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배제'의 배후 시나리오는
 Season 6  vol 65. 💡2026.8.14.~8.20.
 
‘왕의 친딸’ 놔두고 ‘36촌 양자’ 찾는 나라
처음 번역된 96세 페미니스트의 글
여성 대리운전 노동자, 서로의 ‘버팀목’이 되다
입주자님 안녕하세요! 플랫팀 김서영 기자입니다. 

플랫 레터로는 오랜만에 돌아왔는데, 공교롭게도 다음주 휴가를 떠나는지라 또 당분간 자리를 비울 것 같아요. 그렇지만 플랫은 계속 이어집니다!😻 

이번 주 플랫 레터도 각자 자기 자리에서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일본 왕실의 계승권을 두고 여러 반응이 나왔죠. 현 왕의 친딸 대신 36~38촌 남성을 양자로 들이겠다는 방안 때문이었는데요. 이러한 방안이 담긴 ‘황실전범’이 지난달 일본에서 집권 자유민주당(자민당) 주도로 통과됐습니다. 이전과 달리 방계 왕족의 남성 후계자를 양자로 들여 그 아들부터 후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해, ‘여성·여계 승계’를 완전히 배제한 것입니다.

그동안 일본 사회의 전체적인 방향은 ‘여왕도 가능하다’ 쪽으로 흘러왔습니다. 여론조사에서도 70~80%가 여성이 왕이 되는 것을 지지했고요. 그렇다면 자민당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왜 민심과 충돌하길 선택했을까요. 여기에는 ‘여성 총리가 여성이 왕이 되는 것을 막았다’ 이상의 ‘장기 시나리오’가 있다고 신기영 일본 국립 오차노미즈여대 교수는 분석합니다.

그 시나리오의 배후에는 묘하게 다른 자민당과 일본 왕실의 노선, 과거의 영광을 갈망하는 극우, 여계 세습은 절대 인정하지 않는 가부장주의 등이 자리하는데요. 대표적인 논리가 ‘만세일계 남계 전통’입니다.

신 교수는 “현 왕실의 후손이 대부분 공주이기 때문에 여제론을 위기라고 본 이들이 지난 7월 그 말을 갑자기 등장시켰다”고 분석했습니다. ‘만세일계’란 말 자체가 일상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이미 사어나 마찬가지인 말인데 자민당 내 극우가 정치적 목적으로 이를 되살렸다는 의미입니다. 다카이치 총리의 지지 기반도 극우이기 때문에 극우가 총리의 높은 인기를 이용했다고 신기영 교수는 분석합니다.

신기영 교수는 “(극우파의 주장은) 여성이 왕이 되는 것도 문제지만 정확히는 민간인 남성과 결혼하는 것, 민간인 남자의 ‘씨’를 받아 왕통을 이어가는 것이 안 된다는 뜻”이라고 했어요. ‘여왕이 낳은 아들이라 하더라도 결국 그 남편의 피가 이어진다’는, 극도로 가부장적인 관점입니다. 이 정도의 남계 혈통주의는 일본의 일반적 분위기와도 거리가 멀고, 그 결과가 곤두박질치는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양자를 들여 그 아들로 하여금 대를 잇게 하겠다는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있을까요? 신 교수의 견해는 ‘아니다’입니다. 그의 견해를 전합니다.

“600년 전 왕의 후손인 남성에게 갑자기 ‘왕실 양자가 돼라. 너의 역할은 결혼하고 아들을 낳는 것이다’라고 하면 누가 그러고 싶겠나요. 양자가 되고 싶은 사람도 그와 결혼할 여성도 없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종마론’이라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양자를 들여와 빨리 결혼을 시켜서 무조건 아들을 낳게 한 다음에, 그 아들을 ‘제대로 된’ 군주로 키우겠다는 (극우파의) 그림이 그려집니다.”

이 시나리오 속에서 왕족 여성의 지위는 오로지 재생산만을 위한 역할로 축소된 채 유지됩니다.

