼 해나가 위험하다며 수에게 태클을 건다.
수는 서프숍을 운영하는 똥꼬와 서퍼 해나에게 천천히 서핑을 배우게 되고, 서핑에 빠져들수록 외국인 불법 취업 브로커 일은 점점 잊게 되는데…. 수의 새로운 제주 서핑라이프는 무사히 지속될 수 있을까?
🍊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감독 임흥순)
키워드: 4·3항쟁, 여성, 역사
이 영화는 1919년 대한민국임시정부 활동부터 1945년 해방과 분단, 1945~1948년 미소군정기, 1948~1954년 제주 4·3, 1950~1953년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시기 자주 독립과 하나된 조국을 꿈꿨던 정정화, 김동일, 고계연. 세 여성의 삶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갈라지고 흩어졌지만, 하나를 꿈꿨던 모두의 이야기. 우리는 끝내 이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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