앞으로 정말 양자를 들이는 방향으로 굴러갈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일본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 일왕도 조심스럽게 우려를 표명했다는 점 등이 변수입니다. 일본 사회 극우화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일본 왕실 승계 문제를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선구적 페미니스트이자 노동운동가, 반인종주의 활동가인 셀마 제임스(96)의 글이 처음으로 한국어로 정식 번역돼 나왔습니다. <성, 인종, 그리고 계급>(갈무리)은 ‘여성의 자리’부터 60년 가까이 써온 글 중 주요 저작 30여 편을 모은 선집이에요. 


셀마 제임스가 ‘여성의 자리’를 발표한 건 무려 195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제임스는 미군용 라디오 공장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이자 비혼모였는데, 이 글에서 그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여성(주부)을 두고 자기 자신의 상사라고 말한다. 일의 속도를 재촉하는 사람도 없고, 얼마만큼의 일을 해내라고 명령하는 사람도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가장 무자비한 상사이자, 여성을 끊임없이 몰아세우는 실체는 바로 노동 그 자체다.” 


이 글은 당시 이름조차 붙지 않았던 ‘가사노동’을 가시화한 주요 저술로 평가받습니다. 


셀마 제임스는 1930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유대계 이주민 아버지, 공장 노동자 어머니 밑에서 태어나 뉴욕의 사회주의 공동체 속에서 성장했습니다. 1970년대부터 여성 운동과 가사노동 임금 운동의 핵심 인물로 활동했고, 여성의 무임금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자본주의 경제의 토대로 봤습니다. 


제임스의 시선은 백인 여성에 한정되지 않았는데요. 흑인, 이주민, 성매매 여성을 계급투쟁의 주체로 내세워 ‘영국 성판매자 콜렉티브’ 대변인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성·인종·국적·계급 등에 따라 다른 위치에 놓이는 여성들이 각자의 구체적 경험에서 출발해 서로의 투쟁을 연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과정에서 남성을 배제하지도 않았고요. 


“노동이나 이윤 추구 행위를 공격하지 않은 채 적을 가부장제-남녀 간의 권력관계-로만 규정하고 계급, 인종, 국적에 기반한 수많은 다른 권력관계를 무시하는 행태는 많은 페미니스트를 편협하고 냉정하며 인종차별적인 구석으로 내몬다.” 


이번에 나온 한국어판 서문에서 그는 “여러분이 이 운동에 가져다줄 새로운 통찰과 목소리를 기대합니다”라고 썼습니다. 


100세를 앞둔 페미니스트는 요즘의 페미니즘 물결을 어떤 심정으로 보고 있을까요. 그의 저작이 더 늦지 않게 한국에 번역되어 다행입니다.



“서로 얼굴을 보는 순간 눈물이 났습니다. 다들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모두 같은 삶을 살고 있었구나’ 하고 깨달았죠.” 

부산·울산·경남 여성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2022년 11월 7일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이름은 ‘여자만세’. 1년에 두세 차례 만나며 서로 위로하고 돌보는 시간을 보낸다고 하는데요. 첫 모임 때나 5년째 모임 때나 대화 주제는 변함이 없습니다. 모임을 제안한 이미영 대표의 말입니다. 

 “술에 취한 고객을 상대하면서 겪는 불안감, 외진 곳에 혼자 내려졌을 때의 두려움, 폭언이나 성희롱을 당했던 경험 등을 서로 털어놓았다.” 

술에 취한 고객을 상대하는 대리운전일에서 여성들은 폭언, 편견에 더해 이중의 위협과 고통을 겪습니다. 성희롱성 발언이나 외모 평가, 개인적 질문, 연락처 추궁 등도 흔합니다. 신체 접촉을 시도하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일도 있다고 해요. 

이 대표는 “일부 고객은 ‘여자가 운전을 잘하겠느냐’며 불안한 시선을 보내거나, ‘남자 기사를 보내 달라’고 한다”고 전했어요. 여성이라는 이유로 친절을 더 기대하거나 감정노동을 더 요구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회원들은 대부분 낮엔 다른 일이나 육아를 한다고 해요. 대리운전은 보통 저녁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건강 문제, 밤중에 안전한 화장실을 찾아야 하는 문제 등이 따라다닙니다. 대리운전 일을 그만두면 생계에 지장이 가기 때문에 쉽게 그만둘 수도 없습니다. 이런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주는 일을 공제회와 ‘여자만세’가 하고 있습니다. 

“혼자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같은 처지인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동체로 남길 바랍니다. 방문요양보호사, 가사관리사, 돌봄노동자 등 여러 직종의 여성노동자들과도 함께 연대하는 공동체로도 커가길 희망하고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사회를 지탱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더 폭넓은 연대의 길을 찾길 응원합니다. 

이번 주에는 최민서 인턴기자가 전 성평등가족부(당시 여성가족부) 차관 김희경 작가의 책을 소개합니다. '기획 노동'에 관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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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경, <이 일에는 이름이 없다> 


아이를 위해 밥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고 아이의 옷을 세탁하는 과정을 돌봄 노동의 영역이라고 할 때, 냉장고에 부족한 식재료가 있는지 살피고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할 일을 생각하는 걸 우리가 노동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아이가 다닐 유치원의 정보를 수집하고 가족 구성원과 의논하는 일은요?


돌봄을 측정 가능한 ‘행위’로만 바라본다면 이 지난한 과정들은 눈에 띄지 않을 겁니다. 이처럼 돌봄 노동과 살림 전반을 계획하고 정보를 찾고 일을 관리하고 배분하는 정신적 노동을 ‘기획 노동’이라 칭하고, 기획 노동의 수행 과정을 자세히 기록해 나간 책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이 일에는 이름이 없다>입니다.


기획 노동이라는 새로운 호명 방식은 숨겨진 노동을 조명하는 것을 넘어 그동안 노동의 영역에 포함되지 않았던 ‘돌봄을 가능하게 만드는 정신적 과정과 사고, 판단, 주의력’을 발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기획 노동을 포함한 돌봄은 몸과 마음을 쓰는 일에서 그치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며 필요한 일들을 설계하는 종합역량”인 것이죠. 계획과 조정은 어쩌면 눈에 보이는 집안일보다 더 큰 체력과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이 일에는 이름이 없다>는 책 제목처럼 보이지 않는 기획 노동은 그동안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사실 돌봄 자체도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했기에 돌봄에 내재한 기획 노동은 더더욱 눈에 띄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엄마가 아이를 돌보는 것은 모성 본능, 자녀가 부모를 돌보는 것은 효심, 장애인이 자기 돌봄을 꾸리는 것은 생존”인 것처럼 여전히 돌봄은 노동이 아닌 사랑, 감정, 본능의 언어로 불리니까요.


저자는 기획 노동이 오랫동안 인정받지 못한 것은 “오래된 성별 고정관념으로 여성의 일이라고 치부해 오면서 돌봄 자체를 본능과 감정만으로 바라본 관행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돌봄이라는 행위에 본능, 감정 등의 저평가 프레임이 붙어있기에 남성이 돌봄을 맡아도, 장애 당사자가 홀로 삶을 살아가도 기획 노동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육아 휴직 등을 비롯한 각종 제도를 통해 돌봄 노동의 물리적 시간은 평등해졌을지도 모르지만 자녀 양육과 교육 과정을 설계하는 기획 노동의 영역은 여전히 여성의 몫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육아 정보의 기본 소비자를 거의 항상 여성으로 상정하는 정보 환경”을 이야기합니다. 출산 의료비를 지원하는 국민행복카드의 통합 전 명칭이 ‘고운맘카드’인 점이나 육아 플랫폼의 이름이 ‘마미톡’ ‘맘스 다이어리’인 것처럼 육아 정보 환경은 ‘양육을 공부하는 사람은 엄마’라는 고정관념과 성역할 규범을 강화해왔습니다.


기존의 국내 외 기획 노동 연구, 소셜 미디어에서 퍼져가는 기획 노동에 관한 이야기는 맞벌이 부부의 가사 양육 문제만을 다루지만, 책은 더 다양한 사람들의 기획 노동을 다룹니다. 맞벌이 부부는 물론 부모 돌봄을 하는 자녀, 장애아 부모, 장애인 당사자 등을 만나 기획 노동을 가사노동과 양육의 일종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사적인 영역에서 아무런 대가 없이 수행 하는 모든 살림과 돌봄”으로 넓혀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장애 당사자와 함께 외출하는 과정만을 돌봄 노동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식당의 휠체어 접근성, 화장실 위치 등을 찾는 기획 노동 과정까지 돌봄 노동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기획 노동은 자녀 양육뿐만 아니라 부모를 돌보는 일, 장애아를 돌보는 일, 장애 당사자의 일이기도 합니다. 살아 숨쉬는 것만으로 삶이 유지되지 않는 것처럼 필요한 일들을 설계하고 준비하고 기획하는 일은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노동의 일부인 것입니다. 기획 노동을 가시화하는 작업은 개인의 희생이나 사랑으로만 여겨진 돌봄을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돌봄을 여성 개인의 책임, 가족에게만 기대는 일으로 설계된 사회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기획 노동의 공정한 분담은 더더욱 어려운 작업인 것입니다.


저자는 보이지 않는 노동을 ‘기획 노동’이라고 호명하는 과정을 이어나가며 계속해서 노동 당사자를 떠올립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살림과 돌봄의 기획 노동으로 지쳐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쓰면서 내가 느꼈던 것과 같은 위안을 전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라는 말과 함께 시작하는 책은 “우리가 서로 돌보는 사회가 되도록 기획 노동뿐 아니라 돌봄의 구체적 기술과 경험, 감정, 역량, 그리고 돌봄을 주고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지금보다 더 풍성해지기를 바란다”라는 말로 마무리됩니다.


돌봄을 저평가해 온 오랜 고정관념을 깨고 돌봄이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이야기될 수 있길 바랍니다. 몇 달 전 레터에서 소개한 <탐욕스러운 돌봄>과 함께 읽는다면 돌봄과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더 넓힐 수 있을 겁니다.


👤 지난주 내내 덥다며 불평하고 다닌 제가 부끄러워졌어요 대안수어도 그렇고 모두가 각자의 기본권을 누리는 세상이 이리도 어려운지ㅜㅜ
 
👤 임신중지 이후의 삶을 제대로 만들자는 말에 공감 500번 누릅니다. 제도 공백이 한 개인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일을 너무 자주 목격하게 되는 듯 해요. 국가가 나서서 해결하지 않는 이상 반복될텐데 언제쯤 임신중지제도 해법을 제시해줄지 궁금합니다 참

👤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 플랫X김영사 <읽는시간> 세 번째 북토크에 입주자님을 초대합니다. 이번 북토크의 주제는 "케이팝, 이대로 괜찮을까?'- 우리가 사랑한 무대와 우리가 몰랐던 무대 뒤 이야기"입니다.

‘남돌을 좋아하면서 페미니스트일 수 있을까’ 답장을 보며 케이팝 문화를 사랑하면서도 죄책감•회의감을 느끼는 입주자분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아이돌 덕후 출신이 많은 플랫팀.. 답장에 매우 공감하며 이러한 이야기를 나눌 방법을 고민하기도 했는데요… 💆‍♀️

이번 북토크를 통해 케이팝 산업에 대해 입주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 여러모로 기대가 됩니다! 👀

<케이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은 탐사보도 전문 전다현 기자가 직접 아이돌, 연습생, 업계 관계자, 팬덤, 변호사 등 40여 명을 취재해 드러나지 않던 케이팝 내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입니다. 

8월 26일 수요일 저녁 7시! 케이팝 산업의 이면에 대해 함께 살펴보는 시간 가져봐요 🤓 참가비는 없지만 책을 읽고 와 주시면 더 좋을 듯 합니다. 아직 자리가 남아있으니 서둘러 신청해주세요 🏃‍♀️💨




📣 플랫에서 준비 중인 입주자 이벤트가 많다고 합니다👀👀 플랫 레터, 인스타그램을 틈틈이 확인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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